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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 넘게' 공부하는 아이들

지난해 실태조사, 초등학생 86% 사교육 받아 / 이들중 6.4%는 밤 10시 이후에도 '책상 앞에'

▲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학교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가기 위해 학원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방과 후에도 학원 등 사교육으로 초등학생들은 긴 하루를 보낸다. 박형민 기자

오전 7시. 비몽사몽 일어나 씻는 둥 마는 둥 세수를 하고 나온 초등학교 4학년 김아영 양(가명)이 앉은 식탁에는 벌써 아침 밥상이 차려져 있다.

 

입맛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아침 식사를 마친 아영이는 책가방속 내용물을 확인한 뒤 8시10분에 집을 나서 8시30분께 학교에 도착했다.

 

지난 2013년 전북도교육청의 ‘등교시간 늦추기’로 10분 늦춰진 시간이었지만 교실 안은 벌써 친구들로 꽉 차 왁자지껄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학교를 나서는 시간은 오후 3시10분이 지나서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과 달리 아영이는 학교에 남았다. 방과 후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수업과 복습을 한 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벌써 땅거미가 어둑하게 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엄마가 차려준 저녁을 먹은 아영이는 피곤한 눈으로 다시 엄마가 운전하는 차에 탔다.

 

인근 학원에서 밤 9시까지 수학 수업을 받기위해서다. 4학년인 아영이는 벌써 6학년 진도를 나가고 있다.

 

학원 수업을 마친 뒤 엄마가 태우러 온 차량 뒷좌석에 앉은 아영이의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학원에서 돌아와서 몸을 씻은 아영이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지를 푼다.

 

“공부를 잘하는 저를 보고 기뻐하시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너무 좋아요. 공부도 재미있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아영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자신보다는 부모를 위해 하루종일 책과 씨름하며 어린이날을 맞은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 다운 삶을 살고 있을까.

 

지난해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조사해 발표한 ‘대한민국 초·중·고등학생 학습시간과 부담에 관한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 아이들의 힘겹고 딱한 현실이 그대로 느껴진다.

 

지난해 6월1일부터 30일까지 도내 333명(초·중·고)을 포함, 전국 6261명(초등학생 159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의 평균 등교시간은 9시보다 한참 이른 8시22분 이었다. 등교시간이 가장 늦은 초등학생도 평균 8시40분이면 교실에 앉아 있어야 했다.

 

또한 초등학생들의 평균 하교시간은 오후 3시1분이었다.

 

그런데도 초등학생의 61.3%는 자신의 하교시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27.8%인 440명 만이 하교시간이 조금 늦다고 생각했다.

 

학원과 과외, 학습지 등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무려 85.7%(1316명)에 달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이유는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가 51.4%를 차지했다. 이어 ‘성적이나 경쟁에서 승리감이나 성취감을 얻기 위해’가 29.9%,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서’가 23.7% 였다.

 

초등학생들의 평균 사교육 종료시간은 오후 7시7분이었다. 그러나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 1316명 가운데는 오후 6시에서 9시59분 종료가 946명(71.9%), 10시 이후도 84명(6.4%)이나 됐다.

 

아영이처럼 하루 12시간 넘게 공부하는 초등학생을 만든 건 우리 어른과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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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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