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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그대에게 '삼채요리' 한 상

▲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의 불청객’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잠 못 들고 뒤척이는 밤이 지속되고 있다. 밤잠을 설친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다. 식욕마저 떨어지고 일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 좀처럼 잠들기 힘든 날이 이어진다고 고민을 꺼내놓자 주위에서 ‘삼채(三菜)’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삼채의 유황성분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정신적인 긴장상태를 풀어주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해준다고 귀띔한다.

 

경남농업기술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채에는 항암효능을 가진 유황성분이 양파보다 약 2배 많이 들어있다. 유황은 건강한 세포생성을 위한 필수적인 성분이자 살균력이 강해 염증을 삭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채는 단맛, 쓴맛, 매운맛. 세 가지 맛을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에서는 뿌리에서 인삼 맛이 난다고 해서 삼채(蔘菜)라고도 부른다. 모양새는 부추를 닮았지만 부추보다 뿌리가 무성해 ‘뿌리부추’라고도 한다. 삼채는 뿌리뿐만 아니라 순, 꽃 등을 두루 먹을 수 있어서 요리법도 다양하다. 고기 요리에 쌈 채소로 곁들여도 좋고, 각종 찌개에 넣거나 나물로 무치면 식욕을 자극시켜 잃었던 입맛을 돌게 하는데 그만이다. 삼채의 효능이 하나, 둘 알려지면서 이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어 첫 선을 보인 2010년 이후, 전라도를 중심으로 국내 전역에서 고루 재배되어 최근 2년 사이 재배면적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장류의 고장인 전북 순창에는 삼채를 재배하는 30여 농가로 구성된 ‘순창 삼든채연구회’가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순창 삼채(상표명 삼든채)’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해 올해 초, 교촌그룹 BHN 바이오에 기술 이전한 ‘삼채소스’의 원료로 쓰인다. 향토기업인 황금나무(주)는 이 삼채소스에 순창군에서 개발한 발효토마토 고추장을 첨가하여 ‘굿웰 떡볶이소스’를 상품화했다. 올해 베트남, 미얀마, 홍콩, 일본 등지를 돌며 수출을 위한 시장 개척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채는 국내에서는 약용채소로 더 익숙하다. 오래전부터 농가에서는 다양한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삼채를 이용한 민간요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삼채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14년부터 삼채의 건강기능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국산 삼채가 혈당과 체지방을 낮추고 뼈 건강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혔다. 삼채 잎과 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당뇨에 걸린 실험쥐에게 8주간 먹였더니 혈당은 31% 낮아졌고, 혈중 인슐린은 2.3배 높아졌다.

 

이와 함께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있는 실험쥐에게 삼채 잎의 추출물을 먹인 결과 뼈 강도는 35%, 밀도는 8% 높아져 뼈 건강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은 삼채의 혈당 및 체지방 저하, 뼈 건강 개선 효과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최근에는 미국 농무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국산 삼채가 닭, 오리 등 가금류의 면역을 높이고, 장 질환을 예방하여 질병 없는 가금류를 생산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가금류 질환을 예방하는 사료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맛있기만 한 음식은 혀를 자극하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은 몸을 깨운다. 올 여름,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데 삼채 요리 한상이면 보약이 부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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