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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시조문학상, 그들끼리의 리그인가

▲ 유휘상 전라시조문학회장
익산시가 상금을 출연(出捐)해서 시행하고 있는《가람시조문학상》은 말로는 전국 최고 권위의 상이라고 하면서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권위에 걸맞지 않다. 오죽하면 ㅈ일보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며 4차례의 속보를 냈겠는가. 그를 계기로 필자가 평소 생각해 두었던 눈에 띄는 문제점 몇 가지를 짚는다.

 

첫째, 폐쇄적 운영구조다. 후원 주체인 익산시와 조례제정 참여자들의 문제다. 운영위원이 수상자를 추천할 사람을 지정하고 심사위원도 선정한다. 즉 운영위원이 추천과 심사를 다 맡는 구조다. 참여해본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겠지만 운영위라는 것도 위원 숫자와 관계없이 실세 한두 사람이 의견을 내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 다반사다. 각본이 있는 것처럼. 그래서 몇 년 후 미래의 수상자들까지 예측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5년간 심사를 3번 이상 한 사람이 5명, 그 중에는 10년 동안 7번 이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사람이 3명이나 있다니 이쯤 되면 단골심사를 넘어서 상의 주재자 아닌가. 편견이 발생하는 이유다. 여기서 궁금한 것 또 하나는 운영위원 선정은 누가 어떻게 하는가이다.

 

둘째, 수상자 자격의 적정성 문제다. 근래 수상한 어떤 수상자의 경력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등단 경력이 애매해서다. 필자도 그 행사의 심사위원으로 두세 번 참석한 일이 있지만 주최측으로부터 등단 자격 부여 얘기를 들은 바 없기 때문이다. 또 누가 봐도 등단 수준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중심이 된 작은 백일장이다. 그나마도 바로 폐지됐지만. 실상이 그러함에도 전국의 쟁쟁한 등단 시조인들을 제치고 가람시조문학상을 수상 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건 상의 품격문제다. 작품이 좋다고? 수상작이야 어떻게 비벼낼 수 있겠지만 그 아우라가 과연 전국 최고의 시조문학상에 걸맞은가 말이다.

 

셋째, 외지세력이 침투하여 이 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령 익산의 문단세력이 미약하다 하더라도 익산시민의 세금으로 주어지는 상을 타지인들이 들어와 실권을 잡고 직간접으로 좌지우지 하는 곳이 가람시조문학상 말고 또 있는가? 청도의 이호우시조문학상을 비롯 전국 유명 시조시인을 기리는 시조문학상이 6∼7개 되지만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외지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이러한 낯설음을 무마하고자 바지회장을 세우기도 하고 또 그들 밑에서 하수노릇을 하며 싸래기 도막이라도 탐하는 사람들을 보면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또 하나 의문은 왜 가람시조문학상을 기념사업회만 독점적으로 주도해야 하는가이다. 이 조직에 앞서 시행해 왔던 가람시조문학회가 있지 않는가. 기념사업회가 새로 생기면서 상이 그 단체로 이동한 걸 보면 상이 사람 따라 다닌 꼴이 되었다. 특정인을 따라다니는 가람시조문학상, 참 그렇다. 두 단체가 다 익산시에 있으므로 합동으로 시상행사를 추진하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경쟁체제가 되어 공정하고 투명해질 가능성이 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공론화 되어 시가 조례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니 늦게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운영위원은 시조문학에 조예를 가진 사람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시조문단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직위만 보고 위촉하여 실질적 구실을 못하고 있다. 특히 도내 운영위원 몫이 그런 의구심을 낳게 하는데 도내 운영위원 위촉 시 시조시인 중심으로 하고, 수도 전체의 과반수를 넘게 하여 지역성과 자존심도 살리고 객관성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기념사업회 말고도 도내 시조문학 단체는 3개다. 그리고 추천위원은 5인 이상으로 늘리되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위촉하여 전국의 객관적 실력자를 수상자로 추천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말썽 없는 수상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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