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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여기는 러시아] 청춘도 월드컵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붉은악마 최고령 김만식씨 '축구 열정'

▲ 러시아 최고령‘붉은악마’김만식 씨가 지난 23일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대표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청춘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 해외 직관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한국 대표팀의 동선을 따라 숙박과 항공편을 계속 변경하면서 쫓아가야 하는 강행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월드컵 ‘붉은 악마’ 맏형인 김만식(72) 씨는 해외 직관이라면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에서 농산물 도매업을 하는 김 씨는 1946년생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날아온 ‘붉은 악마’ 중 최고령인 셈이다. 왕년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저중앙국민학교에서 축구부로 활동한 엄연한 ‘선수 출신’이기도 하다. 김 씨는 “당시에는 윙어와 센터포워드를 이어주는 ‘이너’라는 포지션이 있었다. 지금의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가면서 학업 때문에 축구를 그만둔 김 씨가 다시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부터다. 그는 “젊은 시절 무역회사에 다니며 먹고 살기 바빠 축구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한국에서 하는 월드컵만은 직접 봐야겠다’는 욕심에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전주를 돌며 경기를 다 챙겨봤다. 정말 눈앞에서 보는 A매치는 그 맛이 완전히 달랐다”고 회상했다.

그 뒤로 A매치에 푹 빠진 그는 2006년 독일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러시아 대회까지 무려 월드컵 해외 직관만 4번째다. 해외 원정 경력만 놓고 보면 한국 대표팀 주장 기성용도 능가할 판이다. 김 씨는 “월드컵은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구 축제”라며 “타국 사람과 내가 친구가 되고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고…. 이런 맛이 해외 직관의 묘미”라고 강조했다.

해외 직관에 푹 빠진 김 씨의 강행군은 월드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해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한국 대표팀의 A매치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는 “처음에는 ‘집에서 TV로 보면 되지 굳이 현장에 가야 하느냐’며 나무라던 아내도 요즘은 혼자서 ‘새벽 축구’를 관전하고 ‘요즘 그 팀은 왜 그런데?’하고 물을 정도로 가족 모두가 축구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를 닮아 외손녀도 어린이 축구단에서 활약하며 유명선수를 달달 외울 정도라는 손녀 자랑도 잊지 않았다.

‘직관 베테랑’ 김 씨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챙겨간다. 지난 24일 멕시코전이 있었던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푸근한 러시아 인심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는 “경기장에서 숙소가 7㎞ 정도 떨어져서 일행 6명이 택시를 수배하느라 애먹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러시아인이 자기 아내 차량까지 동원해서 우리를 경기장에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고마운 마음에 태극기 모자와 대표팀 머플러, 양말 등을 선물하자 이에 감동한 이들 부부가 이번에는 경기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까지 나왔다고 했다. 김 씨는 “로스토프나도누의 도시 인프라는 좀 떨어져도 2006년 대회에서 만난 깍쟁이 같던 독일 사람들보다 훨씬 인심 구수하더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2차전마저 멕시코에 패하며 실낱같은 16강행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대표팀의 16강 진출 여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악플을 다는 걸 보면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며 “이미 9회 연속 본선 진출만으로도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드컵을 즐기는 자세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기는 것도 경기, 지는 것도 경기”라며 “세계 문화를 배우고 현장감에 빠져드는 것이 진정 월드컵을 즐기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한신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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