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나무로 된 원통이 있다. 외부와의 경계를 통해 내부의 물질을 보존하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잘 알다시피, 원통은 완벽한 밀폐가 아닌 적절한 환기가 이루어질 때만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으면 나무는 썩고 내부는 좀이 슬고 만다. 밖으로 ‘통(通)’하고 자연과 ‘통(通)’하고 새로움과 ‘통(通)’할 때, 원통(圓筒)은 소통(疏通)이 되어 본연의 역할은 물론 그 이상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날로 다원화·세분화되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시대변화의 속도만큼 사람들의 변화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전한 관습들이 가정과 사회 조직 곳곳에 남아있고, 방어적인 집단 심리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는 더욱 팽배해졌다. 특히 공동체 정신의 빠른 붕괴와 코로나19 등 사회재난 속에 개인의 폐쇄성은 더욱 깊어져, 타자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사회로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심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일단은 온전한’ 형태의 평화를 깨는 것을 번거로운 ‘갈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소통은 갈등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한다. 우리가 가진 틀 안에만 머무르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성장의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직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인기 저하와 조직 내 세대 갈등, 민원의 다양화 및 악성 민원으로의 변질 등 다각적인 문제를 두고 볼 때,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평온’ 속에 갇혀 새로운 소통의 틈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다양한 요구와 문제들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일일이 반응하고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소통은, 가장 효율적이고 근사한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타자와 함께 서로의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서로의 세계를 바라보는데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완산구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소통행정’을 위해 현장으로 나선다. 7월부터 현장에서 답을 구하는 ‘찾아가는 주민소통창구’를 운영한다. 각 동 주민센터의 동장이 직접 민생 주요현장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운영 결과에 따라 필요시 구청장이 직접 방문하여 관련 부서와 함께 검토·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현장행정의 날’, ‘시민불편 ZERO 기동처리반’, ‘동 현장행정’ 운영을 확대·강화하여 시민불편을 즉각적으로 해결하고 행정서비스 만족도 제고를 위해 만전을 다할 예정이다.
지난 상반기, 완산구는 ‘구청장과 함께하는 신선한 수다, 맛있는 소통’을 추진한 바 있다. 부서장 없이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며 직급이 먼저가 아닌 동료로서의 연대를 강화하고 현장 상황 등을 파악하여 새로운 조직문화의 닻을 올렸다.
‘논어’에서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 했다. 즉,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서로의 마음을 한 번 더 읽어주고 배려하며 행동한다면, 행정과 현장이 통하여 희망의 바람이 불어드는 소통(疏通)의 전주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김병수 전주시 완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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