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23:29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오목대] 깜냥이 되는 인물을 지사로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유능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와의 사사로운 관계 때문에 표를 찍는다. 민주당 정서가 타 지역에 비해 강한 전북은 지연 혈연 학연 등 연고주의 투표행태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일부 선출직 가운데는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 뽑혀 지역발전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민주당 공천이 곧바로 당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유권자보다는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한테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논란거리다. 지금 전북은 발전하느냐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그 기로에 놓여 있다. 그렇게 새만금 특별행정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도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군산 김제 부안군이 막무가내로 가고 있다. 4번째 시도하는 완주 전주 통합도 완주군수 자리 하나 없어지는 것 때문에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전주와 완주군이 105개 상생사업을 선정해서 추진하지만 그것은 명분에 불과할 뿐 완주군 정치권이 군수자리 없어지는 것을 결사반대해 결국 마이웨이로 가는 형국이다. 완주나 전주나 찬반 양측이 통합을 매개로 실상은 각자 지방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경주 APEC에서 보았듯이 지금은 전 지구촌인들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인데도 스스로가 성을 쌓고 담을 쌓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바깥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 줄도 모른 채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아날로그 방식으로 뒷걸음질친다. 말로는 거창하게 피지컬 AI시대가 도래해 그에 상응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말과 행동이 겉돈다. 도민들이 총선과 대선을 통해 지역발전을 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 여건을 만들었다. 윤석열 전 정권이 국가예산을 배분할 때마다 개무시하고 차별을 가해 잃어버린 3년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되었다. 역대 정권 가운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이 전북한테도 새로운 기회였지만 당시 정치권이 개인 영달을 꾀하는 데 몰두했고 지역을 발전시켜 보겠다는 의지 저하로 기회를 살리지 못해 결국 오늘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무튼 도민들은 전북 낙후 원인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지금부터는 내 탓이오 하면서 선출직들을 잘 뽑아야 한다. 그 가운데 전북도 살림살이를 맡아서 할 지사를 잘 뽑아야 한다. 경선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지사가 되므로 지사직을 제대로 수행할 역량이 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는 데는 신언서판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재산형성 과정을 보면 그 사람의 도덕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사는 특히 정치인이라서 중앙정치권과 인맥을 어떻게 맺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당·정·대와의 관계가 잘 설정되어야 전북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다. 3선의 안호영, 재선의 이원택 의원에 대해 그간 입법활동 여부와 중앙정부를 상대로 전북 몫을 얼마만큼 가져왔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남원 출신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스스로 밝혀야 한다. 지금도 채 상병은 억울한 죽음으로 구천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11.02 18:54

[사설] 크루즈 관광으로 새만금 활성화를

며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문화유산은 풍부하지만 기반 시설은 부족하다”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NYT는 경주가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왕릉과 사찰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지만, 국제공항이 없고 외국 귀빈과 대기업 대표단을 수용할 호텔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전혀 별개의 문제인거 같아도 사실은 새만금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전북이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크루즈 관광객은 46만3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만9485명)보다 15.2%나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방한 크루즈 관광객은 73만1499명으로 2016년(164만4436명), 2015년(74만8947명)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였다. 올해는 100만명 돌파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크루즈 관광은 부가가치가 높고, 수도권에 집중된 외래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외래관광객의 수도권 방문율은 82.7%에 달했지만, 수도권 외 지역 방문율은 33.9%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크루즈 관광이 지방 경제 불균형 해소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새만금신항 크루즈 부두 개장, 묵호항 국제여객터미널 착공 등 신규 항만 인프라를 확충해 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새만금 신항만의 크루즈 산업 성패는 치밀한 관광 연계 전략에 달려 있다는 거다. 새만금개발청은 다음달 9일까지 새만금 신항만을 거점으로 크루즈 관광산업 육성 및 유치를 위한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번 용역은 새만금의 항만 인프라 구축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중인 해양 크루즈와의 전략적인 연계 방안을 찾고 지속 가능한 새만금 크루즈 관광 육성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현재 진행 중인 용역에서는 새만금 신항만은 중국 등 단체 관광객이 많은 동북아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관광 수요를 흡수할 크루즈 중심지로 조성하면 기대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담겼다는 후문이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연계할 경우 새만금 수변도시 조성 등과 맞물려 지역 발전에도 한층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하려면 인프라부터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30 18:23

[사설] 야생 멧돼지 도심 출몰, 체계적 안전대책을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야생 멧돼지들이 도심 습격이 늘어나고 있다. 먹이를 찾아 떼지어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들이 도심 곳곳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멧돼지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최상위를 차지한 지 오래다. 천적이 따로 없어 해마다 개체 수가 불어나고, 이로 인해 먹이가 부족해진 데다 무분별한 개발로 도시가 확장되면서 인간과의 갈등·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주택가를 배회하는 수준을 넘어 버젓이 거리를 휘젓고 다니고, 상가에 난입해 큰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최근 들어 도심 멧돼지 출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8일 늦은 밤에는 전주시 인후동과 태평동, 서노송동 등지에서 멧돼지가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색에 나섰지만 멧돼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행히 이렇다 할 피해는 없었지만 멧돼지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전주시 금상동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가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 5마리와 충돌해 탑승자 2명이 다치고, 차에 치인 멧돼지들이 현장에서 즉사하는 사고도 있었다. 또 익산과 군산·김제 등에서도 도심 멧돼지 출몰 사례가 빈번해졌다. 시민들의 생활공간에 느닷없이 100kg이 훌쩍 넘는 야생 멧돼지가 들이닥칠 경우, 여성 운전자나 아동·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시민 안전이 우려된다. 도심에서 갈수록 출현 빈도가 높아지는 야생 멧돼지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도시 주변 야산의 경우 인명사고 우려로 인해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총기 포획 허가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의 시민 안전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우선 전문기관을 통해 도시 주변 야산의 멧돼지 서식밀도와 서식처 환경을 정밀 조사해 멧돼지가 도심까지 내려오는 원인과 이동경로 등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통로 확충이나 서식환경 개선, 도심 진입 차단시설 설치, 포획을 통한 개체 수 조절 등 지역 실정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30 18:23

[오목대] 죽막동과 오키노시마

국립전주박물관이 지난 주 개관 35주년 기념행사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가졌다. 주제는 ‘동아시아 해양제사와 교류’. 이 자리에는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학자들이 참여해 현장방문과 발제, 토론 등이 진행되었다. 핵심은 전주박물관이 1992년 발굴한 부안 죽막동(竹幕洞) 유적의 특징과 의미, 국제적 관계를 밝히는 것이었다. 사적 제541호로 지정된 죽막동 유적은 부안군 격포면 변산반도의 돌출된 서쪽 끝 해안 절벽 위에 있다. 동아시아 해상 교류의 중요한 길목이다. 발굴조사에서 백제, 가야, 통일신라부터 조선을 비롯해 고대 중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제사용 토기, 금속유물, 토제·석제 모제품, 중국 도자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시기는 대부분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 유물을 통해 이곳에서 행해진 제의에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했고 제사가 끝나면 제기를 포함한 각종 물품을 파기하거나 땅에 묻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도 어부들의 안전과 고기잡이를 도와준다는 개양할미(변산반도 앞바다를 수호하는 해신) 전설이 내려오며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제가 매년 열리고 있어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국가문화유산포털) 하지만 높은 가치에 비해 국내의 대접은 소홀하다. 오히려 외국에 더 많이 알려져 있고 호평을 받는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15년 전 참여했던 비슷한 학술세미나가 생각났다. 당시 부안군은 죽막동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동아시아 실크로드와 부안’이라는 국제학술대회를 가졌다. 그때도 현장 방문과 발제·토론이 있었다. 지난주 열린 심포지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시 기조발제를 맡았던 임효재 동아시아고고학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죽막동이 AD 3-9세기까지 한·중·일 삼국을 잇는 해양제사 유적이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고 세계유산으로서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방문한 일본 오이타현 시미즈 무나야키 고고학회장(벳푸대 교수)은 "동아시아 해양제사 유적지 중 남은 것은 죽막동과 일본 오키노시마(沖ノ島) 2곳 뿐"이라며 "이곳이 오키노시마보다 10배 이상 크고, 특수한 형태의 유물이 많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죽막동의 가치나 중요성에 너무 조용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이 머무는 섬’으로 불리는 오키노시마 유적은 3차에 걸친 발굴을 통해 작은 파편까지 8만점에 이르는 유물을 일괄 국보로 지정했다. 그리고 2017년 ‘오키노시마와 관련된 유산군(Sacred Island of Okinoshima and Associated Sites in the Munakata Region)’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전북자치도와 부안군이 세계적인 유물을 갖고도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30 18:22

[청춘예찬] 나를 속이고 싶지 않습니다.

진실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물음에 공부 모임에서 배운 성(誠)이라는 글자가 생각납니다. ‘진실하다’라는 뜻이지요. 「대학(大學)」에서는 성기의자 무자기야(誠其意者 毋自欺也), “자기 뜻을 진실하게 한다는 건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자기를 속이지 않는 걸까요?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이런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물어보라고 합니다. “그대는 정말로 그대가 하는 일을 몇 번이고 수없이 계속하고 싶은가?, 그대는 정말로 그대의 삶이 영원히 반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는가?” 자기가 하는 일이 영원히 반복되기를 바랄 정도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는 겁니다. 그런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자기를 속이지 않고 살았다는 겁니다. 주저주저하면서 ‘그건 아닌데’라고 대답한다면, 자기를 속이며 살았다는 거고요. 한마디로 말해서,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 진실하게 살았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실하게 살지 못한 거고요. “너는 어떻게 대답할래?, 진실하게 살았니?” 저도 자신에게 물어보니, 문득 지난날 직장 다닐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직장 생활이 길어질수록 가슴 깊은 곳에서 ‘이건 아닌데?’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소리를 애써 외면했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 나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라고 자신과 타협하면서요. 다음 삶에도 이런 직장 생활을 영원히 반복해도 좋으냐고 물으면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하면서도, 그저 쉽고 편하게 살기 위해 진실하지 못한 삶을 산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실한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으니, 온갖 변명과 핑계를 둘러대면서 제 책임이 아닌 듯 군 겁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제가 좋아하는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아직도 조금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내면이 고요해집니다. 「대학(大學)」에서 무자기 이자겸(毋自欺 而自謙),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고 했지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고, 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면서 살아가니, 더 이상 ‘이건 아닌데?’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겁니다. 이런 삶이면 영원히 반복돼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고요. 물론 자유로운 삶에 따르는 불안은 느낍니다. 안정된 삶이 보장된 직장 생활에 견주면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저는 이런 불안이 따르는 자유로운 삶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삶을 버리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 성공할지 실패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 곧 좋은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마음껏 하면, 설사 제가 하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덜 후회할 것 같습니다. 누구를 원망할 일도 없고요. 나중에 후회하는 일보다 차라리 실패의 아픔을 겪겠습니다. 두려움과 불안보다 후회와 원망을 더 무서워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도록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백척간두갱진일보(百尺竿頭更進一步), 백 척이나 되는 장대 끝에 올라가 다시 한 발을 내딛는 용기로, 제가 스스로 선택한 삶을 치열하게 살겠습니다. 도이무언 하자성혜(桃李無言 下自成蹊),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그 아래 저절로 길이 생긴다.”라는 진리를 믿으면서요. 구나연 작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5.10.30 18:22

[금요칼럼]아무 일없이 지낸 보통의 하루

며칠 전 서울역에서 케이트엑스 열차를 기다리다가 역내에서 먹잇감을 찾는 연회색 비둘기 두 마리를 보았다. 한 남자가 빵 부스러기를 던지자 비둘기 두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달려든다. 빵 부스러기를 쪼아 먹은 비둘기들은 다른 먹잇감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린다. 비둘기가 몸집이 아무리 작아도 빵 부스러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역 구내를 영역으로 삼은 비둘기 두 마리를 바라보며 먹고 사는 일의 고달픔에 생각이 미친다. 한강변에서 비둘기 떼에게 먹이를 주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었다고 나를 호통을 친 이들은 한강변의 낚싯꾼들이다. 그들은 비둘기가 낚싯줄을 엉키게 한다고 짜증을 내며 항의를 했다. 천적이 없는 탓에 개체 수가 부쩍 증가한 비둘기들은 현대도시의 골칫거리다. 사람들이 비둘기를 혐오 동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어디에서나 미움을 받는 비둘기의 처지는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비둘기에게 밀려난 자의 슬픔이란 감정을 헤아릴 만한 사리분별이 있을 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를 들을 때 난감해진다. 이내 비둘기를 도시로 불러들인 장본인은 사람들이 아닌가 라고, 나는 의구심을 품은 채 반문한다. 비둘기가 굶어 죽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닌가? 영문도 모른 채 찍힌 혐오 낙인과 가혹한 처우에 동의하지 않지만 내게는 비둘기와 사람이 공존할 방안을 내놓을 지혜가 없다. 지혜가 모자란 나는 자주 시집을 읽는다. 시집에서 뜻밖의 지혜를 발견할 수가 있는 까닭이다. 칠레 남부에서 태어난 시인 니카르노 파라의 시집에서 “각각의 새는 진정 날아다니는 묘지다”란 싯구가 기억에 남는다. 새들이 공중의 묘지라면 사람은 걷는 묘지라고 할 테다. 한 번 태어난 새는 죽고, 피어난 꽃들은 시든다. 시집을 읽으며 사람이 근심과 갈애의 총애를 받는 존재라면 장미꽃들은 미와 덧없는 시듦의 총애를 받는 존재라는 기특한 생각을 떠올린다. 오늘의 하늘은 청명했다. 김밥 한 줄을 싸들고 공원이라도 가고 싶었으나 치과 예약이 있어서 포기했다. 치과에 가서 치석을 제거하고, 손님 없는 동네 카페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다가 돌아온다. 휴대폰 기종을 새로 바꾸고, 실손 보험을 들라는 권유를 받아들였다. 내일이란 미지의 사건과 사고를 품은 심연이다. 아침에 출근한 사람이 저녁에 주검으로 돌아온다. 현대 세계의 악덕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뜻밖의 사태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이런 변고에 대응을 해야 하는 까닭에 보험업이 그토록 번창하는 것이다. 가을빛은 유순하고, 햇볕은 따사롭다. 동네 느티나무의 단풍 든 잎은 며칠 전까지 노랗다가 지금은 온통 주황색이다. 가을이 깊어진 게 실감난다. 오늘은 별 일이 없던 보통의 하루다. 그 하루를 보내며 딸들은 빨리 자라고 우리는 늙는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딸은 태평양 건너 먼 곳에 가 있고, 나는 가을이면 억새와 산국이 피는 한국에 산다. “인간의 삶이란 먼 곳의 몸짓”(니카르노 파라)이라면 누구의 삶도 그저 먼 곳의 몸짓에 지나지 않으리라. 어제나 오늘의 삶이란 다만 먼 곳에의 몸짓일 뿐이다. 비둘기는 구박덩어리인 채로 도심 공원이나 역 근처를 떠돌며 먹이를 구하는데 여념이 없을 테다. 활엽수의 낙엽은 비처럼 쏟아진다. 고개를 들면 기러기 떼는 먼 하늘에서 끼룩끼룩 울며 나는데, 가을의 공기에서는 군밤 냄새가 떠돈다. 누군가 코를 킁킁거리며 그 냄새를 맡는다. 우리는 숭고함도 비범함도 없는 보통의 날들을 보내며 새로운 내일을 맞는다. 쇠락, 재와 무, 묘비명을 남길 내일을 앞두고, 아, 오늘은 기쁨도 고통도 없는 하루를 보냈구나, 한다. 나는 비염이 도져 재채기를 몇 번 했을 뿐 가을은 덧없음으로 왔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당신은 잘 있는가? 어디에 있든 부디 잘 사시라. 심심하게 보낸 가을의 하루를 먼 옛날인 듯 아득하게 돌아보며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0.30 18:21

[김영곤의 아침햇살] 국회의원에게 어떤 점수를 주시겠습니까

민주당을 바라보는 전북 유권자 시각은 이율배반적 측면이 역력하다. 그동안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안겨 채찍도 들었지만, 딱히 대체할 만한 인물과 정당이 마땅치 않아 선택을 망설여 왔다. 특히 유권자 입장에서 가장 못마땅하고 불만을 쏟아내는 건 다름 아닌 막가파식 공천과 전북 현안 응집력 부족이다. 사실상 지역 정치권의 맏형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서 유권자 기대치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거는 유권자 열망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10개 선거구 석권과 함께 평균 득표율 81.85%에 반영돼 있다. 이 같은 '묻지마 짝사랑' 은 민주당의 제왕적 권력과 대안 정당 생태계 빈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과 비슷한 성향의 조국 혁신당이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 45.52%로 전국 2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아직 기초 체력은 허약한 상태다. 다른 정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선거 경쟁 체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 양상은 도를 더해가는 형국이다. 때문에 민주당 독주를 막고 대안 정당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선거 후보자의 인물 경쟁력에서 선택적 우위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줄곧 지적해 왔던 낙하산, 줄세우기 공천을 심판하려고 해도 대항마의 존재감 자체가 크게 부각되지 못해 아쉬웠다. 민주당에서도 최근 정치 지형의 변화 움직임에 따라 부적격 후보자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규정을 위반한 징계 대상자에 대한 절차를 미루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들 부적격자 퇴출 여부가 유권자 신뢰 회복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안 세력을 꿈꾸는 정당들이 민주당과의 정면 대결을 불사하며 필승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당장 조직과 지지도 면에서 동등한 경쟁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민심에 부응하고자 국민 여론 100%의 파격적인 공천 등을 통해 참신한 인물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청년 여성 전문가 비율을 대폭 늘려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이 높은 민주당의 아킬레스 건을 겨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정서를 극복하고 정치권 세대 교체를 앞당기는 최대 관건이 바로 인물 경쟁력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럼 국회의원은 유권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전북 발전의 견인차 역할 보다는 지역 정치권의 기득권 중심축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지방의원을 앞세운 골목대장으로 희화화 되면서 역할과 위상 또한 그 범주에 가깝다며 곱지 않은 시각이다. 그동안 '안방 정치' 에만 매몰돼 온 그들의 정치력은 급기야 선출직 당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한때 구설에 올랐다. 총선에서 입도적 지지율로 3선 이상 5명을 당선시킨 유권자 선택을 무색케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신설된 평당원 출신 지명직 최고위원 선거에서 박지원 변호사 선출과 정동영 의원의 눈부신 예산 활동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원팀 정신' 실종은 지지부진한 현안 해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장관 2명에 국회 상임위원장, 예결위원장 등 호화 진용을 갖췄더라도 꿰어야 보배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압박하는 그런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정당 행사 집결이 아니면 국회 간담회, 정책협의 정도가 고작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5.10.30 18:21

[세무상담] 암호화폐에 대하여 세금은 안 붙을까?

최근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을 포함한 암호화폐(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과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세청을 비롯한 세무당국은 암호화폐 수익이 과세대상이라는 원칙을 수차례 확인해 왔으며, 이익이 발생하면 과세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암호화폐 수익을 과세하겠다는 개정안이 마련되었으나, 시행 시기는 여러 차례 연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암호화폐 과세에 대하여 관심이 더욱 많아 질텐데 제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을 수 있을것입니다. 첫째, 과세 시행 시점이 한차례 더 연기되거나 조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초 2022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암호화폐 양도소득세 과세가 2025년으로 연기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2027년까지도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둘째, 과세 기준과 공제·면세 범위가 보다 명확히 구체화될 것입니다. 예컨대 거래소에서 신고해야 할 자료, 취득가액·보유기간·양도차익 산정 방식 등이 보다 엄격히 규정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고려해 기준금액이 상향되거나 세율 체계가 조정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셋째, 과세 대상이 확대되어 거래소 외 지갑·탈중앙화 방식(DeFi)·해외거래소 등에 대한 신고·추적이 강화될 것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국내 세무당국이 해외거래까지 감시망을 넓혀 나가려는 움직임이 예상됩니다. 현재 과세관청은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원칙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나, 시행 시점·구체적 과세기준 면에서 아직 준비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세체계가 정확해지고 적용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미리 기록관리 및 세무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0.30 18:16

[사설] 교통약자 택시 ‘이지콜’ 운영개선 필요

전주시 교통약자 전용택시인 '이지콜'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통수단 이용이 불편한 교통약자를 위해 마련한 전주시 ‘이지콜’은 전주시설공단이 전화, 앱, 홈페이지를 통해 365일 24시간 운행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등록 이용객은 3125명으로 휠체어 이용객이 59%, 비휠체어 이용객이 41%를 차지한다. 월평균 이용객은 3만 명이다. 최근 전주시의회 신유정의원이 이지콜 운영에 제기한 내용에 따르면 "이지콜은 장애인, 노약자, 일시적 휠체어 이용자 등 이동이 어려운 시민의 발이 되는 중요한 교통복지 서비스인데도 불편이 적지 않다"며 문제점 개선의 시급성을 제기하였다. 전주시 이지콜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불편사항은 예측 불가능한 대기 시간, 비효율적 배차 구조, 순번제와 시스템 오류, 시간대별 운행 불균형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대기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현재의 서비스 상황이다. 이용자들이 이지콜 신청 후 배차 시점을 알 수 없어 병원 진료 등 일정 조정이 어렵고, 병원 예약이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지연이 심각해 가장 불편한 부분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근거리 배차가 우선되면서 먼저 호출한 이용자가 순번이 바뀌는 일도 발생해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신청후 평균 대기 시간은 3년 연속 감소 추세이지만 전체 평균 34분, 특장택시 37분으로 여전히 길어 이용 불편이 누적되고 있다. 한편 차고지가 전주월드컵 경기장과 삼천동 두 곳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약자들의 실제 이용지역과 상대적으로 멀어 근거리 배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적인 배차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교통약자를 위한 이지콜 운영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가장 우선적으로 대기시간 예측 시스템 도입, 순번제 시스템 개선, 수요 집중 시간대 운영 확대 등이 제안된다. 또한 현재 이지콜은 전북광역이동지원센터 아래 14개 시·군센터가 운영되는 구조로 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주시와 전북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용자 불편을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 결국 최대한 차량 대수를 늘리고 배차 및 운용에 합리성을 발휘해 교통약자와 함께하는 정책이 강화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9 17:42

[사설] 국방부 소유 전주 기무사 부지, 무상 양여해야

전주 에코시티에 수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는 국방부 소유의 옛 기무사 부지 활용 방안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옛 전주 기무부대 부지는 지난 2018년 국군 기무사령부가 해체되면서 남겨진 약 3만8000㎡의 금싸리기 땅이다. 당초 전주시는 국유지인 이 땅을 국방부로부터 무상 양여받아 도시공원과 주차장 등 시민 친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을 이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 땅을 지자체에 매각·교환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전주시의 부지 활용 계획은 큰 벽에 가로막혔다. 부지 활용 방안을 세워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전주시는 당장 뚜렷한 대책이 없다. 막대한 예산이 문제다. 신도시 개발로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현재 시세는 약 400억원에 달한다. 이미 6000억원의 빚(지방채)을 안고 있는 전주시의 재정상태에서 부지 매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한 데다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고, 청소년 탈선이나 범죄 소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국유지 무상양여를 통한 공공 활용이 답이다. 전례도 있다. 광주 기무사의 경우 지난 2005년 부대를 31사단으로 이전하면서 국방부가 매각을 추진하다가 시민사회에서 강력 반발하자 2014년 광주시와 무상양여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광주시가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군사시설은 국가가 군사 목적으로 국민의 땅을 빌려쓴 것이다. 특히 기무사는 국민의 개혁 요구에 따라 해체된 만큼, 지역 주민의 품에 그 부지를 돌려주는 게 맞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방부가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주시에 부지를 무상 양여하거나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지’로 지정해 효율적인 활용·개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주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 정치권과 함께 국방부와 공식 협의 테이블을 만들어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더 이상 이 금싸라기 땅을 흉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9 17:42

[오목대] 최민희 논란과 전북의 현실

국정감사가 진행중인 요즘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국감 중 증인으로 등장한 특정 언론사 간부를 퇴장 조치한데 이어, 휘발성이 강한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까지 터지면서 당 지도부도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국정감사 도중 국회에서 자녀 혼사를 치른 것 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카드결재는 물론 부적절한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까지 축의금을 받은 때문이다. 뉘늦게 되돌려줬다고 하지만, 축의금이 50만원, 100만원 단위이고 더욱이 최 위원장이 '노벨생리의학상과 노무현 정신, 그리고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의원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 사안은 지역정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출판기념회, 후원회 등을 통해 수많은 이해관계인들로부터 충분한 실탄을 지급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천만 받으면 선거가 필요없는 전북의 현실속에서 현역 의원들은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차곡차곡 돈이 쌓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게 바로 전북의 현실이다. 지출해야 할 돈은 많지않고, 여기저기서 받을 돈은 많은 구조적 여건 때문이다. 모든 의원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군들로부터 참빗으로 훑다시피 걷어갔다는 뒷말이 무성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이나 유력한 지방의원 후보군들은 출판기념회나 결혼식 등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한다. 철저히 약육강식의 피라미드식 지배구조로 꽉 짜여진 틀 속에서 벗어날 이는 많지않다. 비단 관가 안팎이나 정당 주변 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인들도 보험 성격의 후원금을 내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요즘엔 국회의원 후원회나 출판기념회 등에 내는 한도가 정해져 있으나 그게 없던 시절,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들에게 늘 두툼한 돈봉투를 상납해야만 했다. 대졸 초임이 100만원도 되지 않던 90년대 초중반, 끼니 걱정을 하던 지방의원이 한번에 내야만 하는 후원금은 보통 200만원을 넘어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깨끗한 정치가 모토가 됐고, 사과상자로 일컬어졌던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이 사라지기 시작한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번 최민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의 표시는 서민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게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역으로 갈수록, 농어촌으로 갈수록 거의 삥을 뜯다시피 하는 풍토는 여전하다는 거다. 이제 지역 정치풍토 역시 크게 바뀔때가 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0.29 17:42

[의정단상] 재정의 골든타임 지켜야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으로 2001년 정부예산안이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한 이래 25년 만에 7배가 증가했다. 정부는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우리 경제의 대혁신을 이끌 AI 대전환, 신산업 혁신, 지방거점성장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에서는 R&D 예산이 올해 29.6조 원에서 내년 35.3조 원으로 증가하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이 28.2조 원에서 32.3조 원으로 대폭 증가한 부분이 눈에 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재정사업에 지방을 우대하고 지방 자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부분이다. 아동수당, 노인일자리, 지역사랑상품권 등 7개 주요 재정사업에 인구감소와 지역낙후도 등을 반영한 우대 원칙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고, 지방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포괄보조 규모도 내년 10.6조원으로 올해보다 3배 가까이 확대했다. 광역 내에서 지역간 특화산업 연계와 자원 공동활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업에 인센티브도 부여하기로 했는데 새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5극 3특’균형성장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 특화된 신산업 예산은 피지컬AI와 자율제조, 푸드 분야에서 ‘피지컬 AI 제조 테스트베드 사업’400억원(총 1조원), ‘국가식품클러스터’관련 250억원, ‘특장산업 기반 건설기계 상용화’사업 16억원(총 262억원) 등이 반영됐다. 예산에는 정책 의지가 담겨있다. 이 의지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나타나고 지속성을 가지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방은 여전히 국가의 지원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 많은 재원이 지방에 만들어지고 있지만 국비 의존 구조는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특회계 내 초광역특별계정 신설 및 포괄보조를 확대하고 지특회계 예산 편성 시 지방시대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아가 특별자치도에 자치재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세 과세의 자율성과 국고보조사업 매칭 비율 완화 같은 과감한‘특례’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0%대 저성장 위기에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정책 효과로 소비가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강화되고 있다’며 앞선 2차 추경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경제 전망을 밝게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AI 대전환을 통해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이 시간을 놓친다면 저성장의 늪에 빠져 더 큰 불균형을 초래하고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안팎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국회도 당연히 국민께서 맡긴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예결위가 상설화된 16대 국회 시절인 2001년, 사상 최초로 예산안이 1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25년 동안 국가 예산은 7배가 늘어났다. 그러나 국회에 주어진 심사 기간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출부터 의결까지 단 60일에 불과하다. 심사 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지방의 목소리를 더 듣고 예산안에 잘 녹여 국회도 국민과 약속한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10.29 17:41

[타향에서] ‘통합의 지혜’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넷제로 2050 국제기후포럼

인류는 지금 문명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록적 이상기후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경고 아닌, 오늘 우리 눈앞 현실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 해법 모색을 위해 2022년부터 꾸준히 국제기후포럼을 개최, 지혜를 모았다. 재단은 2022년 아프리카 기후 불평등을 다루었고, 2023년 유럽 선진국의 탄소중립 전략, 2024년 기후테크 기반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전문성·신뢰를 쌓았다. 매년 포럼을 지탱한 큰 동력은 발표자·토론자의 진정성 있는 참여, 뜨거운 질의응답과 활발한 토론으로 좌석을 메운 참석자들, 그리고 전북 도민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였다. 이는 필자의 큰 소회이자 보람이었다. 이들의 열의 없이는 재단의 국제기후포럼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그간 노력을 집대성하여 재단 창립 5주년을 맞아 제4회 국제기후포럼을 개최한다. 「전환의 기로에서: 글로벌 기술, 협력, 정책 이행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부제 아래, 우리는 기존 포럼 한계를 넘어 기후기술(Tech), 정책(Policy), 국제협력(Cooperation), 기업 대응 전략(Corporate Strategy)을 총괄하는 ‘통합형 종합 국제포럼’을 준비했다. 기후위기는 한 분야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합 과제이기에, 모든 요소의 유기적 연동이 필수라는 신념에서 기획됐다. 전 세계 유례없는 다층적·종합적 접근 방식을 시도한다. 오늘 포럼에는 인류 지속가능성 비전을 제시해 온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로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주한 독일·덴마크 대사, 각국의 외교사절, 국내외 정부 관계자, 학계·선도 기업 최고 전문가들을 비롯해 약 800여 명의 참석자가 모인다. 특히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한병도 국회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 등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여하여 포럼의 깊이를 더하고 의견을 리드할 것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선도국 덴마크와 독일의 그린에너지 비전, 한국의 기후테크 활성화 정책,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대응, 국내외 기업 실질적 탄소중립 전략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심층적 논의가 활발히 펼쳐질 것이다. 존경하는 전북 도민 여러분,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특정 전문가 몫이 아니다. 삶의 터전이자 미래 세대 자산인 전북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지역 경제를 만드는 중요한 문제다. 탄소중립 사회 전환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할 잠재력을 갖는다. 오늘 국제포럼에서 논의될 세계 각국의 지혜와 전략은 많은 전북 도민의 깊은 관심과 참여 속에서 전북이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앞으로도 인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통합 해법을 모색하고, 실질적 기후행동 촉진에 앞장설 것이다. 이 길에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는 여러분과 전북 도민들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는 우리 모두가 '전환의 기로'를 성공적으로 헤쳐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부디 이 포럼이 지구를 살리고, 우리 모두의 내일을 밝히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10.29 17:41

[딱따구리] 익산시민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익산 제2혁신도시 논란이 뜨겁다. 도정 공약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공표된 사안이자 전북 균형발전을 위한 상징적인 결단을 두고 정치권 일각이 이를 교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명의 국회의원은 ‘오해다’, ‘그런 말한 적 없다’는 식의 해명을 하거나 일축했다. 하지만 그 워딩이 유권자인 도민, 특히 익산시민에게는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행보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 나란히 도지사 선거 후보군에 올라 있는데다,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도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익산 표심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실제 두 국회의원은 전북 균형발전을 위한 익산 제2혁신도시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익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관심이 깊다’라든지 ‘익산의 발전은 전북의 균형발전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는 식의 입장을 내놨다. 익산 제2혁신도시에 적극적으로 찬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익산 표밭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달래기는 해야 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어정쩡한 태도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이 같은 모습은 전북의 미래를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삼는 그릇된 행태라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인이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봐줄 만큼 익산시민들은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유권자인 그들은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 전북 균형발전의 대의를 정치적 셈법으로 짓밟는 몰상식한 정치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익산시애향본부의 일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옳다.

  • 오피니언
  • 송승욱
  • 2025.10.29 14:20

[사설] 헌혈, 작지만 소중한 생명나눔 활동이다

진부한 얘기같지만 헌혈은 생명을 구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아주 사소한 행동같아도 사실은 생사의 기로에 선 이를 살리는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나눔의 실천이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 전북특별자치도혈액원은 도민 헌혈의 날인 4일을 기념해 10월 한달간 '생명사랑 헌혈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도민 헌혈의 날은 사람들이 자칫 그냥 넘기기 쉬운 헌혈 문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하는 의미가 있다. 과거엔 학교나 군부대, 대기업 등에서 집단적으로 헌혈을 받을 수 있었으나 요즘엔 헌혈 여부를 개인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맡겨 진행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고 한다. 물론 헌혈의 집이나 헌혈 차량에 일부러 찾아와 헌혈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활에 쫒기다 보면 그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혈액원은 적어도 10월 한달간이라도 지속적인 헌혈캠페인을 통해 혈액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요즘 헌혈 인구는 갈수록 감소추세다. 더욱이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 등의 영향으로 전북 혈액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의 혈액 보유량은 지난 27일을 기준으로 총 5.1일분에 달하고 있다. 적정 혈액 보유량인 5.0일분을 간신히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각 혈액형별 보유량을 기준으로 보면 일부 문제가 있는 상태다. B형의 경우 혈액 보유량이 8.0일분으로 여유가 있는 편인데, A형은 3.8일분, O형은 4.5일분, AB형은 4.1일분으로 적정 기준(5.0일분)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015년 12만 8878명이던 도내 헌혈 인구는 매년 꾸준히 감소해 지난 2022년 9만 6964명까지 줄어들었다. 2023년엔 10만 114명, 2024년 10만 4626명으로 일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10년전 헌혈 인구와 비교하면 18.8%나 줄어든 수치다. 한 사람이 100번 헌혈하는 것 보다는 100명이 단 한번씩이라도 헌혈을 몸소 시행하는게 더불어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첩경이다. 그런점에서 도민 누구나 고귀한 희생정신을 발휘해서 적어도 일년에 한번 정도는 몸소 헌혈에 참가하는 미덕을 발휘해 줄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8 18:26

[사설] 지역활성화 펀드, 아이디어 발굴로 승부하라

전북자치도가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를 본격 조성키로 했다. 전북자치도는 27일 전북테크비즈센터에서 14개 시·군과 전북개발공사, (사)지역활성화투자개발원, 한국성장금융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를 활용해 지역 주도 방식의 대규모 융·복합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2024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민간의 역량과 자본을 활용해 지역이 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새로운 투자방식이다. 이미 지난해 충북과 경북(2건), 전남, 충남 등에서 이 사업에 참여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전북자치도도 이 펀드를 활용해 대규모 융·복합 프로젝트를 발굴, 시행했으면 한다. 이를 지역성장의 마중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는 전북자치도 등 지자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다. 정부 재정과 지방소멸대응기금, 산업은행이 각각 1000억 원씩 출자해 총 3000억 원 규모의 모(母)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를 지자체·민간사업자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해 다양한 지역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심사와 위탁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의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 활성화 펀드가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부터 재정투자심사 단축 또는 면제, 규제 완화, 전용 대출·특례보증 지원, 신속한 인·허가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기존 공공사업보다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가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실제로 이 투자펀드를 활용한 대규모 사업이 지난해 5건 선정돼 진행되고 있다. 충북 단양역 복합관광단지, 경북 구미 1국가산단 구조고도화, 전남 여수 묘도 LNG 터미널, 경북 경주 강동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충남 글로벌 홀티 콤플렉스 1단계사업 등이 그것이다. 전북은 지난해 신시야미 관광개발사업을 포함한 3개 사업을 자체 대상사업으로 선정했으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제는 지역을 활성화시킬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느냐 여부다. 나아가 사업의 성공은 지역의 역량을 얼마나 모으고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전북자치도와 관계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8 18:25

[김종표의 모눈노트] 민선 지방자치 30년, 지역의 주인은 누구였나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역주권 실현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자는 취지의 법정 기념일이다. 주민이 지역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는 의미가 더 특별하다.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다. 그동안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선 노력이 이어졌다. 주민주권 강화·실질적 자치권 확대를 골자로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도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주민이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인이 됐을까? 그렇지 않다. 30년이나 흘렀지만 항상 성과보다는 과제가 먼저 부각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참여고, 이는 선거를 통해 실현된다. 그렇다면 전북지역 30년 지방선거 결과는 어땠을까? ‘일당독식 구도’에 흔들림이 없었다. 집행부와 지방의회가 민주당 일색으로 짜여지면서 지방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구도에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입지자들은 유권자의 표심보다 당의 선택을 받는 데 더 몰두했다. 물론 당의 공천 과정에서 주민 여론을 반영하기도 했지만, 역시 민심(民心)보다는 당심(黨心)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회 민주당원이 넘쳐나게 됐다. 경선 후보들의 사활을 건 경쟁 덕분에 주변 연결고리에 얽혀 자기도 모르게 당원이 되기도 했다. 지방선거 입지자와 현역 단체장·지방의원들의 발길은 투표권을 가진 지역주민보다 공천권을 쥔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먼저 향했다. 그렇게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일당 독주체제도 탄탄해졌다. 또 내편·네편을 나누는 대립과 반목의 정치로 국민이 극단적으로 분열되면서 민주당은 지역사회에서 성역이 됐다. 지역사회 정치적 소수 견해와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은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매도돼 설 자리를 잃었다. 우리 속담에 ‘잡아놓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전북의 이런 정치구도, 선거행태가 지역발전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했다. 낚싯대를 펴기도 전에 어망에 들어가 있는 물고기에 밑밥을 주며 신경 쓸 낚시꾼은 없다. 물고기를 더 잡아야 하는 어망의 주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지역에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물밑에서는 이미 선거 레이스가 시작됐다. 지방의원들의 볼썽사나운 줄서기 충성경쟁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정치는 실종되고, 지역 패거리 정치만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낸 유권자들의 책임이 크다. 입지자들이 지역주민보다 정당과 국회의원 눈치보기·줄서기에 매달리는 것도 바로 이런 정치구도 때문이다. 소중한 국민의 권리를 특정 정당에 통째로 맡겨 놓고서 그들의 줄서기, 줄 세우기 행태를 나무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탄핵정국 이후 우리 사회 분열과 대립,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후보자의 자질이나 공약은 흘려버리고 오로지 정당만 보고 선택하는 ‘묻지마 투표’ 양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까 걱정이다. 우리 지역 시장·군수, 지방의원을 사실상 지역주민이 아닌 특정 정당, 지역정치인이 선택하는 비정상적인 선거행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난맥상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지역주민이, 유권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민주주의에 성역은 없다. 주인의식을 갖고 철저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편견을 내려놓고, 다양한 시각과 함께 ‘내가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을 열어두는 자세도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0.28 18:25

[새벽메아리] 이재명 정부의 2026년 통합돌봄 '기대 반, 실망 반'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오는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다. 돌봄이 단순한 복지서비스를 넘어 사회권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 자신의 집과 지역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 시행을 앞둔 지금, 기대만큼의 실질적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 78번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을 내세우며 돌봄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이전 정부가 노인 중심의 돌봄에 머물렀다면, 새 정부는 장애인·퇴원환자·장기요양 재가급여자 등 돌봄 대상을 확대했고, 의료·주거·일상지원까지 포괄하는 서비스를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정부의 의지라기보다 이미 사회적 합의와 법 제정의 결과라는 점에서 과연 실질적 실행력까지 담보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문제는 재정확보와 실행력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26년 전국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777억 원이다. 정부는 서비스 확충에 529억 원, 지자체 전담공무원 인건비 (한시 지원) 164억 원,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 등 기반조성에 31억 원을 투입한다. 대상 지자체도 전국 229개 지자체 중에서 재정자립도 하위 80% 183곳에 국한되며, 지원 규모 또한 1개 시·군당 4~1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대상자별 통합지원계획을 세우고 연결해야 하는 지자체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9급 1호봉 인건비를 반영한 2,400명뿐이다. 전국 3,551개의 읍면동이 있는데 전담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방정부의 ‘자체 책임사업’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는 분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재정과 권한이 뒷받침되지 않은 분권은 책임만 떠안는 구조에 불과하다. 돌봄정책이 지속가능하려면 지방재정 확충, 사무집행과 행정 재량 권한이 보장되는 등 제도적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전북특별자치도와 14개 시군의 의지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전북은 고령화 속도가 전국 평균보다 빠르고, 농산어촌 중심의 생활권 구조로 인해 돌봄 사각지대가 넓게 분포한다. 사회적 입원과 요양시설 의존도가 높고,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북은 이번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의 성과와 정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전북은 ‘돌봄이 곧 지역경제’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돌봄 일자리 창출, 돌봄서비스 제공 인력의 전문화 등 지역 사회의 참여 확대를 통해 돌봄을 새로운 지역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정책이자 전북특별자치도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미래 전략이다. 돌봄은 국민의 기본권이자 우리 사회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래서 공공 돌봄을 강화하고 ‘돌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계획에만 그치지 말고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전북형 통합돌봄의 정착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돌봄국가로 나아가는 길, 그 출발점에 전북이 앞장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10.28 18:24

[오목대] 다시 찾아온 '조용필 신드롬'

지난 추석 연휴, 방송사들의 특집 프로그램 중 1위는 KBS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내보낸 조용필 콘서트 ‘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이었다. KBS가 9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 무료 콘서트를 녹화한 이 날 방송의 전국 시청률은 15.7%. 순간 최고 시청률은 18.2%까지 치솟았다. 조용필은 공연 시간 150분 동안 게스트 한 명 없이 밴드를 이끌며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허공’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등 시대를 뛰어넘는 히트곡을 쉼 없이 쏟아냈다. 일흔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놀라운 가창력으로 열창한 그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젊은 오빠’이고 변함없는 ‘가왕’이었다.# 떠오른 공연이 있다. 지난 8월, SBS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그해 여름, 조용필 in 평양>에 담았던 ‘조용필 평양 공연 2005’다. 이 공연은 SBS가 광복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3~4년 전부터 추진했던, 남북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일정이 여러 차례 변경되거나 번복되는 어려움을 거쳐 겨우 성사된 것이었다. 참관인으로 동행하게 된 그해, 처음 가본 평양과 조용필 공연은 아직도 강렬(?)하다. ‘조용필 평양 2005’가 열린 유경 정주영 체육관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꾸준히 추진해왔던 대북사업의 결실이었다. 공연장은 당초 1만 2,000석을 갖추었지만, 객석 상당 부분을 무대로 활용하면서 7천 석으로 줄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 객석은 완전히 찼다. 공연이 끝난 뒤 '모나리자'로 북한에서도 인기 있던 조용필 공연에 고가 암표가 나돌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공연은 8월 23일 오후 6시 시작됐다. 남쪽에서 간 공연단이나 북쪽의 관중 모두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조용필의 무대는 첨단 영상 장비를 활용한 무대장치와 강렬한 록비트의 음악으로 막을 열었다. 북한 관객들에게 큰 문화적 충격이겠다 싶었지만, 관객들의 경직된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좀체 풀어지지 않는 객석 분위기는 후반에 들어서야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조용필의 노래도 그제야 힘을 찾기 시작했다. ‘홀로 아리랑’은 그날 공연의 절정이었다. 가사를 따라 부르는 관중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관중들이 눈에 띄었다. '정상에 있어도 늘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해온 가왕 조용필에게 북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최고의 경의라 했다. 조용필과 그의 음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왕의 귀환을 알렸던 새 앨범 ‘헬로(Hello)'이후 10여 년 만이다. ‘나를 탈피하고 싶다’는 그의 늘 새로운 도전. 다시 찾아온 ‘조용필 신드롬’이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0.28 18:24

[데스크창]군산항 존립,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롭다

군산항이 토사 매몰 현상으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어 체감하지 못하지만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때 내항의 상황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토사가 매몰될대로 매몰돼 바닥을 드러내 인근 충남 장항과 군산을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간조때 금강하구둑 인근의 갯벌에서는 푸른 풀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종전까지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토사매몰 현상이 '극에 달했구나' 하는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군산항에 조속히 메스를 가하지 않으면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생명이 끝날 지도 모른다는 빨간 경고등이 켜져 있는 셈이다. 금강하구둑 건설이후 이어진 토사 매몰 현상이 마침내 최고치에 이른 모양이다. 장항항∼외항 사이의 경우 금강하구둑 건설전에는 토사가 연간 3.7cm 쌓이는 데 그쳤다. 그러나 현재는 3배인 11.1cm가 매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측과 북측 도류제 사이도 금강하구둑의 건설전 연간 토사가 4cm 쌓였던 것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배인 23.6cm의 토사가 퇴적되는 것으로 군산해수청에 의해 확인됐다. 이렇다보니 군산항의 수심은 개선은 커녕 악화될대로 악화됐다. 군산은 물론 전북 경제의 물류 젖줄이 갈수록 그 생명력을 잃어가면서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위상은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다. 개항 126년의 역사에 걸맞지 않게 전국 물동량의 1.4%만 취급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도내에서 생산되는 수출 물동량의 90%, 수입 물동량의 45%정도를 군산항이 아닌 부산항, 인천항, 평택항, 광양항 등지에서 취급한다는 게 이해가 되는가. 도내 수출입 업체의 5% 미만의 업체만이 군산항을 이용한다는 게 납득이 되는 가. 군산항의 여객선 부두는 물론 1∼7부두까지 매년 준설을 해달라고 아우성이고 토사매몰 현상이 누적되다보니 그 아우성의 빈도도 높아졌다. 선석 준설이 되지 않아 선박의 바닥이 뻘에 얹히고 접안 선박이 밀려나 선박과 하역 근로자들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대형화되는 자동차 선박의 기항 취소와 기피가 낯익은 일상이 돼 버렸다. 1년에 두차례 준설해야 부두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산항의 위상은 전국 14개 국가관리무역항 중 12위로 추락, 초라한 모습이다. 누가 오늘날의 군산항의 낙후를 초래했나. 정부가 군산항의 개발, 관리, 운영의 주체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1970년대부터 부두건설 등 개발에만 집중해 왔지 관리에는 등한시했다. 게다가 전북자치도와 도내 국회의원들조차 정부의 준설의무 해태에 대한 책임 추궁에 무관심하면서 군산항은 항만인들의 신음소리와 함께 매몰 토사에 묻혀가고 있다. 항만 현장에서 끊임없이 요구된 상시 준설체계 구축은 메아리가 없다. 해결책 마련에 관련 공무원들의 부정적인 인식만이 판을 치고 있다. 선거때만 되면 도내 정치인들의 반짝 해결 시늉과 쇼만 있을 뿐이다. 군산항이 '나의 재산' 이라면 오늘날과 같이 방치하고 방관만하겠는가. 군산항에는 폐항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드리워지고 있다. 국제 무역항으로서 군산항의 존립이 바람앞에 촛불처럼 위태롭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5.10.28 18:23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