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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우려에서 극복의 길로

한 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통상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D1, D2 등으로 분류되는 국가부채 중 국제적 지침으로서 통상적으로 국가 간 비교에 쓰이는 국가부채는 D2로, 이는 중앙정부 및 지방·교육 지자체 부채를 의미하는 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에 해당한다. 그런데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2년 말 기준 GDP 대비 D2 비율은 54.6%로, 선진 35개국 중에서 통화 발행에 따른 구조적 채무에서 자유로운 非기축통화국의 지난해 연말 기준 평균인 52.0%보다 높고 2027년에는 57.8%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은 OECD 非기축통화국 17개국 중 우리나라 국가부채 비율 순위가 2020년 9위에서 2026년 3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세 수입, 자산운용 수입 등을 확충하여 세입의 기반을 만드는 한편, 세출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단순한 원리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잠재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는 해가 갈수록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노동생산성의 향상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더라도 생산성이 개선된다면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노동자가 벌어들일 수 있는 재화를 의미하며 GDP를 모든 근로자들의 노동 시간으로 나눈 값에 해당한다. 한국인의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은 2021년 기준 1,915 시간으로 OECD 36개국 중 네 번째로 많으나, 노동 생산성은 41.7달러로 하위권인 27위에 속한다. 1위 아일랜드의 노동생산성(111.8달러)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노동 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어 왔지만 노동생산성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노동생산성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새로운 근로 기준안의 마련과 더불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첨단 산업을 선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기업의 약진 소식은 꽤 고무적이다. 스타트업으로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은 해마다 늘어 2017년 3개에서 2022년에는 22개에 이르렀다.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국가별 최고 혁신상은 한국이 9개사로 미국 (4개사), 독일 (2개사), 일본(2개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공지능(AI), 전기 자동차, 에어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의 최신 경향과 발맞춘 세계적인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세대가 아무런 책임감 없이 미래 세대에게 국가부채를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개선된 노동 환경에 산·학·연이 서로 합심하여 이룬 산업 혁신이 더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우려하고 있는 국가부채 문제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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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2 15:35

고구려와 보덕국, 후백제

고구려는 도읍에 두 개소의 성을 두었다. 고구려 왕은 평상시 평지성에 머물러 있다가 유사시 전쟁이 일어나면 산성으로 이동하여 장기전에 대비하였다. 고구려 두 번째 도읍 지안에서 평지성인 국내성과 산성인 환도산성이 가장 유명하다. 후백제의 도읍 전주도 평지에 왕성과 산봉우리에 산성을 두어 고구려의 도성체제를 그대로 닮았다. 후백제 도성은 반달모양으로 인봉리 추정 왕궁 터만 유일하게 도성 안에 위치한다. 전주 인봉리는 관아가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서쪽을 바라보았다는 구전의 내용도 충족시켰다. 전주 동고산성이 아홉 차례 발굴조사로 후백제 피난성으로 검증되었고, 견훤왕은 통상시 인봉리에 머물다가 비상시 전주 동고산성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수 침령산성은 고대 축성술 전시장이다. 장수군 장계분지 서쪽 산봉우리에 그 터를 잡고 500년 이상 산성이 운영되었다. 금강 최상류에 지역적인 기반을 둔 봉화왕국 반파가야가 산성의 터를 처음 닦고 신라가 4배 이상 확장한 뒤 거점성이자 전략상 요충지로 삼았다. 후백제는 치(雉)와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아 고구려 산성의 성벽을 연상시킨다. 장수 합미산성은 후백제 축성술의 랜드마크이다. 성돌은 방형 혹은 장방형으로 잘 다듬고 그 길이가 상당히 길어 견치석(犬齒石)으로도 불린다. 성벽은 줄을 띄워 줄쌓기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들여쌓기와 품(品)자형 쌓기 방식으로 쌓았다. 성벽이 90% 이상 잘 보존되어 국사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고구려 백암성 못지않게 아주 튼튼하다. 남원 교룡산성은 축성술의 최고봉이다. 아직은 산성의 터를 처음 닦은 주체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성벽의 하단부가 고구려 산성의 성벽처럼 축성술의 압권이다. 모두 두 개소의 집수시설도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잘 쌓아 돌의 마술사를 떠올리게 한다. 전 세계인들이 최고로 인정하는 잉카제국 도읍 쿠스코 로레토 거리의 건축술 못지않다. 고구려의 축성술과 후백제의 도성체제 전달자로 보덕국(報德國)이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다. 고구려 유민들이 익산시 금마면 금마저(金馬渚)에 세운 나라가 보덕국이다. 674년 신라는 고구려 부흥운동을 이끈 안승을 보덕국 왕으로 임명하였고, 684년 보덕국 사람들이 봉기하자 이를 진압하고 남원경 등 남부의 여러 지역에 나누어 이주시켰다. 보덕국 등장 이후 전북에서 축성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익산 오금산성은 달리 보덕성으로 그 축성술이 후백제까지 그대로 계속된다. 순창군 동계면 합미성 등 후백제 산성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주로 향하는 교통의 중심지와 전략상 요충지, 철산지를 방어하기 위한 후백제의 국가전략이 투영되어 있다. 전북 동부는 대규모 철산지로 후백제 국력의 화수분이었다. 장수 명덕리 대적골 제철유적 발굴조사로 그 역사성이 검증되었다. 그러다가 후백제 멸망 5년 뒤 남원경이 남원부로 이름이 바뀌면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그 위상이 낮아졌다. 보덕국 사람들이 전북에 전해준 고구려의 축성술도 후백제 멸망과 함께 그 맥이 끊겼다. 전주 동고산성, 장수 합미산성 등 전북에서 고구려 백암성 성벽을 쏙 빼닮은 산성들은 보덕국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전북과 인연을 맺은 보덕국 사람들이 고구려의 축성술과 도성체제를 전북에 전수(傳授)해 주었고, 후백제가 한층 더 승화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고고학 자료로 보덕국은 고구려와 후백제를 연결시켜준 매개자였다. /곽장근 군산대 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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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2 15:35

전북특별자치도 경쟁하되 협업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은 전북의 입장에서 볼때 기회이자 위기이다. 전북의 활로는 제주, 강원 등과 때로는 경쟁하되 때로는 과감한 협치가 절실하다. 김관영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년 1월 18일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관심과 지원 요청하면서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 연내 통과를 건의했다. 법안 통과는 국회의 몫이기는 하지만 정부여당의 의지가 얼마나 뒷받침되는가 하는게 관건이기에 청와대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난 9일 강원대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김관영 지사는 강원도, 제주도, 세종시 등 특별자치시·도와 전북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한 협력 관계를 공고히 다지는 한편,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올 하반기 관련 법률안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전북으로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김 지사는 특별법 전부개정안 연내 통과와 전북 외국인 인력 관련 특례를 설명하면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이민 등 정부 정책의 시범지역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을 건의했다. 전북∙강원∙제주∙세종 등 4개 특별자치시도는 내달 3일 국회에서 상생협력 협약(MOU)을 체결, 새로운 지방시대 선도를 위한 연대를 다짐한다. 그런데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의 조문 구성과 내용이 거의 동일한 상태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과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은 처음부터 20여개 조문이 지역명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다. 핵심은 232개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법 해석력을 높이고 설득 논리를 얼마나 강화하는가에 달려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이어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을 예고하면서 제주·강원·전북 3개의 특별자치도는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누가 더 특별한가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제주특별법은 481개 법조문으로 4660건의 중앙권한 이양과 특례를 부여받은 반면, 강원특별법은 84개 법조문에 환경·산림·군사·농업 등 4대 핵심규제 해소와 444건의 특례 부여를 추진 중이다. 중앙정부가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3개의 특별자치도가 연합체를 구성할 경우 중앙부처를 설득시킬 수 있으나 수면하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제주, 강원과 협치가 절실하다. 특히 청와대 차원의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어느때보다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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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2 14:25

공군병 지원 자격과 절차는 어떻게 될까요?

공군병은 지원서 접수년도 기준 18세 이상 28세 이하(’23년 기준: 1995. 1. 1. ~ 2005. 12. 31. 출생자)인 사람으로 신체등급 1~4급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1차 선발자에 한하여 신체검사를 받게 되며, 신체검사결과 1~4급 현역병 입영대상 판정을 받으면 공군으로 선발됩니다. 공군병은 일반기술/전문기술병‧전문특기병 등을 모집하며, 지원하여 합격하면 접수월로부터 대략 3~4월 후에 입영하게 됩니다. 공군병을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은 병무청 누리집에서 공군 모집 일정, 지원 가능한 분야 등을 확인 후 병무청 누리집 → 병무민원 → 군지원 → 통합지원서 작성에서 지원서를 작성한 후 접수하면 됩니다. 공군병의 선발절차는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전형으로 구분됩니다. 1차 서류전형의 경우 일반기술병은 자격면허(70점), 출결사항(20점), 가산점(15점), 전문기술병은 자격면허(50점), 전공(40점), 출결사항(10점), 가산점(15점)의 합계가 높은 순으로 선발됩니다. 1차 선발자에 한하여 2차 면접전형을 실시하며, 면접은 지원자의 면접 태도, 표현력, 학교생활, 대인관계역량, 의지정신력 등을 평가받게 됩니다. 공군병 지원자는 1차 합격 발표일부터 면접일까지 응시지구 지방청에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하며, 1차 서류전형 점수와 2차 면접전형 점수를 합산한 후 고득점자순으로 최종 선발됩니다. 최종 선발자에게는 e-mail로 입영통지서가 발송됩니다. 공군병 지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병무청누리집 → 군지원(모병)안내 → 모집안내서비스 → 안내 및 지원절차 → 공군’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더 궁금한 내용이 있는 경우 전북지방병무청 현역입영과 현역모집계(☏ 063-281-3255)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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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6.12 09:31

길 잃은 전주 자전거도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브라질 쿠리치바, 덴마크 코펜하겐 등 세계 유수의 환경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잘 정비된 대중교통시스템과 자전거 전용도로다. 국내에서도 ‘자전거 도시’를 지향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북 상주를 비롯해 서울과 대전‧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주시도 민선 6‧7기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기치로 내걸고 자전거 도시 경쟁에 합류했다. 2017년에는 자전거정책과를 신설해 정책적 의지를 보였다. 또 공영자전거 ‘꽃싱이’는 2013년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우수 도시로 선정돼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처럼 거침없이 페달을 밟던 전주시가 최근 갈 길을 잃고 멈춰섰다. 백제도로 자전거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구간의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한다는 사업 방향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전주시는 백제대로 11km 구간에 올 연말까지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기로 하고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지난해 7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최근 차선 축소에 따른 교통혼잡과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전주시가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달 공사를 전격 중단해 논란을 키웠다. 시는 다양한 시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16일과 26일 주민들과 만난다. 환경단체에서는 ‘자전거도로 전면 백지화 수순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단체의 우려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민선 8기 들어 전주시 도시정책 기조가 재생에서 개발로 바뀌었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자전거정책과가 자전거팀으로 축소됐다. 또 전주시는 시민 민원을 내세워 자전거 전용차로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창 진행 중인 사업의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시민 반발이 거셌던 것도 아니다. 차도 및 보도와 완벽하게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전주도 그렇다. 기린대로 등 간선도로에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도로가 혼재해 있다. 보도에 조성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와 차도를 이용한 ‘자전거 전용차로’가 어지럽게 연결돼 이용자들은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어야 한다. 무늬만 자전거도로인 구간도 적지 않다. 전주시는 당초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 방향을 논의하면서 ‘자전거 전용차로’를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보도는 보행자에게 돌려주고 자전거는 차도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불편함이 환경을 살린다’고 했다. 약간의 불편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장의 편리만을 추구한다면 지구촌이 당면한 기후위기, 환경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자전거도로 백지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기존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서 차(車)로 분류된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차로 하나를 양보하는 게 그렇게 불편하고, 어려운 일일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6.12 07:38

내년 총선이 기대되는 이유

도민들은 고시3관왕인 젊은 김관영 지사가 취임해 전북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군산에서 국회의원을 두번하면서 정치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중앙정치 무대에서 인적네트워크가 탄탄해 여야를 넘나들며 멀티플레이를 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영향력이 미미한 탓에 김 지사가 혼자서 개인역량으로 윤석열정권을 상대로 전북몫을 가져오려고 전력투구 한다. 지난 대선 때 국힘 윤석열 후보가 전북에서 14.4%를 얻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전북에 그 만큼만 국가예산을 배분한다. 김 지사가 기재부 등 각 부처를 찾아 다니면서 낙후도와 균형발전논리를 들먹이며 설득작업을 벌여도 잘 안되는 이유가 바로 대선 때 전북인들이 표를 적게 줬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득표율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가예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전북이 힘들다. 진보 정권때가 전북 한테 춘삼월 호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유능한 국회의원이 없어 전북몫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익산식품클러스터 인입철도 구축과 전주∼김천간 동서횡단철도 구축사업이었다. 이 사업들은 SOC구축사업이라서 조금만 논리를 잘 개발했더라면 충분히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할 수가 있었는데 그걸 못했다. 특히 광주와 대구가 정치적으로 달빛동맹을 맺어 광주∼대구간 철도구축사업을 지역숙원사업으로 추진 한 게 전북 한테는 악재였다. 지금 김지사가 새만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유치하려고 백방으로 뛰는 것은 지지부진했던 새만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세계적인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러를 유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표를 갖고 지난 1일 국회에서 범도민유치결의대회를 가졌는데 유독 안호영 김윤덕 두 의원이 불참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정읍이 시댁인 정의당 심상정의원까지도 합세해 모처럼만에 전북의 목소리를 중앙에 울려 퍼지게 했는데 일부 참가자 중에는 두 의원 불참에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당선될 때는 원팀으로 똘똘 뭉쳐 국가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수없이 다짐 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에는 모든 게 공염불로 끝나간 것 같다. 그래서 김 지사가 정치권과 쌍끌이로 전북몫을 챙기지 못한채 개인 역량으로 홀로 뛰고 있다. 그런 배경에는 굴러온 돌이 박힌돌을 빼낸 것 같은 묘한 구도가 만들어져 더 협력이 안된다. 그렇지만 김 지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성과로 도민들에게 보답한다는 뜻에서 동분서주한다. 상당수 도민들은 김 지사가 처한 정치적 구도가 불리해도 이를 충분하게 극복할 역량이 있다고 판단,그에 대한 지지를 보낸다. 처음에는 인사상 잡음이 들렸지만 최근 이남호 전 전북대총장을 전북연구원장으로 내정하면서 지역발전에 기대감이 커졌다. 문제는 김 지사가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전북발전에 도움될 특례를 많이 발굴,법안을 통과시키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특히 김관영 도정도 내년 총선 결과에 성패가 달려 있다. 도민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남아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6.11 19:17

이차전지 등 글로컬특성화고 성공시켜야

전북교육청이 이차전지 등 테마형 전북글로컬특성화고 육성에 나섰다. 기존의 특성화고를 재구조화해 신입생을 모집키로 한 것이다. 특히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둘러싸고 전국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가 현안 중 하나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개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를 실시 중이다. 이들 분야는 21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꼽히는 핵심 소재다. 이중 전북은 새만금지역에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에 나섰다. 이 공모에는 울산, 포항, 오창 등 5곳이 도전했으며 7월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지난 1일 국회의원과 전북애향본부, 재경전북도민회 등 30개 단체 1500명이 국회의원회관에 모여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500만 전북인 결의대회’를 가졌다. 또 전북시군의장협의회, 전북지역 대학생 등의 결의대회도 잇따랐다. 전북이 역량을 총결집해 유치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인 것이다. 이와 함께 새만금에는 이차전지 업체의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열망 못지않게 중요한 게 기술개발을 위한 인력 확보다. 2027년까지 이차전지 분야에서 1만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쟁 지자체들은 앞다퉈 인력양성 방안을 내놓고 있다. 포항의 경우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이 포스텍, 한동대, 포항대와 손잡고 학과 개설에 나섰으며 이미 석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이스터고인 포철공고와 흥해공고 등 고교에는 전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차전지 과목을 개설했다. 도내 대학들도 이차전지 관련 학과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전북교육청이 특성화고 24개교를 전북글로컬특성화고로 운영키로 한 것이다. 전북글로컬특성화고는 이차전지, 스마트팩토리, AI모빌리티 등 미래 유망산업 및 신기술 융합 분야를 시·군 특화산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북교육청은 일단 신산업·신기술 융합형은 2개교, 지역 전략산업 맞춤형 2개교, 일반고 위탁교육형은 1개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은 예산 확보와 함께 지역 최대의 현안인 이차전지를 비롯한 미래산업 인재 육성에 앞장섰으면 한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우수 인재 양성에 차질을 빚지 않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11 19:15

‘청렴 1번지, 장수군’ 실현을 위해

군민들은 흔히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월급만을 바라보며 표리부동, 무사안일의 자세로 소극적인 행정을 한다고 바라본다. 그렇기에 공직자들에게 더욱 강조하는 것이 바로 ‘청렴’인데, 장수군 공직 내부에서는 이러한 군민들의 요구에 맞춰 ‘청렴해야 공정해지고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고 여기며 청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강하게 불고 있다. 다산 정약용도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本務)이며, 모든 선의 근원이요,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은 자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청렴이 지니는 본질적 가치나 중요성은 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청렴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렴이 왜 중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조직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특히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공직자들에게 바라는 청렴의 덕목이 다양해지고 있어 청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가치관도 많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공직자가 재물을 탐하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을 청렴이라고 여겼다면, 지금은 불친절한 태도, 업무태만, 소극적인 행정까지도 청렴하지 않은 자세라고 여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민원을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장수군의 청렴도는 어떨까. 사실 장수군의 청렴도는 타 시·군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조직 내·외부 청렴도 평가에서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며 군민들에게서도, 내부 공직자들에게서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장수군은 민선 8기 시작부터 ‘적극행정, 혁신행정을 바탕으로 한 위민행정 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공직자들이 기존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행정을 실천해줄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청렴한 공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반부패 청렴 정책을 추진하며 청렴도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장수군은 반부패 추진체계 마련을 위해 지난 3월 장수군수를 중심으로 한 청렴 협의체를 구성했다. 또한 고위직·신규공무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청렴교육, 청렴골든벨, 청렴인센티브 제도 운영 등 다양함 청렴 시책을 수립 추진하며 청렴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장수군은 변화하는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해 소극행정 및 업무착오 방지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하반기 연 2회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발 제도를 운영하며 소극행정을 근절하고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청렴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기, 부당한 이익 취하지 않기, 복무기강 확립 및 행동강령 이행 등 청렴을 실천하기 위한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돼야 한다. 군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렴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장수군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한발 앞선 적극적 청렴을 실천해나갈 것이며, ‘청렴’의 가치가 바래지 않도록 늘 갈고 닦으며 그 책무를 다할 것이다. /최훈식 장수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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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1 19:14

붐비는 땅굴, 썰렁한 남북출입사무소

“오메~땅굴은 곰이 팠는데 돈은 왕서방이 벌어가네….” 마치 침입 훈련하듯 제3땅굴로 밀쳐 들어온 한 관광객의 우스갯소리다. 지난 5월 말 '2030 청년세대 통일전망대 및 DMZ평화의 길 시찰'에 다녀왔다. 한때는 살벌한 반공교육의 현장이 이렇게 살뜰한 관광명소가 될 줄 몰랐다. 이 행사는 남북경색 장기화로 실질적인 교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년의 인식개선 일환으로 전북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서 추진했다. 서부전선 DMZ 도라전망대에 올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시 훼손된 검은색 개성공단 지원센터를 보았다. 한창 공단이 가동될 때만 해도 통일이 손에 잡힐 듯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현대아산과 여러 중소기업으로 조성된 공업단지였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이 추진되었고, 2005년에 업체들이 입주했다. 우리 전북에서도 7개 업체가 북한 땅을 밟았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 발사를 빌미로 박근혜 정부에 의해 전면 중단되었다. “개성공단은 평화가 경제번영을 담보하고, 경제번영이 평화를 더욱 굳건히 하는 국민과 민족 행복의 창입니다. 조속히 재개하여 새로운 평화와 통일의 대장정에 나서야 합니다.” 청와대 NSC 전략기획실 행정관을 역임한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은 눈물을 머금으며 역설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변죽만 울렸지 남북관계를 오히려 악화시킨 점이다." 동행한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대표의 통탄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진보세력도 이럴진대 윤석열 정부 같은 극보수 정부에게 남북관계 회복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남북교류와 한반도의 평화는 포기해서는 안되는 당면한 숙제다. 한반도의 전쟁 리스크는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MF가 작년 7월부터 네 차례 연속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었다. 이처럼 남북문제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문제다. 북한에게 퍼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무역흑자와 국내 투자를 늘리는 상수이자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과 교역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다. “오메~ 평양에 갈 때만 해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평양과 금강산을 두 번 다녀왔다던 김정수 도의원의 한숨이다. 땅굴은 붐비는 데 남북출입사무소는 썰렁했다. 사돈이 땅 사면 배 아프고, 논두렁 이웃이 의좋지 않은 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우방인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북한의 동맹인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권고하지 않는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냉엄한 국제 질서다. 어찌해야 하는가. 우는 아이 젖 주는 법이다. 분단 40년 만에 독일이 통일을 이루어 낸 건 ‘동방정책’으로 민족의 통일을 이끌어낸 빌 브란트 수상을 비롯한 좌우 세력의 일관된 통일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학우들이 취업 전선에서 싸우느라 통일 같은 거대 담론을 생각하고 공유할 여지가 없습니다." 전북대학교 김준기 학생의 토로다. 통일에 무관심한 청년세대를 탓하기 전에 독일처럼 분단은 분단 세대들이 해결했어야 했다. 만고불변의 결자해지 법칙이다. 더 이상의 방치는 미래 세대에 대한 배임죄가 아닐 수 없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극기와 인민기는 분단의 이념을 비웃는 듯 같은 방향으로 펄럭였다.. /염영선 전라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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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1 19:14

혜윰포럼의 추억

필자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퇴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간 기관장에게 부여된 많은 권한과 책무 가운데 가장 유익했던 것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대덕혜윰포럼’과 ‘혜윰나잇’을 들고 싶다. 포럼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소재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과 대학 및 대전시 유관기관 수장들의 협의체인 대덕연구개발특구 기관장협의회(이하 연기협)에서 2021년 과학의 날을 맞아 김장성 회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의 주도로 힘차게 출범한 인문학 학습의 장이다. ‘혜윰’은 생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대덕의 미래를 생각하는 포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 플라자에서 매달 세 번째 수요일 오전 7시부터 열리는 포럼에는 보통 30여 명의 회원이 모인다. 강연 후 으레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끝나자마자 준비한 샌드위치를 챙겨들고 서둘러 근무지에 도착해도 지각하기 일쑤다. 진행과 강연자 섭외는 중앙일보 기자를 역임하고 대덕넷(대전에 기반을 둔 과학기술 전문 온라인 언론매체)을 설립·운영하는 등 수십 년간 언론 분야에 종사하며 폭넓은 인적네트워크를 축적한 행정학도 이석봉 현 대전 경제·과학부시장이 맡았다. 그동안 연구단지 및 지역의 이슈 관련 분야의 저명 벤처기업인, 인문·사회학 전문가 등이 초청되었는데 한 번도 실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강의료 등의 경비는 현재 69개에 이르는 회원기관이 규모에 따라 십시일반으로 납부한 연회비로 충당한다. 포럼은 변화무쌍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도 특정 학문분야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 진단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인간배아 복제를 둘러싼 윤리적 고민이나 영화 ‘매트릭스’ 등에 등장하는 AI에 대한 공포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시각이 왜 함께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본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여 그간 동반자로 큰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생했던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20세기에 이르러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축적된 지식의 양이 많아지면서 그 영역과 경계가 뚜렷해졌다. ‘자연과학의 언어’인 수학은 철학의 논리학에서 출발하여 경영회계학, 수리경제학, 삼단논법에 근거하여 법리를 추론하는 법학 등 거의 모든 인문·사회학 분야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기준만으로 이과와 문과로의 진출을 결정한 후, 서로 경계의 눈초리를 번득여온 게 현실이다. 뉴턴은 스스로 철학자라 칭했고 대문호 괴테는 과학자로 평가받기를 소망했던 사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VUCA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서 과학기술과 인문학 간의 융합이 불가피한 것이다. 혜윰나잇(night)은 회원기관 간의 협력과 융합 활성화를 위한 교류 모임이다. 일상의 업무에서 벗어나 함께 미술이나 음악 감상 또는 운동경기를 관람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서로 간의 교감의 폭을 넓힌다. 만남은 우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라는 말처럼 꾸준한 학습과 소통, 신뢰를 바탕으로 단단해진 조직만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동의 가치를 이루기 위한 힘든 일들을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전북특별자치도가 지역전략기술을 확정하고 도민화합의 난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혜윰포럼’처럼 혁신주체의 순수한 열정들이 만나 서로 배우고 소통하는 학습의 장이 마련되길 소망해본다. 홀로 설 수 없을 때는 기대고 함께 서면서 균형이 오롯해지는 법이다. /신형식 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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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1 19:14

토종콩 지켜온 향토기업 살리기에 관심을

전주에서 20년 넘게 오로지 국산 토종콩으로만 두부‧청국장 등 콩식품을 만들어온 향토기업 ‘함씨네 토종콩식품’이 부도위기에 몰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전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온 식당의 적자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자금난이 기업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전북도가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수도’를 기치로 내걸고 농생명‧식품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의 위기가 더 안타깝다. 실제 전북도는 올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꼽히는 푸드테크산업 육성 방침을 밝히고, 농생명 식품분야 대표기업 지원사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국산 토종콩 식품 연구‧개발에 힘써온 ‘함씨네 토종콩식품’은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른 이름난 기업이다. 해독력과 약성이 뛰어나 ‘약콩’이라 불리는 토종 ‘쥐눈이콩(서목태)’을 발굴해 식품화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새로운 가공 방식을 개발해 특허도 받았다. 함정희 대표는 우리 콩 식품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늦깎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동탑산업훈장을 비롯해 대통령상·장관 표창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지난 2019년에는 한국노벨재단으로부터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가격이 수입콩의 무려 10배에 달해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우리 콩을 지키려는 열정과 고집으로 숱한 역경을 이겨냈다. 좋은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다시 경영위기를 맞아 공장까지 경매로 잃은 함 대표는 현 공장을 임대해서라도 우리콩 살리기 사업을 이어가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나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업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국산콩 알리기에 몰두한 토종콩 지킴이 함 대표를 응원해온 지역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결성한 것이다. 뚝심있는 향토기업을 살리기 위해 나선 시민모임의 활동에 지역사회의 관심과 동참‧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함씨네 토종콩식품은 전주와 전북의 정체성, 그리고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농생명‧식품산업)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이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등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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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1 07:53

[금요수필]가을, 그 곁에 앉아

창문을 열어보니 어느새 소슬한 가을바람이 인다. 그러고 보니 가을이다. 떨어진 낙엽 주워 그 위에 애틋한 한 줄 써넣어 강물에 띄워 보내놓고 강바람 따라 엽서 한 장 날아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풍요로운 가을에만 꿈꿀 수 있는 감미로운 낭만이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이 아침이 그지없이 반갑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이다. 여름 날, 마을마다 골목마다 가득 채웠던 매미의 울음소리도 새삼스레 그리워지고 마당 옆 닭 벼슬 닮은 맨드라미꽃 조차 향기로 불러내는 여름이었기에 가을이 더욱 더 반가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맨드라미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느덧 예닐곱 살 소녀로 돌아가 마당에 서있다. 그러나 늘 그러하듯 이 맘때 쯤이면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성급한 마음에 빠져드는데 이상하게도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가 떠오르는 날이면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밤을 새웠다. 나 어릴 적 철이 들 때까지, 집안 어른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셨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나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다지 외롭지 많게 성장할 수 있어 외로움도 불편함도 느끼질 못했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진학할 무렵 어느날, 어머니는 나를 앉혀놓고 마치 죄인처럼 참회하듯 내 손을 꼭 잡고 '아버지는 군인장교이셨는데 내가 3살이 되던 해에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시며 목 놓아 우셨다. 그리고 '행여 아버지 없다고 주눅이 들까 봐' 그 동안 숨겼다는 한 맺힌 고백에 나는 어머니를 껴안고 슬피 울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며 달무리 지는 밤이면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 뒤부터 아버지의 유택이 모셔진 고향 남쪽 땅끝 마을로 가는 일은 어느 덧 가을 연중행사가 되었다. 아버지를 뵈러갈 때는 기차를 타기도하고, 버스를 타기도 했는데 산 중턱에 계신 아버지를 뵙고 오면 비실한 나는 몸살을 앓아 누운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내 삶이 허허로울 때면 아버지 생각에 먼 길을 마다않고 아버지를 찾아 나서곤 한다. 어디 이뿐이랴, 한 때는 종이학을 천 개를 접어 보기도 했고 주소 없는 편지를 써보기도 하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던 시절도 있었다. 아버지는 젊은 날 꽃송이 같은 아내와 겨우 세 살 된 꽃봉오리 같은 간난 딸을 두고 어찌 눈을 감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가끔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 때마다 동화가 되고 눈물이 되고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어느덧 세월 흘러 세 살 된 애송이가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었건만 아직도 철부지 아이처럼 막연히 아버지가 그리워지면 눈물을 봇물 터진 듯 쏟아내곤 한다. 이렇게 한동안 울고 나면 가슴속에서 꺼내지 못한 사랑 탓일까? 마치 불어왔다가 원을 그리며 빠져나가는 회오리바람처럼 허망의 노래는 되풀이 되곤 한다. 살다가 힘들 때마다 일기장에 몇 줄씩 쓴 진솔한 나의 삶의 고백은 조금이나마 나의 위로가 아니었나 싶다. 눈물도 지나치면 병(病)이 되고 사랑도 지나치면 독(毒)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병이나 독이 아닌 위로가 되어 아버지가 못다하고 가신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 보련다. 그렇다. 늘 그러듯이 올해도 내 삶이 가을 곁에 앉아만 있어도 성숙해질 것만 같은 두근거림이 나를 일으켜 세울 것만 같은데 매년 이렇게 허허로이 속아 넘어간다. 그래도 때로는 바보처럼 내가 그 곁에 머물고 싶지만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눈물도 지나치면 눈물이 아닌 것을'이라는 정호승의 시(詩)처럼 앞으로는 예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그리움이 문을 열면 굳게 닫아 놓았던 마음의 빗장도 열린다지 않던가? 오늘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자꾸만 박동 치며 온 하늘로 번져가는 보고픔의 날개는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다. △이종순 수필가는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 신인상 부문에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현재 '전주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 및 원장으로 근무하며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와 호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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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8 17:58

교육감의 열정과 냉정

며칠 전 신문에서 장학사(교육전문직)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 경쟁률이 2017년 이후 최저치 수준이라며 여기에는 지금 교단이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이 함축돼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젊은 교사들 퇴직과 고참의 거센 명퇴 바람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 학생 학부모와의 지속적 갈등이 주로 꼽혀 왔다. 그런데 이번 배경 중 서거석 교육감 취임 이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포함돼 주목 받았다. 지난 3월 도의회 질의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지긴 했으나 그 때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헌데 취임 1년을 앞두고 같은 사안이 반복적으로 이슈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곳이 교육계다. 취학 아동이 부족해 학교가 줄줄이 문을 닫고 그 여파가 교사들 업무에도 적잖은 부담을 준 건 사실이다. 갈수록 교단이 좁아지면서 선생님 위상과 교육 환경은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교장·교감의 승진 코스로 여겨진 장학사에 대한 선호도는 꽤 높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교권 추락 문제가 사회 여론으로 비화되자 전문직에 대한 기류 변화도 서서히 감지됐다. 그렇다고 해도 교육감의 업무 스타일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건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권력 교체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둘러싼 파열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서 교육감 당선은 교육 정상화를 염원한 유권자 뜻이 담겼다. 전임자가 12년을 장기 집권한 데다 극단적 성향의 교육 행정을 주도함에 따라 일선 현장의 혼란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진영 논리와 편향 교육을 뛰어넘는 미래형 인재 교육 복원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취임하자 이런 기조를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과거 뒤틀린 것을 바로잡는데 그에 따른 충격파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직원들도 적응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쌓여왔다. 그러나 교육감을 둘러싼 반대 세력의 집요한 공격이 계속되면서 개혁 작업 또한 제때 속도를 못내는 형국이다. 단적인 예로 전교조가 지난 7일부터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교육청사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시위도 벌여왔다. 그런 가운데 간간이 교육청에서 흘러나온 얘기 중 교육감의 ‘만기 친람형’ 스타일이 회자됐다.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탓에 참모들 결재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급기야는 도의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직원 ‘워라밸’을 거론하며 불합리한 사례를 통해 교육감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물론 꼼꼼한 업무 처리가 트집 잡힐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업무 효율성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교육 철학을 공유하고 그에 따른 개혁 과제의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일이 먼저다. 이를 통해 참모를 포함한 직원들과의 호흡을 맞춤에 따라 새로운 추진 동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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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6.08 17:32

나는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앵두나무에 박새 몇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앉고, 불두화는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오늘 아침 앵두나무 가지에 매달린 앵두는 붉게 익어가는 중이다. 새벽에 어린 고양이는 내 품에 안겨 아기처럼 가르랑거린다. 어린 고양이의 털에 코를 묻고 있으면 기분 좋은 햇빛 냄새가 난다. 나는 날마다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날씨 속에서 산다. 해가 떴다 지고, 어둠 속에서 달은 야위었다가 차오르기를 반복하고, 어린 고양이는 반드시 성체 고양이로 자라나는 그런 합법칙의 세계에서! 남해 물결은 섬과 섬 사이에서 잠잠하고, 항구마다 정박한 배들은 묶여 있다. 동해에는 돌고래와 귀신고래들이 새끼를 데리고 떼 지어 유영을 한다. 먼 데서 달려온 파도는 해변에 포말을 남기며 사라지고, 깨끗한 하늘엔 적멸보궁 같은 흰구름이 피어오르는데, 꿀벌들은 지상에서 날개를 붕붕거리며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고, 복숭아나무 가지에서는 열매들이 최선을 다해 여문다. 지난가을 어머니가 담근 고추장에는 순한 단맛이 들고, 장을 가득 채운 항아리들은 반짝거린다. 간밤엔 별똥별 몇 개가 동에서 서로 횡선을 그으며 흘러가고, 올해 처음 목격한 반딧불이의 군무는 신기했다. 실내 등을 다 끄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초록빛 인광을 반짝이며 떠다니는 반딧불이를 자정 너머까지 보다 잠들었다. 새벽에 깨어나 책상머리에 앉아 몇 년 째 쓰던 책의 마지막 줄을 쓰고 마침표를 찍었다. 나를 누르던 압박감은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낙관은 이스트를 낳은 빵처럼 부푼다. 오늘 아침은 혈압은 높지도 낮지도 않고, 당뇨 수치는 정상이다. 연체료가 붙은 미납 세금고지서가 날아온 적은 없고, 두루마리 휴지도 몇 달은 쓸 만큼 넉넉하며, 오늘 외출할 때 신고 나갈 구두는 새 구두다. 주방에서는 딸아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텃밭에서 딴 토마토를 믹서기에 갈아 주스를 만드는 중이다.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한때 노름에 빠진 적이 있다. 외적 우연에 판돈을 걸지만 내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푼돈을 털리고 분노와 허탈감을 안고 귀가하곤 했다. 시 한 줄 쓰지 못한 채 노름으로 허송세월하는 나 스스로가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튿날 역으로 나가 기차를 타고 예정에 없던 여행을 떠났다. 일제 강점기 때 지은 건물들이 유적처럼 남은 남쪽의 항구도시였다. 그 도시에 지인은 없었다. 나는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어느 날 숙박업소에 들어 불을 끄고 잠 들려는 순간 옆방에서 라디오라도 틀었을까, 빌리 조엘(Billy Joel)이 부르는 'The River of Drems'이라는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왔다.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노래를 듣다가, 아, 참 좋다, 라고 나는 감탄했다. 빌리 조엘은 밤중에 강가를 서성이며, 나는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라고 노래했다. 나 역시 낯선 고장에서 무얼 찾아 헤매는 것일까. 무언가가 내 생의 한 찰나를 흔들고 지나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한 목소리가 내게 물음을 던지고, 나는 정직하게 대답을 했다. 이튿날 아침 나는 낯선 여관에서 나와 항구의 한 식당에서 조반을 먹고 돌아왔다. 내가 찾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인생의 진실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 막막하던 시절에서 서른 해 쯤 흘렀다. 그리고 이 여름 아침에 나는 다시 빌리 조엘의 노래를 듣는다. 빌리 조엘은 여전히 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라고 노래한다. 나는 찾으려던 인생의 진실을 찾았을까? 나는 젊음을 탕진하고 속절없이 나이를 먹으며 늙어간다. 세면대에서 물을 쓴 뒤에는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밤하늘을 가린 지붕 아래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나는 더 이상 사랑의 번뇌에 빠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직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인생의 진실은 무엇인지를 잘 모른 채 살아간다. 고작 이 여름날에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에 몇 마디 할 수 있을 뿐이다. 저녁답 마당귀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작약꽃, 무릎에 올라와 가르랑거리는 어린 고양이, 다리미 열기가 남은 면 셔츠의 감촉, 얼음덩이 몇 개를 띄운 토마토주스, 그리고 빌리 조엘의 노래! 서른 해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왜 빌리 조엘의 노래를 들으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걸까.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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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8 15:35

직장인 아닌 직업인으로 살기

며칠 전 나는 대학교 학과 후배들을 만났다.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는데, 졸업 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그동안에 쌓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재학생들에게 공유해주는 특강 같은 것이었다. 사실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둔 입장이라 부담스러웠지만, 후배들에게 이것도 하나의 경험(?)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뻔뻔스럽게’ 요청을 받아드렸다. 후배들이니,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세상’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의실에는 스무명 정도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고, 후배들이 꽤나 재미있게 들어주어 다행이었다. 여전히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관, 자격증 따위 없는 문화기획자로서의 직업 또는 직장인에 대해 설명하기란 10년 가까이 현장을 뛴 나 또한 쉽지 않았다. 예상대로 후배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과 어떤 종류의 대외활동을 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물어왔다. 순간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럴싸하게 포장을 해서 말해줄까? 하지만 나는 기왕에 한 걸음, 문화기획자의 현실세상을 이야기해주러 온 김에 ‘현타’가 될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직장 말고 직업’을 갖기. 이것이 결국은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자격증이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지만, 학과의 특성상, 문화기획, 기획자라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경험’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내 이야기를 풀어놨고, 특히 기획자는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하나는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차곡차곡 쌓이면 직장을 잃어도 ‘직업’은 남는 경험의 가치를 나누고 싶었다. 말미에 한 친구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본인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전공 이외에도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이것이 시간낭비가 아닐지, 나중에 취업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떤 직장 하나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그 외의 경험들은 정말로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십대 초반 대학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자유롭게 실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기이다. 이때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기도 한다. 작은 시행착오조차 큰 실수가 될까 염려하는 모습에서 그 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던 내가 떠올랐다.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이 친구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담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직장마다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요구하는 자격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시대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한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는 직업인을 찾는 직장은 꼭 있다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정년의 나이가 무색하고 수명은 길어졌다. 나의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결정권을 위탁하지 않고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토대로 경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형태로서 기준도 결과값도 스스로에게 거짓이나 꾸밈없이 당당하게. 직장은 우리가 그만두면 잃게 되지만 직업은 내가 그만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장보람 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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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8 15:35

사회복무요원입니다. 질병으로 외근근무가 어려운 상태인데 복무 분야나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을까요?

복무기간 중 질병이나 심신장애의 발생 또는 악화로 인하여 복무하고 있는 기관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 진단서를 따로 첨부하여 복무기관 재지정원서를 복무기관장에게 제출할 수 있으며, 복무기관장은 해당 여부를 확인하여 지방병무청에 통보하고, 지방병무청장은 재지정 대상자로 인정될 경우 복무기관을 재지정하여 복무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복무하고 있는 기관에 2개 이상의 복무분야가 있어 자체조정이 가능할 경우에는 지방병무청으로 복무기관 재지정 요청을 하지 아니하고 해당 기관 내에서 자체적으로 복무 분야를 변경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본인의 출원에 의해 다시 재신체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신체검사 실시 결과 신체등급이 5급 또는 6급인 경우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이 해제됩니다. 따라서 질병으로 재신체검사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병역복무변경·면제신청서에 병무청 지정병원에서 발행한 병무용 진단서 - 수술을 받았거나, 1개월 이상 입원치료한 경우,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치료(*동일한 의사에게 치료받은 경우 포함) 한 경우에는 지정병원이 아닌 일반병원도 가능 - 를 첨부하여 복무기관장에게 제출하되,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는 소속기관의 장을 거치지 않고 지방병무청장에게 제출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병무청으로 재신체검사를 신청한 경우, 지방병무청장은 소속기관의 장에게 병역처분변경원의 접수 사실과 처리결과를 통보하여야 합니다. 병무청 누리집(www.nma.go.kr)→병역이행안내→복무제도→사회복무요원→사회복무요원안내에서 찾아보시면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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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8 15:34

‘아이 키우기 좋은 전북’ 육아환경 개선 힘써야

인구절벽 시대, ‘저출산 극복’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인구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정부도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을 내놓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다시 한 번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정부의 정책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양육 부담을 완화해 결혼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된 농촌지역의 경우 열악한 육아환경이 젊은층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면서 지역소멸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 부족한 일자리도 문제다.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아이 키우는 가정이 크게 줄고 있다. 전북도를 비롯해 전주·익산 등 도내 각 지자체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육아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 전북도와 전주시·익산시·고창군 등이 지역사회 육아지원 거점기관으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목표와 한참이나 거리가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아동인구 비율은 호남권 최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전북지역 만 18세 미만 아동인구는 25만 명으로, 6년 전(2015년)에 비해 6만 9000여 명 감소했다. 또 전북지역 상시근로자 부모의 육아휴직률도 8.5%로 호남권에서 제일 낮았다. 출산율 높이기는 육아환경 개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청년층이 출산을 꺼리는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아이를 키우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서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청년층이 떠나는 전북에서는 우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된 일자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 공공어린이집 확충 등 영유아 보육 및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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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08 12:43

세계잼버리 안전대책 즉각 국비 투입을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오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 예정인 가운데 안전대책이 최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결론은 눈앞에 다가온 잼버리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국비를 즉각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고 2023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사실 코로나19 이후 열리는 첫 대규모 국제 청소년 축제다. 잘만하면 전 세계 청소년에게 전북의 문화를 알리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호기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새만금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 또한 높다. 하지만 언론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안전대책, 특히 한여름 장마 대책이 미흡하다는 거다. 전북도의회가 지난 7일 열린 제401회 정례회에서 ’국제행사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안전대책 관련 국비예산 투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침수 예방시설 등은 전북도가 부담하는 기반시설 외적인 사항인데, 국가 차원의 행사로 추진되는 만큼 시급히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 침수나 폭염 피해 예방 등 안전대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집중 호우 때 배수지연으로 인한 침수 우려다. 무려 152개국 4만2000여명이 참가 예정인 행사가 침수 등으로 인해 얼룩진다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3대 축제로도 불리는 행사가 안전대책에 구멍이 뚫린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잼버리가 개최되는 8월은 장마와 폭염 등이 예상되기에 조직위는 총 7.4㎞ 길이의 덩굴터널과 안개분사시설, 폭염대피소 7곳을 설치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대비해 배수장치를 설치하고, 5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구호소 341곳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가 부족하다. 지난달 부안 현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 배수시설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개·폐영식과 케이팝(K-POP) 콘서트 등 많은 청소년이 한꺼번에 몰리는 행사에 대비한 철저한 인파 관리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만큼 조속히 국비 투입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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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08 11:28

보훈병원, 전북에도 설립해야 한다

전북지역 국가유공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훈병원이 없어, 도내에도 이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하는 등 위상이 높아진 만큼 보훈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설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정부를 설득해 빠른 시일내 전북보훈병원 설립을 성사시켰으면 한다. 도내 국가유공자(유족포함)는 독립유공자, 전몰·순직·전상·공상군경, 무공·보국수훈자, 재일학도의용군인 및 4·19혁명 관련 유공자, 6·25 및 월남전 참전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 관련 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등 모두 3만632명이 등록돼 있다. 이들은 국가를 위해 희생했지만 몸이 불편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보훈병원이 도내에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보훈병원은 서울의 중앙보훈병원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모두 6곳에 광역별로만 설치돼 있다. 보훈병원이 없는 전북에는 이를 대신할 위탁병원이 14개 지자체별로 39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61.5%인 24곳이 의원급에 불과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도내 국가유공자가 상급 진료를 위해 보훈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광주나 대전으로 원정 진료를 가고 있는 형편이다. 또 광주나 대전으로 가더라도 오랫동안 진료대기를 해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보훈병원이 설립되면 국가유공자를 위한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의료혜택이 상당하다.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의학적·정신적 재활, 신체기능 보완을 위한 보철구의 제작·공급·수리 및 연구개발 등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일반 국민의 보건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의 경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매번 정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보훈병원 설립은 경기도와 강원도, 경상남도 등에서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는 국가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시도별 보훈병원 확충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기존의 보훈병원에서 의사 등 인력의 보충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를 경청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국가를 위해 몸 바쳐 희생한 사람들의 질병은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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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0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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