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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가 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

지난 연말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국회 통과 이후 특별자치도 의제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부상해 있다. 전북 곳곳엔 ‘전북특별자치도 통과’ 플래카드가 나붙고, 정치권도 환영 일색이다. 도민은 물론 설 명절 고향을 방문한 출향인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플래카드에 표기된 홍보 카피처럼 ‘더 특별해진 전북, 더 새로워질 전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헌데 그들은 묻는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전북도가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세미나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기구조직에 추진단을 꾸렸다. 올 한해는 특별법에 담아야 할 조문 보완과 전북형 특례 발굴, 규제 개혁, 전북의 특성을 살린 컨텐츠 개발 등에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분주할 것 같다. 한발 앞서 있는 강원도는 오는 6월 출범 예정인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정했다. 23개이던 법 조문을 181개로 늘린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넘겼다. 4월 입법이 목표다. 제주특별법도 2006년 제정 이후 6차례에 걸쳐 법률 개정작업이 이뤄지면서 조문이 481개로 늘었다. 상황에 따라 보완이 이뤄지는 건 당연하다. 설 연휴 직전 강원도민들에게 공개한 강원도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농업진흥지역을 지정·변경 또는 해제할 수 있는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각각 도지사에게 이양해 달라는 특례가 그것이다. 별도의 부교육감을 별정직 지방공무원으로 한명 더 교육감이 임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특례도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접경지역인 강원도는 각종 규제에 묶여 피해의식이 강하다. 때문에 규제를 풀어 강원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부교육감 추가 임명 특례도 국제교육특구를 지정, 국제학교를 설립·운영하려는 강원도로서는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의 태도다. 이른바 분권의 인정이고 권한의 이양인데 장관 권한을 선뜻 자치단체한테 내놓겠느냐는 것이다. 이걸 눈여겨 보는 이유는 전북도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의 강점인 농생명, 식품, 바이오 부문과 전통문화 관련 콘텐츠, 기업유치, 새만금, 국제학교 유치 등 이른바 ‘전북형 특례’를 실행하기 위해선 강원도처럼 장관의 권한을 도지사가 이양 받아야 할 사안이 숱하게 나올 수 있다. 강원도가 요구한 ‘농업진흥지역의 지정·변경·해제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 부교육감 1명 추가 임명권’ 등은 특별자치도의 자치권과 자율권을 인정 받는 상징적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와관련해 국토정책의 전문가들은 경직된 중앙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역간 형평성과 난개발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농업, 환경단체들이 동의할 지도 의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분권과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특별자치도는 특별하지 않은, 무늬만 특별자치도에 머물 것이다. 특별자치도 도지사가 자치권을 갖고 독자권역으로서 지역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수사는 그야말로 장밋빛 전망에 그치게 된다. 특별자치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분권과 자율권, 권한이양에 대한 정부 부처의 유연한 태도가 관건인데 저항이 클 것이라는 건 불문가지다. 결국 통치권 차원의 인식과 접근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그럴 의지가 있을 것인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에 대한 해답도 이에 달려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24 14:07

국제학교 유치 서둘러야 한다

각 시도가 앞다퉈서 국제학교 유치전에 나서면서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발 빠르게 다각도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제학교 유치는 작아 보여도 중요하면서도 매우 급한 문제다. 금융중심지 육성이나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물론, 새만금 개발에 있어 국제학교 유치 여부는 핵심 과제다. 언뜻 생각하면 국제학교 한두 개 있는 게 별거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이는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임을 알아야 한다. 국제학교는 비단 외국인 정주 여건을 개선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산업도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관련 법 개정 여하에 따라 내국인 학생 비율을 얼마든지 조정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화교학교처럼 외국인 몇 명을 겨냥한 외국인학교는 전북이 지향할 바가 아니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이 양질의 학교가 없어 전북을 꺼리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 송도, 제주, 대구 등의 사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출범 이후에 대비해 올 연말까지 '강원형 국제학교' 연구용역에 나선다. '강원형 국제학교'의 타당성과 방향성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 연구하는 것이 목표인데 아직 관련 법령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먼저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원주시도 지난해 말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강원특별법 특례 조항에 국제학교 설립을 포함시키며 국제학교 설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선례를 볼 때 국제학교 설립이 가시화되려면 향후 4~5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충북 역시 AI바이오영재고는 2026년, 오송 국제학교는 2027년에 개교 예정이다. 오송 국제학교 입학 대상은 국내 학생 30%와 외국인 자녀 70% 정도로, 유, 초, 중, 고교 교육 과정이 운영될 예정인데 전북으로선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사실 전북엔 전국에 내세울만한 고교가 자사고인 상산고를 제외하곤 전무한 실정이다. 인천 송도의 채드윅 국제학교나 제주국제학교와 같은 수준 높은 교육 시설의 유치는 민선 8기 김관영 전북지사의 핵심공약이라는 점에서 속도를 붙여야 한다. 새만금지역은 국제학교 유치를 전제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제투자진흥지구로 기능하려면 관련 절차를 착착 밟아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24 13:30

때아닌 '시민후보' 논란

전주을 재선거 ‘시민후보’에 대한 부적절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시민후보’ 명칭을 둘러싼 시민사회단체간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단체 내부에서조차 명칭 사용을 놓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텃밭을 자부해온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무공천 결정을 함에 따라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그 틈새를 노리고 ‘시민후보’를 내세울 계획이었지만 아군 진영부터 반기를 들고 나왔다. 이유인즉슨 이들 진영에서도 그간 핵심 역할을 해온 농민회와 민노총을 주축으로 한 진보성향 단체들이 일방통행식 추진 방침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한마디로 전쟁터에 나가기도 전에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4월5일 전주을 재선거를 앞두고 시민후보 추천을 위한 사전 물밑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주도하는 모임은 “전주을 재선거는 전북 정치 혁신의 장이 돼야 한다” 며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탈당 후보는 혁신이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 면서 시민후보 추천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문제는 유권자나 정치권에서 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이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먼저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것.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농민회 도연맹은 논평을 통해 “시민후보와 같은 예민한 사항은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의해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면서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개별 인사들만의 참여로 ‘시민후보’ 명칭이 부여된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며 시민후보 자격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도 단위 선거도 아니고 한낱 지역구에 국한된 데다 재선거라는 불명예스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 때아닌 ‘시민후보’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저변에 깔려 있는 이번 선거 의미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온 민주당의 독점적 기득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책임론을 주장하는 여론 압박에 굴복해 결국 민주당도 무공천을 결정함으로써 기득권을 포기했다. 유권자 입장에선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후보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혁신 운운하며 시민사회단체가 또 다른 기득권 정치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에겐 반가울 리 만무하다. 이들 단체가 주도해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총선 매니페스토 운동은 물론 부적격 후보자의 낙선 운동과는 대비가 된다. 시민후보를 추천하려는 이들 단체의 충정은 십분 공감하나 정작 그 길 만이 정치 혁신에 부합하는지는 숙고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 타파를 열망하는 유권자 코드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물 경쟁력을 선호하는 시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도 추진 방식에 대해 시각차가 존재하는 건 ‘시민후보’ 명분이 그만큼 약하다는 방증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과 함께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다면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통해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게 순리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19 17:00

내 인생사용법

가끔 인생 뭐 별거 있나,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런 생각은 주로 잠 안 오는 밤에 찾아온다. 물거품처럼 사라진 소규모 인생 계획들, 커피 삼천사백스물 세 잔, 후추와 소금 약간, 대통령 여럿, 쓰라렸던 백수 시절, 21그램도 채 안 되는 키스와 연애, 그리고 무수한 실패. 그게 특별할 것 없던 내 인생사용법이었다. 아들이 생기면 아이에게 야구 글로브를 사주고 둘이 캐치볼을 해야지, 했지만 그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사느라 바빴던 탓이라는 변명은 비겁하다. 거위처럼 어기적거리며 변명이나 늘어놓는 인생은 비루하다. 나이 드니, 그토록 혼란에 감싸였던 인생의 전모가 또렷하게 보인다. 시간이 완전함을 가늠하는 인생의 시험이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인생 처음의 시련은 벌에 쏘인 것이다. 설마 여섯 살에 통렬한 아픔 속에서 인생이 녹록치 않음을 깨달았다는 것은 아니다. 벌 쏘인 턱이 금세 부풀고, 마치 불에 덴 듯 따끔거렸다. 외손자를 들쳐 업은 외할머니는 찐 옥수수를 물려주며 달랬다. 벌에 쏘인 그 선연한 통증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요즘 들어 내가 여섯 살이었을 때 엄마라고 알았던 외할머니 얼굴을 자주 떠올린다. 평생 시 쓰기에 매달렸다. 열다섯 살 때 김소월 시집을 읽고 그 운율을 흉내내어 시를 적었다. 학생잡지 '학원'에 뽑혀서 활자화된 시를 길거리에서 여러 번 읽었다. 그 어린 시절 내가 쉰 해 동안이나 시를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으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시를 환대하고 정중하게 대했다. 시를 아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라 여기고, 급류 같은 사나운 세월을 시라는 난간을 붙잡은 채 건너왔다. 시가 아니라 다른 일을 그토록 열심히 팠더라면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았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스물일곱 살에 출판사에 사표를 내고 창업을 했다. 1인 출판사였다. 혼자 책상에 엎드려 코를 박고 기획과 원고 교정, 표지 디자인을 다 처리하고 인쇄소며 제본소를 쫓아다니며 제작 감리를 봤다. 운 좋게도 창업 직후에 낸 책이 기적 같은 성공을 거두며 직원을 두어 명 뽑고 사무실을 넓혀 이사를 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들을 맘껏 펴내는 동안 출판사는 번창해서 직원이 서른 명으로 늘고, 창업 십년 만에 강남에 사옥을 지었다. 그게 내가 일군 사업의 정점이자 전성기였다. 필화사건으로 구속되고, 두 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서 출판사 폐업을 결심했다. 열다섯 해 동안 출판편집자로 책 만들며 보낸 세월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인생 후반부엔 제주도에서 작은 서점이나 꾸리며 살고 싶었다. 은둔 거사로 살며 멀 데서 온 젊은 벗들과 담소하고 오후엔 바닷가나 걷고 싶었다.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차선으로 시골에서 영농후계자로 살려는 야무진 꿈을 꾸며 경기도 남단에 집을 지었다. 봄, 가을마다 물안개가 집과 마당을 삼키는 시골에서 나는 처절하게 외로웠다. 낮엔 나무시장에서 사온 유실수와 관상수를 부지런히 심고, 밤엔 안성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물안개와 고독을 견뎠다. 가끔 벗들이 들고 온 붉은 포도주나 동네 슈퍼에서 사온 좁쌀막걸리를 한잔씩 마셨다. 어둠 속에서 고라니나 너구리가 집 마당을 서성거리다 기척없이 사라졌다. 그 동물들은 야생이었다. 십오 년 뒤 영농후계자라는 난망한 꿈을 접고 시골을 떴다. 돌아보니 인생이란 미친 엄마가 품고 다니는 태아 같다. 우연이라는 날개를 달고 붕붕거리는 애처로운 인생아! 잘 사는 일이란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니 진실의 환한 빛 속에서 사랑하고 슬퍼하며 사는 것, 바람에 펄럭이며 마르는 빨래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 것, '일하는 육체와 창조하는 정신'으로 사는 것이다. 평생 읽는 자이자 쓰는 자로 살았다. 내 인생사용법에 실수와 오류가 없었다고 우길 수는 없다. 그러나 엉터리로 살지 않았다는 자부심조차 없는 건 아니다. 내 귀는 바흐를 듣고, 내 눈은 권진규의 '붉은 가사를 걸친 자소상'을 보았다. 청년 시절 추앙하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향인 지중해 크레타 섬을 찾아가 그의 돌무덤 위에 붉은 꽃 몇 송이를 바쳤다. 내 인생 추는 갈망과 현실 사이 한 가운데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그게 내 인생사용법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근거다. /장석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19 16:17

어떤 농사를 짓고 계십니까?

요즘 농촌에서의 새로운 꿈을 찾아 귀농·귀촌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도 귀농에 관한 관심이 그야말로 “핫”하다. 2023년부터 대폭 확대된 “청년창업형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기존보다 파격적인 지원확대, 예를 들면 정책자금의 대출한도를 최대 5억까지 늘렸으며 상환조건 또한 대출금리 연 1.5%(고정금리) 기준으로 5년 거치 20년 원금 균등 분할 상환! 거기에 영농초기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영농정착지원금 월 110만 원까지. (물론 2년 차와 3년 차에는 100만 원, 90만 원으로 차등지급) 그만큼 농업·농촌 분야에 청년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 속에서 많은 청년 농부들이 육성되고 정착해 나가고 있다. 필자 또한 2018년도 청년창업형 후계농 1기로 선정되어 귀농한 경우로 농촌에 정착한 지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 옛날 할아버지께서 꿀 농사를 지으셨고 아버지 또한 젊었을 때 그 밑에서 양봉을 하셨던 걸 알았기에 품목을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 상담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10여 년 동안 상담만 해왔던 내게 농업과의 연관성이라고는 단 1도 없었다. 농업이라 하면 그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흘려들었던 앨빈 토플러 할아버지의 제3 물결 중 가장 첫 번째 물결이 농경시대였음을 일컬었던 정도? 하지만 청소년법인기관에서 사직하고 귀농을 결심하며 품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끊겼던 가업을 잇는 청년 농부”, “3대째 꿀벌 농사를 짓는 청년꿀벌농부”라는 마케팅 활용에 아주 탁월한 타이틀이 그저 달콤하기만 했기에 호기롭게 양봉을 선택했고 벌통 30군으로 꿀벌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에 이상기후로 아카시아꿀을 구경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꿀의 75%를 차지하는 아카시아꿀을 한 방울도 수확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냥 그해 꿀 농사가 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 해는 꿀벌의 최대 숙적인 진드기 방제를 위해 처리한 약품처리를 너무 적게 해서 꿀벌이 많이 죽어 나왔고 2021년에는 양봉장 인근의 과수원에서 살포한 농약으로 인해 꿀 수확 직전에 가장 왕성한 세력의 벌통들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대망의 다섯 번째 해였던 작년 봄, 전국적인 꿀벌 연쇄 실종사건으로 78억 마리가 일제히 사라졌을 때 필자의 꿀벌들 또한 피해를 보았다. 그 짧은 기간에 참, 기구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살기만을 위함이 아니다. 꿀벌을 지켜야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념과 더불어, 농촌에 청년들이 있어야 우리의 농촌 또한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농업은 1차 농산물 생산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 즉 식량자원을 책임지는 아주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그뿐만 아니라 농촌의 생태환경자원과 농경문화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가치와 공동체의 기능, 그 안에 숨겨있는 공익적 가치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필자를 향해 어떤 농사를 짓고 있냐는 질문을 한다면 꿀벌 농사를 짓는 것과 함께 청년농촌활동가로 활동하며 사람이 농촌에 머물고 정취를 누리며 언제든 다시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남기는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본 기고를 통해 농촌에 정착하는 지역 청년들의 좌충우돌 농촌 생활과 더불어 다양한 농촌 활동들을 포장도 가감도 없이 전해드릴 예정이니 기대하시길!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박넝쿨 대표는 현재 익산시희망농정위원회 심의위원, 익산시농촌활력지원센터 청년농촌활동가 대표, 익산시문화도시지원센터 이리랑익산(유튜브채널) CP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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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9 16:17

건강보험료 폭탄이 된 공적연금

전 국민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 또는 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가입대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중 고용기간 1개월 미만, 월 근로시간 60시간미만이나 근로자가 없는 1인 사업장의 사업주를 제외한 모든 직장인은 직장가입자로 우선 분류되며 그 외의 자는 지역가입자가 되거나 다른 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어 혜택을 보게 됩니다. 국민 대다수의 건강을 담보하는 건강보험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료의 피부양자자격요건, 즉 본인은 건강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고 다른 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어 보험 혜택을 받는 요건이 엄격해지면서입니다. 작년 9월부터 적용되는 피부양자의 요건은 소득세법상의 연간소득이 3400만 원 이하에서 2000만 원이하로 대폭 낮아졌고, 재산기준인 재산세 과세표준액 5억4000만원도 주택가격의 폭등으로 실질적으로는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해 피부양자자격을 갖추지 못해 지역가입자로 변경되어 그동안 내지 않았던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부양자의 요건이 되는 소득세법상의 소득을 살펴보면 사업자등록을 했으면 소득이 전혀 없어야 하며, 특히 사업이나 금융, 공적연금 등의 소득이 20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2000만원은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에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의 범위에 개인연금 등의 사적연금은 제외되나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의 공적연금은 포함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다른 소득 없이 공적연금으로만 생활하는 은퇴자 중 월 167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피부양자자격이 상실되어 지역가입자로 변경되며 소득, 재산, 자동차 소유여부 등을 감안하여 적용되는 요율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됩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공무원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248만원(연 2976만원)으로 지난해 9월 이전에는 건강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수령자 대부분이 피부양자요건이 상실되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노인환 한국∙미국 세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19 16:16

[금요수필]달밤에

자정을 갓 넘긴 포근한 밤, 언덕길에서 바라보는 달이 유난히 밝다. 늦여름의 잔영이 남아 있던 얼마 전만 해도 달빛에 몸을 적시면 서늘해지곤 했다. 그런데 오늘 밤 달은 불에 달군 듯 붉은 기운을 품고 있다. 달은 가끔 지나는 구름에 몸을 숨겼다가 나와 나를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럴때면 한가롭게 달과 눈이 마주치며 생각 주머니가 열린다. 달을 바라보다 기억의 소실점에 이르면 그곳에는 언제나 고운 달빛을 맞으며 언덕길을 걸어가는 소녀가 보인다. 머리는 양갈래로 따고 군데군데 때가 낀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녀다. 한 손에는 동냥 통, 나머지 손은 보따리를 들고 절뚝거리며 언덕을 걸어 간다. 소녀 뒤로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들 대여섯이 따른다. 이윽고 냇가에 이르면 소녀는 동냥 통을 내려놓는다. 달빛이 투영되어 반짝거리는 냇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신다. 뒤따르던 아이들이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다가가 소녀를 밀어 냇가에 빠뜨린다. 물에 빠진 소녀가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치자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겁먹은 소녀는 급히 물가로 나와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 소녀는 절름발이였었다. 나이는 우리들 보다 몇 살 위였지만 몸이 부실하여 넘어지면 자주 울었다. 그 소녀는 마을 외딴곳의 허름한 토담집에 동생과 함께 살았다. 소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세 살 때 도시로 돈 벌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돌았다. 소녀는 매일 마을로 동냥을 하러 다녔다. 나는 친구들과 그녀를 자주 놀렸다. 이사를 한 뒤 몇 년 뒤 가보니 소녀가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그녀가 섬유공장에 취직했다느니,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한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소문만 전했다. 몇 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귀몽(歸夢)에서 깨어나면 그 끝자락에서 그녀가 울며 서 있었고, 달빛에 젖은 대나무를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널찍한 이파리 매단 칡덩굴이 여린 대나무의 몸을 감고 있다. 소녀는 대나무처럼 여렸고 코흘리개 우리는 칡덩굴처럼 그녀를 감고 오르며 괴롭혔다. 엉엉 소리 내어 울던 소녀의 얼굴이 가슴에 와 박힌다. 그 아이도 이제는 지천명을 훌쩍 넘겨 눈매가 부드러워졌는지…. 커다란 벽시계의 오후 시침처럼 달은 서편으로 기운다. 내 삶의 시침도 저 정도쯤 지나고 있을까? 돌아보면 언제부터였는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인간관계가 뻑뻑해진 느낌이 들곤 한다. 세월 따라 걷다 보니 세상에는 영원한 게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비록 소크라테스나 공자가 아니어도 삶의 연륜이 쌓이면 나름 철학자나 사상가가 되나 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에는 공감하면서도 때로는 사람에게 등돌려 멀어지는 자신들을 합리화하곤 한다. 이제 인생의 나이테가 자화상을 그릴 만큼 겹겹이 쌓여 삶의 기둥이 굵어졌는데도 삶의 깊이와 넓이는 자꾸만 작아지는 듯하다.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리움을 잊어버렸다는 말을 듣는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한때 가슴 깊이 간직했던 소중한 추억들이 희미해지긴 마찬가지다. 육체가 쇠잔해지면 정신도 기력을 잃어가는 걸까? 오늘따라 달을 품은 호수가 거울을 방불케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잔잔한 호수처럼 보여도 ​호수와 하늘의 심연 너머로 달빛은 하얗게 빛이 나고, 별빛을 뿌리친 나무와 풀 이파리들이 덩그러니 무심하다. △박경숙은 ‘대한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 회원이며 현재 전북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수필집 <미용실에 가는 여자> 를 펴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19 15:35

전주시 도시계획 막는 규제 빨리 확 없애라

전북 인구는 대략 177만명 정도 되는데 이 중 전주 인구는 전체의 30%가 넘는다. 하지만 경제력이나 사회적 흡인력 등을 감안하면 전주시의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랫동안 전주는 개발보다는 현상유지를 행정의 기본 틀로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 서울의 경우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시장이 앞장서서 도시발전을 가로막고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해온 도시계획 관련 규제를 하루가 다르게 과감히 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뒤늦게나마 민선 8기 시정 조타수를 맡은 우범기 시장이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를 건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 전주시가 20여년간 묶여 있던 주거·상업지역의 용적률 완화에 손을 댄 것은 그 첫 단추다. 전주시는 지난해 12월 착수한 '전주시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을 제정하기 위한 용역을 비롯해 오는 5월 완료를 목표로 '전주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집중 추진 중이다. 당연히 상위법의 근거와 위임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규제 완화에 불과한 것이지만 핵심은 규제 완화의 범위가 커야 하고,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좋은 정책도 큰 변화가 없고, 느리게 진행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주택 노후화로 인한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지정비 수요가 폭증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전주시는 다른 지역 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용적률을 유지해 왔기에 이를 법정한도까지 완화할 방침이다. 전주시의 주거·상업지역의 용적률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 법정한도 250% 기준에 230%, 중심상업지역 법정한도 1500% 기준에 700%로 돼 있다. 주거지역 용적률은 지난 2004년, 상업지역 용적률은 지난 2001년 도시계획조례가 개정된 후 현재까지 20여년 동안 아무런 변경없이 이어져 오다 조금 푼 것이 이 정도다. 전주시정이 그간 도시계획 문제에 대해 얼마나 수수방관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앞으로 역사 도심지구에 대한 규제 완화는 물론, 프랜차이즈 입점 등 건축용도 제한 규정 폐지 등 할 일이 많다. 용적률 완화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구도심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해지고 토지 이용을 합리화하는 작업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박차를 가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19 14:07

‘대도시권 광역교통계획’, 전북 포함해야

전북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북은 이제 독자권역으로서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광역교통망 확충이 시급하다. 전주를 중심으로 익산-군산-김제-새만금, 정읍-부안-고창, 임실-순창-남원, 진안-무주-장수 등 각 거점을 30분대에 연결하는 교통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간 전북은 중앙정부의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현행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대도시권을 ‘특별시·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없는 전북권역은 정부의 광역도로망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번번이 누락됐다. 전주시와 익산·군산 등 인접 도시간의 교통량은 다른 대도시권에 비해 적지 않다. 그런데도 관련 법률에 대도시권을 획일적으로 규정해 전북권역은 광역교통망 구축사업에서 배제됐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간선급행버스체계(BRT), 환승센터 등 주로 수도권 지역 사업에 치중됐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속가능성마저 위태로운 전북은 교통인프라에서도 뒤처져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도권과 광역시 중심의 광역교통망 확충 정책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한다. 정부의 광역교통망 구축사업 지원 대상인 대도시권의 범위를 재설정해야 한다. 새해 전북 정치권과 전북도가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김윤덕 의원과 정운천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대도시권의 범위에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청 소재지인 도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을 추가한 게 골자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국비 지원을 통한 전북권역 광역교통망 확충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선 법률안 통과를 위해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모아 다시 한 번 하나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9 12:49

농협법 개정으로 비상임조합장 폐단 없애라

농협 비상임조합장 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영구적 임기 연장 수단이 되면서 "종신직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과정에서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했으면 한다. 가능하면 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전에 처리하면 좋을 것이다. 임원의 임기를 규정한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제48조에는 조합장과 이사는 4년, 감사는 3년으로 임기를 정하고 있다. 여기에 상임조합장은 2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이와 함께 시행령에는 자산총액이 2500억원 이상인 지역농협은 비상임조합장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비상임조합장을 두고 있는 지역농협은 462개로 전체 지역농협의 41.3%를 차지한다. 이들 중 16.2%가 4선 이상이며 37년 동안 10선을 한 조합장도 있다. 전북의 경우 92곳의 지역농협 가운데 26곳이 비상임조합장이며 4선 이상이 5곳이다. 이중 부안농협 조합장이 6선으로 24년을 재임하고 있다. 비상임조합장 제도는 비교적 규모가 큰 조합에 상임이사를 둠으로써 조합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지역농협의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 조합원의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조합장 대부분이 전문 경영인이 아닌 농민 출신인 만큼 상임이사를 통해 경영 전문화를 꾀하고자 함이다. 당초 비상임조합장은 임원 의견 수렴과 대외적인 업무를 관장하고 상임이사는 경제·신용사업 등 대부분의 사업 및 그와 관련된 실질적 인사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권한을 조합장이 가지면서 책임없이 권한만 누리는 구조다. 상임이사를 선임하는 인사추천위원회 의장이 조합장인데다 위원 7명 중 2명을 조합장이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합장직이 종신직으로 변질됐다. 나아가 전직 조합장이 선택한 사람이 조합장이 되는 세습적 형태를 띠는 곳도 많다. 지역 토호세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회는 상임 또는 비상임조합장의 연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켰으면 한다. 산림조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친인척 채용 비리, 일감 몰아주기 등 폐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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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1.18 16:50

전북자치경찰의 성공, 관심과 참여가 바탕이 되어야

정부는 지난 10월, 2026년부터 전국적으로 이원화된 자치경찰제도가 추진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제도는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치안정책이 아닌 지역실정에 맞는 경찰활동을 실시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작년 7월부터 기형적 모델이기는 하나 일원화된 자치경찰제도를 도입, 시행 중에 있다. 현재의 제도는 실질적인 자치경찰공무원의 부재, 인사권의 한계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원화로 가는 하나의 단계로 고려해 본다면, 지금의 과정은 전라북도의 치안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주민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기에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먼저, 자치경찰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전북자치경찰위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도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제안, 설문조사 등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 시점 자치경찰의 인지도가 45.2%에 불과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인력과 예산, 권한의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주민속으로 들어가 전라북도의 경찰임을 알리고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전라북도 의회의 관심과 지원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각 지역의 치안상황을 분석하고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교육 콘텐츠까지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라북도의 경우 이런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치안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역에 당장 필요한 정책부터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 도 내에서 강력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한 경찰청이라는 별도의 조직이 비난을 받고 책임을 졌지만, 이제 범죄예방의 업무는 도의 자치경찰위원회의 사무라는 것을 의회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임에는 권한이 전제되어야 하고,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지원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동네의 문제점은 주민이 가장 잘 안다. 아무리 많은 정책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지역의 실정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것은 재활용 대상의 폐지에 불과한 것이다. 10월부터 전북자치경찰위원회에서 모집하고 있는 137명의 정책자문단에 군 지역의 참여와 20대, 30대의 참여가 저조한 점은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민들이 우리지역의 치안(범죄예방, 교통안전 등)과 관련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경찰에게 알리고 이것이 개선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 행복한 삶, 함께 지켜요”라는 전북자치경찰의 슬로건처럼 도민 모두가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할 때 우리는 안전할 수 있고 자치경찰제도도 성공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박종승 전주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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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8 16:50

새희망, 대도약의 날개를 달다

지난해 연말 내고향 전북에서 새 희망의 징조가 보이는 여러가지 좋은소식이 들려왔다. 먼저 “전북 특별자치도 설치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의결 됐다는 쾌거다. 이는 제주, 세종, 강원도에 이어 4번째 탄생으로 전북특별자치도로 명칭이 바뀌며 특별법이 정하는 특례를 부여받게 되는데 행정상, 재정상 특별지원은 물론 자치권 보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설치 등 여러 가지 특혜를 가진다. 전북도와 도민에게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는 전라북도 국가예산 9조원시대를 열었다는 희소식이다. 확보된 국가예산은 9조 1,595억원으로 산업, 경제, 농생명 등 주요분야에 걸쳐 고르게 증가한 역대최고액을 기록, 전년도 대비 2,227억원(2.5%)이 증가했다. 이는 실제 정부 예산 증가율 2.1%보다 더 많은 증가율로서 다른 시·도에 비하면 빈약하지만 정치권 및 도,시,군 등 도민 모두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본다. 그 중에서 전북의 성장거점인 새만금 사업예산은 1조 874억원으로 글로벌 물류중심지로 도약을 위해 국제공항, 신항만, 철도, 지역간 연결도로 등 새로운 전북을 열어갈 주요 동력원으로서 구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상당히 고무적이다. 셋째로는 '새만금 투자 진흥 지구' 지정을 위한 새만금 사업법이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의결된데 이어 12월 23일에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세제감면을 위한 '조세 특례 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만금 사업법이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근거를 마련했다면 조세 특례 제한법에는 법인세 등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감면 규정이 담겨있어 새만금 투자 진흥지구의 실효성을 확보하였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와 같이 새만금 관련 법률과 예산이 신속히 통과 처리 됨에 따라 새만금 투자 진흥 지구에 입주하는 기업은 5년동안 (최초 3년 100%, 추가 2년 50%)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정부에서는 기본 계획 수립은 물론 민간 투자 유치 가속화를 위해 전북도와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지정 절차, 요건 등을 구체화한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관세, 지방세 감면 등 탄력적인 추가 혜택 도입도 검토하여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0년 새만금 동서도로가 개통된이후 2년만인 지난 12월 28일 남북도로 1단계(12.7km) 사업이 완료되어 개통되었고 올 7월에 관광레저용지까지 2단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만금 내부를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십자형(+) 도로 완공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는 지역간 도로와 연결하는 대동맥으로서 새만금 내부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항, 철도, 항만 등 새만금 내부개발 가속화의 전기가 마련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새만금 사업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안착과 전북도의 중흥을 위해 지난해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과제도 뒤따르겠지만 온 도민들의 지혜를 결집하여 이 기회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면 전북도의 대도약의 시발점이 되리라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올 한해는 매우 중요한 시기 임에 틀림없다. 덕과 지혜의 상징인 검은 토끼 해는 예로부터 재물걱정이 없는 해라고 일컬어왔다. 도민들이 경제 사정이 좋아져서 시름을 더는 풍요로운 전북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 대표이사 △유성민 대표는 산림청 정책자문위원(청년특위), 한국태양에너지학회 기술이사, 재경 전북도민회 부회장, 전북지방경찰청 인권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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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8 16:16

순조롭게 출발한 고향사랑기부제, 취지 살리는 법 개정 이뤄져야

2023년 계묘년 새해, 많은 제도가 생겼고, 바뀌었고, 또 사라졌다. 그중에서 우리 전북에 가장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개인이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게 하는 ‘고향사랑기부제’다. 필자는 이를 지난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해 1년여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년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원하는 지역의 지자체(주민등록상 거주지 제외)에 직접 기부를 할 수 있다. 한도는 연간 500만 원까지이며,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에서 공제되며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 추가로 공제된다. 고향을 떠나 살며 애향심을 간직해온 사람들에겐 더없는 희소식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답례품이다. 지자체는 지역 특산품을 기부액의 30% 한도 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는데, 탐나는 답례품들은 벌써 입소문을 타는 모양이다. 가령 필자의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는 백제 무왕 서동의 이야기가 깃든 마와 맛 좋기로 이름난 익산 쌀 등을, 전북 임실은 우리나라 유제품의 성지답게 치즈와 요거트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지자체별로 센스 있고 다양한 답례품들이 많으니 ‘고향사랑e음’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고 원하는 지역에 기부도 해보기를 추천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최근 심각해진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등으로 인해 악화한 지방 재정과 더불어 지역 경제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기부금을 통해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지역민들이 생산한 답례품을 지자체가 구매해 기부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은 내년 출범하는 특별자치도와 맞물려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고향사랑기부제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첫 번째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답례품이 본 제도의 기부 유인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공되는 지역 특산물을 더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각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숙박권 등의 관광상품과 연계된 답례품 제공은 기부자가 직접 지역을 방문하는 계기가 되어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소비 진작, 관광 활성화 등의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관계 인구화(化) 및 지역 이주 연계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자체 간 답례품 경쟁으로 끝나고 마는 단발성 이벤트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에 꾸준히 기부하고 싶게 만들 유인을 제공하여 고향(혹은 기부를 통해 선택한 새로운 고향)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게끔 해야 한다. 이렇게 지역에 애정을 갖고 관계 인구가 된 기부자들은 향후 해당 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부금 한도액 삭제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고향사랑기부제는 1년 500만 원으로 한도액이 규정되어있다. 정치자금도 아닌, 내 고향에 내가 기부하는 금액에 한도액을 설정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고향, 지자체에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금 한도액을 삭제해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자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 제도를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한 사람으로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꼼꼼하게 살피고, 열심히 응원하겠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익산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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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8 16:16

대윤 소윤과 친윤 반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우리 속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남녀차별을 보여주는 관용 표현 1위로 꼽힌 적이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많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겨운 시간을 함께할 텐데 드러내 놓고 이렇게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속내에 남성,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고 하니 주의할 일이다. 이 속담은 약 3,100년 전 고대 중국 주나라 무왕이 한 말에서 비롯된다. 주나라 무왕이 달기에 빠진 상나라(=은나라) 주왕(紂王)을 칠 때 구실로 삼았던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다. 중국의 왕이 전쟁 명분으로 쓴 이 말이 조선에서 수백 년간 무심코 쓰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여러 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속담이 자리 잡은 것은 조선 중종 때 소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 소윤 일파의 막후 실세였던 문정왕후를 빗댄 표현이었다고 한다. 1545년 소윤으로 불리는 윤원형 일파가 대윤으로 일컬어지는 윤임 일파를 숙청한 을사사화 때의 일이다. 중종의 둘째 왕비 장경왕후가 낳은 인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대윤, 셋째 왕비 문정왕후가 낳은 명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소윤이다. 대윤을 제압한 뒤 소윤의 거두 윤원형은 관직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온갖 뇌물을 쓸어 담는 등 전횡을 부렸으나 뒷배가 됐던 문정왕후가 병사하면서 몰락한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 무렵인 2019년 여름, ‘대윤(大尹)’, ‘소윤(小尹)’ 논란이 일었는데 대윤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였고 소윤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일컬었다. 검찰 내 두 사람의 위상을 외척세력 ‘대윤’(윤임)과 ‘소윤’(윤원형)에 빗댄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온통 ‘친윤’ ‘반윤’ 논쟁만 커지고 있다. 반윤으로 지목됐던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친윤의 칼날에 하나씩 나가 떨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계파적 대결 구도만 남은 당 대표 경선은 집권당이나 국가적 비전과 정책 논란은 없고, 오로지 자기 집안과 일부 측근의 세도만을 위해 눈이 벌겋게 전횡을 휘둘렀던 조선시대 대윤, 소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친명과 비명간에 날선 비판이 오간다.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등 유력한 대권 후보군에 어정쩡하게 줄 섰던 도내 의원들의 입지는 향후 예측불허다. 지난해 6월 전북에서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대거 물갈이됐다. 이는 곧 도민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고와 기술로 무장된 뉴 리더십을 갈망한다는 거다. 총선을 1년여 앞둔 가운데 다가오는 설 명절에 시민들이 친윤과 반윤, 친명과 반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18 16:11

전북·경기도 상생발전 협약, 실질적 성과 내야

전북도와 경기도가 지난 17일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지방정부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공존공영의 지방시대를 열어 주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합의문에는 창업·벤처 등 경제교류 활성화, 재생에너지 공동 협력 및 수소 생산체계 구축,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홍보 협력, 고향사랑기부제 협력모델 구축 등 8개 과제가 담겼다. 경기도 학교급식에 전북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이 지속해서 공급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기도 인구가 1400만 명에 이르는 만큼 전북도는 당장 올해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나 8월에 열리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수도권과 지방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무척 반길 만한 일이다. 현 정부가 국정목표로 제시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실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협약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양 지자체가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전북도는 인구 밀집지역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소멸위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전라북도가 국내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상생협약을 맺은 건 민선8기 들어 처음이다. 이에 비해 경기도는 이번이 민선8기 출범 이후 충남·전남에 이어 광역자치단체와 체결한 세 번째 상생협약이다. 그리고 이번 협약도 경기도의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인구와 경제력 등에서 크게 앞선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주도하거나 구호뿐인 상생협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구위기 시대, 서로 확연하게 다른 환경에 있는 전북과 경기도가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교류·협력을 통해 양 지역이 윈윈하면서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어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양 지자체가 지역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진정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도에서 상호 협력사업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8 11:43

군산조선소 재가동, 전문인력 확보 시급하다

지난해 10월부터 부분 재가동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완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현대중공업 수주물량이 증가해 군산조선소 배당 물량이 충분하지만 완전 재가동을 앞당길 전문인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전격 가동 중단에 들어간 군산조선소는 폐쇄 5년 만에 재가동 선포식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의 재가동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배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조립품인 블록을 생산해 울산조선소로 납품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완전 정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대규모 수주를 통해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장기간의 침체를 벗어나 호황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장기간 이어진 불황으로 다수의 조선업 인력이 유출되었다. 따라서 생산인력을 신속하게 투입해야 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경남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정책연구자료에서 올해 조선업계가 부족한 생산인력이 숙련용접공, 선체조립, 도장공 등 전국적으로 1만2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자료는 "조선업계가 수주 증가 등으로 업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위험한 작업환경과 낮은 급여 수준 등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숙련·신규 인력 유입이 이뤄지지 않아 이를 해소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산인력 양성 규모 확대, 직업훈련 참가자를 위한 훈련수당과 정규직 채용 등 인센티브 강화를 제안했다. 군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군산조선소는 지난해 450여명을 채용한데 이어 올해 5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아가 호황에 힘입어 앞으로 신조(Newbuilding)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2017년 가동 중단 당시를 돌아보면 녹록치 않다. 당시 협력업체의 83%가 페업하고 6000여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노동자 중 정규직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다수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한 근무조건에서 일을 한 셈이다. 지금은 호황이지만 다시 불황이 오면 또 마찬가지일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정규직 일자리 마련과 작업환경 및 임금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관건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17 18:19

국힘이냐 무소속이냐 진검승부

4.5일 치러질 전주을 재선거 의미가 남다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라서 그렇지만 민주당이 귀책사유로 공천자를 안 냈기 때문에 더 관심을 끈다. 민주당이 빠진 가운데 전주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20대 총선때 3각구도로 어부지리수가 생겨 신승했던 정운천의원의 출마가 확실, 보수 대 진보성향의 대결로 압축돼 간다. 윤석열정권을 출범시키는데 기여한 국힘 정운천 전 농림식품수산부 장관의 10년간 공들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반면 지난 6.1 전주시장 선거 때 여론조사 1위를 계속 달렸던 무소속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마지막 선거라면서 배수진을 치고 출마선언 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일찍부터 무소속 후보가 난립해 있지만 최근 도의회 의장을 지낸 김호서씨가 사무실을 차리고 자신의 옛 지역구 표밭을 누벼 대세는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20대 처럼 3각구도가 만들어지면 국힘 정운천 후보가 앞설 것이란 예상을 하지만 전통적으로 민주당 판에서 치러지는 선거라서 친야 무소속끼리 막판에 단일화하면 예측불허의 진검승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젊고 패기찬 김관영 지사가 취임 이후 정운천 의원과 협치를 다져가면서 지난 연말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를 이뤄낸 것이 정 후보 한테는 큰 힘이 되었다. 도청을 지역구로 포함해 공직자들은 알게 모르게 국가예산 확보 때 보여준 정후보의 역량을 높게 평가, 그간 야당판에서 정후보의 승산을 점치는 분위기다. 반면 임후보는 완주군수를 두번 하는 동안 로컬푸드를 성공시키는 등 중앙에서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한 경험이 축적돼 있어 자신이 적임자라고 기염을 토한다. 특히 전주대 총동창회장을 역임한 관계로 전주대 동문들과 재학생들의 후원까지 받아 그 어느때보다 잘 잡힌 선거구도 때문에 이길 자신이 있다는 것. 전북정치 1번지인 전주을 재선거는 22대 총선을 앞서 가늠할 수 있어 더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비록 1년짜리 임기지만 누가 더 지역발전을 시킬 적임자인가가 판단기준으로 부각되면서 표심을 자극한다. 여당인 국힘은 후보를 내고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이 2개월여 동안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국힘 후보도 윤석열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따른 지지도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정후보는 전북도 9조원 국가예산시대의 개막을 여는데 일조해 전북발전을 위해 민주당 일색보다는 쌍발통정치를 열어줘야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은 그간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을 당만 보고 일방적으로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이 전북발전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면서 중앙정치무대에서 쌓아 올린 인맥을 잘 활용, 국가예산을 잘 확보해 나가겠다고 의욕을 과시했다. 전주을 재선거는 단 한석을 뽑는 선거지만 전북 전체의 선거나 다름 없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 공천자를 안 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지역정서를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인물을 검증해서 인물본위로 가야 한다. 불과 6개월만에 전북특별자치도법이 여야 협치로 통과되면서 전북은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았다. 제주 강원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어 전북이 1년후에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지만 법적미비에 따른 콘텐츠보완작업을 대폭 보강해야 할 상황이어서 한석의 의미가 더 새롭다. 역량있는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면 전북은 탈호남을 통해 독자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일각에서 특별자치도에 깊은 이해가 없어서인지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의미를 축소하거나 폄하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되면 호남권으로 예속된 게 독자적 권역으로 탈바꿈하면서 대학이나 교육도 새롭게 발전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지역주의로 일방적 피해를 입었던 전북이 새롭게 날 수 있게 되었다. 구정이 지나면 재선거에 대한 여론이 새롭게 형성될 것이다. 그간 민주당 일변도로 갔던 선거가 경쟁의 정치로 변환되면서 인물본위의 선거로 바꿔져야 한다. 재선거의 의미를 결코 과장하고 싶지 않지만 민주당이 후보를 안낸 선거라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결과가 기다려진다. 이번부터는 손가락 끊는다는 말 안 나오도록 선거를 잘 했으면 한다. /백성일 주필·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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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1.17 18:19

이제, 미래교육이다

평소에 코엑스의 번잡함이 싫어서 즐겨 찾지 않았는데 며칠전 '미래교육박람회'를 찾아 코엑스를 다녀왔다.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크기의 디지털 영상이 발길을 붙잡는다. 90도 각으로 휜 양면형, 360도 원통형, 디스플레이의 형태가 기발하고 다양하다. 코엑스에 가면 오늘, 미래를 만날 수 있다. 교육은 근본적으로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일이기에 ‘미래교육’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교육'은 '교육'과 같은 뜻, 동어반복이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전례없이 '미래교육'을 말한다. 전북교육의 슬로건도 '학생중심 미래교육'이다. 왜 ‘미래교육’인가? 지금은 4차산업혁명시대,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갈 10년 후의 세상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역량을 요구할 것이다. 변화된 세상에 필요한 미래역량을 기르려면 교육과정도 환경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미래교육이다. 코엑스의 미래교육 전시장에 들어서니 미래교육이 얼마나 가까이 와있는지 실감 났다. 수많은 미래교육 도구, 콘텐츠, 플랫폼이 선보이고 있었다. 지금 교실에서 미래교육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미래교육 교실에는 또하나의 교실이 존재한다. 더 크고 경계가 없는 온라인 클래스(가상교실)다. 온라인 교실에는 수많은 수업 도구가 있다. 교사는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고 과제를 낸다, 학생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콘텐츠로 각자 자기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한다. 학생과 교사는 실제 교실과 온라인 교실을 넘나들며 수업한다.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 과정은 온라인 클래스에 저장된다. 학생의 성장 기록은 장차 학생의 진로 진학, 전공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는 필수도구다. 교실의 무선인터넷 용량은 대폭 증강하고 온라인 교육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디지털 활용 수업 역량이다. 학생보다 교사들의 연수가 시급하다. 그간 정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은 10여년 전부터 미래교육을 준비해왔다. 다만 시∙도별로 추진 실적이 다르고 전북은 다 알다시피 미래교육에 많이 뒤처졌다. 미래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빈약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답답하게도 모든 지역이 미래교육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아직도 전북교육계 일각에서는 스마트기기 관리의 문제점을 내세우며 발목을 잡고 있다. 구더기 무서우니 장 담그지 말라는 것과 같다. ‘미래교육’의 기치를 높이 든 서거석 교육감은 새해를 ‘미래교육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미래교육이 성공하려면 교사의 자발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적잖은 교사들이 AI 기반의 디지털 교수법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미래교육에 앞서간 교사들은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 수업 중에 막히면 디지털에 익숙한 학생들이 더 빨리 방법을 찾아줄 것이다” 에듀테크 교실은 수준 높은 수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좋은 방법이 있다.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는 것이다. 교사끼리 수업을 공개하고 다른 수업을 참관하면 개선점을 찾고 다른 수업의 장점을 배울 수 있다. ‘수업 열고 나눔’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서툰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었다는게 확인되었다. 2023년, 전북 미래교육이 높이 도약하길 소망한다. 작은 걱정으로 큰 걸음을 막기보다 성원과 독려가 필요할 때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전북 미래교육, 속도를 내야 한다. /한긍수 전북도교육청 정책공보관 △한긍수 정책공보관은 2017대한민국독서대전 총감독, 한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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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7 18:12

그리운 사람이 되자

참 묘한 인연이다.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배우들이 차례로 화제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었다. 배우 송혜교가 주연인 ‘글로리’와 배우 송중기가 출연한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두 작품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판타지 성격을 띈 데다 희생자들이 가해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로 설정돼 있다. ‘글로리’는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어른이 되어 가해자들 앞에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미래 일어날 일을 아는 능력을 활용해 복수를 감행한다. 국가도, 민주주의도 불완전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이 영웅을 자처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영웅 없는 시대는 불행하지만 영웅을 요구하는 시대는 더욱 불행하다’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이 묘하게 떠오른다. 선한 행동과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어떤 쪽을 믿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쪽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에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한 사람 옆으로 가라’는 말이 있듯 누가 옆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네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행복 연구의 권위자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행복은 사회적 관계의 연결고리 3단계까지 전염시킨다고 했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도 좋다는 뜻이다. 새해가 되면 휴대폰 대청소를 하곤 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 연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떠남과 만남이 중요하지 않은 관계다. 전화가 오면 늘 반가운 사람, 그리운 사람들, 돕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렇듯 그리움의 크기만큼 누군가의 뇌리와 기억에서 살아남는다. 최근에도 그런 인연을 만난 적이 있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 재직했던 서용욱 전(前) 수석팀장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매년 200만원씩 장학금을 남몰래 전달해왔다.‘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선행을 묵묵히 실천해온 그는 정말 묵향이 나는 사람 같았다. 그로 인해 선물 같은 인생을 살게 되는 학생들이 매년 생겨났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 등을 위한 다양한 선행으로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의 두 드라마 ‘글로리’와 ‘재벌집 막내아들’은 ‘인생을 두 번 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 기존의 선택을 뒤집는 순간,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쳤던 순간을 바로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시간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는 현재를 기준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고, 미래는 현재의 노력으로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삶은 직선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곡선으로 펼쳐진다. 서로를 안아주고 눈물을 보이는 어깨를 다독여주며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온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2023년엔 그리운 사람이 되자, 행복한 사람이 되자. 우리에게 허락된 선물은 지금 현재이다. /성기청 LX한국국토정보공사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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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7 18:12

강제동원 역사와 기억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였다. 차별의 천대 속에서도 그의 부모님은 하루벌이 노동으로 5남매를 키웠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아들은 일찌감치 화가의 꿈을 접었다.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다. 어디서 일하든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생활 철학은 그를 성공한 기업인으로 이끌었다. 긍정의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그는 실명의 위기까지도 극복하며 30대 이른 나이에 빚더미에 파묻힌 전자가게를 일으켜 부를 이루었다. 그는 가난한 재일교포 작가들의 후견인이 되어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가 된 그는 이 미술품들을 고국의 공립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40년 동안 수집한 1만여 점은 <하정웅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공공미술관에 안겼다. 전북도립미술관도 기증을 받은 미술관 중 하나였다.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오래전 인터뷰로 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명절이 되면 마을 뒤편 절에 있는 무덤에 찾아가 절을 올리게 했다. 무덤이라고 해봤자 돌 하나 놓인 것이 전부. 어머니는 일본으로 끌려왔다가 죽어간 이름도 모르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무덤이라고 일러주었다. 그가 살았던 아키타는 수력발전소와 광산이 있어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특히 다자와코 호수에 댐을 만들고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많은 조선인이 동원됐다. 눈이 많은 아키타는 춥고 먹을 것이 부족해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의 현장이었다. 자연히 추위와 싸우며 힘든 노동에 시달렸던 노동자 중에는 도망치거나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남의 나라에 끌려와 목숨을 잃은 조선인 노동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해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다자와코 호수 옆에 땅을 사고 설계까지 마쳤던 미술관 건립은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수많은 미술품을 고국의 미술관에 기증하게 된 배경이다. 일제 강제동원(징용) 배상 판결 문제가 해법을 찾기는커녕 더 꼬여가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 12일 진행한 공개토론회에서 일본 피고기업 대신 국내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 방식을 내놓으면서다. 16일 도쿄에서 열린 양국 협의에서도 특별한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로 ‘사죄와 기여’를 강조했지만,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진전하고 있는데 과거는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형국.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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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1.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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