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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급허고 중헌디?

‘만5세 입학’이라는 졸속 정책으로 자리를 내놓은 박순애 전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의 자유자재 서울대 복귀가 ‘그들’만이 누리는 신이(神異)한 능력(?)으로 느껴져 씁쓸하다. ‘만5세 입학’이 그다지도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을까? 정책 제시의 즉흥성과 졸렬성도 문제지만, 교육부장관이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 화가 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상당부분 ‘헛짓’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책 안의 글자는 읽지만 무슨 뜻인지는 모르고, 시험문제를 받고서도 묻는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 속출하기 때문에 ‘헛짓’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심심한 사과”의 ‘심심한’이 ‘심심한(甚深:매우 깊은)’인 줄을 모르고서 왜 사과를 ‘심심하게(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없게)’ 하느냐고 따지고, “네 처지를 십분 이해한다.”고 하자 ‘십분’이 ‘십분(十分)’ 즉 ‘100%’라는 뜻인 줄을 모르는 학생은 “왜 이해를 10분(minute)만 하고 마느냐?”고 시비를 건다. 상당수의 초등학생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국’이 ‘나라 국(國)’자 임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외우기만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OECD의 「국제 성인 문해력(文解力:문장을 이해하는 능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문맹률은 75%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라고 한다. 영상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책을 읽는 기회도 줄고 독서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문해력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헛짓’을 하고 있다. 국어 중에 한자어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번연히 알면서도 한자교육을 금지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학생과 국민들이 한글로 쓴 글자를 읽기만 할 뿐 무슨 뜻인지를 모른다. 한자를 알면 안중근의사를 지칭하는 ‘안의사’를 ‘안과 의사’라고 하는 일은 없을 테고,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지도 않을 것이며, 병역이 ‘兵役(군인으로 일하는 것)’임을 배웠다면 코로나로 인한 격리휴가의 이유를 ‘병역’으로 택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미 군정시대에 시작하여 사실상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글전용’ 때문이다. 한자어가 대부분인 국어 교육을 한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이 ‘속뜻’은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일찍이 최현배가 주장한대로 단어를 현시적(눈에 보이는 대로), 평판적(판에 찍힌 대로)으로 읽게만 하고 있으니 글자는 읽어도 뜻을 모르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자가 영어보다 어렵지 않음에도 한자는 어렵다는 말을 세뇌하듯이 반복하니 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한자를 기피하고 있다. 수 만개의 단어를 일일이 외워야 하는 영어에 비해 한자는 낱글자 1000자만 알아도 학습(學習), 학생(學生) 등처럼 수만 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214개 부수(部首)만 익히면 대부분 한자의 뜻을 짐작할 수도 있고 글자꼴을 쉽게 익힐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소리글자 한글과 뜻글자 한자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복 받은 나라인데 ‘한글전용’이라는 잘못된 어문정책으로 인해 문해력이 형편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우선 생각하여 교육의 방향을 바로잡고 질을 높이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뭣이 급하고 또 중한지’를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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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9 13:44

등대, 희망에 낭만을 더하다

만선의 꿈을 안고 먼 바다를 향해 떠나가는 뱃사람들, 그들에게 등대는 풍어(豐漁)와 함께 가족들 품에 무사히 돌아올 것을 기약하는 삶의 희망이다. 또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휴식을 취하고자 바닷가를 찾은 사람들에게 등대는 미지의 먼 세계를 찾아 떠나는 꿈을 꾸게 만드는 낭만이기도 하다. 우리가 등대를 만들고 관리하는 가장 큰 이유은 바로 선박과 선원들을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서이다. 등대는 전 세계 모든 항만을 안전하게 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등대의 색깔, 불빛의 깜빡임 등 등대의 기능과 운영방식을 전 세계 국가들이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에서 약속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설치된 등대의 모양과 색깔이 비슷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등대의 고유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낭만을 꿈꾸게 하는 아름다운 등대를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찾을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의 헤라클레스 타워(라코류냐등대),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스타티벤토등대, 튀르키예의 크즈쿨레시등대 등이 그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독특한 조형을 가진 등대를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돌고래 형상의 부산 송도입표, 조랑말을 형상화한 제주 이호랜드방사제등대, 대게발을 형상화한 포항 창포말등대 등이 있으며, 전라북도 관내에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선유도항방파제등대, 와인잔을 형상화한 구시포항남방파제등대 등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2천3백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등대는 때론 웅장하게, 때론 소박하지만 믿음직스럽게 주변의 환경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모든 등대가 다 웅장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질 필요는 없다. 등대는 대부분 수려한 자연환경과 관광요소를 갖춘 곳에 많이 있으므로 주변 환경과 어울어지는 조형성을 갖춘다면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해 줄 것이다. 전라북도에도 백색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과 홍색의 등롱이 조화를 이루는 빼어난 조형미를 갖춘 어청도등대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서서 많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는 신설하거나 개량할 등대 중 주변에 관광요소가 있어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특색있는 등대 설치를 요구하는 곳을 중심으로 디자인 등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관내 등대 중에서는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격포항북방파제등대, 격포항남방파제등대, 어청도항동방파제등대, 어청도항서방파제등대가 향후 디자인 등대 개량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우리 청도 디자인등대 설치가 결정되는 경우 주변환경과 어울리면서도 지역 특성을 반영한 디자인 등대가 건립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연일 많은 관광객들이 도내 해수욕장과 어촌들을 찾고 있다. 우리 청에서는 2021년부터 관광객이 많이 찾는 등대(현재 20개소)에 정보무늬(QR코드)를 부착하여 등대 정보 및 역사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등대 스탬프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아이돌 등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아무쪼록 전라북도를 찾은 모든 국민들이 바다와 등대에서 희망을 찾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 보기를 기대해 본다. /김해기 군산해수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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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08.29 13:43

무너지는 교단…교권보호 제도정비 급하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을 교권침해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정도다. 전북지역에서도 최근 믿기 어려운 교권침해 사례가 이어졌다. 지난 5월 익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및 교권침해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런데 얼마 전 전주지역 모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강요에 의해 학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공개사과문을 읽고, 휴직 압력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까지 당했다.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과 폭행·협박은 교권침해를 넘어 교사의 삶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학교에서 학습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학생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과거 교육현장에서 학생인권이 너무나 부당하게 짓밟힌 것 또한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전북도를 포함한 각 시·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속속 제정하면서 체벌을 엄격히 금지하는 등 교사의 학습지도와 생활지도가 과거보다 위축됐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 학생인권을 내세워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당한 행위조차 제지하지 못한다면 결국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 사회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막고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지난달 취임사에서 “학생인권은 강화된 반면 교권은 흔들리고 있다는 교육현장의 우려가 있다”며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조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균형있게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교권 강화를 위한 관련 조례 제·개정과 함께 상위법인 법률에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명시해 교사가 적극 나서 학생의 문제행동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히 해 둘 필요성도 있다. 교육현장에서 정당한 교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다. 이제 더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흔들리던 교단이 아예 무너지고 있다. 더 이상 교육현장에서 참담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조례와 법률 개정 등을 통한 제도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29 12:24

전주시 을 무공천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전북민심은 30년이 지났어도 그대로이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 표를 가장 손쉽게 얻기 위해 지역주의를 조장해서 활용한다. 가장 오랫동안 국회의장을 지냈던 대구 출신 이효상 씨가 1963년 9월 10일 대구 수성천 변에서 찬조연설자로 나서 공화당 박정희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지역감정을 부추긴 게 효시였다. 14대 대선 때 YS를 당선시키려고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유력 기관장들을 초원복국집으로 불러 우리가 남이가로 지역감정을 자극해 YS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간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지역주의가 선거판에 보이지 않은 손으로 작용하면서 당락을 갈랐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이 오히려 더 강화돼 전북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아니면 선출직 당선은 꿈꾸기가 어렵다. 세상사가 경쟁 없이 발전할 수 없는 법인데 유독 독립변수인 정치 쪽에서 여야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까 지역발전이 뒷걸음질쳤다. 뜻있는 인사들 가운데는 혹시나 행여나 하고 이번만큼은 변하지 않겠느냐면서 기대를 했지만 모든 게 무위로 끝났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선거구도가 만들어지다 보니까 전북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자연히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선출직이 되려는 것보다는 민주당 공천을 받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지방의원 공천권을 쥐락펴락 한 국회의원도 지방의원 줄 세우기 하면서 골목대장 하기에 바빴다. 사실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하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게 주 임무지만 지역국회의원은 지역현안을 해결하면서 국가 예산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다음 공천권을 쥔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더 관심이 팔려 당원들 줄 세우는데 정신이 없었다. 현역들이 재선을 위해 개인의 안위만을 쫓고 다니는 바람에 전북정치권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약화되었다. 지금 전북정치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관영 재선의원이 민주당으로 복당하면서 지사직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여야로부터 협조를 구하면서 협치 도정을 펼치고 있다. 82.11% 라는 도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뒷배가 되고 있지만, 아직도 민주당 의원들이 말로만 원팀 운운하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각개약진한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윤석열 정권과의 가교역을 담당하는 국힘 정운천과 이용호 의원한테 힘을 제대로 실어 줘야 한다. 비례대표 재선인 국힘 정운천 도당위원장이 내년 4.5재선거를 앞두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아직도 민주당의 강한 지역정서 때문에 고민이 깊다. 문제는 민주당이 내년 공천자를 내느냐 여부다.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 유고로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한 규정을 무리하게 고쳐 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주을은 원칙적으로 공천자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22대 총선 때 승리할 수 있다.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서 한 석을 더 건지는 것 보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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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8.28 19:09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8월 초 덕유산 육구구간(육십령~무주구천동, 32km)을 무박종주했다. '오늘만 산악회'(정읍시 육상연맹 주도)와 함께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일반인에게는 엄두가 안 나는 일이고 더구나 처서 전 무더위에 무박종주는 전문 산행인에게도 미친 짓이다. 평소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고난의 산행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미숙한 자에게 일을 맡겨 엉망진창이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딱 그 짝이다. 정권교체 분위기에 편승하여 국민의힘 입당 후 6개월 만에 초고속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온갖 국정난맥으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100여 년 전 사회학자 막스베버는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을 정치인의 덕목으로 여겼다. 열정 없는 정치인이 있겠냐 만은 책임감과 균형감각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지난한 숙련과 폭넓은 인간관계로 숙성된 정치인의 결정체이다. 평생을 수사와 기소로만 살아온 검찰총장 나리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철학의 부재와 인맥에 한계는 불 보듯 뻔했다. “근데 여기 이렇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 아니나다를까 수해현장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한민국 지도자의 상황판단과 공감능력의 실상이다. “나경원, 배현진, 김건희, 차유람 여성 4인방이면 끝장이 날 것 같다.”라는 이지성 작가의 특강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장대소는 윤석열 정부여당의 현주소다. 분단국 대통령의 가장 큰 업무는 균형외교로 국격과 국익을 챙기는 일이다. 역사의식과 실사구시가 필수다. 하지만 미국 몰빵으로 최대 무역국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북한과의 적대관계 조성은 한반도의 핵 리스크가 높아질 게 뻔하다. 대한민국은 김정은의 핵 방귀소리만으로 경제에 직격탄이다. 인사는 더 가관이다. 음주운전과 논문표절 전력의 박순애 교수를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더니만 결국 ‘만 5세 초등취학 정책’으로 여론의 뭇매에 취임 34일 만에 사퇴해야만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시대에 역행하는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더니만 급기야는 프락치 의심을 받는 김순호 치안감을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드러난 이력만으로도 필자의 모교 성균관대의 수치이자 최루탄 시대를 살았던 세대에 대한 모욕이며 일선에서 고생하는 14만 경찰관들의 자괴다. 인사난맥의 정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을 개정하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말짱 도루묵 만들었다. 이는 상위법 우선이라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대한민국을 꼼수의 나라, 시행령의 국가로의 전락이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에 33차례 외쳤던 자유는 표절의 자유, 배신의 자유, 꼼수의 자유이었던가! 오호통재라~ 이게 나라인가!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한 나라의 정치는 그 국민의 수준이라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정권교체의 명분을 주어 선무당이 사람 잡는 대통령이 뽑히도록 방치한 무능의 문재인 정부와 180석의 거대 민주당이 원죄 아니던가. 덕유산 산천은 의구하되 몸은 4년 전의 그 몸이 아니었다. 생물학적 노화보다는 선거에 즈음한 운동부족과 과음이라는 사회적 요인 탓이다. 결국 향적봉을 지나 설천봉에서 곤돌라에 의지하여 하산해야 했다. 20년 마라토너의 굴욕이자 마라톤의 정직이다. 준비 안된 자가 겪어야만 하는 예정된 퇴진이었다. /염영선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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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8 19:06

추석명절 건설현장 체불실태 특별점검을

모두가 풍족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건설현장에서 공사대금이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영세업체와 노동자들이다. 특히 대부분 지역 영세업체인 하도급업체와 재하도급업체가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공사대금을 둘러싼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간의 분쟁으로 인한 체불 사례도 적지 않다.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공사대금 체불과 이에 따른 근로자 임금체불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영세업체로서는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경우 회사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공사 규모가 클수록 타격은 더 심하다. 게다가 추석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상여금까지 챙겨줘야 하는 판에 하소연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올해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부안군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촌뉴딜 300 사업’ 시설공사 현장에서 재하도급업체 공사대금 체불이 발생해 지역 영세업체와 근로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우선 어촌뉴딜 300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적극적으로 나서 공사대금 체불실태와 그 원인을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명절을 앞두고 공사대금이나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영세업체와 근로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전북도 등 각 지자체를 비롯해 공사를 발주하거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건설현장 체불실태 특별점검에 나서야 한다. 건설노동자의 임금이나 하도급 및 자재·장비 대금 등의 체불을 예방하고, 지급 지연 또는 미지급 등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하루빨리 체불이 해소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강력한 행정조치도 내려야 한다. 또 공사대금을 놓고 업체 간에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법률상담 및 조정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유도해야 한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유난히 길게 이어진 장마까지 겹치면서 건설업계와 근로자들이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공사대금이나 임금체불로 인해 지역 영세업체와 건설근로자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와 관리·감독 기관의 특별점검과 발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28 17:41

무주 태권도원 성지화 전북 정치권 힘 모으라

지난 2014년 개원한 무주 태권도원의 성지화 사업이 태권도 관련 단체 이전과 민자 유치 부진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 태권도 전용 T1경기장과 실내 공연장, 태권도 연수원, 태권도 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개원 10년이 가까워지도록 명실상부한 세계 태권도의 성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인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이 착수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무주 태권도원 성지화의 최대 과제인 국기원 이전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기원은 무주 태권도원 개원 이후 무주 이전 방침을 확정했지만 지원·기반시설 미비, 정주 여건 부족 등을 내세우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국기원은 지난 5월 이전 협약식을 체결했다. 국기원 이전을 통해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개발한다는 목적이다. 서울시와 국기원의 이전 협약 체결 이후 경기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국기원 유치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와의 이전 논의가 시작된 만큼 국기원은 당초 계획대로 무주 태권도원으로 이전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주 태권도원은 이미 태권도 전용 경기장과 연수원, 박물관 등이 갖춰져 있고 기반시설 확충으로 접근성도 향상됐다. 무주 태권도원이 수련공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심사운영, 국제교육, 교육개발과 같은 핵심기능은 여전히 국기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국기원 이전은 무주 태권도원 성지화의 필수적 과제다. 국기원 이전과 함께 무주 태권도원 민자지구 개발사업의 활성화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무주 태권도원내 13만3000㎡의 부지에 휴양·레포츠시설, 체험시설 건립을 위해 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특별계획구역으로까지 지정했지만 민자 유치는 부진하다. 전북도의 보다 적극적인 민자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 무주 태권도원내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인데도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용역비가 내년도 국가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기원은 태권도원을 운영하는 태권도진흥재단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과 김윤덕 의원을 비롯한 전북 정치권의 무주 태권도원 성지화에 대한 관심과 역할을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28 17:41

그 많던 개는 어디로 갔을까

얼마 전 여름휴가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여섯 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이국 땅에 다소 어색한 풍경이 펼쳐졌다. 어딜 가든지 길거리에 크고 작은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를 낯설게 여기는 건 나뿐이었다. 현지 사람들도 개들도 언제나 그랬듯 각자의 일상을 보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서도 매일 같이 거리에서 개들을 마주치곤 했었다. 당시 동네마다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던 개들은 언제부턴가 길거리에서나 마을에서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 많던 개는 어디로 간 걸까. △비인간 동물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2022년 5월 기준 지구상에 있는 생명 중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가축의 비율이 96~99%까지 치솟은 사례를 들면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이야기했다. 농경을 하기 전인 만여 년 전에는 지구에서 인간의 비율이 1%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현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사라진 개들도 대부분 인간에게 관리되거나 함께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남종영 저자의 책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에서는 “오늘날의 비인간동물은 반려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로 각각의 용도에 맞는 다른 대우를 받으며 인간에게 분할 통치된다”고 말한다. 비인간동물은 인간에 기준에 따라 그들의 가치가 매겨지고 각자의 ‘쓸모’를 빼앗긴 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명품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루왁(luwak)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서 약 10만 마리의 사향고향이가 붙잡히고 있다. 이들은 커피 열매만 먹고 배설하는 일이 전부인 삶을 살게 된다. 상어의 경우에는 어부들에 의해 지느러미만 잘린 채 바다로 던져진다. 이는 지느러미에 비해 상어고기의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헤엄을 치지 못해 바다 속에 가라앉고 몸부림을 치다 며칠 사이에 죽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죽음으로 내몰리는 생명도 있다. 영화 「미나리」에서도 보여주듯 알을 낳을 수 없어 ‘쓸모’가 없는 수컷 병아리는 불구덩이로 들어가 까만 재가 된다. 이처럼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거나 탄생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는 비인간동물은 이 땅 위에 무수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커다란 문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끔 무기력한 기분에 휩싸이곤 하지만 다행히 우리 곁엔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엔 우리나라에서 40년간 이어져 온 ‘웅담 채취’의 역사를 끝내려는 이들이 있다. 평생을 좁은 뜬장에 갇혀 쓸개즙을 빼내는 관을 꽂은 채 살아야만 했던 사육곰을 구출하려는 것이다. 올해 5월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미국 야생동물보호단체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가 협심하여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2마리를 구출해 미국 콜로라도 생츄어리(동물 등을 구조하여 평생 보호하는 시설)로 옮겼다. 이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는 사육곰을 구조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국내에는 300마리가 넘는 사육곰이 남아있다. 이 사육곰의 남은 삶을 결정짓는 것도 결국엔 인간의 몫이기에 우린 동참해야 한다. 이밖에 반려동물은 사지 말고 입양하고, 돌고래를 사랑한다면 수족관에 가지 않고,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는 꽃마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강소은 미디어공동체완두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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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8 13:57

스마트‧그린으로 가속페달 밟는 새만금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산업단지의 든든한 내조가 있었다. 산업단지는 기업 최대의 집적화된 힘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기후변화 위기로 디지털화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지면서 산업단지도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됐다. 정부는 산업단지 개발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신규 조성단계부터 스마트그린산단을 조성하려는 추진전략을 내놓았다. 이러한 때에, 새만금이 국내 최초로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이하 스마트그린산단)로 지정됐다. 새만금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 중이라는 점, 탄소저감을 위한 대규모 재생에너지(3GW)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신공항・신항만・철도・도로 등 광역교통 기반이 확충된다는 점 등이 지정받게 된 이유다. 새만금 스마트그린산단은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산단에 공급함으로써 2029년까지 온실가스의 25%를 감축하고, 2040년까지 단계별로 에너지자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신규로 산단을 조성하는 단계부터 재생에너지를 산업용 전력으로 공급하고, 디지털 기반의 에너지 절감 신기술을 적용하여 저탄소‧고효율의 에너지 자립형 산단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새만금개발청은 스마트그린산단 전용 태양광 발전단지(150MW)를 조성하여 낮은 단가로 전력을 공급하고, 공장의 지붕과 주차장, 유휴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여기에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 기업과 기업 간의 재생에너지 직접거래가 가능한 분산에너지 환경을 마련하여 잉여 전력의 거래와 활용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스마트 서비스를 갖춘 미래형 첨단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를 실시간 활용 가능한 에너지통합플랫폼과 에너지저장장치(ESS)·연료전지 발전을 연계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통합관제센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트윈 기반의 교통‧안전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새만금개발청은 이러한 사업들을 꼼꼼히, 속도감 있게 추진함은 물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이 필요한 기업들이 새만금을 찾을 수 있도록 투자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그린수소, 전기‧자율차 등 신산업 기업들이 새만금 스마트그린산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관련 기업들이 새만금에 입주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 규제혁신, 기업지원 인프라 구축, 쾌적한 정주여건 확보 등을 위해 다양한 지원 수단을 발굴할 예정이다. 개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스마트그린산단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나감으로써 새만금이 스마트그린산단의 성공 모델이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새만금 스마트그린산단은 우리나라 산업단지의 체질개선을 위한 첫 단추이자, 첨단 미래형 산업단지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우수한 기업들이 찾아들어 산단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새만금 발전에 불씨를 댕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만금이 스마트그린산단이라는 호재를 만나 물실호기(勿失好機) 할 수 있도록 기업과 도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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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8 13:53

위기의 여름

그날 나는 여행가방을 사야한다고 마음먹은 참이었다. 여행을 자주 다니지도 않으므로 중고 물건이면 충분했다. 원하는 브랜드, 원하는 크기의 중고 여행가방이 강남 어디쯤에 마침 있었고 게다가 거래장소 바로 근처에 절친이 살고 있었다. 여행가방을 사러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면 딱 알맞을 것 같았다. 나는 친구에게 메신저를 보내 다음날 만날 약속을 정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만남이 일사천리로 성사되는가 싶었다. 친구의 집으로 갈지 가까운 음식점에서 만날 지 의논하던 중에, 친구가 갑자기 양해를 구했다. "잠시 후에 다시 연락할게. 주차장이 침수될 것 같다고, 차를 옮겨놓으라고 하네." 여러 날 뉴스를 장식했던 침수 대란의 시작이었다. 친구는 아파트를 둘러싸고 버려진 차들이 둥둥 떠있는 현장 사진들을 여러 장 보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중고거래는 취소되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공포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작으로 <총, 균, 쇠>가 가장 유명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문명의 붕괴>다. 이스터 섬, 중미 마야 문명,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같은 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루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탁월한 해박함과 통찰력으로, 번성하던 문명이 어느 날 붕괴하고 폐허로만 남게 된 수많은 예들을 분석하여 그것이 무분별한 자원 오남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 그리고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편견 때문이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린란드에 한때 번성했던 사람들은 대기근 이후 집단 아사했다. 지력이 약한 땅에서 무리하게 축산업과 농업을 고집한 것도 어리석었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 우리가 알다시피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수산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바다와 강과 호수에 들끓는 연어와 대구와 넙치를 그대로 놔두고 그들은 굶어죽었다. 말 그대로 '죽도록 어리석'었던 것인데, 아마도 그들은 우글거리는 물고기를 볼 때 우리가 '곤충식량자원'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듯하다. 현대인류는 마야인이나 그린란드인보다 나아졌을까?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문명의 붕괴>로 인류에게 경고를 남긴 이후 세상에는 가상화폐 채굴이라는 새로운 붐이 일어났다. 채굴은 컴퓨터가 단순연산을 무한히 반복한 포상으로 코인을 얻고 그 과정에 화석연료 에너지를 고래처럼 소모하는 황당한 산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낡은 제품들을 오래오래 사용하려 노력하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휴지를 몇 칸 쓸까 고민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인류는 반성하고 고치기는커녕 새로운 어리석음을 끝없이 창조하고 있다. 재난은 가난한 자부터 집어삼킨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우리의 재난은 이미 중등도 이상으로 심화된 것이 분명하다. 아프리카와 동태평양의 저소득국가들이 겪던 기후위기는 이 여름 산업혁명의 근원인 서유럽과 북미대륙의 선진국까지 눈에 보이게 확장되었다. 그동안 늘 그래왔듯이, 우리 보통 사람들은 나름의 성실한, 그러나 근원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는 작은 실천들을 하면서 과학자들과 사업가들이 해결책을 찾아주기를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다. 내 실천으로 지구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중고물품 거래는 총생산을 줄이므로 매우 쉽고 강력한 실천의 방법이 된다. 평소엔 가볼 일 없는 낯선 곳을 탐험하고, 타인의 취향을 엿보며, 짧고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재미있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아는 분 댁에서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욕실을 만났다. 비누 한 개만 달랑 놓인 욕실이었다. 흔한 바디와 헤어 제품이 하나도 없는 욕실 풍경은 몹시 낯설었다. 손씻기와 세면, 머리감기와 샤워까지 모두 같은 비누 하나로 해결한다고 했다. 어느 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제품이라서, 나는 돌아오는 길에 그 비누를 사들고 왔다. 머리를 감아보니 나쁘지 않았다. 비누나 중고거래로 지구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당장 뭐라도 하지 않고서는 두려움을 이길 수 없을만큼 위기를 가깝게 느낀 여름이었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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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5 18:08

치유농업으로 건강 지키고 농업 활력 높이고...

정읍은 예나 지금이나 농업이 전체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달 현재 전체 인구의 19%인 2만300여명(9,953가구)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비옥한 농토와 함께 내장산과 옥정호 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또 우울증 등의 건강 관리가 어느 연령대보다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이달 현재 29.3%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이기도 하다. 정읍이 치유농업(Care Farm)에 주목한 이유다.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선진국에서는 농업과 돌봄․복지를 연계한 ‘치유농업’이 사회복지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가 농장에 참여해 치유하고, 관광 등을 즐기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돌봄 복지를 실현하고 농가소득도 보장,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구조다. 치유농업의 건강증진 효과는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지난해 농진청 연구에 따르면 치유농업 참여 노인의 객관적 기억장애는 40.3% 감소하고 우울증은 정상범위로 개선됐다. 치유농업은 노인뿐 아니라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정서적․신체적 건강증진 효과도 크다. 우리나라 치유농업은 아직 초기 단계인데, 지난해 3월 25일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 시행으로 본격적인 치유농업의 닻이 올랐다. 우리 정읍에서는 지난해 ‘정읍시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추진 근거를 마련했다. 초보단계로 정읍시농업기술센터와 정읍시 치매안심센터에서 찾아가는 직장인 치유농업이나 정원 가꾸기 등을 추진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현재 정읍에는 1개소의 치유농장이 운영 중이고, 10여 개소에서 농작물 수확과 요리 등의 농촌체험을 진행하면서 치유농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앞서 언급한 정읍의 특성과 여건을 정확하게 분석․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한 치유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훈련이나 치유농장 육성, 치유농장- 지자체 – 유관기관 연계 구축과 치유농업 상품 개발, 치유농업 센터 건립과 지역네트워크화, 치유농업과 의료시설․보건 등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 등을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 또는 마을의 고유한 자원을 활용한 치유관광농업프로그램 개발, 도시민 대상 치유힐링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치유농업 활용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여기에 어르신 텃밭농업 장려와 연계한 로컬푸드 협동조합 판매망 구축이나 지산지소((地産地消) 협동조합 설립을 통한 농산물 재배-생산-유통 체계가 구축되면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사업은 소외계층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건강하고 편안한 생활환경 만들기와 농업을 활용한 우울증 등 신체적, 정신적 질환 예방과 회복, 그리고 소득 창출 방안 찾기에 고민해온 결과물이다. 현재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렇게, 이런저런 정읍의 치유농업 실현 방안 등을 구상하면서 유럽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치유농업이 건강보험 등 보건․복지정책과 제도적으로 연계돼 치유농업 서비스 대상자와 제공 기회가 확대되고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국민 건강을 지키고 소멸하고 있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음은 물론 농업인에게 지속 가능한 소득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학수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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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5 18:07

토지는 공공재이며 대체재가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정부가 소유한 토지를 임기 5년 동안 최소 16조원 이상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매각대상은 일반재산 뿐만 아니라 도로나 하천 등의 공공용도로 사용되는 토지도 활용도가 떨어지면 민간에 이전해서 균형적 국토개발을 유도하고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 현 정부의 공약인 250만호의 주택공급정책과 무관해 보이지 않고, 부동산업계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국토는 현재세대가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입니다, 즉 상속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온전히 상환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정부는 공공용지로 사용해야 할 최소한의 유휴 토지를 비축하고 있어야 하며, 토지의 활용도는 시대와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마저도 매각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토지는 누가 매입 가능할까요? 매각대상의 가치와 금융환경을 고려하면 개인이 매입하기는 힘들어 보이고, 지난 정부에서 과세를 검토할 정도로 막대한 현금(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 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개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유 및 투기이익에 대한 과세는 결국은 정부소유 토지가 대기업소유 토지로 치환될 가능성이 높고, 5년간의 분납혜택은 덤입니다. 산업화가 시작된 60년대 후반부터 토지는 꾸준히 투기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투기로 인한 가치 상승분에 대한 적절한 환수장치와 투기수요에 대한 차단장치가 공정과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정부의 역할인데 보수정권일수록 시장경제 활성화란 명분으로 이를 무력화 시켜왔습니다. 결국은 비정상적인 토지소유형태 및 토지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데 사유재산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제도의 부활이 시급해 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부문의 토지보유율을 높여야 합니다, 즉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으로 민간부문의 토지를 매입하여 비축하고, 공공부문에 활용하고 잉여된 토지는 민간에 적절한 지대로 임대하면 투기수요는 발생하지 않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국토면적으로도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높은 주거안정성을 누리고 있는 싱가포르와 핀란드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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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5 18:06

전북체육의 선택과 집중 통한 국제적 위상 강화

우리의 삶은 정치·경제·교육·문화·사회·체육 등 여러 분야가 연결되어 있어 어느 분야 하나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도내 각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들이 제기되어야 하고, 전라북도의 가용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effective)이고도 효율적(efficient)인 선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역량이 집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체육 분야에서는 지역대회, 전국대회, 국제규모 대회 등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 유치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자치단체별로 다양하고 치열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국제대회급 스포츠대회 유치이력을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록 열악하지만 우리 지역에 국제대회를 유치하여 이를 기회로 체육 분야에서 만이라도 체육선진도로 도약해 보고자 하는 노력은 쉽지는 않지만 끊임이 없이 지속되어 왔었다. 우리 전북은 97무주-전주 동계U대회 개최 이후, 청소년 유스올림픽,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실내아시안게임 등의 대회를 유치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했었지만 국제적 유치 노하우 부족과 국내 타시도와의 경합 과정에서 국제규격을 충족하는 경기장 미비, 공항과 연계된 열악한 교통접근성, 국제대회 개최에 있어 동반 요구되는 컨벤션센터 및 숙박시설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가 먼저 노크한 대회이지만 광주와 인천 등으로 유치되고 개최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유치효과가 크지만 타 시도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국제대회의 발굴에 선택과 집중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노력의 결과가 내년 개최 예정인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대회」(이하 아태마스터스대회)이다. 국제대회 유치는 투입 재원 대비 산출효과 측면에서 명암이 갈린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스포츠시설을 신설한다 든지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국제대회는 유치의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사실을 다양한 선행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내년의 아태마스터스대회는 국내에서 개최된 그 어떤 국제경기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고 본다. 참가 목표 인원인 해외 3,800명을 포함한 1만명이 참가한다면 국제대회 유치의 성공개최 측면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대회의 성공개최와 아울러 우리 도가 고려해야 할 분야가 체육분야 국제기구 유치이다. 대회의 유치와 개최라는 단일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 창출을 위해 노력한 결과, 유치에 따른 프리미엄 혜택이 조금이나마 주어진 것이 가칭 아시아마스터스협회(APMGA)이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상생을 통한 선순환 구조 구축이 가능한 마스터스대회를 주최, 주관할 수있는 국제기구 유치는 전라북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생활체육 메카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단일 국제대회 유치의 효과보다 더욱 크다 할 것이다. 동아시아 마스터스대회, 중앙아시아 마스터스대회 등을 신설하여 주관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및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관건은 시효가 있다는 점이다. 유치의 동력이 내년 대회전까지는 전라북도에 있지만 대회 후에는 주도권이 상실될 상황이다. 태국, 대만, 일본, 호주 등의 국가가 기회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북체육계의 선택과 집중이 또 한번 요구되는 사안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전북 변방론에 체육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엘리트체육의 전국체전 순위에서 부족한 재정적 지원과 스포츠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10~13위의 성적을 달성하는 것은 부족함을 감안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피땀의 결과라 할 것이다. 내년 대회 개최를 통해 체육분야에서 전북이 변방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고 국제기구 유치를 통해 국제적 위상 강화를 차지하는 그날을 체육인의 한사람으로서 꿈꾸어 본다. /최형원 아·태마스터스대회 조직위 경기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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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5 18:05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항만 경쟁력 기대

지난 20여 년 간 우여곡절을 겪어온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 추진이 확정됨에 따라 안정적인 항만 운영을 통해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제3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군산항 7부두 옆 방파제 전면 해상에 총사업비 4915억 원을 들여 투기량 3000만㎥ 규모의 투기장 215만㎡를 조성하게 된다.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은 기존 금란도 준설토 투기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20여 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지난 2005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경제성이 인정돼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8년 감사원에서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하라는 지적 때문에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이 전면 백지화되고 말았다. 하지만 준설토 매립에 따른 새만금호 수질 악화 문제로 매립토 활용이 무산되면서 군산항은 쌓여가는 항만 토사로 인해 골머리를 앓게 됐다. 부득이 금란도 준설토 투기장에 3차례나 둑을 쌓고 준설토를 처리해왔지만 이마저도 포화상태로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항만기본계획에 군산항 투기장 건설계획을 반영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해왔으나 거듭 탈락했다가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에서야 기재부 예타를 통과하게 됐다. 군산항 최대 숙원인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로 항로 준설에 숨통이 트여 안정적인 항만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매년 300여 만㎥의 토사가 쌓이는 군산항은 제때 준설을 하지 않으면 항만기능을 유지할 수 없기에 이를 해결하는 게 최대 난제였다. 또한 사용이 만료되는 금란도 투기장의 다목적 활용도 속도를 내게 됐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금란도를 군산 내항과 근대역사문화를 연계한 해양레저생태공간으로 개발해 군산의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5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투자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게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제2준설토 투기장의 군산항 배후부지 활용도 가능하게 된다.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을 통해 새만금 신항만과 함께 전북의 항만 경제를 이끌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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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8.25 18:03

농협창고의 변신

오래된 도시 곳곳에 방치되어 있던 ‘농협창고(양곡창고)’들이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버려졌던 공간이 새로운 쓰임새를 얻어 일상으로 돌아오는 풍경에 변화가 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쓰임새다. 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던 창고들은 이제 더 이상 같은 쓰임새로만 귀환하지 않는다. 예술창작소, 미술관, 공연장, 청년창업공간, 숙박업소, 서점, 양조장, 카페, 커뮤니티공간 등 구체화한 공간의 쓰임새는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들여다보면 마을의 흉물처럼 놓여있던 농협창고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도시재생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와 맞닿아 있다. 도시재생은 낡은 것의 질서와 가치를 주목해 과거의 기억과 역사를 새로운 도시 성장의 동력으로 변화시켜가는 새로운 방식이다. 농협창고의 변신도 같은 길에 놓여 있으니 재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물증이다. 실제로 새로운 쓰임새를 얻은 농협창고들이 관광의 통로가 되어 도시의 동력이 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창고가 지닌 동력의 힘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농협창고의 변신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이유다. 우리보다 낡은 공간에 먼저 눈을 떠 지속적인 도시의 동력으로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잡은 영국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도 그 중 하나다. 미술관의 전신은 곡물창고. 우리의 농협창고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게이츠헤드는 영국 북동부 해안에 있는 인구 2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다. 산업혁명 후 한동안 석탄과 철강 조선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했지만, 산업이 쇠퇴하면서 경제적 빈곤에 빠졌다. 영국 정부가 1990년대에 시작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이 작은 도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와 교육, 특히 미술과 음악을 콘텐츠로 주목한 게이츠헤드는 현대미술관 건립을 계획, 1972년부터 생산을 멈추고 방치되어 있던 타인강변 곡물창고를 대상으로 정했다. 시의 구상은 기존의 미술관과는 다른 미술관을 만드는 것. 건축가 선정부터 공간의 연출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모든 것을 국제적 수준으로 추진했다. 발틱의 특징은 소장품이 없다는 것. 다른 미술관처럼 소장품을 위해 예산을 투자하고 주력하는 대신 새로운 미술을 생산해내는 현대미술의 중심을 지향했다. 그 결과 2002년 개관 직후부터 관심을 모았던 발틱은 20년이 지난 지금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됐다.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로 새로운 관광도시가 된 게이츠헤드가 주는 교훈이 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재생의 가치로 낡은 공간을 일으킨 지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8.25 13:58

내년 시행 ‘고향사랑기부제’ 철저히 준비해야

지역소멸 위기 극복 방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개인이 거주지 외의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해당 지자체에서 마련한 지역특산물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재정 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는 기부금을 통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고, 관광산업 활성화와 관계인구 확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은 이 제도가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국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기부금 유치를 위한 사전 준비에 열을 올렸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을 지역실정과 여건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줄 지역특산물도 대부분 정해 놓았다. 또 출향민 등을 대상으로 한 효율적인 홍보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답례품 개발 및 홍보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단계별 로드맵을 설정한 시·군도 있다. 또 지자체 홈페이지와 공식 SNS 등을 통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고, 소형 홍보물을 제작해 각종 행사장에서 배포하기도 한다. 일찌감치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추진단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온 지자체도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고향사랑기부제에 걸고 있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지방정부의 큰 기대 속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역량과 노력이 요구된다. 모금의 주체와 대상, 모금 방법과 운영 관리, 답례품 발굴, 민·관 협력사업 발굴, 기부자 관리, 사업성과 공유 , 관계인구 촉진정책 등 지자체가 연구하고 준비·추진해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지속적인 인구 이탈로 인해 수도권 등 전국 각지에 출향민이 많은 전북에서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 방안으로 이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전북도에서도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일찌감치 각 시·군과 전담팀(TF)을 꾸려 대응해왔다. 이제 제도 시행이 4개월 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전북도와 각 시·군은 연초부터 추진해온 사전 준비상황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하면서 성공적인 제도 운용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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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8.25 12:05

유인탁 선수가 이겼습니다! 5:4로 이겼습니다!

당시 KBS TV 홍승택 아나운서의 중계멘트가 아직도 귀에 익어서인지 쟁쟁하다. 84년 LA 올림픽 레슬링 68kg급 결승 중계 멘트중에 유인탁 선수가 이겼습니다. 우리 조국에 금메달을 안겨주었습니다. 38년 만에 결승경기장 그곳을 향해 갔다. 가슴 설레게 하는 그곳이 바로 미국 LA의 에너하임 컨벤션센터 레슬링 경기장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그 경기장의 함성소리가 그리웠고 경기장 밖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몸 풀던 연습장이 어디에 있었는지? 자주 가던 화장실은 어디에 있었는지? 필자를 응원하던 우리 교민들이 앉았던 관중석이 어느 쪽인지? 우승이 확정된 순간 승리를 만끽하며 포효하던 그곳에 다시 서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드디어 38년 만에 거기에 가게 되니 너무도 설렌다. 결승경기장 옆에 키가 큰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디즈니랜드를 지나치는 순간 에너하임 경기장이라 한다. 경기장이 디즈니랜드와 붙어 있었다니.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체육관을 마주 보는 순간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아! 여그가 거그구나! 일행들이 다 같이 큰소리로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체육관 전경이 너무도 생소하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행들이 축하해주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줘도 기억이 없다. 이유는 이렇다. 경기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 숙소에서 차를 타고 경기장 앞에 내리면 바로 경기장에 들어가 몸 푸는 장소로 가서 상대 선수 장단점 분석하고 몸 풀고 상대 선수와 경기하고 끝나면 차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 경기를 위해서 휴식하는 게 패턴이었기 때문에 체육관 외관을 볼 기회가 없었다. 신기한 외관을 들러 보고 경기장 내로 들어가려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 입구를 모두 막아 놓고 다음 행사를 위한 무대를 만드는지 몰라도 여기저기 다 굳게 닫혀 있어 참으로 난감했다. 열려있는 게이트를 찾아봤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 소중한 기회인가? 필자는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마지막으로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관리소를 동행한 일행들과 방문해서 “나는 84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며,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하니깐 “Yes, Sir! Ok” 즉시 안내한다. 미국은 승자를 예우하고 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체육현장 문화가 참으로 부럽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차오른다. 3,000여 명의 관중이 일방적으로 미국 선수 응원의 함성소리가 내 폐부를 찌르는 듯하다. 텅 빈 관중석의 의자색깔이 파란색이었던걸 그제야 알았다. 그때는 모두 관중들이 앉아있었기에 무슨 색인지 알 수 없었다. 사합전 긴장돼서 화장실을 자주 들렸었는데 그때 모습도 참 정겹다. 레슬링 시합메트는 치워졌지만, 우승 직후 빠떼루 아저씨가 날 무등 태우고 환호하던 그곳을 걸어보면서 관중석을 바라볼 때 미국관중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경기장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대형 전광판 옆에 미국 성조기와 무빙스타 깃발이 걸려있는 모습이 또 한 번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잊고 지냈던 그 시간으로의 여행이 너무도 짜릿했다. 전북에 레슬링을 58년도에 처음 도입하셨던 안광열 사범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 중에 “부산에는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부러웠는데 이제 네가 이루어줘서 고맙다.” 이젠 제가 후배 레슬러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차례이다. “후배들이여 이젠 여러분들이 금맥을 이어가서 고맙다는 나의 인사 받고 싶지 않은가? 분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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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08.24 18:07

남원 공공의대법 반드시 연내 처리하라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 수년째 터덕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와의 원만한 합의를 전제로 했지만 공공의대 설립 문제와 관련해 국정과제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있는 일이다.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져 연내에 남원 공공의대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국회에는 2년 전 당시 무소속이었던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아직까지 별다른 논의없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김성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도 남원 공공의대 설립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고 국민의힘은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주 의원의 “성형외과, 피부과 개원의는 넘쳐나지만 공공 필수의료 인력은 대단히 부족하다. 언제까지 시급한 공공의료 인력 확보를 미뤄둘 것이냐”는 질타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의원의 지적처럼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인력 확충은 선택이 아닌 국가적 필수 과제가 됐다. 전문 의료인력 양성에 10년 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시가 급한 사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남원 공공의대 설립 이외에도 여러 건의 의대 및 공공의료인 양성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지난 2018년 서남대 폐교 대안으로 제시된 남원 공공의대 설립 논의에 편승해 우후죽순격으로 발의된 법안들이다. 수도권 및 대도시와 달리 전북지역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학병원은 비인기과 전공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농어촌 지역은 공중보건의사 감소로 의료 인프라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남원 공공의대 설립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는 것으로 타 지역의 의대 신설 요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의대 신설 및 공공의료인 양성은 남원 공공의대 설립과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 남원 공공의대법의 연내 처리를 거듭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24 18:07

지역 문화에 4차 산업혁명 色을 입히자

코로나19는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교육 분야에선 등교 제한 등으로 공공교육의 비대면화와 다양한 온라인 교육 방법이 도입되면서 자연스레 디지털 콘텐츠에 접할 기회가 늘었다. 이러한 추세는 문화 분야에도 나타나면서, 지역 문화와 연계된 온라인 콘텐츠 활용 및 향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활동까지도 쉽게 찾아보고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됨에 따라 중앙에 집중된 문화적 관심이 ‘로컬’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대학은 지역 문화와 보폭을 맞추려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전북대의 경우 한류로 대변되는 각종 한(韓) 스타일과 궤를 같이 하면서 전통과 함께하는 교육과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로컬’의 시대에서 문화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산학협력, R&D 등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산업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대학과 지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역의 강점인 전통 자산에 4차 산업혁명의 색을 입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로 여겨지는 가상현실은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문화유산에서 접목이 활발하다. 미국 기업 이온리얼리티는 투탕카멘왕의 무덤과 이탈리아 마기 예배당을 가상현실로 경험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스위스 제네바대학교는 문화 유적지에 가상 인간을 CG로 구현해 덧입히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등에선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가상 박물관을 통해 전시와 IT의 융합을 모색했다. 이 모두가 문화를 디지털 자산으로 재탄생시킨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역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디지털 복원과 실감미디어 개발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문화의 보존과 향유 기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2020년 전라감영 동편부지 내 7개 건물을 실감형 콘텐츠로 제작했고, 현재 미륵사지 디지털 복원이 진행 중이다. 부안군에는 유학 자산의 디지털 자료화 및 AI기반 디지털 고서(古書) 번역기도 개발 중에 있다. 고창 고인돌과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정읍 무성서원 등을 소재로 미디어 아트쇼도 운영할 예정이다. 익산시는 6개 홀로그램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홀로그램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주는 지역 전통문화를 기반에 둔 디지털 문화 콘텐츠 사업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주시는 국토부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전북대의 캠퍼스혁신파크사업을 통해 디지털 문화 콘텐츠 사업의 새로운 심장이 될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의 문화적 자산에 4차 산업혁명의 색을 덧입히는 의미 있는 시도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러한 추세에서 우수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전주 문화콘텐츠가 만나는 축제의 장이나 세계의 문화가 디지털로 어우러지는 문화 콘서트 등을 대학과 지역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전북대학교에 이미 개설되어 운영 중에 있는 예술융합창작 전공과 같이 학제 간 융합을 통해 이뤄지는 새로운 도전들을 선보이는 장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고여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유동하는 것이고 변화하고 융합된다. 수동적이고 정체된 관점이 아니라 지역에서 성장해온 문화적 자산이 확장되고 산업화할 수 있도록 지역대학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대학이 가진 자산은 지역 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세대를 연결하는 허브가 될 수 있다. 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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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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