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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뉴 노멀’시대의 여름

어색했던 ‘군산 홍어’가 금세 익숙해졌다. 오랜 세월 홍어의 본고장으로 불렸던 전남 흑산도를 제치고 군산이 대세가 됐다. 수년 전부터 홍어 어획량이 크게 늘면서 군산의 맛집지도가 달라졌다. 그러더니 지금은 제철을 맞아 어판장에 쏟아져 나온 ‘서해 오징어’가 화제다. 사실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동해의 대표 어종이었던 오징어가 서해로 몰려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20여년 전부터 서해 오징어 어획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10여년 전부터는 동해안에서 오징어잡이 어선과 활어차가 달려오면서 본격적인 ‘서해 오징어 시대’를 알렸다. 그렇게 서해 태안반도 주변이 오징어의 황금어장으로 새롭게 자리잡았다. 대신 동해에는 난류성 어종인 참치와 방어가 떼로 몰려든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으로 해양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일상이 된 현상이다. 이런 기후변화는 지구촌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변화를 넘어 위기의 시대다. 예년에 없던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여름철에 자주 발생한다. 이제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극한(極限)’의 여름 기후다. 극한은 궁극의 한계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극한으로 이름 붙인 기현상이 지구촌 기후변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라면 ‘극한’의 기준을 훌쩍 넘어서고, 그 빈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용어를 찾아서 붙여야 하는 기록적인 폭우·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후만 변했을까? 비정상적이고 극히 예외적이었던 현상이나 상태가 어느 순간 새로운 표준이 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이 변화했다.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비대면 소통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때 달라진 새로운 생활방식이 일상이 됐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새로운 기준, 새로운 질서에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 시대다. 과거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만 버텨낼 수 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폭염을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는 우선 키오스크부터 능숙하게 조작해야 하지 않는가. 이제는 일상이 된 여름철 극한의 기후도 결국은 우리가 적응하고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변화는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조금씩 조금씩 오랜 조짐이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치다가 어느 날 비로소 그 존재와 상태를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군산 홍어, 태안 오징어처럼…. 지금도 우리 삶의 어느 한쪽에서 익숙한 것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 말겠지’라며 흘려버리지 말고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어떨까. 이런 작은 변화가 머지않은 어느 날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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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7.14 18:37

[문화마주보기] 고천문(告天文)

정치 현실과 경제 안팎이 어서 안정되기를 원하는 시절에, 세상이 휘황찬란하게 변했을지라도 가진 자 중심의 패러다임은 여전한 이 무더운 시절에, 하늘님 쇤네가 아뢰나이다. 6·25전쟁 발발한 직후 전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사람들이 여기 황방산에서 떼죽임당했나이다. 골령골에서 거창에서 금정굴에서 노근리에서의 학살과 똑같이 한국인 수백 명이 아군의 총에 사살당했나이다. 경상대학교 교수 신경득은 『조선 종군실화로 본 민간인 학살』(2002.6. 살림터)에서 “6월 27일부터 7월 20일경까지 전주형무소 인근 공동묘지와 솔개재, 황방산 부근에서 학살했고, 남원으로 후퇴하기 직전 유치장에 구금된 예비검속자에 대한 무차별 학살이 이뤄졌다.”라고 밝혔사옵니다. 이 참상을 최초로 보도한 ‘민주조선’(1950. 8. 21)은 전주에서 학살당한 사람이 4, 500명이나 된다고 적었나이다. 만물을 살피시는 하늘님 학살 주범은 경찰과 헌병과 방첩대로 알려졌사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학살당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황방산에 몇백 명이 더 묻혀 있는지도 알 길이 없나이다. 전주시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네 차례, 황방산 유해 200여 구를 발굴했지만, 끝내 신원을 밝힐 수 없었나이다. 하지만 이분들은 못된 세력의 밑씻개 노릇을 거절한 사람들로 이해되옵니다. 군경이 남원으로 후퇴하면서 기록을 불태워버렸다지만, 당시 전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미군정 및 이승만 세력과 싸우다 빨치산이 된 분들, 제주4•3항쟁과 여순항쟁에 참여했던 분들, 보도연맹과 관계된 분들이 학살당했다는 증언이 쏟아졌기 때문이나이다. 2003년 『말지』 5월호에 황방산의 떼죽음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수많은 유족이 여기를 찾았사옵니다. 학살의 진실을 알고자 ‘전주형무소유족회’와 ‘진실화해위원회, ‘4•3희생자유족회’ 등이 활동 중이옵니다. 그러나 황방산은 말이 없나이다. 양민들이 가장 많이 희생당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효자동 황방산 자락. 여기에 건물들을 지으려고 땅을 팠을 때 드러났다는 엄청난 유골들- 70년이 넘도록 캄캄하게 버려졌던 유골들을 햇살 바른 곳에 모시고 진혼제를 올리기는커녕 누군가 한곳에 몽땅 암장해버리고 그 장소조차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하니, 손이 뒤로 묶여 죽어간 분들의 넋에 기대어, 하늘님 쇤네가 아뢰나이다. 강대국들의 잇속에 말려 분단을 당한 한국, 여기서 시작된 불행은 한민족이 한민족에 수십만 명 참살당하는 저주로 치달았다고 명백히 밝히소서. 자신들 뜻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를 죽인 정권, 그 독재정권의 민주 시민으로 살라고 삶을 강요당했던 후손들의 세월도 맑게 펴주시고- 평등 세상을 못 보고 구천을 떠도는 혼령들의 진실을 만천하에 펼치소서. 대한국민의 본래이신 하늘님! 모두가 피해자라는 허망한 말속에 황방산의 떼죽음을 다시 암장하려는 세력을 꾸짖듯 연일 뙤약볕이 따가웠나이다. 자본과 문명의 노예가 된 빈약한 지식을 내치듯 소주 한잔 올리오니 여기서 참살당한 분들의 숨결까지 마디마디 흠향하소서. 황방산뿐만이 아니라 이 땅 곳곳에서 학살의 진실을 캐는 역사로부터 한국의 미래가 비롯된다는 진리를 확인케 하소서. △이병초 시인은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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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4 18:36

[경제칼럼] 일상의 회복력, 다시 협동조합으로

UN은 2012년에 이어 2025년을 두 번째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재지정 배경에는 협동조합조합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역할 수행과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 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 UN이 정한 첫 번째 ‘세계 협동조합의 해’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시행되었다. 기본법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증진과 활동 장려를 위해 7월 첫째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하고, 그 전 1주 동안을 ‘협동조합 주간’으로 지정하여 최근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27,906개의 (사회적)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설립되어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전북에는 1,989개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단시간내 양적 성장 배경에는 시민들에게 내재했던 사회적 요구가 경제활동으로 전환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전북은 협동조합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민·관 모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시기 협동조합이 영리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하이브리드한 성격 때문에 협동조합 제도와 실제 운영이 매끄럽지 않기도 했지만, 열정이 대단했다. 이 기간 설립된 협동조합은 ‘농협’과 같이 개별법으로 정한 기존 8개 조직과는 별도로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크고 작은 동종·이종 단위의 결합이었다. 이들은 협동적으로 사업행위를 영위함으로써 규모화와 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조합원 권익 향상, 지역사회 공헌, 사회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을 촉진하였다. 일부 협동조합들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정책사업과 연계를 통해 활동력을 높인 곳들이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아직도 다수가 영세하고, 서구에 비하면 역사가 아직 짧다. 지난 정부 3년은 그간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노력 자체가 부정되는 암흑기를 겪었다. 전 정부 출범 이후, 협동조합 주관부처인 기재부에서는 과를 통·폐합하고, 관련 부처 사회적경제 예산은 대거 삭감되었다. 다행히 새정부 국정기획위는 지속 가능 성장 방안 모색을 위해 ‘사회적경제 TF’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1일 “양극화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등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경제 모델을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간 표류했던 사회적경제 관련 법률 제·개정 및 제도 정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2025년 협동조합은 질적인 성장 2.0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입법 행위를 통해 제도를 정비하고 다시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운영 주체들은 신뢰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기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적 경제활동 방식은 이에 알맞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전북은 새정부 사회적경제 강화 기조에 기민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저성장 기조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역을 잇고, 사람 중심 경제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양극화 해소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자리, 교육, 주거, 복지, 돌봄, 문화, 에너지 분야 등에서 성과를 확인한 바 있다. 협동조합 경제활동은 지역 내에서 다시 선순환의 결실이 될 수 있다. 이제 다시 협동조합이다. △배현표 사무처장은 주거복지 분야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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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4 18:36

[기고] ESG의 블록화 현상: 지속가능성의 분열과 기업의 전략적 대응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한때 글로벌 자본시장과 기업 전략의 통합된 기준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25년 현재 그 지형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위기의 정치화, 그리고 각국의 산업보호 전략 속에서 ESG는 더 이상 단일한 글로벌 표준이 아닌, 국가별·블록별 해석과 규제가 병존하는 ‘ESG의 블록화(Blockification of ESG)’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럽연합은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SFDR(지속가능 금융 공시규제) 등 강력한 규제를 통해 ESG를 윤리 기반의 규범으로 제도화하는 반면,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중심의 보조금 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ESG 규제 완화 기조가 공존하며, 주 정부 차원의 ESG 규제가 기업의 전략을 복잡하게 만든다. 중국은 ESG를 산업 안보와 국가 통제의 도구로 정의하며, 국유기업 중심의 공급망을 ESG 체계로 흡수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ESG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에 따라 상이한 해석과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더 이상 단일화된 ESG 보고서나 글로벌 표준만으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유럽 투자자에게는 CSRD와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를, 미국 투자자에게는 ISSB(국제 지속가능성 기준 위원회)와 SASB(지속가능성 회계 기준 위원회)를, 중국 사업장에는 지방정부의 ESG 기준을 각각 충족시켜야 하는 다층 공시 대응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동시에,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실사 및 지역별 탄소 규제 차이를 관리하는 공급망 ESG 통합 관리가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ESG가 단순히 ‘보고의 문제’가 아니라, 블록별로 요구되는 역량과 데이터 관리의 문제가 된 것이다. 더 나아가 투자자의 ESG 기대치도 지역마다 달라진다. 유럽 투자자는 기업의 인권 보호와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우선시하지만, 미국 투자자는 ESG가 기업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투자유치 전략의 지역 분산화가 불가피해졌고, 기업은 이해관계자별 맞춤형 ESG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ESG의 블록화는 단순한 규제의 분열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좌표가 되었다. 기업은 복수의 공시 기준과 지역별 리스크 관리, 그리고 ESG 전략의 현지화까지 병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하나의 ESG’가 아닌, 다극화된 ESG 질서 속에서 진정성과 실행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가 되었다. 이처럼 ESG 블록화 시대에 기업은 복수의 규제와 이해관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층적이고 지역화된 전략을 갖춰야 한다.첫째, GRI, ISSB, CSRD 등 복수의 국제 기준을 병행해 기업의 ESG 공시를 강화하고, 지역별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둘째, 각국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공급망 리스크를 반영해, 블록별로 특화된 공급망 ESG 실사·검증 체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셋째, ESG 전략 자체를 단일화된 글로벌 모델이 아닌,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이제 ESG는 윤리적 명분이 아니라, 복수의 질서 속에서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전략적 시험대이다. ESG의 블록화는 위기이자 기회이며, 기업은 이 복합적 질서를 균형 있게 해석하고 대응할 때만이 다가올 글로벌 지속가능성 경쟁에서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ESG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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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4 18:36

[사설] 쏟아진 주민민원, 듣는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

지난 10일 군산에서 열린 이른바 ‘국민 신문고’ 에서는 전북도민들의 민원과 정책 제안들이 쏟아졌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가는 모두의 소통 버스’를 운영하면서 이날 군산을 방문한 것이다. 주한미군 군산비행장 탄약고 인근 마을의 이주 대책 요구, 새만금산단 내 공공폐수처리시설 신설, 새만금 신항만 대체 어장 확보, 정읍 폐목재발전소 허가 취소, 중앙분쟁조정위 심의 절차 개선 등 묵직한 사안들이 제기됐다. 군산비행장 인접 주민들은 주한미군 탄약고 공포를 토로했고, 새만금 산단 이차전지 폐수방류는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각각 이주대책과 어업 피해대책을 호소했다. 정읍 폐목재발전소 허가와 관련, 환경영향평가·주민 의견수렴 누락·동의서 조작 의혹 등이 있다며 정읍화력발전반대 대책위는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1만여 명의 서명부를 제출하기도 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매립지 관할구역 결정 과정에서 '단순 이견'만 제출하면 중앙분쟁조정위 심의 대상이 돼 불필요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고 지방자치법 개정과 중앙분쟁조정위 심의 절차 개선을 제안했다. 민원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소통버스’를 찾았을 것이다. 단순 민원을 넘어 주민 생존권 및 지역발전 등과 직결된 문제들도 많았다. 의견수렴은 일회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계속돼야 한다. 국민소통을 강화하고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가는 모두의 소통 버스’를 운영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동안 상의하달식 일방통행과 불통 정치에 식상해 한 국민들에게는 갈증 해소 창구기능을 했다. 문제는 제기된 국민 민원과 고충, 정책 제안 등의 타당성을 살펴본 뒤 실행에 옮기는 일이고, 이행 여부와 사유를 민원 당사자나 기관한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런 피드백 기능이 생략되면 얄팍한 전시행정 밖에 안된다. 국정기획위와 국민권익위 관계자들이 의견을 청취했기 때문에 사안별로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가능하면 국민눈높이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해결 가능한 민원은 신속히 처리해서 민원 당사자 한테 통보하길 바란다. 재삼 강조하지만 ‘듣고 끝나는 소통’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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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13 18:36

[사설] 시내버스 요금 인상 앞서 서비스 개선부터

전북지역 시내버스 요금이 다음 달부터 인상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도내 14개 시·군 시내·농어촌버스 요금을 2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주·완주 시내버스 요금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익산·군산·정읍·김제는 1600원에서 1800원, 남원은 1550원에서 1750원으로 각각 오른다. 지역 버스업체에서 경영난을 들어 요금 520원 인상을 건의했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운임요율 검증 용역과 소비자정책위원회를 통해 200원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인건비와 유류비 등 운송원가 인상에 따른 버스업체의 재정 적자 등을 고려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버스업체의 적자가 늘어날수록 지자체가 예산을 통해 지원해야 하는 적자보전금도 커지기 때문에 업계의 요금인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구조다. 새 정부가 물가안정·민생회복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계획까지 밝힌 가운데, 지자체에서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버스요금 인상을 추진한데 대해 도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여기에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의 시내버스 요금은 다른 지역 도시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한다. 지자체가 민생안정 시책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꼭 필요하다면 요금을 올려야겠지만 민생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민의 발’인 버스요금 인상이 그렇게 시급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전주·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 시내버스는 서비스 문제를 놓고 이용자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버스 기사의 난폭운전과 폭언,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된 고질적 병폐인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요금 인상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이다.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이자 ‘도시의 얼굴’이다. 시내버스 운영에 매년 막대한 혈세를 지원하고 있는 지자체가 시민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업계와 종사자들의 자정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수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내버스 서비스 혁신이 요금인상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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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3 18:36

[전북칼럼] 전북자치도의 차별화된 수소산업 브랜드 정립

그리스어로 데모크라시는 역량과 민중의 합성어로 민주주의를 의미하며 민중이 역량 있는 대표자를 선택하여 통치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시대에 따라 에너지원의 확보를 위하여 국가권력은 적극적으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였고 이를 통해 자국민의 편리한 생활의 보장을 추구하였다. 에너지 관점에서 인류의 생활양식과 문명발달은 불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시대의 갤리선은 노예의 노동력에 의존하였으며 이후 노동 집약적인 산업 보호를 위해 비문명적인 노예제도가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에너지 문제에서는 통치차원의 정책 결정이 매우 중요하며 에너지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을 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주민들은 미래지햘적인 에너지 정책보다는 전기요금과 휘발유 가격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수소가 국가경제, 사회전반, 국민생활 등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여,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이며, 미래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연료전지 산업은 수소 생산, 저장, 운송 등 공급 분야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연료전지 발전과 수소모빌리티 제품 및 수소 충전소 구축을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고효율 무탄소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과 국내 에너지 자립도 기여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인 친환경 산업이다. 특히 수소사회 진입이 가시화된 이 시점에서 지자체장의 수소사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추진의지가 지자체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최근 5년간 수소관련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여 전주완주 수소시범도시 유치를 시작으로 세계 최초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준공, 완주 수소특화국가산단 조성으로 134개 기업 입주예정과 연료전지 자원순환 재활용 시험센터 유치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북자치도는 3%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 수소신산업 분야에서 전국 총매출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세계 최초 수소트럭 상용화와 국내 수소버스 생산 지역이며 탄소복합소재를 활용한 대용량 수소 저장용기 산업의 중심지로 수소산업 밸류체인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기후변화 대응의 성공적인 추진과 수소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전후방 산업 육성과 이를 통한 수소전문기업 집적화로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전북 성장동력분야인 이차전지산업을 비롯하여 재생에너지, 자동차, 탄소, 조선·해양, 건설·농기계, 드론 분야와 연계한 수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정책이 요구된다. 청정수소 및 수소모빌리티 중심으로 전주기 생태계 조성과 지속성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체게적인 정책을 실행하여 전북자치도는 청정수소와 수소모빌리티의 메카임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이홍기 교수는 IEC 세계연료전지기술위원회 의장, 한국 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회장, 우석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홍기 우석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국제연료전지기술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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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3 18:35

[오목대] 호랑이굴 속에 들어갈 김 지사

완주 전주통합이 요즘 폭염처럼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명의 이름과 뜻이 같고 역사문화적 배경이 같은 두 지역의 통합 문제가 실타래처럼 헝클어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두 지역은 현재와 미래가치가 충돌해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번째로 통합을 추진하는 찬반양측은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관차 마냥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고 있다. 얼핏보면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꼬이는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너무 판이하기 때문이다. 완주군민들은 통합에 전혀 아쉬울 게 없어 반대하고 있다. 인구도 전주에서 전입해오면서 10만을 넘겼고 사회간접시설이 잘 발달되어 미분양이 없을 정도로 공단 분양이 잘돼 다시 공단을 조성해야 할 상황이다. 재정상태가 좋아 지난 설 때 전 군민에 30만원씩 나눠주고도 돈이 남아 공단조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여유까지 부린다. 반면 전주는 주택조합을 통해 재건축을 하지만 아파트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어려워졌다. 서신동 감나무골 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을 상회하면서 곧 분양에 들어갈 전주 최고 노른자위 땅인 대한방직터분양가는 2500∼3000만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전주의 아파트 값이 치솟자 젊은층들은 완주 삼봉지구나 용진 군청사 주변 아파트로 이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금 완주군민들은 복지혜택을 제대로 누리면서 살기 때문에 부러울 게 없다면서 빚더미에 처한 전주와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통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지선을 앞두고 유희태군수와 지방의원 전체가 목숨 걸고 반대해 군민들의 반대 기류가 강해졌다. 여론주도층이 워낙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찬성하고 싶어도 제 목소리를 못낼 정도다. 그러나 혁신도시나 삼봉지구 전주와 인접한 용진 신리 이서등은 찬성하는 주민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 아무튼 전주시민은 대다수가 통합에 찬성하는 편이지만 완주군민은 김관영지사와의 대화를 무산시킬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반대한다. 도청소재지인 전주는 63만 인구가 줄면서 전국적인 위상이 20위권으로 밀려났고 도시공원 일몰제로 시가 빚을 내서 공원부지를 사들여 총부채가 6천억으로 늘었고 연간 이자만도 19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재정형편이 안좋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범기 시장이 덕진공원의 소나무를 벌목하는 등 개발위주로 시정을 펼쳐 당초 본인이 선거 때 공약했던 예산 폭탄을 터뜨리기는 커녕 되려 빚폭탄을 맞고 있다. 새만금사업 말고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전북도도 완주 전주를 통합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법이 좋기 때문에 김 지사가 삼봉지구로 이사 가서 완주군민과 허심탄회하게 대화, 설득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후보지 선정과 개인 역량으로 2차전지특구로 지정받은 김 지사가 완전을 통합해서 재선 가도를 달리겠다는 것이다. 지금껏 아쉬울 것 없는 완주군민한테 전주정치권이 통합시장 통합의장은 완주출신이 하도록 천명해야 그나마 설득력이 생길 수 있다. 완전은 순망치한 관계라서 유불리로만 따질게 아니라 상호의존적 관계를 살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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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7.13 18:35

[열린광장] ‘1덩이에 500만원 수박’… 돈 버는 농업·농촌, 고창이 앞장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에 사람도 농작물도 지쳐갑니다. 초복이 일주일이나 남았건만, 올여름 더위는 유난히 일찍 찾아왔습니다. 더위는 늘 약자에게 먼저 다가옵니다. 고창군은 지역 어르신들이 무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611개 경로당의 냉방기기를 점검하고, 거리 곳곳에 생수(양심)냉장고를 설치해 누구나 시원한 물 한 잔 마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익은 어르신, 땀 흘리던 아이가 냉수 한 모금에 웃음을 지을 때, 군수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농업인들의 갈증을 풀어준 일도 있습니다. 작년, 고창 수박의 지리적표시제 등록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고, 올해는 그 수박이 본격 출하됐습니다. 지난 5월 3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명품 수박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수박은 1덩이에 무려 500만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고창 수박의 명성이 전국에 울려 퍼진 순간이었습니다. 고창군은 명품 수박을 5만원 정가제로 판매했고, 한 달 만에 5천덩이를 전량 완판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전략은 전체 고창 수박의 도매 시세를 10% 이상 끌어올려 농가의 소득 증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고, 고창군은 이번 시즌에만 약 80억 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과거, 저가 수박이 고창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며 농민들이 겪었던 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고창군은 수박에 이어 땅콩, 멜론, 보리 등 다양한 농특산물에도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농산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농민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농촌 일손 부족 문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현재 고창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600여 명, 하반기 추가 인원을 포함하면 올해 총 3,200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전국 최대 수준이며, 고창읍을 제외한 1개 면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고창군은 전국 최초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마련하고, 전담 관리센터를 운영해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무단 이탈률은 1%대로 줄고, 불법 브로커 개입도 원천 차단되었습니다. 고창은 가을배추·무 최대 산지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다지고 있습니다. ‘사시사철 김치산업화 단지’가 농식품부 공모에 선정되어 총 320억 원을 투입, 저온저장고와 절임 가공시설 조성사업이 한창입니다. 여기에 전북특별자치도 농생명산업지구로 최종 선정되며 50억 원의 추가 예산도 확보했습니다. 한때 수확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복분자도 재배가 늘며 ‘복분자 명가’의 자존심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멜론, 미니수박, 바나나, 애플망고 같은 열대작물도 적극 육성 중이며, 친환경 쌀 확대, 풍천장어 해외수출 확대를 통해 농업의 실질소득 향상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돈 버는 농업, 돈 버는 농촌’은 고창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창군은 군민의 갈증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명품 고창수박 한 덩이와 시원한 복분자 주스 한 잔으로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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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3 18:35

[기고] '윤덕수'의 수구초심(首丘初心)과 ‘5광(光)’ 뱃놀이

“나는 전북 출신이 아니니 앞으로 절대 나를 찾아오지 마시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YS 정권 당시, 유종근 전북도지사가 예산 지원 등 협조를 구하려 전북 출신으로 유일했던 상공부 한덕수 국장을 찾았다가 들었던 답이다. 그런 한덕수 국장은 이듬해 특허청장에 내정됐는데 기자들이 출신지를 '전북'으로 쓰자 해당 언론사에 일일이 연락해 자신의 본적이 '서울'이라고 뜯어고쳤다. 이후 한 청장은 이듬해인 1998년 3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되었는데 이번엔 또다시 각 언론사에 팩스를 보냈다. “전주가 고향이며, 초등학교 일부도 전주에서 다닌 전북 출신”이라고⋯. 때는 DJ 정권 출범 초기였다. 이상은 언론인 출신으로 춘추관장을 거쳤던 전북 출신 원로 김기만 선생의 회고다. 이밖에도 한덕수 씨와 관련된 분통터지는 기행은 한둘이 아니지만, 전북도민들에겐 특히 어금니를 깨물 수 밖에 없는 각인이 있다. 감사를 통해서도 밝혀진 잼버리 폭망의 책임을 정부가 아닌, 전북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예산 대폭 삭감은 ‘빅픽처’를 그리기 위한 것”이라며 전북의 숙원사업인 새만금에 칼질을 서슴지 않았던 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랴, 아쉽게도 그가 그리려던 새만금의 큰 그림은 볼 수 없을 것 같으니⋯. 각설하고 이제 ‘시계(視界)’의 드론을 과거가 아닌 현 시점에서 전북 상공에 띄워보자.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북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까지 화룡점정을 그어 장관 4명에, 국회 예결위원장과 법사위원장까지 전북 출신으로 채워졌다. 다소 격 떨어지는 표현이지만, 고스톱판에서 ‘5광(光)’에 ‘쌍피’까지 손에 쥔 격으로 그야말로 ‘화양연화(花樣年華)’에 다름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도내 14개 시·군, 전북 국회의원, 광역·기초 의원들은 지난 정부에선 전북 발전이 더딘 원인으로 ‘정부 탓’, ‘국민의힘 탓’을 할 수 있었지만, 이재명 대통령 재임 시기에는 그 명분이 부족해졌다.” 6월 29일자 전북일보 기사다. 백 번 지당한 말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제 ‘명분이 부족해 진 것’이 아니라 아예 ‘명분이 없다’고 본다. 다시 한덕수로 돌아가 보자. 전주 출신으로 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이사한 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서 50년 넘는 공직생활 동안 진영을 넘나들며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았던 그 잘 나가던 덕수 씨가, 왜 고향을 고향이라 말하지 못하는 홍길동이 됐을까? 또 대통령을 꿈꾸다 상황이 절박해지자 짠하게시리 “저도 호남사람입니다”라고 목청을 높였을까? 마지막을 내다본 수구초심(首丘初心)이었을까? 이제 고스톱이라는 정치판에서 ‘5광(光)’을 손에 쥔 의원님들과 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이 그에 대한 답을 써가야 한다. 더 이상 제2, 제 3의 한덕수가 나오지 않도록, 어디가서도 당당히 전북 출신임을 밝힐 수 있도록 ‘광(光)’ 하나하나가 빛나는 존재감을 증명해 보일 때다. 그런데 ‘5광(光)’을 쥐고서도 점수를 못낸다? 그땐 어떤 또다른 멸칭이 따라붙을지 상상에 맡길밖에. 자, 글을 맺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과거를 아무리 뒤져봐도 전북에서 지금 이 정권처럼 물이 좋았을 때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도민들도 뱃놀이 한 번 가보자!노는 물들어 왔을 때 저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부지런히... “지국총지국총어사와~돛 달아라, 전북특별자치도!”하면서. /이균형 전북 CB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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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3 18:14

[딱따구리] 찬물 끼얹자 앞 유리 '쩍' 갈라진 고급 외제차

연일 폭염이다. 유명 수입산 고급 외제차의 앞 유리가 찬물을 끼얹자 ‘쩍’ 하고 갈라졌다. 황당하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이게 바로 수입차 품질의 진짜 민낯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사건은 지난 7일 진안읍에서 발생했다.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 대표는 한낮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장시간 주차해 뒀던 독일산 고급 승용차량에 수돗물을 끼얹었다. 출장을 위해 열을 식히고자 해서다. 그런데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수돗물이 닿는 순간, 앞 유리 중앙부분에서 세로 방향으로 금이 갔다. 앞 유리는 두 쪽으로 나뉘었다. 당황한 박 대표는 고객센터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무상 교체를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보증 기간이 지나 무상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차량 출고 3년 미만, 또는 주행거리 10만km 미만 차량이어야 무상 수리 대상이라는데,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박 대표는 “수돗물만 뿌렸을 뿐인데 유리가 깨진 건 명백한 제품 하자”라며 맞섰다. 고온과 냉수가 충돌할 가능성은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안전설계가 부실한 것이고, 보증기간이 무슨 소용 있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세차할 때 찬물을 뿌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수준의 내구성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선 세차 시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랫동안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운행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지금이라도 하자 설계를 인정하고 무상 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급 외제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명품차의 품질 논란은 고급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다 아는 명성 있는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정성 어린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보증기간을 수학공식처럼 대입할 할 일이 아닌 듯하다. 명품차라면 서비스까지 명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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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승호
  • 2025.07.13 15:13

[사설] 김제시, ‘개미마을’ 생활환경 개선에 힘써야

김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이 강제이주 50년 만에 자신들이 피땀 흘려 일군 땅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김제시가 그동안 공유재산으로 돼 있던 개미마을 주민 17명의 주택부지와 농경지를 해당 주민에게 매각하는 절차를 최근 마무리했다. 주민들이 반세기의 한을 마침내 풀게 된 것이다. 김제 개미마을 주민들은 지난 1976년 산림청의 화전 정리사업 때 인근 금산면 금동마을에서 이주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강제이주당해 당시 공동묘지였던 지역을 일궈 집을 짓고 농지를 조성해 경작해 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곳이 공유지인 탓에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불안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애초에 살던 금동마을은 100년 이상 된 삶터로 화전민이 아닌데도 지자체가 잘못 고시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화전민으로 몰려 쫓겨났다’며 지난해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유지 무상양여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내면서 그들의 억울한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묘지였던 시유지를 주민들이 주택부지와 농지로 개량해 생활해온 점을 감안해 해당 공유지를 감정평가액에서 30% 감액한 가격에 매각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하고, 김제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반세기 전의 일이지만 당시 법률에 정해진 보상절차도 없이 강제이주를 당하면서 주민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 그런데도 여태껏 사과나 적절한 보상은 없었다. 그나마 이제라도 김제시가 그들의 생활터전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주면서 주민들의 한을 풀어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세기 동안이나 자신들이 일군 땅의 소유권조차 갖지 못한 채 열악한 생활여건에서 버텨온 주민들이다. 오랜 세월 억울함도 쌓였겠지만, 공동묘지였던 곳을 개간했으니 주변 생활환경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그들의 삶의 질 향상, 생활환경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 김제시는 정부가 주관하는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등을 통해 개미마을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역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김제시가 ‘관계기관과 협력해 경로당 건립 등 주민 민원을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랜 세월 외면당하면서 깊은 한이 쌓인 마을이다. 이제 지자체가 그곳 주민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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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10 18:53

[사설] 풍수해보험 폭염피해도 보장해야

요즘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비교적 폭염 안전지대로 꼽혔던 전북에서도 이젠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나타나는게 드문일이 아니다. 열대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개인이나 정부 모두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선 농업현장,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물론, 노인이나 취약계층 등이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계속된 폭염에 사람뿐 아니라 가축들도 폐사가 늘어나는 등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게 분명하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집계된 누적 폐사 가축은 8만7144마리에 달한다. 닭이 8만1101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4094마리), 돼지(1949마리) 등이다. 특히 최근들어 전북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서 가축 폐사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의 가축 폐사 숫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적인 피해 규모(37만9475두)의 23.0%나 된다. 그런데 사소한 것 같아도 정부가 자연재난에 대비해 운영하고 있는 풍수해보험에 폭염 피해가 포함되지 않아 이에대한 치유방안이 필요해보인다. 이상기후가 상시화 하면서 재난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어려워진만큼 폭염 등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다. 재난안전기본법에 명시된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폭염, 한파, 낙뢰 등 자연재난에 대한 피해보상 보험은 국가단위 재난보험에는 없는 실정이다. 폭염이 전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한 상황에서 이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때가 됐다. 지난 8일 현재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총 238명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5월15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누적 온열질환자는 전국에서 1228명이나 된다. 최근 5년간 전북 온열질환자는 2020년 80명, 2021년 96명, 2022년 123명, 2023년 208명 2024년 227명으로 해마다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 고추, 사과 등 기온에 민감한 농산물의 피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폭염은 엄연히 재난이다. 사람뿐 아니라 농작물 피해 상황을 정확히 집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수해보험에 폭염을 보장할 때다. 정부의 적극적이면서도 전향적 대응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10 18:52

[오목대] 도의원 늘면 전북이 잘 사나?

전북지역 국회의원과 도의회가 광역의원 정수를 늘리기 위해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수를 현행 40명에서 45명 가량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시·도의원 정수 산정방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이춘석, 김윤덕, 한병도, 신영대, 윤준병, 이성윤, 박희승 등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 8명과 전북자치도의회 문승우 의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지방분권 강화와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광역의원 정수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북이 강원보다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광역의원 수는 적다”면서 “공직선거법 제 22조 ①항 인구가 5만명 미만인 지역구시·도의원 정수를 최소 1명에서 2명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될 경우 군산과 익산, 부안을 중심으로 3∼4명의 도의원이 늘어나고 비례대표도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도의원 늘리기가 타당할까. 적어도 현 시점에서 도의원의 역할을 고려할 때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동안 도의원들의 행태다. 현재의 지방의회는 1991년 출범했다. 34년 동안 지자체와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제도적 한계와 함께 지방의원의 자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말과 갑질, 행패, 외유성 해외연수, 인사 및 공사 등 각종 이권 개입 등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가 많았다. 전북도의회도 최근 2년간 음주운전과 갑질행위, 부정청탁 등으로 4명이 윤리특위에 회부되었다. 박모 의원의 경우 지난 5월 ‘30억원대의 사업강요 의혹’으로 민주당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았다. 브로커 수준이다. 국민권익위가 지난해 말 발표한 종합청렴도도 4등급이다. 인천을 제외하고 꼴찌의 부패상태를 보인 것이다. 둘째, 도의원이 사실상 국회의원의 수족이나 하수인(?)이라는 점이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로 지난 선거에서 도의회는 40명의 도의원 중 26명(비례대표 포함)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무려 65%에 이른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다. 도의원을 포함한 지방의원은 의정활동보다 국회의원 행사에 쫒아 다니고 총선때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평소 마일리지를 쌓지 않으면 눈밖에 나기 십상이다. 전북과 같은 일당독재에서 특히 그렇다. 결국 이러한 폐해는 지역정치의 획일화와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도민 대다수는 도의원이 누구인지 모른다. 이런데도 도의원을 늘려야 할까. 주인인 도민들에게 물어는 봤나?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7.10 18:52

[청춘예찬] 전주를 사랑하기 위한 ‘가이드’ 만화

10년간의 타향살이를 마치고 전주에 돌아온 건 2019년이다. 그간 전주에 자주 다녀가지 않았다. 주변에는 나와 비슷하게 이런저런 연유로 전주를 떠났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청년들이 있었다. 우리는 전주에 대해 ‘잘 모른다’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잘 모르게 되었다’라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직 기억하는 것들뿐인데, 기억한다고 해서 그것을 다 알거나 사랑하는 것은 아니므로 고향에 대한 나의 감정은 상당히 애매하고 복잡했다. 나는 <외계인 투어>에 실린 정세원 작가의 소개말에 포스트잇을 꼭꼭 붙여두었다. “가끔 전주를 미워한다. 하지만 그것도 전주에서 20년을 지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군산에 근거지를 둔, 독립만화 전문 출판사 삐약삐약북스의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만화 프로젝트다. 전북은 군산·전주·정읍 편이 나왔다. 그중 <외계인 투어>는 전주 편의 제목이다. <외계인 투어>의 주인공에게 전주란 전 연인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다. 전주가 고향이라고 해도 거의 집돌이로 살았기에 아는 곳이 별로 없다. 심지어 이제는 타지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은 ‘외계인’으로 상징되는 외지인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갑자기 외계인들의 전주 투어에 가이드로 동행해야 한다니, 당혹스럽다. 사실, 그에게는 외계인의 가이드가 되는 것보다 전주를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 더 곤란한 일이다. 애써 외계인들을 데리고 전주의 명소와 맛집을 돌아다녀 보지만, 어딜 가도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는 줄곧 ‘이제 여기 안 산다(그래서 모른다)’, ‘기억 안 난다’, ‘전주가 싫다’라고 주장한다. “나 사실 걔가 아니라 이곳을 사랑했었나?”라고 관계와 장소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면서까지 전 연인에 대한 감정을 부정해 보지만, 그의 이런저런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기억은 공간·사람·시간과 딱 달라붙어 있어, 하나를 만나면 다른 것들이 마음속에서 줄줄이 재생되기 마련 아닌가. <외계인 투어>는 지역과 ‘나’의 관계를 서사화할 수 있는 실마리에 대해 말한다. 전주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이나 나처럼 오랜만에 귀향한 사람에게 <외계인 투어>는 전주를 ‘옛 연인’ 같은 존재로 서사화하도록 돕는다. 다사다난했던 성장기를 보낸 고향과 미우면서도 행복한 순간도 많이 공유했던 전 연인은 어렵지 않게 동일시된다. 서사화와 명명이 가능해지면 우리는 대상과 거리를 두고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 거리를 바탕으로 기억과 경험을 해석할 수 있게 되면, 무언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전주를 서사화한다는 것은 나의 지난 시간을 해석하고 보듬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주를 사랑하는 일은 나를 다시 사랑하는 일로 이어지는 셈이다. 요컨대, 나는 <외계인 투어>로 뒤늦게 전주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는 전주를 욕할지라도 외지인이 욕하는 소리는 싫은 것을 보면 제법 잘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전주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주를 버리지 못하겠거든, 이 만화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순간, 전주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박근형 평론가는 2017 디지털만화규장각 신인만화평론 공모전, 2024 대한민국만화평론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만화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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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0 18:52

[금요칼럼] 여름과 후무사 자두와 연애

무슨 자문회의를 하러 서울에 나갔다 마치고 돌아온다. 나는 서울에 나갔다가 폭염에 화들짝 놀란다. 올여름 일사광은 비명이 나올 만큼 뜨겁다. 공중이 하얀 화염에 정령된 듯한 이 폭염은 열탕 지옥이다. 공중에서 새가 폭염에 기절해서 갑자기 추락할 수도 있겠다. 건설 현장에 나갔던 외국인 노동자와 땡볕에서 밭일을 하던 노인이 온열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어쩌다 한반도가 열탕에 갇히게 되었을까? 내 스물 살의 여름도 더웠다. 여름이니 더운 게 당연하고 여겼다. 하지만 그 시절의 더위는 올여름 같이 사납지는 않았다. 가정교사인 나는 여름 오후 4시에 폭염에 갇힌 거리를 지나 가여중생의 집으로 간다. 아이는 수학과 영어 공부는 싫어하지만 피아노를 잘 진다. 아이는 나 들으라고 피아노 연습곡을 치는데 검은 머릿결에서 햇빛이 빛난다. 월말에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월급을 받는다. 그는 염전의 사장이고 나이가 많다. 딸은 늦둥이인 셈이다. 그는 월급을 주며 늦둥이 딸이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다고 애매하게 대답한다. 서창에 해가 기운 뒤 버스정류장에서 퇴근하는 애인의 기다린다. 애인은 저녁 7시쯤에 도착한다. 우리는 칼국수를 먹은 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플라타너스 가로수 아래를 걷는다. 나는 애인에게 줄 선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이라는 음반을 사러 음반가게를 간다. 또 다른 날엔 애인과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는 알랭 드롱이 나오는 ‘태양은 가득히’다. 푸른 바다에서 요트를 운전하는 알랭 드롱이 너무 잘 생겨서 질투가 날 지경이다. 애인은 비가 오면 반바지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었다. 애인은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우리는 영화를 본 뒤 칼국수를 먹고 돌아와 집으로 돌아간다. 스무 살에 시작한 우리의 연애는 스물한 살에 끝났다. 왜 헤어졌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더위에 늘어진 플라타너스의 잎들과 먼지가 떠다니는 버스정류장 일대의 여름 저녁 풍경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여름 저녁 7시에 더는 버스정류장에서 나가지 않게 되면서 내 여름은 시시해졌다. 나는 여름비와 붉은 배롱나무 꽃을, 제주 협재 바다를, 후무사 자두와 복숭아를 사랑한다. 여름비는 온수 같이 따뜻하다. 빨간 장화를 신은 애인은 내 앞에서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으로 내 마음과 세상의 명도는 얼마쯤은 더 높아졌을 테다. 길바닥에 도랑을 이룬 빗물을 보며, 그 웃음을 만져볼 수 없구나, 생각하니 쓸쓸해진다. 장마가 끝나면 여름의 파란하늘에는 흰구름이 뭉개뭉개 피어오른다. 나는 샐러드를 씹어 먹는 어린 사자처럼 기분이 좋아져 시립도서관을 간다. 참고열람실에 구석 자리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읽는다. 비 그친 여름밤에 맹꽁이들이 운다. 축축한 공기가 떠다니는 여름밤에 후무사 자두를 먹는다. 후무사 자두는 달고 시다. 그 달고 신 것을 먹고 달고 신 맛이 나는 시를 쓴다. 스무 살에 후무사 자두 세 개를 먹고 쓴 시에서는 후무사 자두향이 난다. 손에 묻은 후무사 자두향 냄새를 맡을 때 내 기분의 고도는 낮아진다. 언젠가 후무사 자두를 먹을 수 없겠지. 두꺼운 절망이 얇게 펴지면 우울로 변한다. 맹꽁이들이 맹렬하게 울어대는 여름밤에 나는 조금 우울하다. 여름은 아스팔트의 아스콘을 끈적이도록 만드는 태양의 계절, 비온 뒤 맹꽁이가 맹렬하게 울어대는 계절, 달고 신 후무사 자두를 먹고 달고 신 맛이 나는 시를 쓰던 계절, 흰구름 아래서 사자가 샐러드를 아삭아삭 씹어 먹는 계절, 스무 살의 청년들이 도서관 복도에서 서성이는 계절이다. 수많은 여름들이 지나갔다. 숱한 이들이 내게로 왔다가 떠나갔다. 나는 그 여름들의 과거이자 미래다. 나는 폭염을 견디면서도 여전히 여름을 사랑하지만 이제 여름이 마냥 즐겁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여름의 기대, 여름의 소슬한 꿈은 물거품처럼 꺼졌다. 그렇건만 새로운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첫 연애의 기억과 함께 죽었던 연애세포가 오롯하게 살아난다. 여름에 만나서 여름에 헤어진 애인은 어디선가 이 폭염을 견디며 잘 살고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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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0 18:52

[세무상담] 분양권도 주택수에 포함됩니다

납세자들이 주택을 매도 하기 전에 본인이 1주택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비과세 인줄 알고 세금신고를 하였는데, 판단을 잘 못하여 추징된 사례들이 여러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로 분양권을 주택으로 보지 않고 주택 수를 결정하여 비과세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은 실체가 없는 주택이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써 2021년 1월부터 취득한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되어 양도세 계산시 주의하여야 합니다. 얼마 전에 상담한 사례를 소개해드릴까 하는데 분양권의 존재를 모르고 아파트를 양도하고 추징된 사례입니다. 의뢰인은 22년도에 주택을 취득하면서 6개월 뒤에 지방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을 했습니다. 그러고 2년이 지난 뒤에 이사를 가야해서 주택을 팔았는데, 2년 이상 보유하고 그 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게 없어서 당연히 비과세인 줄 알고 세금이 없다고 판단하여 신고도 안했습니다. 하지만 세무서에서 의뢰인이 지방에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2주택으로써 세금이 있으니 신고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의뢰인의 사실관계를 보아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을 살필 수가 있었는데, 주택을 취득하고 1년 이내에 분양권을 취득하여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으로 판단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불가피하게 2주택자가 된 경우에는 거주요건만 충족하면 2주택도 비과세에 해당할 수가 있었지만 가족의 질병 및 출퇴근 , 자녀의 취학 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이사를 한 것도 해당이 되지않아 비과세 적용이 안되었고, 본래 납부해야할 세금에 무신고 가산세까지 적용하여 세금을 추징당한 사례입니다. 본인의 판단으로 주택 양도시 1세대 1주택 비과세에 해당할 것으로 보아 세금신고까지 안해서 이런 피해가 있었지만 만약 전문가에게 주택을 양도하기전에 미리 상담을 했다면 미리 분양권을 매매 또는 증여를 하고 기존 주택을 양도하여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았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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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0 18:51

[금요수필] “나, 꽃으로 태어났어”

한여름이다. 유치원 언덕 작은 둔덕 위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고, 그 곁에는 아이들의 영롱한 웃음소리가 고운 빛에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풍경 옆에, 새까맣게 그을리고 기미 낀 내 얼굴이 겹쳐지며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 유명 여배우가 매일 아침 호텔 조식 뷔페를 즐긴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유 모를 우울감이 마음 한켠을 서서히 짓누르고 있었다. 나 역시 한때는 열심히 공부했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어느새 내 일상은 거울조차 피하고 싶어지는 얼굴과 피로한 다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아이들이 텃밭 활동으로 수확한 상추와 고추를 가정으로 보내기 위해, 하나하나 비닐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인지 상추에는 우렁이가 여러 마리 붙어 있었고, 그것들이 무릎 위로 툭툭 떨어질 때마다 나는 깜짝 놀라 소스라쳤다. 우렁이와의 한바탕 전쟁이 끝난 뒤, 아이들 교실로 작물을 배달했다. 아이들은 텃밭을 시작하며 어떤 작물을 심을지, 텃밭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여러 차례 토의하고 투표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며, 아이들은 빵빵하게 묶은 비닐봉투 위에 온갖 그림을 그려 넣었다. 호준이는 오늘 저녁 삼겹살을 기대하며, 귀여운 돼지 그림과 함께 오겹살을 정성껏 그려 넣었다. 우리 유치원 텃밭은 토질이 좋지 않아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금세 시들기 일쑤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는 1박 이상의 모임이나 여행도 꿈꾸기 어렵다. 유치원에서는 꽃도 꽃이지만, 상추도 꽃이고, 아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하면 잡초조차 꽃이 된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열린도서관을 지나던 중, 무심코 밀쳐진 동화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숨을 고를 겸 펼쳐본 책은 ‘엠마 줄리아니의 『나, 꽃으로 태어났어』였다.’ “따스한 햇살을 받고 알록달록 꽃들과 어우러지면 더욱 아름답게 빛나지요. 난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주고 사랑을 전해주기도 해요. 난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냅니다.” 한 송이의 여린 꽃이 인내와 헌신으로 세상을 돕고 나누며, 기쁨과 감사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상추나 토끼풀 같은 존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들인 아이들과 어우러져 매일 아름다운 하루를 가꾸기 위해 애쓰는 내 삶은, 그 동화책 속 꽃과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교육은 점점 사라지고, 서비스만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들은 체질이 저마다 달라 모기 한 방에도 벌겋게 부어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오늘도 등원 차량이 안전하게 도착하는지, 점심을 먹은 아이들 중 혹시 체한 아이는 없는지, 또 변비가 심한 아이들이 사용하는 작은 변기는 왜 그렇게 자주 막혀 물이 역류하는지, 매일이 버라이어티하다. 체험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버스에서 느끼는 압박감도 이젠 일상이 되었다. 그동안 ‘꽃으로 태어났지만 토끼풀 같은 삶을 살아간다’며 종종 씁쓸함이 앞섰다. 그러나 동화책 한 권이 내 마음속 얼음을, 봄날 눈 녹듯이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꽃이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너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나는 사람을 키운다. 고단한 하루 끝, 아이들의 웃음이 나를 다시 피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꽃으로 살아간다. △안장자 수필가는 영남대학교 교육학박사와 영남이공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문학 동시부분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군산하랑유치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며 군산시 아동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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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0 11:25

[사설] 지방의회 해외연수비 부풀리기 엄정 수사를

지방의회의 부적절한 해외연수가 논란이 된지 오래다. 외유성 연수에 의원들의 음주 추태, 그리고 연수비용 부풀리기 비리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여론의 뭇매를 숱하게 맞았다. 그런데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최근에는 고창군의회의 국외연수 비용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창군의회 의원과 사무국 직원 등 10여명이 지난 2023년 일본 국외연수를 다녀오면서 4200만원을 지출했고, 이 과정에서 사무국 직원과 여행사 대표가 경비를 부풀려 책정했다는 것이다. 고창군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202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의 ‘국외 출장 실태조사’를 벌여, 항공료를 과다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연수 비용을 부풀린 400여건의 사례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외 선진지의 각종 시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국외연수는 의정활동의 전문성 향상과 공공외교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의정활동이다. 의원들은 ‘현지에서 선진사례를 배우고, 지역에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얻어 지방의회의 정책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해외연수의 목적과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했다. 그동안 의원들 스스로가 해외연수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충분히 보여줬다. 당연히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심을 외면한 채 혈세만 낭비하는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관행을 이제는 확 바꿔야 한다. 지방의회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외연수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의원들이 연수 목적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게다가 해외연수의 필요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을 배우기 위해 몰려오고 있고,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선진지의 상세한 정보를 안방에서 들여다보고 소통할 수 있는 시대다. 굳이 혈세를 들여 너도나도 무작정 먼 나라에까지 가서 배워와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지방의회 뿐만이 아니다.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식의 국외연수, 여행사만 배불려주는 각 기관·단체의 관행성 국외연수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우선 이번에 국민권익위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지방의회 해외연수비 부풀리기 의혹부터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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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09 19:39

[사설] 해결의 물꼬 튼 '전주역세권 개발사업'

장기간 답보 상태에 빠져있던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은 전주역 뒤편 우아동, 호성동 일대 106㎡ 부지에 임대 5558세대, 분양 2130세대, 단독 146세대 등 모두 7834세대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2018년 12월 전주역세권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민선 7기 전주시의 반대로 중단됐었다. 또한 2021년 LH 직원 땅 투기 사태까지 겹치며 부침을 겪었다. 그나마 민선 8기 전주시는 LH와의 협의를 재개했으나 교통 개선 대책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표류했다. 이 같은 답보상태를 푼 것은 정동영 국회의원(전주시병)의 중재였다. 이를 통해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교통 개선 대책에 합의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역세권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케 되었다. 즉, 전주시와 LH는 초포다리로 2차로→4차로 확장(1.8㎞), 전진로 4→6차로 확장(0.6㎞), 동부대로변 진입로 2차로→4차로 확장(2곳 0.4㎞)을 LH가 전액 부담하는 데 합의했다. 또 동부대로 지하차도 개설에 대한 LH의 분담 비율도 27%에서 40%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향후LH는 합의된 지구계획 보완 신청을 국토교통부에 낼 계획이다. 지구계획 신청부터 승인까지는 통상 1년이 소요된다. 절차대로 지구계획 승인이 완료될 경우 2027년부터 토지 보상 절차가 시작되고 이후 LH는 2028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7월 8일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전주 우아1동 주민센터에서 전주역세권 개발사업 주민설명회를 열고 사업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공유했다. 주민설명회 참석 주민들의 요구는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을 속도감 있게, 책임감 있게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해결사역을 한 정동영 의원은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은 전주의 미래 10년, 100년을 결정할 중요한 성장 축으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앞장서서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지역의 막힌 물꼬를 터서 미래의 지역역량을 배가하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의 역할과 성과를 다시금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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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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