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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호헌조치 그후

4월 13일은 일년 365일중 하나일 뿐이지만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매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날이다. 조선이 건국된지 꼭 200년이 되던 1592년 4월 13일 한반도에 사는 이들에게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대참사가 다가왔다. 왜군의 조총소리와 함께 시작된 임진왜란이 바로 그것이다. 무려 7년간 국토는 유린됐고, 살아있는 민초들의 코와 귀가 베어졌다. 침략자인 왜군의 무자비한 살육과 약탈은 말할것도 없고 조선을 돕겠다며 한반도에 건너온 명나라 군사들의 횡포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오죽하면 그 당시에 백성들 사이에 “명군은 참빗, 왜군은 얼레빗” 이라는 말이 나돌았을까. 명군이 지나고 나면 참빗으로 훑어내듯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기가막힌 현실을 개탄하는 말이었다. 어정쩡한 종전이 이뤄졌으나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조선은 불과 한 세대만에 또다시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6년)의 치욕을 겪게된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근대화 이후 양력을 사용했는데 어김없이 4월 13일 또다른 격변이 찾아왔다. 5공화국이 말기로 치닫던 1987년 소위 4.13 호헌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분출하는 국민적 요구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호헌(護憲)은 원래 나쁜 의미가 아니었으나, 4. 13 호헌조치는 직선제 개헌(改憲)을 바라는 국민의 뜻과는 달리 체육관식 간접선거로 정권을 좀 더 연장하겠다는 의미였다. 분노한 국민들은 ‘호헌 철폐’를 외치며 거리에 나섰고 결국 6월항쟁과 직선제 개헌으로 귀결됐다. 그게 벌써 38년전 일이다. 87년 개헌에서는 상당 부분 국민의 기본권 강화가 이뤄졌으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유신(1972년) 이후 없어졌던 대통령 직선제였다. 당시엔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지고지선의 가치로 여겨졌으나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대통령 한사람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게 과연 맞는가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탄핵을 당한 이는 말할것도 없고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임기를 마칠때쯤엔 욕만 먹고 퇴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 후보들은 시대적 흐름과 달리 개헌 문제를 외면했다. “나까지는 대통령을 한번 하고 나서 다음번에나∼” 라고 하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또다시 윤석열 탄핵으로 인한 6월 3일 장미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과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는 개헌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대다수 대권 후보들이 개헌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으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1당인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현실적으로 개헌은 어렵고 호헌조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 호헌조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4.09 14:03

전북 현안, 차기 정부 국정과제 반영 총력을

탄핵정국이 지나고 이제 대선의 시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막이 올랐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정치권이 바빠졌다. 각 정당의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치열한 공약 경쟁과 후보 검증 절차가 이어질 것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각 정당과 후보 진영의 양보 없는 경쟁이 예고됐다. 예상했던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도 급해졌다. 차기 정부 국정과제 선점을 위한 로드맵을 이제 본격 가동해야 한다. 전국 각 지자체가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굴한 대선 공약과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온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역의 주요 현안을 집약해 각 정당과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할 예정인 이 프로젝트에는 9개 분야 74개 전략사업이 담겼다. △2036 하계올림픽 기반 조성 △K-문화올림픽 산업 거점 조성 △금융도시 구현과 산업인재 육성 △첨단 농생명산업 수도 육성 △새만금 국가성장 전초기지화 △전북 광역 SOC 확충 등이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혔다. 사실 국정과제에 포함되더라도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지역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실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대선 공약을 통해 반영된 전북 관련 국정과제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진척이 없다. 그래도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이 차기 정부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선 공약을 통한 국정과제 반영이 우선이다. 이를 계획대로 추진해 현실화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다. 우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그래서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가 유력 후보의 공약에 얼마나 반영될 지 관심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이 대선 정국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자체에서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전북의 미래 비전이 유력 후보의 대선 공약에 그대로 반영돼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가 되도록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이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아울러 도민들도 전북의 미래 비전에 관심을 갖고 한마음으로 성원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09 12:21

로컬을 살리는 취향인을 잡아라!

문화예술 기획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키워드 중심에는 늘 ‘로컬’이 빠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로컬 활성화’에 대한 논의이다. 굵직한 프로젝트나 강연, 커뮤니티 등으로 지속되는 로컬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간 너도나도 언급해 온 마당에 식상할 때가 되지 않았나, 또는 때 지난 키워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다. 필자 역시 이 단어가 재발견되기 시작한 이후 근 10여 년간 이 핵심어를 토대로 기획 프로젝트들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늘어난 관련 프로젝트들을 살피다 보면 성장세 만큼이나 정리되지 않은 사업도 늘어가는 것이 보인다. 슬금히 파편화되고 불분명한 로컬리티에 대한 반성과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으로 느껴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로컬이란 정의는 서울을 포함한 어느 지역, 동네, 구역을 통칭할 수 있다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방만이 로컬이라는 인식은 오래전 이야기다. 이런 맥락에서 일정 기준으로 묶을 수 있는 구역에 사는 사람을 우린 ‘로컬인(Local+人)’이라 부르고 있다. 서울 성수동 주민도 로컬인, 전주 사는 사람도 로컬인, 이런 식이다. 근래의 로컬인들은 해야 할 역할이 늘고 있다. 특히 떠나간 로컬인들이 남긴 자리가 ‘문제’가 되면 남은 로컬인들이 합심해 이를 해결해 나간다. 이때 로컬인의 역량과 기여는 더 중요해진다. 주거환경이나 상권이 텅 비어 점점 열악해지는 곳일 경우 고민이 더해지며, 머지않아 그곳의 로컬인들은 이런 질문에 도달한다. ‘떠나간 그 자리에 누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 즉 흔히 말하는 ‘로컬 상권 활성화’의 열쇠는 ‘머물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쥐고 있다. 로컬은 그러한 사람들에 의해 다시 채워지며 유기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머물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 질문에 앞서 처음 질문을 살짝 바꾸어보자. ‘무엇이 있어야 로컬에 관심을 갖고 머물기를 작정할까?’로. 이렇게 바꾸면 어떤 기획된 콘텐츠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상과 목적이 분명해진다. 또 먼저 존재해온 것들을 찾아내고 연결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로컬인들의 머뭄꺼리가 되는 동네 커뮤니티, 상권 활성화 기획단 활동, 주민 재교육, 새로운 로컬인 양성 등 일련의 행위들은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찾아 연결한다. 이러한 행위들을 연결하는 핵심에는, 누군가의 ‘취향’이 존재한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다. 로컬에 머물기를 방해하는 요인들이나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어딘가에 머물고 싶은 마음에 결정타를 날려줄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필자가 말하는 취향이다. 로컬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을 탐색하고 가꾸어야 한다면, 이미 강력한 콘텐츠를 지닌 사람, ‘확고한 취향인’이어야 할 것이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은 또 다른 취향인을 불러들이는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기도 하다. 자, 이제 그다음 질문을 해보자. 우리 지역, 동네에 이식하고 싶은, 또는 자연스럽게 싹을 틔울 수 있는 취향을 가진 사람은 누가 있을까?. 남녀노소가 가진 일정 취향이 산업을 만드는 세상이다.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로컬에 어떤 취향인으로 채워야 할지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집중력이 가장 먼저 요구된다. 떠나버린 사람을 아쉬워 하기보다는 취향인을 찾아 제대로 머물게하는 전략이 대세가 될 때, 강력한 취향의 힘을 입은 로컬로 거듭날 수 있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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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8:36

함께 전주, 나눔으로 채우는 도시

‘정(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따뜻한 마음, 서로를 챙기는 모습, 그리고 낯선 이에게도 베푸는 배려가 연상된다.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이 만들어 온 특별한 문화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왔다. 가족, 마을, 이웃과 유대를 맺으며 서로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논밭을 일구고, 집을 짓고, 생계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힘든 일은 함께 나누어 해결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품앗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라는 가치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의 공동체 지수는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산업화 속에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이웃과 교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든 결과다. 예전에는 골목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이웃과 어울렸지만, 지금은 외부와 단절되는 생활이 익숙해졌다. 어르신들이 “요즘은 정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25년 지금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동네가 점점 삭막해지고,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낯설어진 지 오래다.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했던 정서가 ‘내가 우선’이라는 문화로 바뀌면서 사회적 단절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더욱 삭막해질 것이다. 전주시는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시민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공동체적 연대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주함께라면’ 사업이다.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혼자 사는 1인 가구와 위기 청소년들이 언제든 찾아와 한 끼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함께라떼’ 사업을 연계해 커피 한 잔과 책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확대했다. 덕진구도 이러한 시정 방향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15개 동에 ‘함께라면’ 사업을 홍보해 동별 자생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덕진구에서는 ‘함께’와 ‘나눔’이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5개 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랑의 울타리 봉사단’은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음식 나눔, 건강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청사 내에 중증장애인 참여형 일자리카페를 운영하고, 어르신들의 활기찬 삶을 위한 실버사랑 가요교실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덕진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고립 가구를 발굴하고, 긴급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돕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15개 동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가 더욱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함께’ 그리고 ‘나눔’, 이 두 단어 속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다. 덕진구는 앞으로도 모든 주민이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며 실천하는 작은 변화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나눔의 문화 속에서, 더 따뜻한 덕진구가 완성될 것이다. /심규문 전주시 덕진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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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8:36

해외입양의 불편한 진실

“국가가 입양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3월 26일, ‘해외 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을 발표하면서 과거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의 인권침해를 인정했다. 2022년 8월, 해외입양인들이 입양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상 조사를 신청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진상조사를 신청한 사람은 1960년~1990년대에 스웨덴 노르웨이 등 11개국에 입양됐던 한국인 367명. 진실화해위는 이들 중 56명에 대한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를 권고했다. 국가기관이 과거 해외 입양의 인권침해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실상은 충격적이다. ‘내 입양의 배경은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입양인의 절규는 진실이었다. 출산한 산모에게 아기가 사망했다고 속이고 입양을 보내거나 집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부모를 찾아주지 않고 고아라고 속여 입양을 보냈다. 입양과정에 있는 아이가 사망하면 바꿔치기하고, 양부모에게 강제 기부금을 받기도 했다. 국가가 관리를 방기하는 동안 해외 입양기관들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피해자는 속절없이 늘었다. 친생부모의 적법한 동의 없이 해외입양이 진행되거나 호적이 없는 상태의 아동을 보내기 위해 가짜 서류가 작성되는 등 입양아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과 탈법의 결과는 참혹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6.25 전쟁이 가져온 비극이다. 공식적으로는 1953년 해외입양이 시작됐으니 그 역사도 70년을 넘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까지 해외 입양된 아동은 16만9천859명이지만 비공식 통계까지 더하면 20만 명을 넘는다. 2차 대전 이후 해외에 입양된 아동이 50만 명, 그중 40%가 우리나라 아동인 셈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입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에는 국내입양이 해외입양아 수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여전히 혈연 중심이지만 더 이상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인식 변화의 산물이 반갑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에 입양 보낸 나라’라는 불명예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이 이번 진실화해위의 발표를 주목한 배경이기도 하다. 진실화해위의 해외입양 진상규명 결정으로 안겨진 과제가 많다. 정부의 공식 사과는 물론 입양인들의 피해에 대한 적극적인 진상 조사가 먼저다. 입양인 실태조사와 후속 대책 마련, 피해 구제와 입양정보 시스템 개선 등 실질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를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야만 진실과 화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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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4.08 17:16

서울에서 만난 전북- 권율 장군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곧 나라가 없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이던 이순신 장군께서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쓰신 글입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무사할 수 있었던 건 곡창지대인 호남을 지켜낸 덕분입니다. 군량미를 지켜냄으로써 왜군이 식량을 조달할 수 없게 만들어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이지요. 당시 호남을 지켜낸 싸움이 이치전투와 웅치전투입니다. 충무공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영화 ‘한산’에 웅치전투가 등장하는 이유이지요. 웅치·이치 전투는 1592년 음력 7월 완주와 금산의 경계인 배고개(梨峙)와 전주와 진안의 경계인 곰치(熊峙)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치는 김제 군수 정담, 나주 판관 이복남, 의병장 황박 등이, 웅치는 임시 전라도절제사 권율과 동복현감 황진 등이 지켰습니다. 조선군은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싸워 결국 호남을 지켜냈습니다. 왜군을 몰아낼 토대를 마련한 것이지요. 이후 권율 장군은 수원을 거쳐 한양을 탈환하기 위해 행주산성으로 군대를 움직입니다. ‘평양성에서 패한 왜군이 전열을 정비해 대규모로 쳐들어왔다. 조선군은 수적으로는 열세에 놓여 있었지만 지휘관인 권율 장군을 필두로 똘똘 뭉쳐 사기만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한참을 싸우던 중 화살이 떨어지자 부녀자들이 치마에 돌을 날랐다. 왜군에게 돌팔매질이라도 하는데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왜군을 물리쳤다. 그때부터 행주치마라는 말이 생겼다.’ 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로 유학을 온 후 행주산성이 어디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판문점 가는 길 쪽에 있다던데 도무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요. 그쪽으로는 산성을 쌓을 만큼 높은 산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원검찰청을 떠나 고양검찰청에 근무하게 되면서 행주산성의 위치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명성에 비해 성의 규모가 너무 작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서울에서 자유로를 따라 고양쪽으로 가다 보면 한강변에 외롭게 떠있는 조그마한 야산이 있습니다. 바로 덕양산이지요. 그 얕고도 조그마한 산에 행주산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행주산성을 올라가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높이는 125미터에 불과하지만 천혜의 요새라는 걸 알 수 있었지요. 우선 3면이 강과 늪,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니 군사가 진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서북쪽 능선뿐인 데다가 이곳도 좁디좁아 한꺼번에 대규모 병력이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의 눈으로 보아도 적은 인원으로 많은 적을 격퇴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권율 장군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또 한군데 있습니다. 사직공원과 독립문을 연결하는 사직터널 위쪽 산기슭에 있는 장군의 집터입니다. 지금은 집 대신 500여년 된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덕분에 동네 이름도 은행나무 동네, 즉 행촌동(杏村洞)입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 은행나무 아래라고 합니다. 때문에 예로부터 학문이나 학교의 상징으로 여겨져 향교나 문묘에 심었다고 합니다. 또 선비가 살던 집이나 별서 혹은 마을의 입구에도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요. 햇살이 좋은 날 행촌동 골목길을 걷다 보면 선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걸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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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5:43

윤석열과 전북, 그리고 새로운 기대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 것이지. 경험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윤석열이 독선과 객기를 부리다 게도 구럭도 다 잃어버렸다. 윤석열은 취임 2년 11개월 동안 실체도 없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진실이 아닌 부정선거 의혹과 싸우느라 나라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자기 말대로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 호수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K 문화와 K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계 일류 문명국가로 욱일승천하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그의 사고와 언행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맹자는 혁명론에서 “군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폭정과 무능으로 백성에게 고통만 준다면 그 군주는 천명(天命)을 잃었기에 마땅히 폐위되거나 교체되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하였다. 윤석열은 여민동락하지 않고서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의료, 사법 등 모든 분야를 파탄 냈으니 처벌받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역대 정부 중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은 전북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인 14.42%를 얻었는데도 말이다. 무주군에서는 19.84%를 얻었고 무풍면에서는 무려 24.66%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윤석열은 선거운동 기간 전주를 찾아 “전북 홀대론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특별히 챙기겠다”라고 큰소리쳤다.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전주를 다시 찾아와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북을 기업들이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은 완전한 뻥카였다. 윤석열은 예산과 인사에서 전북을 철저히 버렸다.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2023년 8월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 참패를 계기로 완전히 파국을 맞게 된다. 대회가 끝난 후 모든 책임을 전북에 떠넘긴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의 78%를 삭감하고, 새만금 공항 공사마저 지연시켰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 해 예산까지 깎는 치졸한 뒤끝을 작렬시켰다. 결국 지난 3년 동안 윤석열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전북지역 7대 공약 46개 실천 과제 중 완료된 것은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단 한 건뿐이다. 사업비로 보면 총 25조 7,472억 원 중 1조 2,994억 원인 5%만이 이행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공약이 아니라 사기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윤석열은 가고 장미 대선이 치러진다. 두 달 후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예산과 인사에서 철저히 차별받았던 전북으로서는 또 한 번 깨달았다. 역시 예산과 인사가 만사라는걸. 지금 분위기로는 민주당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기에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먼저 참신하고 획기적인 전북지역 대선공약을 발굴하여 이를 후보의 공약집에 집어넣는 게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 일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전북 출신들을 새 정부 요직에 다수 포진해야 한다. 전북은 민주당 10명의 의원 중 5명이 3선 이상인 중진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북의 큰 정치자산이자 민주당의 거목인 정동영 의원은 새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당 대표를 노려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만년 변두리, 들러리, 홀대 전북이라는 딱지를 떼야 하고, 패싱해도 군소리 없는 온순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특별자치도 이름에 걸맞게 특별하게 도약할 계기를 만들어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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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5:42

사찰 목조문화재, 화재관리 제대로 하라

전북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찰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전통사찰은 대부분 목조 건축물로 이루어져 화재에 취약하다. 더구나 상당수가 산간지역에 위치해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전소하는 경우가 많다. 봄철에 어이없는 사고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뒤따랐으면 한다. 화재 피해는 지난달 21일부터 경북과 경남 일대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산불이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산불은 피해 면적이 서울의 약 80%에 해당하는 4만8000ha에 달하고 인명 피해도 사망 31명, 부상 45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피해 인원도 4만 명에 육박하며 2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특히 천년고찰인 경북 의성의 고운사와 운람사를 전소시켰다. 1300년된 고운사는 돌풍으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이 덮쳐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 원림이 모두 불에 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국가지정 국가유산 11건, 시도지정 국가유산 12건 등 23건이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 수백년을 지켜온 문화재를 한줌의 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지난 5일 남원시 사매면 호성사에서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됐다. 앞서 지난해 5월 20일에는 완주군 구이면 용광사에서 불이 나 대웅전이 소실됐다. 또 같은 해 4월 13일에는 김제시 망해사에서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되고 약서전 일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전북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도내 사찰 및 목조 문화유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9건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소방서 추산 23억80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으로는 부주의가 5건(56%), 전기적 요인 2건(22%), 방화 1건(11%), 원인 미상 1건(11%)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사찰 화재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되돌릴 수 없는 역사와 문화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전통 목조건축물은 한번 불에 타면 원형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 주변 방화선 구축과 소방시설 강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정기적인 교육 등이 필수적이다. 철저한 대비로 소중한 목조문화재를 지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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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3:32

선거용 공수표로는 전북민심 못얻는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마침내 6월 3일로 확정됐다. 정부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1대 대통령 선거일 지정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국민들의 상처와 후유증을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 지난 7일 민주당 소속 전북 국회의원들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꽃피우고 전북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선량들이 뭔가 해보겠다고 나선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말의 성찬이 아니다. 탄핵 과정에서 누가 무슨 역할을 했다는 식의 정치인 생색내기는 국민적 피로감만 부를 뿐이다. 식민의 아픔을 딛고 신생국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민초들의 희생과 헌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주의와 경제라고 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온 주역은 바로 민초들이었을뿐 정치 지도자들은 그 과실을 따먹는데 급급했던게 사실이다. 이번 회견은 전북 국회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에게 전북 민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넌지시 알리는 효과도 있을법 하다. 중요한 것은 가시적인 결과로 보이라는 것이다. 더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아픈 상처이지만 지난 3년간 윤석열 정권때 전북도민들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세계잼버리 파행이 결정타였다. 이후 새만금 개발사업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젠 지역 차별과 소외를 바로잡고 전북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전북몫 찾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간 새만금특별법이나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사례는 전북 의원들이 하나가 돼 노력하면 뭐든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이나 새만금특별시 문제의 경우 도내 의원들이 사적 이해관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의 맹주인 민주당은 이번에도 몰표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는 선거용 공수표로는 더 이상 지역민심을 얻을 수가 없다. 벌써부터 충청권에선 행정수도 이전설이 나돌고 있고,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을 흘리고 있다. 과연 전북은 이번 대선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것인가. 지역 정치인들의 깊은 고민과 실행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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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08 12:09

1m의 세상

바야흐로 텃밭을 일구는 계절이 왔다. 손바닥만 한 밭이니 괭이로 파고 호미로 골라서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는다. 그리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만 뿌려 밭을 일구다 보니 지렁이를 자주 보게 된다. 괭이를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놀라게 하거나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렁이 편에서 보면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 어느 때는 땀도 좀 식힐 겸 지렁이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몸을 감출 때까지 앉아 쉬며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렁이나 나나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목숨이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지렁이가 하루 종일 꿈틀거리며 생명 활동을 하는 땅속 반경이 1m라고 해도 내가 하루 종일 이곳에서 밭을 일구며 보내는 삶의 반경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저는 부지런히 저의 세계를 살았다 해도 겨우 1m의 땅속 반경을 기어다닌 것이고, 나 또한 열심히 나의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우주의 한 점인 지구별의 어느 귀퉁이에서 평생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스스로의 하루를 살다가는 객(客)일 뿐이다. 참으로 이런 허접하고 싱거운 생각을 하다 보면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여려져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아등바등 죽네 사네 하며 한 생을 살고 있지만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우주의 지구별에 잠깐 손님처럼 왔다가 하룻밤 머물고 가는 것이다. 지렁이처럼 평생 1m의 어두운 땅속 세상을 꿈틀거리다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마음도 어느 정도 편해지고 정말 복잡하고 힘든 세상살이가 조금 가벼워지면서 주변의 풍광 또한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는 아무런 뜻도 없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물이나 공기와도 같은 처지가 되어, 그 뜬구름 같은 생각만으로도 존재 자체가 벅차올라 눈앞에 펼쳐진 이 구체적으로 눈부신 봄날이 그렇게 경이로울 수 없다. 마른 가지를 비집고 올라오는 초록빛 새잎의 현실에 눈물이 나고, 온 세상을 초록 바다로 만들어 출렁이는 봄 산을 보면 이 비루한 몸뚱어리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고마울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이 이 정도 차오르면 푸르릉 날아오르는 감나무의 새 한 마리만 봐도 괜히 서럽고 아무에게나 무엇에게나 손과 발이 다 닳도록 수없이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마움도 어쩌다 제 감정에 겨워 세상이 만만해지니 그러는 것이리라. 일상 속 또 다른 일상을 보는 일이 항상 그런 것이다. 그래도 사실 나는 늘 그 일상으로 건너가고 싶다. 텃밭의 지렁이가 되어 아무런 뜻 없이 종일토록 1m의 세상을 기어가고 싶은 것이다. 살아야 이승이고 죽으면 저승일 뿐이라는 말이나,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이런 심정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찰나의 한 生인데 권력과 부와 명예를 좇으며 불안하고 분노하며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보다 눈앞의 눈부신 봄날, 존재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이 아니겠나. 글을 보내는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윤가의 파면 소식이 왔다. 별의별 추측과 가짜 뉴스들이 난무하는 불신의 사회, 억지와 비상식의 나라가 되어 대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지혜롭고 용기 있는 국민 덕분이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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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7 17:18

애그리푸드 창업생태계의 도시 익산

애그리푸드테크는 농식품에 적용되는 혁신기술을 말한다. 인류 문명은 농업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명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와 함께 사회와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존 수준을 넘어서는 잉여 자원이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한 것이 농업혁명을 통한 생산성의 증가였다. 한정된 공간의 지구에서 80억 명의 인구를 감당할 수 있게 된 것도 필요할 때마다 농식품에서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 덕분이었다. 그리고 기후재앙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애그리푸드테크는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궁극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북의 가치는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질지도 모른다. 국가의 주력산업이 농업일 때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평야를 가진 전북의 가치는 빛을 발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전북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경제는 낙후되고 생산가능인구는 유출되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익산을 중심으로 한 전북이 대한민국 애그리푸드테크 산업의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익산은 한반도에서 농업 역량이 가장 많이 축적된 지역이다. 익산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무려 기원전에 축조된 농업용 저수지 황등제가 있다. 익산의 농업 역량은 멸망한 고조선의 주도 세력이 배를 타고 건너와 정착한 곳이 익산이라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현재는 어떨까. 익산을 중심으로 한 전북에는 농식품 관련 주요 국가기관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익산에 있다. 혁신적인 농업 스타트업 육성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익산에 있다. 이에 더해 익산은 교통의 요지다. 호남의 모든 고속철도는 익산을 통과하고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스타트업은 수시로 모이고 흩어지기 때문에 이동성이 매우 중요한데 서울의 창업생태계가 지하철역 주변으로 형성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에 익산만큼 애그리푸드테크 창업생태계에 적합한 지역은 없다. 익산을 시작으로 삼각주 퍼지듯 김제와 새만금으로 농업의 인프라가 펼쳐지며 익산역을 중심으로 전국이 연결된다. 새만금에 고속철도와 항구, 국제공항까지 들어선다면 익산은 세계적인 애그리푸드테크 산업의 성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국내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애그리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창업도 쏠림 현상이 있어서 유행하는 분야로 인재들이 몰리게 되어있는데 지금까지 이 영역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류 공통의 위기인 기후재앙 앞에서 애그리푸드테크는 기후테크 산업의 핵심이자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익산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애그리푸드테크 창업육성 정책을 만들고 전문기관들과 얼라이언스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가능성 있는 애그리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전국에서 끌어모아야 한다. 익산에 이미 갖춰진 유무형의 자원을 연결하고 융합해 이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과거 익산의 주력산업이었던 보석 가공산업은 쇠락한 지 이미 오래다. 다행스럽게도 익산에는 애그리푸드테크라는 새로운 금맥이 있다. 이제 그 금맥을 캘 때가 되었다. 크립톤은 지자체, 관련 기관과 함께 익산을 대한민국 대표 애그리푸드 창업생태계의 도시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양경준 (주)크립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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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7 17:18

전북특별자치도 건배주 선정 유감

지난달 중순 전북특별자치도는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올해의 건배주’로 4종을 선정했다고 발표하였다. 전북도는 건배주로 탁주,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 4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2024년에 이어 올해에도 건배주 선정은 참 잘 한 일이다. 선정된 건배주는 모주, 약주, 머루와인, 증류주 4종이었다. 건배주는 전북도가 주관하는 다양한 행사에서 축하 기념하는 의미에서 건배하는 술을 말한다. 전북도가 좀 더 심사숙고하여 선정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술(酒)은 발효주와 증류주 두 종류 밖에 없다. 이 분류는 전 세계적인 기준으로 원칙이다. 발효주(醱酵酒)는 술의 재료를 숙성 발효시키는 술이며, 증류주(蒸溜酒)는 숙성된 발효물질을 소줏고리에 넣고 불을 때어 생기는 땀방울 술, 즉 소주(燒酒)를 말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분류 기준에도 없는 희석식(稀釋式) 술을 마시고 있다. 희석식 술은 막걸리(탁주)와 희석식 소주이다. 탁주는 희석식 막걸리를 말한다. 희석식 술은 원액에 물을 넣어 희석시켜 만드는 술을 말한다. 막걸리의 원액은 모로미(もろみ)이며, 희석식소주의 원액은 주정(酒精:ethanol)이다. 탁주는 모로미에 물을 희석하여 만드는 탁한 술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을 섞어 만들어진 술독의 발효물질이 숙성되면 용수를 박고 처음으로 떠내는 술이 청주(淸酒)다. 청주를 떠내고 난 술지게미를 체에 넣고 물을 부어 걸러낸 술이 막걸리이다. 술지게미는 청주를 걸으고 난 술찌꺼기를 말한다. 그 술찌꺼기에 물을 부어서 막 걸러낸 술이 막걸리, 탁한 술이라 탁주(濁酒)다. 청주는 쌀술 본연의 향과 맛이 살아있는 맑은 술이지만, 탁주는 쌀술 본연의 맛이 사라진 탁한 술이다. 청주는 제삿술로 쓰거나 집안의 어른들이 마시고, 탁주는 농삿일하는 농부, 머슴들이 마셨다. 그래서 탁주를 농주(農酒)로 불렸다. 조선후기 풍속화에 농부들에게 새참나갈 때 아예 술독을 지게에 지고 가는 모습이 있다. 술지게미를 걸러 막걸리를 만든 다음에 남은 술찌꺼기를 버리기 아까우니 어머니가 술찌꺼기를 가마솥에 넣고 사카린을 넣어 끓여낸 술이 단술이다. 어머니가 끓여낸 단술을 모주(母酒)라고 불러왔다. 모주를 끓여내고 난 술찌꺼기는 돼지먹이로 사용하였다. 쌀술의 술찌꺼기 재활용은 한국 어머니들의 지혜였다. 등급을 매긴다면 일청주 이탁주 삼모주 사사료로 매길 수 있다. 모주는 분명 탁주도 술도 아닌 음료수에 가깝다. 그런데 이번 2025년 탁주 부문의 모주 선정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왜 갑자기 전주에서 모주가 상업적 바람을 탔는지 알 수 없지만, 막걸리에 몇 가지의 한약재를 넣고 끓여낸 모주를 전북도의 건배주 선정은 잘못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전주 모주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목대비의 대비모주에서 모주가 만들어졌다는 소설같은 이야기를 인용한 모주를 공신력있는 행정기관에서 건배주로 선정한 것은 가당찮은 일이다. 약․청주 용어도 마찬가지다. 약주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게 청주 이름을 빼앗긴 서러운 용어로서 써서는 안되지만, 현행 주세법에 명시되었기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하루빨리 약주 대신 청주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요즘 청주와 탁주를 분리하지 않고 혼합형 탁주를 만드는 주조방식도 문제다. 동아시아 쌀술(rice wine)문화권에서는 청주보다 탁주를 선호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한국 술문화의 정체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사단법인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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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7 17:18

대선과 개헌, 그리고 지방분권

10년 전인 2015년 11월 전북도청에서 ‘지방분권 개헌 대국민 토론회’가 열렸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창해온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개헌의 당위성과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전국 순회 형식으로 마련한 행사다. 이 무렵 정치권에서도 개헌 논의가 활발했다.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수시로 불거져 나온 개헌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상실한 2016년 하반기 절정에 달했다. 당시 여야 의원 180여명이 참여한 ‘20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결성됐고, 원외 유력인사들도 별도 모임을 갖고 동참했다. ‘1987년 체제’의 헌법이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개헌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체제에서 대선을 치르자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곧 실행될 듯 했다. 하지만 신기루였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오랜 세월 논의만 반복한 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정치권에서 매번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이 우선이다’는 논리에 묻혀 용두사미가 됐다. 이런저런 구실이 있었지만 결국은 권력구조 개편을 놓고 정치세력의 셈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때가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막이 오른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마침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하면서 개헌론을 구체화했다. 정치권에서 그 시기와 절차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필요성에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다만 ‘우선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개헌을 하고, 부족한 내용은 다음에 추진하자’는 국회의장의 제안은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의 기본질서를 규정한 최상위 법을 개정하는 일이다. 화폐개혁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또 국가운영의 기틀인 헌법을 일반 법령 개정하듯이 수시로 뜯어고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도한 중앙집권체제로 인해 지역 불균형을 넘어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을 위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권력구조가 요구되는 것처럼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과 행정‧재정 권한을 지방에 분산하는 자치분권도 시대적 과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전국 지자체에서는 진정한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요구하면서, 헌법에 자치분권을 명시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지난달에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대적 요구다. 대한민국이 미루고 미뤄둔 일이다. 이번 기회에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 강화’ 등 우리 사회 축적된 열망을 담아 국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나중에 하자’고 다시 미룰 일이 아니다. 대선까지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면 그 시기를 정확히 명시해 국민과 약속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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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4.07 16:18

개헌, 여야가 로드맵 일정부터 합의하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국회에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이유는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지므로 이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하자”고 강조했다. 그렇다. 우 의장의 제안은 경청할만 하다. 그동안 누누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지적되었고 무엇보다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이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제정된지 38년이 지난 87체제의 헌법을 손볼 때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상 개헌 절차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되는데 헌법개정안은 20일 이상 공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여기에 또 국민투표법상 대국민 공고 기간 18일을 거쳐야 한다.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공고 기간을 줄이더라도 헌법개정안이 최소 대선 30일 전에는 마련돼야 한다.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1987년 개헌의 경우 한달만에 합의를 봤으나 지금의 여야 입장은 그 때와 크게 다르다. 또 문제는 다수당이자 제일 유력한 대선후보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탄핵절차가 끝나면서 내란종식에 힘을 기울일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개헌이 내란세력의 범법행위를 희석시키거나 도피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든다. 나아가 내란 옹호 또는 동조세력으로 지목되는 국민의힘이 국회 개헌특위에 절반 가까이 참여하는 것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기 대선에선 개헌의 로드맵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이를 선거후 실천토록 강제하는 방법을 찾는 게 어떨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가 로드맵부터 합의해야 할 것이다. 또 여야 합의가 가능하다면 원포인트로 권력구조를 국민투표에 부치되 차기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제를 보장해 주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회의장과 여야가 이를 위해 하루바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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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07 15:45

전북 활로 대선공약 반영 여부에 달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6월 3일 조기 대선이 유력한 가운데 결국 각종 지역 현안사업의 대선 공약화 여부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새만금 예산삭감으로 대표되는 전북의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른 지역과의 균형 여부에 초점을 둬선 안된다. 획기적인 시책이 채택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전북의 미래가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발전의 요체가 바로 경제 활성화 여부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전북은 단순한 정치적 들러리에 그치느냐, 아니면 실질적 발전 해법을 찾느냐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게됐다. 이번 조기 대선을 지역 경제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가뜩이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트리플 고(高)’ 상황에서 요즘 증시폭락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경제적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정치 환경은 물론,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엄청난 상황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깊은 고민과 해법제시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전북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고, 정치 변화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 개편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 격변 기에서는 지역경제 관련 어젠다를 어떻게 설정하고 이를 차기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2036 하계올림픽 최종 유치 여부는 전북의 장래를 가를 수 있는 메카톤급 이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에서 올림픽 유치를 가장 핵심 과제로 선정해 추진할 경우 전북 핵심 현안은 자연스럽게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해말부터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 추진단’을 운영하면서 총 200여건의 사업에 대한 타당성은 물론, 국정 연계성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총 9개 분야 74개 사업으로 요약해 7일 발표했다. △2036 하계올림픽 기반 조성 △K-문화올림픽 산업 거점 조성 △신산업 테스트베드 구축 △글로벌 초격차 미래산업 선점 △금융도시 구현 및 산업 인재 육성 △첨단 농생명산업 수도 육성 △새만금 국가성장 전초기지화 △전북 광역 SOC 확충 등이 바로 그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올림픽 유치와 새만금 발전방안 확보가 관건인데, 전북도는 물론, 지역정치권이 모두 힘을 합쳐서 대선 공약화를 통해 전북의 미래먹거리 창출에 주력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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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07 13:56

되살려야할 탄핵정신

보수쪽에서 윤석열 탄핵에 강력히 반대를 했지만 헌법을 조금만 아는 사람들은 인용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계엄 선포후 TV로 생중계 되다시피해 전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만 갖고도 증거는 차고 넘쳤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이 되었지만 너무도 위헌과 위법한 부분이 많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판결이 지연되면서 가짜뉴스가 범람해 국민들의 눈을 멀게 했고 판단을 흐리게 했던 것. 사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은 지난해 22대 총선 때 이미 결정났었다. 국민이 여소야대 정치구조를 만들어 줬기 때문에 야당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정을 이끌어 나가라고 명령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무당들의 이야기만 듣고 외골수로 나간게 패착이었다. 대통령이라고 절대 권력을 갖는 게 아니다. 헌법을 근간으로 그 범위안에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당시에는 계엄을 발령할 상황이 아니었다. 준 전시적 상황이나 사회질서가 엉망진창인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계엄령을 발동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각 장관들이 부서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생겼다. 그런데도 야당의 탄핵남발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모든 책임을 야당 한테로 똘똘 몰아 씌웠지만 헌재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지금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계엄령을 발동해서 역사의 단조를 받게 되었는지를 무작정 보수쪽이 잘못되었다고 거부만할 일이 아니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가가 나락으로 빠지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국가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헌법이 민주주의를 되살려 냈기 때문이다. 그 만큼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갈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전 세계인 한테 다시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흘린 피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시켰다. 이번 헌재의 판결로 대한민국은 정의가 강물처럼 살아 숨쉬고 다시는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탄핵찬성을 외쳐온 애국시민들의 올곧은 기개와 성난 외침이 있었기에 만개한 벚꽃마냥 민주주의가 되살아 났다. 지금 전북은 탄핵찬성이 주류지만 이번 탄핵을 계기로 해서 또아리 치고 있는 적폐를 청산시켜야 할 것이다. 그간 전북은 30년 이상 특정 정치세력과 일부 부패한 토호세력들이 결탁해 자신들의 잇권을 챙기려고 높은 성을 쌓아 올렸다.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서로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짝자꿍문화가 형성돼 서민들만 한숨 짓는 신음소리만 들린다. 2달안에 대선부터 시작해서 내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이 투명하게 공천을 하도록 옥석구분을 잘 했으면 한다. 전북은 정서상 도민 모두가 당원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후보자 결정을 오픈 프라이머리로 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돈 선거의 유혹으로 깜냥이 안되는 사람들이 선출직 후보가 될 수 있다. 진흙탕 싸움이 안되도록 경선 방식을 과감하게 바꿔야 탄핵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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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4.06 17:05

국내 최장수 축제 남원 춘향제, 100주년을 향해 담대한 걸음 내딛는다

춘향의 본산지인 남원은 매년 5월 5일 전후로 ‘이도령과 춘향이 처음 만난 날’로 회귀하며, ‘춘향’의 도시로 재탄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춘향’은 남원에서 판소리 <춘향가(春香歌)>의 여자 주인공으로만 인식되지 않는 데다 이도령과 춘향이 처음 만난 광한루, 이별의 눈물을 뿌린 오리정, 춘향이 버선을 벗어 던지며 울었다는 버선밭 등 소설 '춘향전'을 이루는 공간이 현실 세계에서도 뚜렷이 그 모습을 간직한 채 매년 춘향제를 통해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춘향제가 올해 95회를 맞이하며, ‘소리’를 키워드로 ‘한국의 소리’부터 ‘세계의 소리’까지 다양한 색채의 소리를 입혀 이달 30일부터 5월 6일까지 광한루원 일원, 요천변 등지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117만명 방문, 백종원 미식 효과 등을 통해 792억원의 경제효과 유발 등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만큼 올해는 200만명 방문을 목표로 공간적 범위 대폭 확대했다. 특히 100회 춘향제 준비를 위해 100가지 프로그램까지 기획하는 등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153개 프로그램으로 풍성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그야말로 ‘확장성 무한’이다. 우리 시에서 이렇게 춘향제를 해마다 진화시키는 것은 사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춘향제가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최장수 축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1931년 춘향을 기리는 제향이 시작된 이래 일제강점기, 6·25전쟁, 민주화 시기 등 역사적 격변기 속에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온 남원 문화의 중심에 있는 무형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춘향제는 남원시민 주도형 축제로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시대와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살아있는 전통축제로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우리 시에서는 이러한 춘향제의 가치를 국내‧외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2030년 ‘100회 남원 춘향제’를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단계적으로 내딛고 있다. 일례로 10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분기점을 고려해 민선 8기 출범 이후 제93회 춘향제부터 ‘빛’, ‘컬러’. ‘소리’까지 매해 ‘각기 다른’ 주제로 축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부터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축제로 진화시켰다. 그 뿐인가.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릉단오제와 영광법성포단오제의 역사성과 축제의 가치, 의미와 견줘봐도 빠지지 않는 ‘남원 춘향제 유네스코 모범사례’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우리 시는 춘향제의 무형유산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춘향제의 100여 년 자료를 집대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특성화 콘텐츠 개발과 무형유산 전승 네트워크를 조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춘향’의 가치 재정립과 ‘춘향다움의 지속성’을 자산화하기 위해 ‘역대(당대)춘향’들을 ‘앰버서더’화 시키는 부분도 추진 중이다. 그렇게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춘향제 모멘텀으로서 춘향다움과 춘향제에서 비롯된 다양한 징표들을 ‘K-컬쳐 자산’으로 다변화시키고 있는 만큼 올 춘향제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춘향의 소리로 세상을 여는 제95회 남원춘향제’ 방문을 추천한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온 남원 춘향제를 미래 유산으로 생동(生動)하게 하고, 더 변화‧발전시킬 다양한 국적, 다양한 세대라면 누구든지 말이다. 축제는 모두가 주인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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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6 17:03

정권교체,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전 국민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충격과 분노를 안겼던 윤석열의 군사 반란이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으로 일단락되었다. 탄핵 심판이 예상과 다르게 늦어지며 혼란이 가중되었으나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8:0의 윤석열 파면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시대착오적인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윤석열 파면으로 수개월 동안 진행된 혼란과 분열, 질곡은 사그라지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이제 대선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여 윤석열의 군사반란의 잔재를 확실하게 끝장내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며 국민적 지지를 모아나가야 한다.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며 통합과 소통을 위한 비전 제시·민생경제·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사회양극화·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완화할 수 있는 교육 개혁·복지제도 개선·평화와 통일을 위한 자주국방·다양성에 근거한 국익 우선 외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조개혁의 구체적 내용을 보여야 한다. 임기 내 개헌도 공약해야 한다. 대선 이후 구성되는 새로운 정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낡은 87 체제의 헌법질서를 극복을 위한 개헌 작업에 착수하여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며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며 압축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다양한 문제들을 민의에 기반하여 해결할 수 있는 있어야 한다. 분권과 자치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고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며 자주국방과 민의 단결된 힘으로 통일한국을 준비하며 세계 평화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대한민국의 시작이어야 한다. 국회는 신정부가 구성됨과 동시에 정부와 소통하며 국회를 중심으로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개헌 특위를 가동하여 낡은 87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낡은 시스템과 권위주의적 잔재들을 청산하며 새로운 질서를 내오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지난 12·3일의 군사반란은 현재의 87체제가 너무도 무기력하며 쉬이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주권자인 국민의 역동성과 저항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성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전시에나 가능한 계엄령이 평상시에 너무나 쉽게 가능한 것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제왕적인 대통령의 권한 축소.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상호 견제 기능 강화·대립과 갈등을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부여된 헌법적 지위를 포기한 국회와 국회의원. 다행히 대통령 파면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전 국민에 생중계된 시대착오적인 군사 반란을 100일 넘게 밀실에서 주물럭거리며 국민들을 극한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은 헌법재판소의 역할도 주권자인 국민에게 주요 권한을 돌려주어야 함을 절감했다. 법원·검찰·경찰·각종 국가 기구의 개혁도 절실하다. 이제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현재에 기반하여 과거형의 낡은 시스템을 미래를 위한 시스템으로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87 체제의 극복이 너무도 절실하다.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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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6 17:02

대광법 개정, 전주 교통의 새로운 길을 열다

전주시를 비롯한 비수도권 대도시에 매우 뜻깊은 법 개정이 지난 4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바로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대광법’이다. 이번 개정은 전주시가 그동안 절실히 요청해온 광역교통망 확충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기존 대광법은 수도권 중심으로 운용되어 왔고, 전주와 같은 비수도권 광역도시는 사실상 정책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전주시도 교통 인프라 확충에 있어 국비 지원 비율을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단지 교통망 하나를 넘어서, 도민의 삶의 질과 지역 균형발전의 기초를 바꾸는 변화다. 이번 개정안은 이성윤 국회의원(전주을)의 주도적인 입법 추진과 전주시의 지속적인 정책 건의,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사회 전체의 공동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법이 개정됐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전주시가 이 제도적 기회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다. 전주시는 이 법을 토대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광역교통사업을 대광위(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시행계획에 반영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전주-완주 간 BRT, 새만금 연계 광역도로, 환승센터 및 순환 교통체계 구축 등은 전주 도시권 전체의 교통 효율성을 높일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행정은 교통 수요 분석, 타당성 조사, 주민 여론 수렴 등 종합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 전략을 갖추어야 하며, 시의회는 정책 감시와 함께 필요한 입법·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이 법이 전주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후속 대응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와의 예산 협의, 대광위와의 정책 조율, 그리고 예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주권 사업의 우선 반영을 끌어내야 한다. 이성윤 의원의 입법 성과는 지역 정치의 모범적인 결과이지만, 그것을 제도 실행과 예산 확보로까지 연결시키는 정치적 후속 조치가 지역 정치권 전체에 요구되고 있다. 법은 길을 열었고, 이제 그 길을 걸어가게 할 힘은 정치력에 달려 있다. 이번 개정은 전주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자, 전북 전체의 균형발전과 직결된 중대한 변화다. 특히 인구 유출과 지역 쇠퇴에 대응하는 교통 기반 확보, 도심과 외곽의 연결성 강화, 대중교통 중심의 친환경 교통도시 전환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도로가 뚫리는 것을 넘어, 출퇴근길이 빨라지고, 교통약자의 접근성이 높아지며, 도시 외곽 주민들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체계가 실현되어야 한다. 이번 대광법 개정은 전주시에게 오랜 기다림 끝에 주어진 기회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진정한 성과로 돌아온다. 전주시와 정치권, 시의회와 시민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이번 법 개정은 전주 교통의 체질을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그 길을 함께 열어나갈 시간이다. 박형배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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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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