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 정신적 만족 혹은 집착
■ 제시문자료 1〉 무소유나는 이미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執着)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해 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에도 나그넷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 못 하고 말았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 놓아야 했고, 분(盆)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有情)'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산철= 불교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는 기간. -법정, '무소유' 중에서<자료 2〉 꽃출석부그러나 내가 기대하는 것만치 신기해해 주는 이가 별로 없다. 어떤 친구는 마당에 피는 꽃이 백 가지도 넘는다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이런 것까지 쳐서 백 가지냐고 기막힌 듯이 물었다. 듣고 보니 내가 그런 자랑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그 친구는 아마 기화요초가 어우러진 광경을 상상했었나 보다. 내가 백 가지도 넘는다고 한 것은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날 민들레나 제비꽃, 할미꽃까지 다 합친 수효다. 올해는 복수초가 1번이 되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산수유가 1번이었다. 곧 4월이 되면 목련,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 등이 다투어 꽃을 피우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날짜를 달리해 순서대로 피면서 그 그늘에 제비꽃이나 민들레, 은방울꽃을 거느린다. 꽃이 제일 먼저 핀 것은 복수초이지만 잎이 제일 먼저 흙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사초고 그 다음이 수선화다.수선화는 벚꽃이 필 무렵에나 필 것 같고 상사초는 잎이 시들어 지상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나 더 있다가 꽃대를 밀어 올릴 것이다. 이렇게 그것을 기다리고 마중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출석부가 생기게 되고, 출석부란 원래 이름과 함께 번호를 먹이게 되어 있는지라 100번이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름을 모르면 100번이라는 숫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피고 지면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내가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그것들은 올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것들이 올해도 하나도 결석하지 않고 전원 출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들이 뿌리로, 씨로 잠든 땅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 그것들이 왕성하게 자랄 여름에는 그것들이 목마를까 봐 마음 놓고 어디 여행도 못 할 것이다. 그것들은 출석할 때마다 내 가슴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다. 100식구는 대식구다. 나에게 그것들을 부양할 마당이 있다는 걸 생각만 해도 뿌듯한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사치를 해도 되는 것일까. 괜히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그것들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기다린다. 기다리는 기쁨 때문에 기다린다. - 박완서, '꽃출석부' 중에서 <자료 3〉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인 열광이나 취미는 근본적인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현실의 도피 수단에 불과하다. 현실 도피의 수단이라고 한 것은 이겨내기 힘든 고통이 다가오는 순간을 잊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근본적인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사랑의 일종이다. 인간에 대해서 따뜻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소유하기를 원하며, 언제나 명확한 반응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랑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사랑은 불행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개인들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랑이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이런 태도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것이며, 그 대가로 친절을 되돌려 받을 것이다. 중요한 관계든 사소한 관계든,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는 그 사람 자신의 흥미와 사랑을 만족시켜준다. 그는 호의를 베풀고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도 거의 없지만, 설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남의 신경을 거슬러 격분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이상한 인물조차도 점잖은 재밋거리일 뿐이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 같으면 오랫동안 애를 써도 손에 넣지 못할 성과도 굳이 애쓰지 않고 충분히 달성할 것이다.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 쟁점 논제1. 논술 논제인간은 정신적 행복을 위해 취미활동을 한다. 〈자료 1,2,3〉을 바탕으로 차이점을 분석하고, 취미활동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논술하시오! (전북일보 논술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yimza@daum.net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2. 면접 논제취미활동이 정신적 만족이 되는 경우와 집착으로 고통을 주는 경우에 대해 사례를 들어 말하고 취미활동 외에 정신적 행복을 위한 방안을 반론을 고려해 말해 보시오!■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쟁점 확대하기1. 무소유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는 너무 유명한 수필이다. 사람의 사물에 대한 애정이 집착으로 변하는 순간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법정 스님이 난을 애지중지 키우던 것도 하나의 취미활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취미활동을 한다. 법정 스님처럼 집착을 경험하지만 이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 보다는 더 많은 집착을 보인다. 그리고 지금의 취미활동은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재벌가의 미술품 수집과 같은 일들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또한 개인이나 기업이 이를 통해 부의 대물림의 한 방법으로 생각한다고 하니 사물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물질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2.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소설가 박완서는 이른 봄 눈을 뚫고 피어나는 복수초를 비롯해, 100여가지 꽃들에 출석부를 만들어 꽃이 피기를 간절히 기다릴 만큼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괴로워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이들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작가에게는 기쁨의 시간이다. 분명 화단에 피어있는 꽃들을 가꾸고 감상하는 것이 작가에게는 취미활동일 것이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작가에게는 고통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꽃들이 자연에 순리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이고, 자신의 기다림은 집착이 아닌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3. 인간과 사물에 대한 애정관 관심사물에 대한 일시적인 열광이나 취미는 근본적이고 정신적인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적인 도피의 수단이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인간들이 추구하는 취미활동의 많은 영역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요즈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기득권층이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품 수집과 같은 취미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소득수준에 따른 분야와 수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부를 축적하고 이를 대물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취미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고, 이런 애정과 관심은 대상에게 어떤 보상을 바라거나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 쟁점 기출문제1. 논술 : 제시문 (가),(나)에 나타난 두 견해의 차이점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하여 제시문 (다)의 삽화에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901~ 1000자)(2008 경희대 수시 문제)2. 면접 : 행복한 삶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가지는 무엇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2007 인하대 정시 면접 문제)■쟁점 관련 도서1. 행복의 정복(2010 사회평론, 버트런드 러셀)2. 행복의 조건(2010 조지 베일런트, 프런티어)■쟁점 관련 영화1. 행복(2007 한국, 허진호) 2.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2008 미국, 조엘 홉킨스)■학생 글과 교사 총평1. 학생 논술문'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이것이 취미의 사전적 의미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한다. 어떤 이는 운동을, 어떤 이는 그림 수집을, 또 어떤 이는 음악 감상을, 취미로 삼아 이로부터 일상의 활력소를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정신적 행복을 추구한다. 이러한 취미활동의 효과들을 볼 때 취미활동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자료1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 정신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집착으로 변해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자료2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부터 정신적 만족감을 느낀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취미에는 크게 집착으로써의 취미와 관심과 애정으로써의 취미 두 가지가 있다. 자료1의 취미는 전자에, 자료2는 후자에 가깝다. 두 가지 모두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한다는 취미의 조건을 만족 시킨다. 그렇지만 전자는 정신적 만족보다는 정신적 고통을, 후자는 정신적 만족을 준다.자료3에서 버트런드 러셀은 우리가 행하는 대부분의 취미가 집착으로써의 취미이고, 이는 근본적인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현실의 도피수단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행복은 이러한 집착이 아닌 사람, 사물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로 미뤄볼 때, 바람직한 취미활동 또한 대상에 대해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때 이루어질 것이다.사람들은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취미활동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견디고 극복해낸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해온 대부분의 취미활동들은 자료1처럼 우리를 집착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부정적인 방향으로 행해진 취미활동을 긍정적 방향으로 바꿔, 진정한 취미활동을 통해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동암고 2학년 최원영2. 교사 총평△독해력이번 논제의 제시문은 논리적인 글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수필이다. 따라서 제시문 분석에서 글쓴이의 관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1과 자료2의 제시문에 나타난 글쓴이의 관점을 파악해서 차이점을 제시하고, 자료3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원영 학생은 관점의 파악과 제시문에 대한 요약이 적절하다. △논리력이번 논제의 요구사항은 제시문을 비교분석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즉, 각각의 제시문의 관점을 취미 활동에 대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 다른 제시문의 관점을 요약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최원영 학생은 제시문1,2에서 글쓴이의 관점을 각각 정신적 만족과 고통으로 분석하고 진정한 취미활동은 대상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 점은 문제요구사항에 맞는 적절한 논지전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취미활동에 대한 부정적 측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할 때 좀 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면 다양한 논거제시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표현력논술문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과 문단구성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원영 학생은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표현과 논제에 접근하는 도입과 본론 결론의 구성이 매우 적절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