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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보다 전주적인 '가맥' (1)

대낮부터 술에 촉촉이 젖은 두 사내가 골목길을 걷는다. 그중 하나가 담배를 사려고 근처 구멍가게로 들어간다. 주인아주머니가 담배를 꺼내오는 사이 그는 음료수 냉장고에 가지런히 진열된 맥주병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마침 가게 한쪽을 보니 낡은 테이블 하나와 등받이 없는 의자 서너 개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그는 담뱃값을 치른 다음 냉장고를 가리키며 주인아주머니에게 저기 있는 맥주를 몇 병 꺼내다가 여기서 마셔도 괜찮겠는지 좀 겸연쩍게 묻는다. 수더분하게 생긴 그 아주머니, 얼마든지 그러시라고 대답한다. 그는 밖에 서 있는 친구를 구멍가게 안으로 불러들인다.

 

주인아주머니가 맥주잔을 씻어다가 탁자에 내놓는다. 한 친구는 냉장고에서 맥주 두 병을 직접 꺼내오고, 다른 친구는 새우깡 한 봉지를 갖다 놓는다. 즉석에서 술상이 차려진다. 한두 잔 마시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테이블 한쪽에는 어느새 빈 맥주병이 이열 횡대로 열두 병이나 서 있다. 새우깡 안주가 다 떨어지고 보니 이번에는 진열대 한쪽에 놓인 북어가 눈에 띈다. 입맛이 저절로 동한다. 맥주 안주로는 그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자 연탄불에 노릇노릇 구워서 가늘게 찢은 북어가 고추장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인다.

 

‘가게 맥주’를 줄여 부르는 전주의 ‘가맥’은 대략 그런 식으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다음날 혹은 그 며칠 뒤, 구멍가게에서 오붓하게 마셨던 맥주 맛을 잊지 못한 아까의 두 친구가 다른 친구 두어 명을 더 데리고 그 집을 또 찾는다. 그게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 구멍가게마다 맥주 테이블을 하나씩 더 들여놓는다. 그 집 안주인이 솜씨를 발휘한 별도의 안주까지 손님들의 입맛을 돋운다. 그렇게 해서 가맥은 ‘음식문화 창의도시’인 전라북도 전주시를 대표하는, 비빔밥보다 더 ‘전주적’인 술집으로 자리를 잡아갔던 것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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