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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중학생들의 빗나간 다짐

 

 

죽마고우, 관포지교 처럼 우정을 형용하는 말은 많다. 하지만 문경지교(刎頸之交:서로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는 더 깊은 우정을 뜻한다.

 

사마천의 사기 가운데 <염파인상여전> 에 나오는 이 말은 조나라 혜문왕때의 명신 인상여와 염파장군에 관한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인상여의 출세를 시기하는 염파로 인해 서로 멀리하다가 끝까지 나라를 위해 참는 인상여의 넓은 도량을 보고 감격한 염파가 사과함으로써 다시 친한 사이가 되어 죽음을 함께해도 변하지 않는 친교를 맺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20일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경지교(刎頸之交)라는 말을 만나게 됐다.

 

'학교주변 폭력써클 검거'라는 제목의 경찰청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열네살 중학교 3학년생들이 폭력써클을 만들어 학생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했다는 내용과 함께 써클 이름을 '문경지교'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刎:벨 문, 頸-목 경'의 낱낱의 한자를 풀어 '목을 베어줄 수 있을만큼 절친한 친구'라는 해석까지 곁들여져 있다.

 

문경지교가 담고 있는 그 의미보다는 '목을 내놓을 수 있는'에 초점을 맞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은 아니다. 이들은 자체 행동강령으로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라도 다른 써클이나 사람에게 피해를 입을 경우 모두가 함께 행동한다'는 맹세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써클을 결성한 이후 학교주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일곱차례에 걸쳐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해 왔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전주의 한 고교생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이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학생의 경우 성인이 돼서도 자칫 범죄자의 길로, 또 피해학생들도 충격과 후유증에 시달려 모두에게 상처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공감을 넘는 어른들의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이성각(본사 사회부기자)

 

 

 

이성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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