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 1학기모집 원서접수 일정이 다음달 3일 시작된다. 2004학년도 대학입시의 막이 올랐다는 의미다.
대학측 입장에서 보면 수험생 붙잡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전년도 입시에서 사상 최악의 신입생 모집난으로 홍역을 앓은 만큼 일찍부터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게 대학가의 표정이다.
수험생들이 등록금을 싸들고 줄지어 늘어섰던 옛날이 또 그리워질 것이다.
외부의 간섭이 없을 경우 수요가 넘치면 공급도 늘어나는게 시장경제의 원리다. 또 반대의 경우라면 공급이 줄어야 한다.
도내에서도 최근 10여년 사이에 전문대와 4년제대학이 상당수 새로 생겼고 기존 대학들은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나열하고 모집인원을 크게 늘려나갔다. 대학이 비만상태가 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교수 인원도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 비대해진 대학이 흡수해야 할 학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업계고 특별전형이나 만학도 전형을 통해 싹쓸이를 해도 턱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상아탑'은 요지부동이다. 필요이상으로 늘어난 군살을 없애는 '제살깎기'대신 학부명칭을 바꾸고 전공간 짝짓기를 다시하는 '성형수술'만 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모자란 수험생을 놓고 '우리 대학'으로 한명이라도 더 끌어오는데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학은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전문성으로 설명되는 집단이다. 다른 집단과 달리 특정 사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심하게 팽창·왜곡돼 있는 대학의 내부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교수들은 거의 없다. 침묵도 소극적인 의사표시라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물론 눈앞의 수요자 부족사태를 뻔히 알면서도 '대학 자율화'의 명분만을 내세워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마구잡이 인가를 내준 교육인적자원부의 책임이 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 최고의 전문가 집단임을 내세워 사회 각 분야에 비판의 잣대를 거침없이 들이대고 있는 교수들은 다른 어느 조직보다 정부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아온 사람들이다.
위기상황을 빌미로 한 사학재단의 부당한 교권침해는 절대 안된다. 그러나 그동안 엄청나게 팽창돼 온 교수사회의 보이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도 분명 경계해야 한다.
교수는 소속대학에 상관없이 사회 전문가로서 그 권위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종표(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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