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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만년 주사보의 자살

 

 

지난 17일 오전 5시께 임실군청 소속 6급 계장 노모씨(54·전주시 송천동)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74년 지방행정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인 그는 9년만인 83년 8월에 현 직급을 부여받았을 정도로 비교적 빠른 승진을 보였다. 이후 20년동안 사무관 승진에 밀리면서 만년 계장으로 하위직을 맴돌았으며 우여곡절 끝에 올들어 승진서열 1위에 올랐다.

 

취임사까지 미리 작성할 정도로 이번 인사에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그가 승진에 탈락한 뒤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자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만년 주사보라는 설움과 함께 자신에 대한 원망이 컸을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 본다. 노씨의 부인 김모씨(50)는 "승진에 탈락한 뒤 집안이 온통 쑥대밭으로 변할 정도로 잦은 불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노씨는 대학교 4학년인 큰아들(27)에게 얼굴조차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로 자책했으며 해마다 찾던 지난 15일 고향 면민의 날 행사도 올 해에는 잊었다고 한다.

 

자신이 면사무소에서 근무할 당시 착안했던 행사이거늘 얼굴도 내밀지 못한 채 왜 집안에서만 끙끙 속앓이를 해야만 했을까? 친구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찾았던 그가 승진탈락 이후 왜 이들을 만나기 조차 꺼려했을까?

 

한 가장으로서 임실군의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했던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만년 주사보의 설움을 털어버리고 고향에서 마지막 봉사를 준비하며 취임사 초안에서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했던 착실한 공직자 노씨.

 

노씨의 죽음은 공직사회에서 승진이라는 것이 얼마만큼 절실하고 사람의 마음을 주눅들게 하는지 다시 한번 보여준 계기가 된 셈이다.

 

얼마나 갑갑했을까? 얼마나 자신이 미웠을까? "우리 아버지는, 내 남편은 승진도 제 때 못하는 못난 가장”이라는 무언의 소리가 노씨의 귀청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승진서열 1위에 올라 이번 만큼은 떳떳하겠구나 싶었는데….”

 

공직생활에 한평생을 바쳐왔지만 여전히 제자리였던 만년 주사보의 죽음. 노씨의 자살뒤에 만약 누군가의 장난이 개입됐다면 한평생을 희생한 다른 공직자들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홍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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