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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이젠 융자금 갚을 걱정"

 

“딱 1년이 지났네 그려. 하느님이 주신 벌 달게 받았지 뭐.”

 

지난해 태풍 ‘루사’로 사상 최악의 수해가 난지 꼭 1년을 맞은, 지난 31일 무주 무풍면 도마마을. 도처에 수마의 상처는 여전했다. 마을 한복판, 나란히 붙어있는 컨테이너(하우스)에는 당시 집을 잃었던 수재민들이 아직도 거주하고 있었다.

 

1년만에 다시 만난 유삼술 할머니(70). “겨울에 참 고생들 많이 했어. 맘 같아선 자식들 집에라도 가서 쉬고 싶었지만 신세를 질 수 있어야지. 며칠만 있으면 이사하니까 그래도 다행야.”

 

도마마을에는 모두 8채의 새집이 들어섰다. 이미 2가구는 여유가 있어 서둘러 집을 짓고 이사했지만 군에서 조성한 이주단지로 옮기는 나머지 6가구는 오는 6일 ‘입촌식’을 갖는다.

 

마을 동편 언덕. 반듯하게 내리 깎인 언덕 좌측으로 마을에서 10분 가량 굽이굽이 오르막길을 타고 나면 이주단지가 보인다. “열 번 이상은 가봤을 거야. 근데 올핸 왜 이리 비가 자주오는지. 비만 안왔어도 일찌감치 새집에 들어갔을텐데.”

 

손꼽아 기다려지는 이사도 잠시. 유 할머니 등 이주단지로 옮기는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천 만원이 넘는 주택자금을 융자받아 앞으로 어떻게 갚을지 막막하다. 가뜩이나, 새 집에 설치된 기름보일러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사를 하고 나면 성큼 다가올 추위에 당장 ‘기름값’이 고민이다.

 

“여긴 땅 안파면 할일이 없어. 겨울은 빨리오고 봄은 늦게오고. 벌써부터 기름값 걱정이 태산야.”

 

도마마을에서 다시 무풍면사무소 소재지를 지나 설천면 방면 반대방향으로 10분 정도 차로 달리면 좌측에 마덕마을이 보인다. 태풍 ‘루사’로 모두 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재해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이 마을 입구에는 ‘산사태 재발방지와 이주단지조성’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바로 옆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새하늘교회 매몰 지점. 아픈 영혼을 달래듯 그곳에 또 다시 교회가 들어섰다.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컨테이너 2채가 바로 교회다.

 

“비도 많이 쏟아졌지만, 바람 때문에 순식간 나무들이 뽑혀 산사태로 이어졌어. 그러더니 온 동네가 물에 잠겼고 아수라장이 됐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에 떠내려가다 겨우 나무를 붙잡아 살아났다는 기종순 할머니(73)는 당시 악몽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 할머니가 겪은 ‘수마’는 태풍 루사가 두 번째였다. 67년 전쯤 인근의 디평마을에서 살았던 기 할머니가 이곳으로 이사온 것도 당시 집을 통째로 삼긴 비 때문이었다.

 

마덕마을은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 지역이라는 아픈 상처 속에서도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태풍 ‘루사’로 인한 도내 재해복구비 규모 4천2백억원중 절반을 차지하는 무주. 수마가 할퀸 상처 크기 만큼이나 아직도 하천 등을 중심으로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당초 8월말까지 수해복구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아래 ‘수해복구총력’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흙과 자갈더미를 나르고 있고, 포크레인의 굉음도 도처에서 울리고 있다.

 

안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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