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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랑광대 전국협의회 창립 세미나 발제 김명자씨

 

전주산조예술제 '또랑깡대 콘테스트'와 서울 인사동 '거리 소리판'으로 등장한 또랑광대가 소리판에 새바람을 몰고 있다. 창작판소리의 부흥을 위한 한 발 전진. 또랑광대들의 창작판소리는 전통판소리와는 또다른 절묘한 맛으로 오늘의 관객을 끌어들인다. 즉흥성과 시대성을 살려낸 사설과 극적 효과를 한껏 발휘해내는 또랑광대들의 소리. 관객들은 편하게 듣고 쉽게 웃지만 창작판소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끝없는 자기 실패와 수련을 겪지 않고서는 탄생되지 않는다.

 

또랑광대의 대표주자인 김명자씨(39, 일명 슈퍼댁)씨. 소리판의 좌중을 사로잡는 그 역시 일상에서 얻어진 소재를 판소리로 만들지만 사설을 만들고 작창하는 과정에서 부딪치게되는 음악적 한계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11일 오후 7시 서울 진향국악한마당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판소리 창작 실패기'를 발표한 김씨는 "13년 간 극단 '아리랑'에서 판소리·풍물·춤·극작·연출·배우의 기술을 익혔던 것이 또랑광대의 기초훈련이 되었다. 그 기초훈련이란 새판소리를 창작하고, 작창하고, 그 작품으로 고수와 단 둘이서 판을 놀고 놀려야하는 또랑광대의 밑거름이다”고 밝혔다.

 

김치냉장고를 갖고픈 주부의 애환을 그린 '수퍼댁 씨름대회 출전기'. 김씨는 "연극 무대가 사설창작이나 발림 등을 수월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어 강사로 생활하다, 1990년 극단 '아리랑'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1994년 방성춘 명창에게 동초 김연수제 춘향가를 사사했고, 법성포 최정옥 만신에게 전라도 씻김굿을 전수 중이다.

 

'판'을 달고 사는 그의 사설과 작창은 생활에서 나온다. 만화주제가를 소재로 한 '캔디타령'이 대표적인 예. 이 작품은 "저절로 된 것”이다. 97년 고성오광대 탈춤 전수를 갔다 오는 길에 전철안에서 흥얼거리다 만들었다.

 

그 후에도 만화주제가로 작창을 시도했지만 아직 세상에 내지 못했다는 그는 "음악적 한계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개인적 고뇌를 털어놓았다.

 

그를 '슈퍼댁'으로 탄생시켰던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는 극단 '아리랑'의 자체 오디션을 보기 위해 만든 것. 수년간 흥얼거렸던 '캔디타령'의 호응에 힘입어, '힘 좋은 한 주부가 남편의 권유로 여자장사씨름대회 나갔다가 아깝게 1등을 놓쳤다'는 사연을 듣고 만든 판소리다. 이어 발표한 '슈퍼댁 다이어트 투쟁기'는 전국순회공연을 다니며 이동하는 차안에서 사설을 쓰고 작창했다.

 

"사람들이 슈퍼댁을 모를까봐 자꾸 설명을 넣었어요. 그러니 긴장감은 자꾸 떨어졌고, 교훈적인 말로 직접 끝을 맺어 재미도 덜했죠. 해학이나 풍자는 끝까지 그 기운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그 때 했습니다.”

 

김씨는 "작품이 제대로 되려면 적절한 시간을 꼭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인사동 거리소리판에서 공연했던 '슈퍼테러리스트'가 안긴 상처는 특별하다. '부시가 뒤통수에 풍잠을 한방 맞고 자는 듯이 죽었구나' 식의 사설이 주를 이루는 소리. 이라크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고, 반미반전이 드높았던 때라 한바탕 같이 놀아 제킬 줄 알았던 관객들의 얼굴은 오히려 굳어졌고, 50대 관객들과 미국인은 중간에 자리를 떴다. 김씨는 "사람을 죽이되 멋스럽게 죽인 우리 조상들의 말솜씨를 배워야한다”고 결심했다. 직설적인 화법보다 다양한 의미를 지닌 은유와 상징으로 맛깔스런 사설을 선보이는 조상들의 풍자와 해학의 미다.

 

그가 세미나에서 고백한 실패기를 뒤집어보면 그가 강조하던 새판소리 사설 창작과 작창의 맛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구성은 단순하더라도 표현은 풍부해야하고, 극의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내용은 지금 현실의 가치를 실현하되 은유와 상징으로 말이 주는 의미가 다중으로 해석돼야 하며, 형식적으론 판소리뿐 아니라 여타 음악적인 부분을 흡수해서 풍부하게 해야 한다.

 

'판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이들의 소리에 시선은 다양하고, 새 판소리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판소리의 새로운 기운을 만드는 일에 어느 누구도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지만 한바탕 해학을 선사하는 일에는 진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산조예술제 박흥주 예술감독은 "대중에게 높은 수준의 판소리 성음과 예술성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성음뿐만 아니라 아니리와 너름새가 뛰어난 소리꾼, 오히려 성음이 뛰어나지 않은 또랑 소리꾼을 양산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4시 서울 진향국악한마당에서는 또랑광대전국협의회가 창립, 현판식을 가졌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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