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어있는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굳게 얼었던 땅이 녹고, 또다시 얼고 녹기를 세번. 그래야 다시 만날수 있는 사람들.
3년여 먼 길 떠나는 사람들과 그들이 여정이 온전히 마무리되기를 기도하는 사람들이 1일 오전 10시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에 모여들었다.
검정 고무털신에 손뜨개 털모자, 그리고 등에진 바랑 하나.
3년 긴 여정에 나선 도법스님(실상사 전 주지)과 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의 행색은 남루했으나 청결했다. 수경스님은 '새만금살리기 3보1배(三步一拜)' 고행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한 쪽 다리가 불편해 보였지만 고통을 감추는데에는 태연했다.
온 세상에 생명과 평화를 가꾸고 전하고자 떠나는 '생명평화 전국 탁발순례'.
탁발(托鉢)은 불가에서 스님들이 걸식으로 의식을 해결하는 것으로 자기의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행위를 이른다.
두 스님과 동행하는 이원규시인 등 탁발순례단은 '생명과 평화'가 우리 삶에 뿌리내리기 위해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해와 존중, 배려의 마음을 나누게 된다.
1일 오전 노고단에서는 그 시작을 알리는 '생명평화탁발순례 노고단 생명평화기도'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는 문규현신부, 남영숙목사, 원불교 이선종교무 등 종교계를 비롯해 김용택, 박남준시인 등 1백50여명이 함께 했다.
원불교 대표로 참여한 이선종교무는 "우리의 소망과 아픔을 모두 짊어지고 떠나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이들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온 국토에 생명과 평화의 봄바람을 불러 오길 바란다”며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나 먼 길 떠나는 두 스님의 얼굴은 밝았다. 도법스님은 "웃을때만 웃음이 존재하고, 웃어야 웃는 세상이 온다”며 "몇사람이 가는 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후원해주는 길이라 외롭지 않고 오히려 '소풍가는'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탁발순례단은 지리산을 출발해 49일 동안 구례, 하동, 함양, 산청 등을 돌고, 4·3항쟁의 비극을 간직한 제주도를 거쳐 다시 육지순례에 나서게 된다. 예정기간은 3년이다.
"생명을 살리는, 평화를 가꾸는 그 길에서 만납시다.”도법·수경스님이 밝은 웃음으로 순례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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