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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조각가 차주만씨 개인전 전주서신갤러리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한 거죠.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생고기를 선택한 것 뿐입니다.”

 

작가는 담담하게 말하지만, 40여평 되는 전시공간을 반절이나 차지하고 있는 생고기에서 쉽게 눈을 뗄 수는 없었다. 속은 다 파헤쳐지고 사지가 '쫙' 벌려진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돼지 생고기를 수십개의 낚시바늘과 와이어가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다. 돼지는 처참하고, 관람객들은 생경함을 넘어 충격을 느낀다.

 

설치조각가 차주만씨(39)가 3일부터 12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연다. 서신갤러리 2004년 첫 공간지원기획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테마는 '넘어지다, 넘어뜨리다'. 차씨는 '넘어지는' 돼지, 그 돼지를 '넘어뜨리려는' 낚시바늘과 와이어, 로프를 통해 타인을 짓밟고 넘어뜨리려는 인간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가장 오래사는 개체'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 '적자생존'은 살아남기 위해 취해지는 행동들이 결국 타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돼지 표피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귀와 다리의 위치가 기괴하게 바뀐 사람의 모습은 변종의 극치를 보여준다.

 

보존처리가 돼있지 않은 생고기는 전시기간 동안 조금씩 부패되어 가고, 악취를 품어낼 것이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종말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그는 지역 화단에서는 좀체 활동이 없었다. 그동안의 차씨 작품들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깔끔하고 온순하게 표현한 것들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파격적이다. 좀더 현실발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가 더 충격적이고 공격적인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익산 출신으로 홍익대와 동대학원 조소학과를 졸업했다. 제1회 오이타 아시아 조각 공모전·광복50주년기념 통일염원조각전·천마산조각공모전 우수상과 대한민국 환경조각대전 대회조직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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