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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온고을소리청의 창극 '수궁가'

 

앙코르공연은 부담과 기대가 더 크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무대의 긴장과 객석의 호응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온고을소리청의 창극 '수궁가'(20일 오후 5시 소리전당 연지홀)도 이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첫 공연과 비교해 샤막(반투명천)을 활용한 영상은 이국풍에서 우리 것으로 바뀌었고, 잦아진 아크로바트 무예는 극을 활기차게 했다. 무대의상과 소품도 화려해졌다. 하지만 꼭 거기까지였다.

 

배우들과 스탭들은 연습부족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공연보다 배우(창자)들의 평균연령이 크게 낮아지면서 창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소리의 맛도 하향 조정됐다. 명창들의 소리와 연기도 지난해만 못했다는 게 객석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우들의 움직임도 짜여진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 공연처럼 애드립의 유쾌함이나 연륜이 주는 품격도 찾기 힘들었다. 지난 공연에서 보여준 연출의 미덕도 그 공연의 범주에서 멈췄다. 일부 관객들이 "눈이 시어 못 보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영상의 결합은 지나쳤고, 단 한번의 리허설도 하지 않은 것처럼 수성반주·조명·음향 모두 실수를 반복했다. 당연히 반쯤 채워진 객석은 밋밋했고, 학생들의 입에서조차 쓴소리가 터졌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떨떠름한 여운은 다른 곳에 있다.

 

창작도, 초연도, 풀뿌리 예술인들이 주축인 작품도, 그렇다고 새로운 실험을 모색하는 작품도, 연륜있는 단체도, 무료공연도 아닌 이 공연에 전북도가 무대공연지원사업으로 4천만원, 전주시가 1천5백만원이라는 전에 없이 파격적인 후원을 했다는 사실이다.

 

자치단체 지원은 더 좋은 무대로 도민의 문화향수권을 높여달라는 것이 취지다. 명창의 성의 있는 판소리 한 대목을 들을 때처럼, 같은 공연이라고 해도 볼수록 깊은 맛이 있고 또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때 찬사는 쏟아진다. 창극 '수궁가'가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관심을 쏟았는지 의심스럽거니와 늘 제작비 마련에 허덕이는 이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에게 왜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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