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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지휘자 신현길씨 통해 미리 본 군산시향 연주회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 세계적인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의 무대에서 관객들은 '군산시립교향악단'이라는 소중한 발견을 했다. 반주를 넘어 협연 실력의 연주를 보여준 군산시향은 지난 가을 다섯차례에 걸친 정기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냈다. 국내 정상의 오케스트라로서의 군산시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군산시향이 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최해성씨(27)와 '군산시향과 함께하는 봄의 제전'을 연다. (2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25일 군산시민문화회관, 오후 7시 30분)

 

관객들이 기다리는 군산시향의 중심에는 상임지휘자 신현길씨(48)가 있다. 그가 상임지휘를 맡은지 햇수로 4년째. 군산시향의 이번 공연은 특히 중요하다. 90년 창단 이후 매년 두차례의 정기공연으로 근근이 명맥만을 유지해 왔던 군산시향이 실력있는 오케스트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 단원들은 너무 자조적이었어요. 그러나 그들 안에는 숨겨진 재능도 많았고, 발전하고 싶은 의지도 있었죠. 그래서 빠른 시간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군산시향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단순히 악보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음악의 깊이를 이해하고 악보를 소리로 풀어놓는 맛도 알게됐다. 성악가나 협연자의 연주성향을 배려해 밸런스를 맞추는 기술도 배웠다. 무엇보다 단원들은 음악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감동적이다' '좋은 공연이다' 등 익숙치 않은 관객들의 박수와 칭찬에 단원들은 신이났다. 좁은 우물 안에 갇혀있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더 큰 바다로 나아가는 기쁨을 안은 것이다.

 

"초보 운전자가 있듯이, 클래식 음악회는 항상 처음 오는 사람이 있어요. 음악회의 매너를 모르더라도 연주자들이 열심히 하다보면 관객들은 저절로 음악에 몰입하게 됩니다.”

 

신씨는 대충하는 '공짜 클래식' 공연은 없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의 살길은 수준 높은 공연 뿐. 그는 거처를 군산으로 옮기고, 매년 10차례 이상 공연을 열겠다는 생각으로 혹독(?)하리만큼 연습량을 늘렸다.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어떤 태도도 강요하지 않고 부드러움과 넉넉함으로 객석을 음악 속으로 이끈다.

 

군산시향이 객석의 가장 귀한 손님인 군산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군산시향의 변혁을 꿈꾸는 신씨는 서울대 음악대학과 러시아 상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대학원 오페라 심포니 지휘과 최고 과정을 졸업하고, 러시아의 공훈 예술가 지도교수인 알렉산더 알렉세이브를 사사했다. 국내에 들어와 상임지휘를 맡은 것은 군산시향이 처음이다.

 

러시아에서 공부한 때문인지 그의 지휘는 과감하다. 단원들의 역량과 에너지를 뽑아내는 카리스마와 힘있는 지휘 포인트는 시각적 효과를 발휘한다. 단원들은 그에게 정복력이 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무기력 속에 잠들어있던 단원들을 깨우기 위해 신씨는 도전을 택했다. 이번 공연에도 혁명적인 리듬과 목금관의 파괴적인 힘, 다조성 불협음 등으로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올린다. 상임과 객원 등 1백4명의 연주자들이 만드는 웅장한 무대를 신 지휘자는 "지역에서 평생 한번 만날까 말까 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이번 무대의 또 한명 주인공인 최해성씨.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최씨를 신씨는 "훌륭하고 깨끗한 음악가”라고 표현했다.

 

전라여중과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조기졸업하고 맨하탄 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프랑스와 스위스, 이태리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도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미 세계 무대에서 예술적 능력을 인정받은 젊은 연주자다.

 

정열적이면서도 특유의 섬세함으로 주로 현대음악을 연주해 온 최씨에게 이 무대는 한국에서의 공식 첫 연주회다. 최씨는 "고향에서의 연주가 설레인다”며 군산시향과의 협연을 기대했다. 올 가을에는 윤이상을 비롯해 아시아 현대 작곡가의 곡들로 앨범을 낼 예정이다.

 

부드러운 멘델스존과 파격적인 스트라빈스키가 만나 독특한 개성을 빚어내는 '군산시향과 함께하는 봄의 제전'이 나른한 봄을 깨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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