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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백의 전북366일]처녀작 〈기우는 해〉를 발표

 

해는 기을고요― / 울던 물새는 잠자코 있습니다./ 탁탁 푹푹 흰 언덕에 가벼이/

 

부딪치는 푸른 물결도 잔잔합니다. …

 

― 기우는 해 ―

 

위의 시는 평생을 이 고장에서 시와 더불어 살다가 간 우리나라 시단의 고봉 신석정(辛夕汀?1907~1974) 시인이 1924년 4월 19일 17세 때 조선일보에 발표한 처녀시의 한 구절이다. 석정은 한 때 불교학을 공부했다. 서울의 중앙불교전문강학원의 석전(石顚) 박한영(朴漢永) 교종 밑에서 불심과 시심을 닦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압박 밑에서 고통을 겪는 민족의 아픔을 생각하는 마음도 익혔다. 또 그가 좋아했던 시인은 만해 한용운(萬海?韓龍雲) 스님이었다. 특히 만해에게서는 굽힐 줄 모르는 정의감과 지조를 배웠다. 석정이 처녀 시집을 낸 것은 1939년의 「촛불」이었다. 만해의 시에서 '님'은 항상 '조국'을 상징적으로 비유하고 있지만, 석정은 '님'대신 '어머니'를 통하여 조국을 노래했다. 민족의 어두운 시절에 석정은

태양이 가고/ 빛나는 모든 것이 가고 / 어둠은 아름다운 전설과 신화까지도 먹칠하였습 니다./ 어머니 / 옛 이야기나 하나 들려 주세요. / 이 밤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

 

그는 「이 밤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라고 민족의 새벽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것이다.

 

이어 「슬픈 牧歌」「氷河」「山의 序曲」 등 그밖에 제5시집에 수필집까지 냈다.

 

詩歷 50년, 평생을 나라와 겨레를 걱정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서정을 노래한 석정시인. 그의 시풍은 조용한 전원적인 정서를 우리 민족의 전통 가락에 담아서 노래한 것이었고, 그의 맑고 고운 심성으로 채워진 詩는 만나는 사람마다 다숩게 순화시키는 호소력을 지녔다.

 

그가 67세로 세상을 떠난 것은 1974년 7월 6일,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한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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