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회째를 맞았지만 영화제를 치른다는 것은 해마다 새로운 과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출발점보다는 전체적으로 기반이 안정되고, 운영면에서도 노하우가 축적된 것이 사실이지만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영화제의 기획은 해마다 시작이고, 끝이죠.”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주목해 '변화'를 얻어내는 일은 그의 화두였다.
지난해부터 전주영화제의 중심에 선 민병록 집행위원장(54, 동국대영상정보통신대학원장)을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행사장 점검차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만났다.
"세계 각국의 영화제를 찾아다니며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영화를 고르는 동안 문득 정신차려보니 영화제가 코앞에 와있더라"며 웃는 그는 "올해 전주영화제는 특별하고 새롭게 운영의 기본 틀을 변화시켰고, 그래서 선택한 영화의 흐름도 큰 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운 '변화'의 중심은 '경계'를 없애고, '낯섬'을 주목한 시선에 있다. 그것은 일종의 '충돌'로도 해석될 수 있다.
"비엔날레로 운영되던 다큐멘터리와 애니매이션의 경계를 없앴습니다. 비엔날레의 성격을 유지했다면 올해는 애니메이션이 중심이 되어야 했죠. 형식의 경계를 없앤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선은 비엔날레 운영이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살려가는데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격년제는 특별한 장르를 주목한다는 집중의 장점이 있지만, 프로그래밍의 연속성과 영화 수급에 어려움 있죠.”
"영화의 형식에서 다큐와 애니, 그밖의 어떤 장르의 구별도 무의미해졌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고 말하는 민위원장은 "더구나 전주영화제는 마이너와 비주류, 낯선것을 주목하는 '대안'이 아닌가”고 반문하면서 경쟁부문인 '인디비전'의 대상을 아시아권이 아닌 세계로 넓힌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올해 선택된 영화편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상당수가 짧은 단편영화들이라해도 내심 편수를 줄여보려고 했던 민위원장의 의도는 빚나간 셈이다.
"좋은 영화들이 많습니다. 이름난 영화제의 이름난 영화나 상업적 흥행이 보장된 영화가 아니라 숨어있는 진주와도 같은 영화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들이지요.”
그는 '실험은 늘 새롭고 낯선 것이지만 그것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다시 익숙한 것이 되고 만다'며 "전주영화제가 내세우는 '대안'은 자유로운 실험정신에 그 본질이 있고 '자유로움'과 '실험성'은 영화제의 정체성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 쿠바영화 특별전'이나 '영화보다 낯선' 섹션은 민위원장이 꼽는 특별한 부분이다.
'쿠바영화'를 본격적으로 조망하는 쿠바특별전은 아시아권에서 처음 시도한 프로그래밍.
쿠바는 지난 59년 쿠바혁명 이후 한해 평균 150여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던 라틴아메리카 최대 영화생산국이다. 특히 서구중심의 미학에 반기를 들어 만들어낸 영화들은 진보적인 영화운동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비수교국이어서 초청 절차상 어려움이 많았지만 쿠바영화와 쿠바의 영화인들이 전주영화제에서 교류의 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민위원장은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으로 꼽았다.
'영화보다 낯선' 섹션은 답습되어지는 이야기 재생산 구조와 표현의 수단으로 분류될 수 없는 낯선 형식의 영화들. "모두가 실험성 예술성으로 무장한 짧은 단편영화들인데 작가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소개한 그는 "낯설고 혹은 너무 진지하여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영화보기의 즐거움이 폭넓어지고 깊어진다”고 조언했다.
시민들을 위한 특별한 기획은 없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해마다 영화가 너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던터여서 일반 대중의 눈길을 끌만한 국내외 영화들을 늘렸습니다. 가족들을 위한 '영화궁전'과 '한국영화축제'는 특히 시민들을 위한 장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반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보다는 영화제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영화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등학교시절부터 고향을 떠나있었지만 문화적 감성이 특별한 고향을 향한 그의 애정은 깊다. 전주영화제를 전주시민들의 삶속에 뿌리잡게 하는 일이 그에게 가장 큰 부담이자 과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민병록(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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