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의 야심작, '쿠바 영화 특별전'이 관객몰이에 나섰다.
지구 반대편 멀리 섬나라 쿠바는 우리와는 비수교국이다. 때문에 쿠바를 소개하거나 이해할 시도조차 없던 국내 현실에서 영화 역시 제대로 소개된 적 또한 없었다.
하지만 미지의 영화 세상을 향한 지프의 강한 몸짓이 마침내 쿠바를 전주에 옮겨놨다. 정치적·경제적 교류가 없었던 탓에 필름 수급은 쉽지 않았다. 일부 영화의 경우 포대 자루에 필름을 담아 전달받기도 했다. 게다가 지프에 참석하기로 했던 다니엘 디아즈 토렌즈 감독과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이 외교 문제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이 묶여 한동안 방문이 불투명했다가 29일 새벽에야 한국에 들어왔다.
지프가 정치적 장벽을 딛고 올해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쿠바영화 특별전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쿠바영화 특별전은 한때 연간 1백5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낸 미지의 영화 강국,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쿠바영화 45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영화제 사상 최초로 마련된 빅 이벤트에 관객들이 몰려들면서 후반부 영화제가 그 열기로 한층 물들고 있다.
이번 특별전 기획은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임안자씨(영화평론가)의 몫이었다.
지난 1976년 페사로 영화제를 찾은 그가 낯선 쿠바 영화 두 편에 매료된 게 쿠바와 인연을 맺게된 이유다. '영화의 아름다움'을 충격적이란 말로 대신한 그는 당시 '언젠가 쿠바 영화를 소개해야겠다'는 다짐을 거의 30년이 지난 이제서야 지프를 통해 현실로 일궈냈다. 그는 '쿠바 영화를 사랑하는 것은 정치적인 알레고리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쿠바 영화는 역사의 전진을 가로막는 구습을 타파하기 위해 카메라를 무기로 삼고 있다. 혁명과 예술의 이상적 결합, 그 미학적 모험를 떠나는 쿠바 영화 안에서 느껴지는 휴머니즘, 그가 지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예술과 정신의 혁명을 꾀하려는 제3영화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서구에 처음 쿠바영화를 알린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소이 쿠바' 등 모두 17편을 선보이며, 쿠바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꿰뚫어본다.
지난 1960년대 혁명 영화의 신호탄격인 '소이 쿠바'(5월1일 오전 11시 프리머스3관)는 바티스타 정권의 몰락 전후 시기의 열광적 정치 이데올로기를 통해 쿠바의 다양한 모습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준다.
서구 세계로 망명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쿠바 지식인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보여주는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감독의 '저개발의 기억'(30일 오후 5시 시네마1관)은 혁명의 성공 이후에도 치유되지 않는 불균형한 의식 상태를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또 쿠바영화사에서 가장 젊고 현대적인 작품성 때문에 '이질성'으로까지 비춰진 후안 카를로스 크레마타 말베르티 감독의 '나다'(5월2일 오후 2시 CGV4관)와 사회주의권 붕괴로 부분적 자본주의 유입으로 격변을 겪는 쿠바의 90년대 모습을 다룬 페르난도 페레스 감독의'휘파람'(5월 1일·2일 오후 2시 CGV 5관)도 화제작으로 꼽힌다.
제3세계 여성영화의 진수를 느낄수 있는 파스토르 배가 토레스 감독의 '테레사 초상'(30일 오후 8시 CGV5관), 식민지와 공화정 그리고 혁명 시기의 동명 3인의 여성상을 그려낸 움베르토 솔라스 감독의 '루시아'(5월1일 오전 11시 프리머스 3관·2일 오후 2시 시네마 8관)도 눈길을 끈다.
또 섹슈얼리티와 정치의 문제를 연결시켜 1990년대 이후 쿠바 사회의 문제를 능란하게 다룬 '딸기와 초콜렛'(30일 오후 2시 CGV 2관), 아들의 급작스런 성정체성 폭로로 야기되는 가족들의 소동극 '가족비디오'(5월1일 오전 11시 CGV 5관) 등 쿠바 영화의 편견을 깨는 주목할만한 영화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강력한 현장 저널리스트인 산티아고 알바레즈 감독의 다큐멘터리 단편 모음(30일 오후 2시·5월1일 오후 8시 프리머스 2관)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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