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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신나는 교실]글짓기짱! 모여라 글세상

신발 

두 손을 모은 다소곳한 모습에

 

오늘 큰맘먹고 너를 닦는다

 

여기저기 긁힌 자국들

 

가만 보니 그것 참 수고스러웠구나

 

틈새마다 쌓인 먼지가

 

제법 사연 많구나 싶어

 

호 - 불어주면

 

피곤한 한숨이 어린다

 

기름진 약으로 그것들 다 가려주면

 

그 자국들이, 사연들이, 한숨이

 

밑창을 더 튼튼히 만들어 줬다고

 

가죽을 더 매끈히 해주었다고

 

이제 신발 끈을 묶어 달란다

 

반짝반짝 햇살을 받고

 

아직은 한참 더 갈 수 있다고

 

다부지게 묶어 달란다

 

/기전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 고 은

 

[글마당]시계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시간을 먼저 확인한다. 오늘은 하루를 어떻게 하면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까? 몽롱한 머리 속에 동그란 계획표가 금세 그려진다. 아침자율 시간에서 학교 수업, 밤에 공부하기까지 시계 모양의 계획표를 따라 나의 발걸음도 움직인다.

 

내 손목에도 시계가 있다. 손등 위에 그려진 시침, 분침, 초침은 서로 도우며 하루를 향해 달려간다. 시계 바늘은 나의 집중력, 나의 생각에 따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체육 시간과 점심 시간을 지나는 분침은 너무 밉다. 한없이 빨리 내달리는 시계는 나를 슬프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시계에 그려진 시침, 분침, 초침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 두 바퀴를 끊임없이 회전하는 시계를 보며 나는 내 마음속을 들추어본다. 이 때의 시계는 나에게 절망을 안기는 아날로그 시계이다. 하루하루 똑같은 동작으로 거니는 아날로그 시계를 보면 이상의 '권태' 같은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조여온다.

 

그러나 내 삶의 지향점은 디지털이다. 디지털 시계에는 아날로그 시계와는 달리 날짜 표시가 되어 있다. 물론 아날로그 시계와 같이 시, 분, 초를 나타내는 숫자는 무한의 반복을 하고 있지만, 날짜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어제와 같은 패턴은 유지하면서 힘차게 행진하는 디지털 시계를 나는 '자유'라 단정짓는다.

 

그 동안 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아무도 나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마치 자유인 마냥 착각했었다. 그러나 나를 일깨운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역설적이게도 '울타리'였다. '울타리'는 분명 '속박'의 이미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양떼가 울타리로 인해 늑대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듯이 '울타리'는 나의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시계는 나에게 끝없는 가능성을 선사하는 울타리 같은 존재이다.

 

오늘 하루를 마치며 나는 침대에 눕는다. 잠들기 전 잠시 눈을 감는다. 오늘 하루는 땀으로 얼룩진 하루였을까, 의미 있는 하루였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날짜에 하루가 더해진 시계바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달도 잠든 밤, 나는 마음속으로 디지털 시계를 작게 그리면서 내일 아침을 기약한다.

 

/배영고 2년 홍민우

 

○ [고은이의 시를 읽고]=[신발]에는 구두의 긁힌 자국에서 상처를 읽고 먼지들의 한숨소리를 듣는 섬세한 관찰력과 그곳에 '호-' 입김을 불어주고 '약'을 발라주는 따뜻한 서정이 어우러졌다. 그 결과 신발은 생명력을 얻고 의인화된다. 끈을 '다부지게 묶어달라'는 신발의 갈 길이 문득 미더워지는 이 시에서는 부사 '아직은'의 선택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한 지점을 구두 닦는 경험을 통해 감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 [민우의 글을 읽고]=민우의 글은 '시계'를 통해 삶에 대한 사색의 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초침처럼 째깍째깍, 분침의 움직임처럼 보이게 보이지 않게. 아날로그의 삶으로도 디지털의 세계를 꿈꾸는 것은 비단 현대의 것만은 아니다. 시간 속에 내재한 부자유가, 구속이, 간섭이 역설적이게도 자유가 되는 것과 같다. 사색의 깊이가 무명(無明)을 걷어내 주는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글이다. 풀어놓았던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다시 차고 싶게 하는 글이다.

 

/오창렬(시인, 전주상산고 교사)

 

책상이 말해준 이야기

 

와글와글 우당탕

친구들이 날 넘어뜨려도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지금이 좋아

 

반짝반짝 반듯반듯

친구들이 날 닦아줘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지금은 심심해

/오세영(군산서해초등학교 2학년 8반)

 

'에디슨'을 읽고

 

에디슨 박사님께!

 

안녕하세요? 에디슨 박사님. 전 마령초등학교 5학년 1반에 다니고 있는 조시찬이라고 해요. 저는 박사님에 대해 책을 통해 많이 알게되었답니다. 저 또한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박사님의 삶이 적혀 있는 책에 관심이 갔어요.

 

박사님! 전 정말 박사님이 신기하답니다. 세계 최초로 전구를 만드신 일은 정말 대단하세요. 만약 에디슨 박사님이 전구를 만들지 않으셨다면 지금 우리들의 밤은 어땠을까요? 아마 촛불을 켜고 살았을 거예요. 아니면 밤엔 아무 일도 못하고 집에서 잠만 잤을지도 모르죠.

 

박사님. 전 얼마 전에 학교에서 고무동력기 만들기를 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요. 이렇게 어려운데 박사님은 어떻게 그 많은 것을 발명해 낼 수 있었어요? 참 신기하답니다. 어디서 그렇게 멋진 발명품들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셨죠? 그리고 무슨 이유로 발명을 하기 시작하셨나요? 전 어려운 것이면 하다가 포기하거나 실수하면 그냥 버리곤 하는데 말이죠. 전 에디슨 박사님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엔 훌륭한 발명품들을 만들어내신 걸 생각하면 박사님이 존경스럽고 대단하게 느껴진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박사님이 처음 만드신 발명품들을 보러 박물관에 가보고 싶네요.

 

박사님! 저도 이제부터 끈기를 가지고 생활해 보아야겠어요. 박사님이 그러셨듯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저도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한 두 번쯤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노력해보겠어요. 언젠가 저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건을 발명해서 박사님께 자랑해보고 싶습니다.

 

에디슨 박사님!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저 시찬이가 박사님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2004년 4월 조시찬 올림

 

/진안마령초등학교 5학년 1반 조시찬

 

○ [지영이의 글을 읽고]=입학한 지 두 달 된 1학년 아이가 책을 읽고 글로써 그 느낌을 표현한다는 것, 이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문장 사이의 부드럽지 못한 연결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중간 이후의 '∼처럼'을 사용한 직유의 능력이 예사 솜씨를 넘었다. 그런데 너무 나간 것은 아닌가! 1학년 아이가 사용한 '순결'이라는 낱말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 [세영이의 글을 읽고]=글쓴이는 늘 함께 생활하는 책상의 마음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오히려 너무 잘 써서 걱정이다. 2학년 아이가 마치 '동시'란 무엇인가? 하는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홉 살짜리의 시적 기교와 상상력이 대단하다. 뭐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부를 하고 싶어 덧붙인다. 나의 걱정이 제발 헛된 걱정이길 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은 '동시'가 아니라 '어린이 시'이다. 우리 어른들이 때로 잘 못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아이들의 글은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끝나야 하는 데 기교의 선수를 만들려고 한다. 글쓰기는 선수가 없다.

 

○ [시찬이의 글을 읽고]=어릴 적 읽는 한 권의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 주는 글이다. 시찬이는 에디슨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디슨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에디슨을 닮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끈기'를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생각하고 느낀 것처럼 실천으로 옮기면 시찬이는 훗날 에디슨 박물관에 가 볼 기회가 틀림없이 올 것이다. 편지의 형식으로 쓰는 독후감은 가장 감동이 많았던 부분을 표현하기에 좋은 방식이다.

 

/김종필(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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