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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무대 아래]30년 묵향 담은 첫 전시, 소당 김익연씨

 

꺾어진 듯 길게 누운 매화 가지에 꽃이 붙었다. 툭, 먹을 토해내고 붉은 봉오리를 터트릴 듯 생명이 차 오른다. 그림의 제목은 뜻밖에도 '회귀'(70×54㎝)다. 올해 이순(耳順)인 소당(素堂) 김연익씨. 그의 그림들은 소나무, 연꽃, 대나무, 국화, 매화, 난초, 장미, 조롱박, 무지개, 물고기 등을 소재로 한 문인화(文人畵)다. 분주한 이 도시의 한복판에서 문인화라니….

 

"문인화는 선과 점, 여백을 만드는 것이죠. 점이 몸을 맞대 선이 됐고, 선을 그리다보니 형상이 나왔어요. 그 형상을 채우지 않고 비우려다보니 공허하지만 꽉 들어찬 것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됐어요.”

 

소당은 스스로 그린 선에 취해 그 선을 붙잡으려고 손을 내밀 때 작품이 된다고 말한다. 붓을 잡은 지 30년. 생의 절반을 묵향과 함께 한 그가 첫 전시회를 연다. 서예와 문인화 작품 52점. 붓을 놀리다가 '슬쩍' 나오기도 하고, 수십 장을 버려가며 '간혹' 구하기도 한 작품들이다.

 

"오랜 세월을 머금은 작품도 있지만, 최근 2년간 바짝 서두른 작품들이 많아요.”

 

물의 기운을 필획의 기로 풀어낸 신작들. 그는 "붓을 놀리다 우연히 수면을 반짝이는 느낌과 물결에서 발견한 선의 이미지가 나타났다”고 했다. 물고기인 듯 나뭇가지인 듯 상념을 훑는 바람인 듯 경쾌하게 리듬을 타고 흐르는 선. 힘찬 붓놀림과 여백의 울림. 기운생동의 운필이다. '한마음'(65×42㎝) '魚樂'(35×65㎝) 등은 다양한 상상도 가능하다.

 

"그림에서 어떤 공간을 발견하느냐는 전적으로 보는 사람, 느끼는 사람의 몫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내면에 담긴 또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지요.”

 

그는 결혼을 한 이후 안방을 화실 삼아 붓을 잡았다. 어머니로서 자녀교육에도 큰 도움이 됐다. 엄마도 공부하는데 애들이 어찌하랴, 식이다.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짬을 내 우관 김종범씨와 남천 정연교씨에게 서예와 사군자 기법을 틀스럽게 익혔다. 화실에 수 십개의 붓이 걸린 15년전부터 시·군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했고, 몽당 먹이 항아리로 한 가득 차던 9년전 작업실도 꾸렸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필묵은 여가가 아니라 구원이 됐다. 문인화는 능숙한 기량과 넓은 교양, 깊은 사색 등 성찰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릴 때 묵향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요. 옛것이 그리워질 때나 나도 모르게 마음의 일탈(逸脫)을 꿈꿀 때 수묵화를 그리는 일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먹과 몇몇 단색을 사용한 그의 그림은 문인화의 전통적인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수묵의 현대적 감각을 잊지 않았다. 색을 쓸 때도 먹을 먼저 먹인다. 색이 차분하지 못하고 들뜨는 것이 싫어서다. 그래서 다가서기가 한결 수월하다.

 

소박한 선의 움직임. 익숙한 사물 앞에서 새삼 느끼는 평안. 그의 작품은 낯익은 것들에 새로운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온화한 얼굴의 작가처럼 세속의 번잡함과 비껴있는 듯한 시적 제목으로 편안함을 더한다. 수묵 위주의 맑고 우아한 정취가 흐르는 탓이다. 고문서에서 본 문장이나 요즘 시인들의 시편을 넣기도 하지만, 자신의 짧은 단상을 써넣기도 한다. 이를테면 '그뉘를 思慕하기에 여기 외로이 피었는가'(사모·38×70㎝)와 같은 것들이다.

 

"이제는 개인전을 해도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부족함이 많다는 것만 느껴져요. 이번 전시를 좋은 기회로 삼아서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지요.”

 

소당의 전시는 10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며, 이 달 30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화아트페어전에서도 그의 공간이 마련됐다. 그의 이순은 도근점이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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