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첫 방송될 MBC일요아침드라마 '단팥빵'(연출 이재동)은 전주가 배경이다. 그래서 촬영도 전주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주만의 풍경이 동명의 원작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원작자 한수영씨(28·전주시 평화동). 그는 자신의 작품마다 '아름다운 온고을에서 태어나서 여전히 살고 있음'이란 표시를 남기는 전주토박이다.
"전주에서 촬영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고향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 좋았어요. 아름다운 전주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브라운관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죠.”
그는 최근 3년 동안 모두 6권의 책을 출간한 '욕심쟁이' 신예작가다. "글짓기 숙제를 끔찍하게 싫어했던 디자인 전공자”지만, 그와 글은 우연과 필연의 관계. 그는 천리안 로맨스동호회(천일야화)에서 단지 '글읽기 권한'을 갖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해 '작가'라는 단어와 인연을 맺었다. 동력은 어렸을 적부터 편식하지 않고 읽었던 전집들과 백과사전류를 첫 페이지부터 넘기며 독파하는 독특한 취미에서 찾아진다.
"책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내용의 다른 결말에 대해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생각들이 도움이 됐을까요?”
그의 도발적 상상은 전주와 홍콩을 배경으로 바리공주 설화를 적절히 포개 넣은 '은장도'(2002·현대문화센터 펴냄)와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섞어 만든 가상의 나라 황룡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연록흔'(2002·전3권) 등에서 찾아진다.
"가상의 나라를 쓰지만 제 마음대로 쓰진 않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이야기를 전개하죠. 한 작품을 쓸 때 모으고 읽어야하는 자료들이 엄청나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모든 반지를 지배하는 '절대 반지'처럼 모든 자료를 긁어모으는 '절대 자료 수집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글의 소재는 "꿈을 꾸다가, 책을 읽다가, 이야기를 하다가, 뉴스를 보다가”처럼 뜬금없이 떠오른다. '단팥빵'(2003·전2권)은 앨범을 들추다가 마음먹은 작품이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단팥빵'의 앙꼬는 제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의 기억들이죠. 그때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구요.”
속지의 삽화까지 직접 그린 이 책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과거 에피소드가 동화·극본·인터뷰·판소리·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돼 있다.
"작가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는 새로움을 주는 진화하는 이야기꾼. 글을 잘 쓰는 것도 좋지만 저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거든요.”
그는 얼마전 직장을 그만뒀다. 전업작가 선언이 아니라 잠시 요양중이다. 출간한 작품 외에도 '퓨전러브 if' '설빙화' '셋째 딸 콤플렉스' 등 완결된 작품의 숫자만으로 봐도 아플 만 하다.
그렇지만 "전주의 문화재와 관련된 이야기, 전주 역사를 리얼하게 그려낸 역사소설”을 계획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여전히 분주할 것 같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튀어나가는 개구리 같은 이야기꾼, 어쩌면 이마에 뿔이 튀어나온 그런 개구리 같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그의 행보에 기대를 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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