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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주 백번집 사장 박은규씨

"변하지 않는 맛…음식은 정성이죠" 전주 한정식 전통 잇는다

전주시 다가동 백번집 박은규 사장(58)의 정통 한정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시어머니가 해오던 음식점을 이어받아 한정식 해오기 년

 

대전에서 살던 박 사장은 중매로 주환 씨(63·요식업협회 전주 완산지부장)를 만날 때는 같은 신앙인(가톨릭)이라는 점에 점수를 후하게 준터라 전주의 '잘 나가는 음식점' 백번집의 맏아들이라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74년 결혼한지 1주일만에 전신에 3도화상을 입는 통에 3년동안 치료받는데 전념을 쏟아야 했고, 남편도 직장을 놓고 자신을 간호하는데 전력해야 했다. 때문에 전주시내 한복판인 중앙동에서 25년 동안 백번집 열어온 시어머니의 위력을 박 사장은 깨나 늦게야 알아차렸다. 이 위력은 '백제땅의 주막(百藩)'에 걸맞도록 또 손님이 만족스러운 마음이 들도록 음식을 차려내는 시어머니의 마음씀에서 나왔다는 것도 늦게야 알아차렸다.

 

결혼한 큰시누이를 제외한 시어머니 다섯동생과 함께 살림을 산 그는, 시어머니 옆에서 보조를 하다가 알게 모르게 음식을 배우게 됐다. 15년전, 건강하던 시어머니가 67세에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하룻만에 돌아가시게 되자 장사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옆에서 맛보는 역할만을 하던 그가 식당 경영을 떠맡게 됐다.

 

상황에 떠밀려 주방을 다잡았지만 음식을 빨리 하면서도 맛있게 한다는 말을 시어머니에게 들었던 그인지라, 어느새 시어머니 입맛을 흉내낼 수 있었고 이제 찬모가 와도 자신이 먼저 맛을 보고 지휘를 한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매일 아침 남부시장에서 장을 같이 볼때도 그저 손님처럼 멀리서 지켜보는데 그쳤지만, 단골집들을 익혀 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또 음식을 적극적으로 배우려들지 않는 며느리를 채근하지 않았던 시어머니지만, 단지 김치는 배우라고 하셨던 덕분에 백번집 김치는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김치를 담글 고추도 계약해서 쓰고, 깐마늘은 사지도 않는다. 양념맛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산 생선을 골라 4∼5년씩 묵혀서 액젓을 담는다. 소금도 4∼5년씩 간수를 뺀 다음 쓴다. 박 사장은 특유의 김치맛이 이 때문이라고 믿는다. 메주는 1년에 서너가마씩 쑤어둔다. 한정식은 모든 음식이 몇년 전부터 숙성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장과 젓갈류 장아찌류를 미리 준비해두고 묵은 것을 쓴다.

 

신선한 재료를 위해서 지금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성당에 갔다가 6시 남부시장을 여러 바퀴 돌아 싱싱한 채소 생선 등을 산다. 장을 보는데만 2시간 정도 걸린다. 음식을 달지 않게, 담백한 맛을 내게, 자연의 맛을 내려고 신경을 쓴다.

 

남편이 간경화로 위기를 넘겼고, 96년 현재의 다가동으로 옮기는 변화는 있었지만 한정식만은 30∼40가지 종류를 음식을 다갖춰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상으로 들일 것을 고집하는 박 사장이기에, 요즘 탕수육 등이 나오는 일부 음식점의 한정식 퓨전, 코스별 한식요리가 못마땅하다.

 

지금은 생선도 거의 냉동이어서 예전처럼 맛을 내기도 어렵지만, 종업원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돈'도 못벌면서 몸이 고달파서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가도 전주를 떠났던 기관장 등 옛사람들이 다시 찾아와서 "과연 이 맛이다. 계속 있어달라."는 말을 들으면, 또 벤치마킹을 위해 서울 유명한 한정식집을 갔다오면 자부심이 생긴다. 타지역 젊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와서 만족하고 갈 때는 돈 벌 욕심 안내고 전주 한정식 전통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상님 제삿상 차리듯이 음식을 해라'는 남편의 주문이 아니어도 박 사장은 음식은 정성을 들이는 것 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믿는다.

 

허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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