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여성] 한지 공예가 김혜미자씨

맑고 투명한 전주 한지 매력에 푹~ 생활속 전통의 멋 되살리기 열정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한 켠에 김혜미자 전통한지공예연구실, 이지원(以紙園)이 있다. 전주 한지의 귀한 가치를 일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김혜미자씨(67)는 명실공히 한지고장 전주의 자랑이다. 젊어서는 꽃과 더불어, 불혹을 넘어서는 청아한 한지를 곁에 두고 한지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있어서, 또 일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

 

한지, 만져보고 하늘에 비춰보고 염색도 하며 마냥 좋았다. 어떤 한지가 질 좋은 것인지, 왜 섬유질이 길면 좋다고 하는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전주와는 어떤 인연인지, 어떻게 쓰이고 어떤 공예품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며 한지의 매력에 빠져 겁 없이 시작한 일. 천박하거나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격조 높은 한지의 화려함, 맑고 투명함에 더욱 한지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꽃을 셀로판지에 싸서 다발을 만들 때도 맨 마지막에는 한지로 마무리를 해왔던 그가 어느날 TV에서 보여준 한지상자에 눈길을 빼앗기고, 이내 1980년 중반부터 스승을 찾아 서울과 충남 홍성을 매주 한차례 오가며 한지공예를 배웠다. 1993년 첫 개인전을 열고 이 작품전시회를 계기로 전주예총이 전북도예총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첫 행사로 전주한지축제를 테마로 삼게 됐다. 이렇게 김혜미자 씨의 공이 많이 들어간 전국한지공예대전도 올해로 14회를 맞으면서, 한지공예가로서 데뷔하는 무대로 성장했다.

 

'한지공예의 전령사??로 불리는 그는 어쩌면 가슴 한 자락에 안고 있는 불덩이를 한지로 풀어내면서, 선조들의 지혜를 아리게 가슴에 담고, 또 한편으로는 곱고 아름답게, 튼실하고 쓰임새 있게 한지작품을 만들어 우리네 생활에 접목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는 또 대한민국 한지공예가 중에서 색을 멋스럽게 내는 공예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색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꽃`을 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200가지가 넘는 한지 색에 매료돼 제자를 가르치면서도 조금 다른 색지를 보면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는 이제 우리나라 한지유물을 재현하는 일에 몰두하리라는 마음을 굳혔다. 강의를 위해 7년째 국립민속박물관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한지유물이 다른 유물에 비해 낡고 형태가 부스러지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 옛 어른들이 쓰던 유물을 그저 흉내만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움도 있었으나 스스로 전통을 하는 사람의 마음자세를 갖추게 되는 듯 싶어 걱정을 놓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으로 선조들의 멋을 느끼게 되고 선조들의 지혜가 가슴이 아프게 와 닿는다.

 

지난해 대한민국장인 33명중 한명으로 4대 국새 제작에 참여, 12월 석(席, 받침) 제작을 마칠 때까지 실패를 거듭하며 마음 졸였던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 닥으로 외발뜨기를 거쳐 뜬 한지를 겹겹이 붙여서 다듬이로 두드려보기도 하고, 종려나무 뿌리로 만든 타솔로 두드려보고, 찹쌀풀을 몇 개월간 저어가며 썩혀도 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지금, 전통의 바탕위에 현대에 맞게 재구성하는 일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지원에서 뿐 아니라 대학(전북대평생교육원 전담교수 역임, 전주기전대 전임교수)과 기관 학교 단체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95년 제1회 전국 한지공예대전 대상 경력의 그는, 제자들과 회원전(지우회전)을 꾸준히 열고 있으며, 각종 국내외 초대전도 열고 있고, '한지 그 멋과 공예의 세계` 책도 펴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한지공예대전 심사위원장과 대한민국 현대전통공예공모전 심사위원, 대한민국 한지문화대전 심사위원 등을 맡고 있다.

 

한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 특히 전주한지의 명성을 되돌리는 일에도 일조를 하고 싶어하는 그의 뜻을 세 딸 중 큰딸 선주씨가 잇고 있다.

 

허명숙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지역위원장 5파전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도농 상생 한마당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싹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

사건·사고익산 초등학교서 식중독 의심 환자 18명 발생⋯역학 조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