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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청계광장서 촛불문화제 공연한 '청보리사랑'

농민의 아픔과 희망 노래로 담고 나누다

"한 칠레 협상 이후 너무 힘들어 진이 빠져 있었습니다. 공연을 하면서 농민들이 외롭게 흘리는 눈물을 우리 국민들이 닦아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었지요."

 

지난달 2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농민시민집회인 촛불문화제에서 노래를 부른 전북여성농민노래단 청보리사랑 단장 윤애경씨(40· 순창군 풍산면). 청보리사랑은 그날 '떠나라 미국' 짠짜라를 개사한 '잘가라 FTA'를 불러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신명을 북돋아냈다.

 

1993년 창단된 청보리사랑은 농민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노래단체.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노래로 표현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투쟁해온 이들은 밟으면 밟을수록 일어서는 강한 생명력으로 추운 겨울을 견디는 청보리처럼 꿋꿋하게 우리 땅을 일구어가는 농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발족했다.

 

윤단장은 "농민이라고 해서 문화적 욕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며 "노래 부를 기회를 갖지 못한 농민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나온 노랫말과 곡조들이 농민들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80년대 학생운동을 하며 간직했던 꿈과 의지를 농촌의 생활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모두가 내노라 하는 대학을 졸업한 재원들이지만 자신 앞에 주어진 수많은 가능성들을 뿌리친 채 농촌에 들어와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왔다.

 

전문노래꾼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노래를 3집째 음반으로 제작 보급한 청보리사랑은 농민노래단이라고 해서 돌맹이같이 단단한 노래만 부르는 건 아니다.

 

'청보리사랑' 음반에는 자연과 함께 하려는 고운 마음들이 담겨있다.

 

'장구목에 가면 물결무늬 구름같은 바위도 많아/ 강변따라 걷다 어디든 걸터앉아 고운 바위 그 어깨 살며시 쓰다듬어 보면....'('장구목에 가면' 중에서)

 

'...우리 아이가 자랄 세상은 초록 산들과 파란 하는 깨끗한 바람 물고기 뛰노는 강물도 막힘없이 흘러야 한다...'('여럿이 함께 꿈꾸리라' 중에서)

 

겨울에는 매주 모여 노래연습을 하지만 농번기에는 다들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꼭 농사일에 치여서만도 아니다. 청보리사랑 단원들은 다들 감투 두어개씩을 맡고 있다. 윤단장은 80여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한길목장 안주인으로 매일 소젖을 짜야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순창군 여성농민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큰언니로 음악지도를 맡고 있는 오은미씨는 쌀농사를 지으며 민노당 도의원으로, 성실하고 차분한 박연희씨는 벼농사와 축산을 하며 정읍시 여성농민회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농촌지역의 새싹을 키우고 있는 김혜선씨는 고창여성농민회에서, 예쁜 덜렁이 총무 김은희씨는 군산 여성농민회에서 활동한다.

 

청보리사랑이 여성농민회 노래단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은 시군농민회에서 이런 노래단들이 보다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노래를 통해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아픔과 희망이 담겨지는 것, 그것이 이들의 꿈이다.

 

이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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