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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계 큰별 오정숙 명창…소리무대 하늘로 옮기다

춘향가·흥보가 등 다섯바탕 국내최초 완창

7일 타계한 운초(雲超) 오정숙 명창은 한국 판소리계의 산증인이었다.

 

그는 1972년 '춘향가' 완창을 시작으로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까지 다섯바탕을 완창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여성명창으로는 처음이었다. 1975년 부활된 전주대사습놀이에서는 장원을 차지하며 당당히 명창의 영예를 얻었다. 동초 김연수의 유일한 제자였던 그는 다른 소리를 섞지 않고 스승의 소리를 올곧게 이어 '김연수 바디'를 우리나라 대표 판소리로 키워냈다.

 

199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오명창은 같은 해 중앙 무대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 한 채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에 '동초각'을 짓고 후학을 길러내는 일에 전념해 왔다.

 

"제자들 잘 가르쳐서 내놓는 것이 남은 의무"라며 "나를 이겨먹는 소리꾼이 나와 동초제를 더욱 융성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오명창이었기에 제자들 면면도 화려하다.

 

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이순단 김소영 방성춘 김선이 이명희 김성녀 김성애 명창 등 오늘의 소리판을 이끌고 있는 명창들 대부분이 오명창에게서 소리를 익혔다.

 

1935년 6월 21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오명창은 전주 태생이었던 아버지 오삼룡 명창의 영향을 받아 열살 때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열네살 때부터 열여덟살 무렵까지는 우리국악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스물 한살 때 창극 활동을 그만 두고 판소리 배우는 일에 매달렸다.

 

스물세살 때 김소희 명창에게 '심청가'를 배웠으며, 다음해부터는 은거하고 있다가 스물일곱살에 정식으로 동초 전수생이 됐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우물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먹으면서 소리를 익히고, 동초 선생과 백일공부에 들어가면 '이름난 명창과 제자가 매일 소리를 한다'는 소문에 일대 귀명창들이 찾아와 소리판이 벌어지곤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평생을 동초제 판소리에 바쳐온 그에게 스승은 단 한 명, 동초 김연수 명창이었다. 1974년 스승이 세상을 떠나던 날에도 '수궁가'를 완창하고 있던 그는 스승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며 "우리 선생님은요"라며 간절한 그리움을 풀어놓곤 했다. 시간만 나면 스승이 묻힌 전남 고흥을 찾았던 그는 쓰러지던 날에도 '고흥동초국악제' 준비를 위해 고흥을 가던 중이었다.

 

지난해 동초 김연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춘향가'를 완창하며 '곽(관) 속에 들어갈 때까지 피나게 공부해도 다 못하는 것이 소리 공부'라고 했던 오명창. 그의 마지막 무대는 지난 6월 8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회 동초제 판소리 국악한마당'이었다.

 

나이 차이가 한 살 밖에 나지 않으면서도 평소 스승으로 극진히 오명창을 모셨던 이일주 명창은 스승의 타계 소식에 "허망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오정숙 명창은 판소리 동초제 보존과 보급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후진 양성에 힘쓰는 등 국악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며 "전북 판소리 뿐만 아니라 한국 판소리사의 큰 별이었다"고 회고했다.

 

키 150cm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단단한 소리. 그 작은 사람이 무대에만 서면 무대가 꽉 차 보였다. 명창 오정숙. 이제 그의 이름은 판소리사에 잊혀지지 않을 역사가 됐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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