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자(임실 다문화가정센타 한국어 강사)
국가를 비롯해 지역이나 공동체 그리고 많은 여성단체들이 이주 여성들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다.
내가 최근 인연을 맺었던 이곳은 한국어 배움터 다문화가정 교육센터. 이곳에서는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가정문제 상담·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또한 언어장벽으로 인한 자녀교육의 문제도 함께 고민한다.
한국에 와서 2~3년쯤 거주한 여성들은 어느 정도 언어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이 2~3년 만에 모든 것을 잘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가족들과 지인들의 각별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에서 가족끼리 언어 장벽이 가장 큰 문제.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니, 표현도 못하고 그렇다고 매번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씩 센터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서 그간 하고픈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농촌의 다문화가정 남편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초반에서50대, 신부들 연령은 평균 20세~25세다. 이주여성들은 초혼이 많지만 남자 쪽은 재혼이 많다.
그런데 억압받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억압 양상은 성 이외 언어와 문화 차별 등이 혼합돼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부 남편들은 부인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상대방의 인격은 아랑곳없다. 그들이 이곳에 나올 때에는 교육도 받을 만큼 받았고, 교양과 인격체를 갖춘 엘리트들이었다. 그런데 결혼비용을 많이 들여 자신이 데려 왔다는 한국 남편들의 생각이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다.
때문에 가족 간의 불화를 견뎌내지 못하거나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갈등으로 가출도 한다. 특히 자기 나라 사람들끼리 연락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만나는 곳이 주로 노래방이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을 때에는 노래방을 찾아 소리를 지르고 미친 듯이 춤을 추기도 한다. 한바탕 그렇게 풀고 나면 당분간은 견딜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고국이 그리워 친정이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화요금이 비싸 시댁과 갈등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그리워서 전화를 하게 되면 20∼30분은 훌쩍 지나가는데, 1만원짜리 카드가 금방 동이 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경우 아내 전화비용이 싸움의 단초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어교실과 같은 프로그램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전화요금을 할인해준다거나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활문화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체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들에게 가족뿐 아니라 지역이나 일터 등 다양한 삶의 경험이 가능한 공간들로의 접속 통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주여성들의 존재와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귀하게 여기는 존중의 심성이 우리사회에 꽃피기를 바란다. 자라나는 다문화 가정의 2세대들이 타자에 대한, 나와 다른 존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감수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배려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
/강명자(임실 다문화가정센타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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