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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성공비결은 '관객 우선' 정신에 있죠"

픽사 예술감독 이글스턴ㆍ기술감독 피에나 방한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의 세계 '토이스토리',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에너지로 만든다는 '몬스터 주식회사', 화장실 변기를 통해 바다로 나아가는 열대어 '니모를 찾아서', 절대 미각을 가진 생쥐 요리사 '라따뚜이', 지구에 홀로 남은 로맨티스트 로봇 '월ㆍE'.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작품들이다. 그 아이디어의 출발은 늘 '우리 집' 안에 있다. '토이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이들이 잠을 자는 사이 방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이며, '니모를 찾아서'와 '라따뚜이'는 화장실이나 주방에 숨어있는 또 다른 세상이다.

 

이 애니메이션들을 만든 픽사의 아티스트들이 서울을 찾았다. '월ㆍE', '니모를 찾아서'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토이스토리', '인크레더블'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랠프 이글스턴과 '라따뚜이', '니모를 찾아서' 등 픽사의 대부분 작품에서 기술감독으로 활동해온 앤드루 피에나다.

 

21일 '픽사 2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이들은 픽사의 성공 비결로 무엇보다 관객이 '내 일 같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호소력이 짙다는 점을 꼽았다. 또 각각 예술과 기술을 맡고 있음에도 스토리를 우선으로 꼽았다.

 

"좋은 애니메이션이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연관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피에나)

 

"그런 연관성과 즐거움을 함께 느껴야 합니다. 아주 현실적으로 사실만을 세세하게 제시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작품을 좋아하는 건 아니죠. 동시에 관객이 그 작품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요."(이글스턴)

 

또 이글스턴은 픽사가 성공적인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로 평생 직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할리우드는 한곳에서 계속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하지만 픽사는 영구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픽사로 모여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거죠. 픽사가 어떤 공식을 세워놓고 그 안에 새로운 요소를 집어넣는 식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어떤 작품에도 평범한 공식은 없어요. 매 작품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예술감독의 역할은 작가나 감독이 구상한 이야기를 1차적으로 시각화하는 일이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끄집어내 기본적인 그림으로 그리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이 청사진을 기술력을 발휘해 3D 애니메이션으로 실현하는 일이 바로 기술감독의 책임이다.

 

제작 과정에서 어느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지 묻자 둘 모두 "영화가 개봉해 관객과 만나는 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객 반응이 가장 즐거워요. 픽사 사람들은 개봉을 하면 무작위로 아무 극장에나 들어가서 일반 관객과 함께 영화를 봅니다. '이게 통할까' 걱정을 하면서 만드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면 모든 게 다 보상이 되죠."(이글스턴)

 

"직접 만드는 작품은 500번 정도 보게 되니 나중에는 웃긴 장면이 웃긴 줄도 모르고 슬픈 장면이 슬픈지 잘 몰라요. 그런데 가서 관객들이 막 웃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죠."(피에나)

 

최근 국내에서도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월ㆍE'는 미국 내외에서 '픽사 최고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인류가 모두 우주로 떠나버린 뒤 쓰레기 더미가 된 지구에 홀로 남은 로봇 월ㆍE가 인간들이 보낸 탐사 로봇 이브를 따라 우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모험과 사랑을 그린 영화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의 감정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대사는 거의 없어 무성영화의 감수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비주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했죠. 캐릭터가 가진 감정을 말이 아니라 영상으로 잘 담아야 했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습니다."(피에나)

 

"그래서 바스터 키튼,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도 엄청나게 많이 봤어요. '월ㆍE'는 지구에서 월ㆍE의 감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1부와 우주로 떠난 뒤 벌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는 2부로 나뉘죠. 1, 2부가 아주 대조적이기 때문에 둘을 조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어요."(이글스턴)

 

픽사의 영화를 포함해 이미 정점에 도달한 할리우드 상업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자주 개봉하고 매번 인기를 끌어왔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어 관객이 극장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둘은 "무엇보다 스토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몇 편을 본 적이 있어요. 몇몇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받은 느낌인데, 캐릭터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려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둘 다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이 보기에 즐겁고 의미가 있는 작품이 돼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이글스턴)

 

"이미지가 아무리 앞서도 스토리가 이끌고 가지 못하면 소용이 없죠. 성장 단계에서는 계속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피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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