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조강지처클럽'서 인기몰이
모지란은 또다시 원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갖은 모욕과 폭력 속에서 바닥을 경험했지만 그는 여전히 원수를 사랑하고 있었다. 심지어 원수는 그를 산속에 버려두고 도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모진' 생명력으로 멀쩡히 살아서 원수 앞에 다시 나타났다.(14일 방송분) "이름 그대로 '모지란' 애니까 그렇죠. 이성적이고 똑똑한 애면 그렇게 살겠어요? 물론 그 바닥에는 원수에 대한 사랑이 있구요." 17년 무명 세월 끝에 드디어 '모지란'이라는 배역 이름과 함께 김희정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린 탤런트 김희정(38)은 "이제 조금 이름이 알려졌나? 글쎄…. 달라진 것은 못 느끼겠다.
그냥 주변에서 '모지란'에 대해 많이 말을 한다는 것은 알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열린 '조강지처클럽'의 종방연에서 그를 만났다. SBS TV '조강지처클럽'의 모지란은 딸과 남편을 내팽개치고 유부남 원수와 살림을 차린 여자. 그런데 원수가 다시 법적으로 아내인 화신(오현경)을 찾으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버렸다. 모지란에 대해 비난을 퍼붓던 시청자들이 요즘 그에게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 "죄는 졌지만 원수 집에 들어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군소리 안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동정표를 주시는 것이 아닐까요. 어차피 모지란에게는 남은 게 하나도없더라구요. 원수에게 혼인빙자 간음죄도 씌울 수 없고….(웃음)"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그는 1991년도 SBS 공채 1기로 데뷔했다.
언제든 불러주면 뛰어간다는 '5분 대기조'로 단역과 대타를 전전하던 그는 2001년부터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재연배우로 4년여 활동하며 낯익은 얼굴이 됐다. "그때는 지나가면 저보고 사람들이 '아 '사랑과 전쟁!'이라고 말했어요.(웃음)" 그를 눈여겨본 문영남 작가는 2006년 '소문난 칠공주'에 이어 지난해 '조강지처클럽'에 발탁하며 연속극의 주조연급으로 격상시켰다. "제가 데뷔한 지 17년 됐는데 한 스태프가 '누나는 17년 산이에요. 숙성했어요'하더군요.(웃음) 처음에는 몰랐어요. '조강지처클럽'에서 이렇게 배역이 커질 줄은.
비중이 크든 작든 제게는 그저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불러주셔서감사할 따름이었어요." 오랜 세월 물 밑에서 부지런히 내공을 쌓아온 그는 기회가 오자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모지란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빠져들면서 그의 비중이 점점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원수에게 버림받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주로 펑크난 배역 대타였고, 자다가 연락받고 촬영장에 간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다 좋아서 한 것이었다"는 그는 "사실 요즘 '잘한다'고 해주셔서 순간적으로 착각할 뻔 했다. '내가 진짜 잘했나' 싶었다. 하지만 오로지 좋은 작가, 작품,동료 배우들을 만난 덕분이었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가슴을 치는 연기로 가슴 부분에 멍이 많이 들었다. 덕분에 '킹콩'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미치겠더라구요. 모지란의 삶이 너무 팍팍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사실 전 연기하면서 제가 가슴을 그렇게 세게 치는 줄도 몰랐어요. 촬영이 끝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었어요. 김혜선 언니가 저보고 '너 킹콩이야? 툭하면 가슴 치게'라고 놀려요. 손현주 오빠는 제 촬영이 끝나고 나면 '놀음 방에서 이틀 밤 새고 돈 다 잃고 나온 듯 한 모습'이라고 놀렸구요.(웃음)" 김희정은 10일 '조강지처클럽'의 마지막 스튜디오 녹화를 끝낸 후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고 했다.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도 모르겠고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끝난다는 것이 실감이 안난다"는 그는 "'조강지처클럽'은 연기자가 얼마나 힘든가를 뼈저리게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렇게 몰입하고 이렇게 힘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숙제가 더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지나온 세월도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항상 시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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