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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낸 비 "버드나무처럼 유연해졌다"

'레이니즘'에서 가성 대신 진성 선보여

배우 겸 가수 비(본명 정지훈ㆍ26)에게 데뷔 직전 세상을 뜬 어머니는 종교다. 그는 큰 일을 앞두고 늘 벽제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 기도한다. 박진영으로부터 독립한 후 첫 작품인 5집 '레이니즘(Rainism)'을 내기 전에도 어머니를 찾았다.

 

"늘 어머니께 '성공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게을러지지 않고 외롭지 않고 흔들림 없이 열심히 살게 해달라'고 말해요. 시련이 닥쳤을 때 제가 흔들리면 모든 게 다 흔들리니까요."

 

2002년 데뷔한 비는 '성공하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대 초중반을 온전히 일에 바쳤다. 박진영의 백댄서로 시작했지만 성실함과 의지로 국내 가요시상식 대상, MTV 시상식 그랜드 슬램, 미국 '타임 100' 선정, 할리우드 영화 진출, 베이징올림픽 폐막식 공연 등으로 이름 앞에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비는 인터뷰 때마다 다음 목표를 제시했고 그것을 이루고 다시 만났다.

 

"남들이 20대에 즐길 것들을 포기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내년 초에는 할리우드 영화 주연작 '닌자 어새신'이 전세계 개봉하고 하반기 미국에서 음반도 낼 계획이에요. 내년이 인생에서 또 한번의 터닝 포인트가 될겁니다."

 

◇ 5집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다

 

15일 발매한 5집의 제목은 '레이니즘'. '비의 음악, 춤, 스타일이 신드롬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다.

 

음반은 눈으로 볼 음악, 귀로 감상할 음악으로 구분해 담았다. 강한 댄스를 무기로 한 일렉트로닉 팝 '레이니즘'과 발라드곡 '러브 스토리(Love Story)'를 더블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다.

 

자작곡 '레이니즘'은 신시사이저와 단순 반복되는 리듬으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섹시 백(Sexy Back)'처럼 중독성이 있다. 무대에서 비는 '파티를 즐기는 해적'처럼 강한 남성미를 뽐낸다.

 

"'레이니즘'으로 멋있고 신나게 노는 비다운 모습을 보여줄겁니다. 또 지금껏 발라드 대표곡이 없었던만큼 사람들이 따라부르고 잠들기 전 들을 수 있는 '러브 스토리'를 담았죠.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동시에 있는 멀티 플렉스 영화관같은 음반입니다."

 

비의 곡 참여와 시-러브 등 신진 작곡가의 기용도 두드러진다. 비는 '레이니즘'을 비롯해 '내 여자', '유(You)', '마이 웨이(My Way)' 등 5곡을 작곡했고 대부분의 곡을 작사했다.

 

라이브와 강한 퍼포먼스를 동시에 소화하지만 가창력이 평가절하된다는 말에도 성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신승훈 등 보컬이 강한 선배들의 연륜을 따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 역시 공연 때 춤을 추면서 20~30곡을 라이브로 소화합니다. 깔끔하고 파워풀한 가창을 위해 보컬 선생님 세분에게 배웠어요. 지금껏 목소리에 가성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진성으로 멜로디에 점을 찍듯 뻥뻥 뚫리는 창법을 구사했어요."

 

◇새 경험은 성장의 디딤돌이다

 

비는 5월 할리우드 데뷔작 '스피드 레이서'의 흥행 저조, 8월 베이징 올림픽 폐막 공연 때는 '중국의 올림픽 홍보에 이용당했다'는 일부 여론에도 시달렸다. 그래도 이런 경험들은 성장의 디딤돌이라고 믿는다.

 

"첫 주연인 '닌자 어새신'의 흥행에도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스피드 레이서'로 지하실을 잘 지었고 '닌자 어새신'으로 1층을 짓고 있죠. 그래야 2층이 될 영화를 찍을 수 있어요. '닌자 어새신'은 통쾌한 액션 영화 속에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베이징 올림픽 폐막 공연 이후의 비난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인종, 이념, 사상을 넘어 세계가 하나되는 축제"라며 "일본 사람이 작사ㆍ작곡한 노래를 중화권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노래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분명 한국 대표로 초청한 것이다. 그곳에서 '이것이 세계구나'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포장을 벗고 속살을 드러내다

 

비는 이제 '멋진 가수'라는 화려한 포장을 벗고 대중에게 속살을 보여줄 생각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서 동료 가수조차 '딴 세상 사람처럼 생각된다'는 말에 놀랐다.

 

"예전에는 길에서 사람들이 저를 보면 '와~ 비다'라고 말했어요. 가끔 스쿠터를 타고 거리를 달리거나 카페에 가는데 요즘은 '비야? 에이~ 비 닮았네. 비는 미국에 있잖아' 하더군요. 제 얼굴이 좀 변했나요?"

 

스스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났다. 한치의 오차없는 무대, 멋진 퍼포먼스, 군살 없는 몸매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졌다.

 

"과거의 제가 딱딱한 콘크리트 기둥이었다면 이제는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유연해졌어요. 공연 때면 완벽한 무대에 깔끔한 마무리 표정을 지어야 마음이 놓였죠. 다쳐도, 아파도, 힘들어도 표를 내지 않았어요. 이제는 팬들에게도 '아프다, 힘들다'고 말할래요."

 

그는 "젊으니까 아파도 괜찮다고 생각해 물리치료도 받지 않았다. 이제는 종합검진도 받아야겠다"고 웃었다.

 

그는 늘 외로움을 감내해왔다. 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지금 연예계가 안 좋은 일들이 연속돼 공황상태 같아요. 더욱 우울해지고 외롭다고 느끼지만 잘 견뎌내려고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혼자 미국에 있었는데 울어본 건 처음이에요. 하하."

 

자신의 본분은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연기자와 신인 가수 양성, 패션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자신의 재능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며 연기라는 사실을 잘 안다.

 

"박진영, 이수만, 양현석 선배님들은 한국 음악 시장에서 오랫동안 중심을 잡아줘야 할 분들입니다. 제가 그 뒤를 잇겠다기보다 지금은 꿈꿔온 것들을 하나씩 해보려고요. 비즈니스를 하는 건 스태프이지 제가 아닙니다. 저는 언제나 '연예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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