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무료 법률상담서 소송까지…불륜.외도 해법찾기 20년 함께
법률에 호소한다는 것은 '끝장'을 보자는 이야기거나, '끝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탤런트 옥소리씨가 간통죄를 두고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것은 지난 1월.
여성의 불륜만이 아니라 부부의 불륜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항변한 것이다. 나아가 부부 '상호 불륜'을 법으로 어디까지 단죄할 수 있는지 물은 것.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주지부(소장 전정희)와 부설기관인 가정폭력상담소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이혼상담 등을 20년째 고민한 단체다. 네 명의 활동가들은 턱없이 낮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하루 10시간 가까이 상담에 매달려왔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복잡한 법리를 이해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과 함께 화해·조정, 무료 대서, 무료 변론 등 소송을 돕고 있는 것. 사명의식이 없다면 쉽게 덤벼들지 못할 일이다.
들어서자마자 울고 불고 하소연하는 여성들도 있고, 두서 없이 말하다가 갑작스레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꽉꽉 들어찬 가슴의 응어리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보겠다고 용기 내 찾은 이들이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하나라도 허투루 다룰 수가 없다.
김영수 가정폭력상담소장(46)은 "예전엔 힘들어도 함께 살겠다는 믿음으로 이곳을 찾았는데, 요즘엔 헤어져야 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 어떻게 하면 유리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을까 이혼 상담 받으러 오는 일이 많다"며 "이혼숙려제가 시행됐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80% 이상이 배우자 외도로 인한 문제. 간통죄가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도 법적 테두리가 없으면, 고민없이 더 쉽게 가정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 가정법률상담소를 찾는 남성들도 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 배우자 외도로 인한 상담 사례가 많지만, '가정폭력행위자 치료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이곳을 찾는 단골 손님이다.
"처음엔 얘기 안 하겠다고 등 돌리며 이야기하는 분도 있지만, 이런 분일 수록 나중에 차나 한 잔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게 됩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게 된다는 사실을 시간이 흐를수록 절감하게 되요."
가정법률상담소는 얼마 전 시청 민원실 앞 사무실로 옮겼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후동으로 이사한 후부터 사람들 발길이 끊기면서 상담 사례도 크게 줄어 고민이 많았다. 여력이 안됐으나, 올해 전북도와 전주시의 지원으로 꿈에 그리던 상담실을 갖게 됐다. '여인숙에서 호텔로 옮겼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고 가는 것도 마냥 기쁘다. 활동가들의 봉급도 줄 형편이 안 돼 가정폭력특별법 지원금으로 가정폭력상담소를 꾸려 충당해야만 했던 말 못할 사연도 있었다.
"전화기와 저만 있으면 상담소는 꾸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현재까지 꾸려왔습니다. IMF 이후 후원금이 대폭 줄어 운영하기가 어렵지만, 당당하게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면, 힘들어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요. 사무실만 나오면 집안일은 다 잊는 저를 배려해주는 가족들이 늘 고맙기만 해요."
한편, 전주가정법률사무소 20주년 기념식·이전식은 18일 오전 11시 전주시청 앞 전주빌딩에서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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