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의 진화…"온가족 함께하는 연말타피 어때요"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송년모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파티나 송년회는 직장을 비롯한 특별한 모임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처럼 여겨졌으나, 이제는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송년회를 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송년회가 대중화되면서, 송년회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예전처럼 삼겹살과 소주, 2차 노래방으로 대변되던 송년모임은 지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송년회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송정숙씨(44·전주 평화동)는 5년 전부터 대학동기들끼리 송년모임을 해오고 있다. 송씨가 갖는 송년모임은 해마다 미리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맞게 옷차림이나 파티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송년파티 주제를 짜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송씨는 "작년에는 옷장에 있는 사 놓고 못 입는 옷을 꺼내서 최대한 섹시하게 입고 나오는 것이 주제였어요, 여자들은 누구나 한 두 벌쯤은 큰 맘 먹고 샀지만, 차마 입을 용기가 없어서 못 입고 넣어두기만 하는 옷들이 있거든요, 그걸 꺼내 입고 오는 거죠" 라며, 자신들만의 파티를 자랑한다. 삶에 지친 사십대 중년의 주부들에게, 송년파티는 일상에서 벗어나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결혼전부터 친구들끼리의 송년모임을 이어오던 최경철씨(33·전주 서신동)는 "각자 결혼을 해 가족이 생기면서 가족끼리 해마다 찜질방 송년모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찜질방이라는 장소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도 마음이 놓이고 서로의 등을 밀어주면서 한해의 묵은 감정도 씻어버리자"는 게 찜질방 송년모임을 갖게 된 이유라고.
가족 송년회를 십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는 장경진씨(42·전주 효자동)는 "가족 송년회라고 하면, 맏아들 집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첫 말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은 "형제들끼리 집을 돌아가면서 해마다 송년모임을 갖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에는 각자의 집에서 한두 가지 음식을 해갖고 오는 포틀럭 파티를 열면서 주부들의 부담이 더욱 줄어들었다고 한다.
가족 송년회는 온가족이 함께 즐겨야하는데, 명절이나 마찬가지로 주부들만의 짐이 된다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각자 집에서 해오는 음식도 불고기나 잡채처럼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에서부터 스파게티나 피자·쿠키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해오기도 한다고. 그 때문에, 가족의 송년회는 여느 명절에 못지않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한다. 덧붙여 그녀는 "이 자리에서는 한해를 마감하며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일을 말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씨의 경우처럼, 가족 송년회를 갖는 사람을 요즘은 자주 만날 수 있다. 예년 같으면 송년회에서 항상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게 가족들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아버지를 가정으로 불러들여 가족들만의 뜻 깊은 송년회를 갖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연말 송년회는 온 가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송년회의 형태도 무조건 먹고 마시고 놀자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송년모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자는 취지로 변하고 있다. 아직 송년모임을 갖지 않았다면, 늘 하던 방식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송년모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지현(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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