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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여성택시운전기사 임종실씨

"손님들과 얘기 나누며 세상사는 법 터득했죠"

다시'남존여비'의 시대다.'남자의 존재 이유는 여성의 비위를 맞추는 데 있다'는 우스갯소리에 다름 아니지만,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두각을 보이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본보는 '신나는 여성'을 통해 팍팍한 경제를 활기를 불어넣고자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뛰는 여성들을 싣는다.

 

11년 전만 해도 여자 택시운전기사는 드물었다.

 

"해봐라! 한달도 못 버틸 것"이라고 으름장 놓던 남편까지 택시운전기사로 만든 야무진 아줌마.

 

협성택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종실씨(45·사진)다.

 

"98년에 IMF를 맞자 운영하던 꽃가게를 접었어요. 더 이상 적자만 볼 수 없겠더라고요. 투자비를 들일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뛰어들었죠. 처음엔 힘들기도 했지만, '열심히'만 하면 여성에게 잘 맞는 직업이란 생각 듭니다."

 

그가 말하는 '열심히'는 근무시간을 융통성있게 조절하는 일이다. 회사 사납금을 내려면 12시간을 채워야 하지만, 시간만 잘 활용하면 차를 잠시 세워두고 틈틈이 가정의 대소사도 챙길 수 있다.

 

"그냥 주부로 앉았다면 시야가 많이 좁아졌을 텐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양각색의 인생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렇게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그나마 난 행복하구나'라고 여기며 위로도 받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들에게 제 이야기도 섞어 말하면서 카운셀링도 해주고 그래요."

 

온종일 핸들에 의지해 졸음을 참아가며 근무했을 만큼 체력적인 어려움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현재는 많이 극복됐다.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고, 매일 걷기를 꾸준히 한 끝에 얻은 결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욕을 마구 퍼붓는 상식밖의 고객을 대할 때, 취객들을 대상으로 실랑이를 벌여야 할 때 여전히 고되다.

 

"우리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택시비를 더 받기 위해 돌아가는 것처럼 몰아댈 때, 술에 취해 여성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손님들을 대할 땐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어요."

 

외상으로 택시 태워달라고 애원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면 그냥 도망가는 사람들도 그를 속상하게 만드는 이들이다. "내일 줄 테니까 꼭 연락 주세요"라는 말을 남긴다면, 못 받는 셈 쳐야 한다고.

 

방향 감각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시골길처럼 표지판 하나 없는 곳을 가야 할 땐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택시를 몰고 다닌 지 1년쯤 됐을 때 임실에 갔다가 길을 헤매다 농수로에 차가 빠져 새벽을 하얗게 지새기도 했다. 그때 깨친 방법은 방향을 모를 땐 무작정 가기 보다 차에서 내려 주변부터 살피는 것.

 

최근 경제 한파로 택시를 찾는 부쩍 손님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낙관적인 편. '택시비가 없어 버스 탄다'는 말이 사라졌을 정도로 규모의 경제가 커졌다고 여긴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대해진 경제 규모를 작은 호주머니 경제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

 

"남들이 봤을 때 힘들고 어렵단 생각이 드는 일이어서인지, 꾸준히 하는 걸 보고 대단하고 훌륭하게 여겨요. 택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보면 또 열심히 사는 이들이고요.'열심히 살게요, 수고하세요' 라는 말을 건네면 보람을 느낍니다. 그게 행복이죠."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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