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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무색무취 캐릭터로 변화"

12일 개봉 '작전' 중심추 박희순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세력'들의 두뇌 싸움을 그린 범죄 스릴러 '작전'의 주인공은 물론 신용불량자에서 작전세력으로 변신해 가는 현수(박용하)지만 사건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극의 중심을 튼튼히 잡아주는 인물은 '금융업'으로 전업한 전직 조폭 종구다.

 

이런 종구 캐릭터를 물 만난 고기처럼 파닥파닥 살려낸 것이 배우 박희순(39)이다. 그는 처음 배역 제의를 받고 고사했다고 한다. 시나리오는 마음에 들었지만 제의받은 캐릭터가 '하필이면 조폭'이었기 때문이다. 연극 무대를 떠나 스크린으로 건너온 이후 초기에 연달아 조폭을 연기했던 탓에 생긴 거부감이다.

 

"'조'자만 들어가도 싫었어요. 예전에 했던 역할들과 비슷하면 하지 않겠다고 했죠. 다만 상위 1%로 올라서고 싶어하는 종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면 생각해 보겠다고요. 다행히 감독님과 얘기가 잘 맞아서 캐릭터가 많이 수정됐어요" 그는 조폭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을 표시했지만 지난 2~3년 동안에는 오랜 친구를 든든히 지켜주는 정 깊은 형사 성열('세븐 데이즈'), 아내와 친구를 끔찍이 사랑하는 요리사 재문('나의 아내 그의 친구'), 검은 꿍꿍이를 숨긴 변 집사('헨젤과 그레텔') 등 다른 색깔을 보여줬기 때문에 조폭 이미지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 점을 지적했더니 그는 "내가 워낙 반복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거면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죠. 평소의 나는 재미없는사람이에요. 무색무취죠. 그런 나의 또 다른 모습들을 끄집어내는 게 바로 연기가 아닌가 싶어요. 캐릭터에 따라 변화하는 연기를 즐기고 좋아하죠.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내면을 표출하는 겁니다"조폭이라는 약점에도 '작전'은 그에게 당연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식시장을 통해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엉클어져 부대끼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 역시 '작전'의 최대 매력으로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꼽았다.

 

"단역까지도 관객 눈에 잘 뜨일 만한 드문 영화예요. 촬영현장 분위기부터 달랐습니다. 배우들은 원래 저마다 준비해온 것이 있으니 튀기 쉽거든요. 그런데 다들 다른 캐릭터를 더 배려하고 받쳐주려고 고민하는 모습이었죠.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드는 장면도 인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횟집 장면입니다"박희순은 이런 현장 분위기를 주도한 공신으로 이호재 감독을 꼽았다. 그는 카리스마가 아닌 성실한 자세로 스태프와 배우들을 사로잡은 이 감독을 '인간성으로 연출하는 감독'이라고 추어올렸다.

 

"사실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이란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처음에는 저렇게 성실하고 선한 사람이 어떻게 지휘를 할까, 의문이 있었는데 인간성으로 해결하더군요. (웃음) 감독님이 스태프와 배우들이 즐기고 서로 도와주려 하는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지난해 영화로 그의 대표작이라고 꼽을 만한 '세븐 데이즈'는 그에게 웬만한 영화상의 남우조연상을 쓸어다 안겼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고 수상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됐음에도 그는 "인지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웃으면서 가장 큰 소득으로는 역시 다양해진 역할 제의를 꼽았다.

 

"여전히 길거리 지나가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봐요. (웃음) 들어오는 작품들은 조금 달라졌어요. 그동안 워낙 나쁜 놈 역할이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꽤 다양해졌더군요"이렇게 겸손하게 설명했지만 연극계의 거목 오태석 씨가 이끄는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에서 12년간 한눈팔지 않고 무대에 섰던 그는 새로운 도전지였던 영화에서 이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는 한창 영화에 빠져 있다면서 아직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영화로 건너온 건 극단 한곳에 10년 이상 몸담으면서 같은 무대, 같은 작가, 같은 연출, 같은 공간에서 자꾸 비슷한 연기를 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영화는 다른 감독들을 만나고 다양한 배역을 맡아 전국 각지를 돌면서 또 다른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더군요"처음 영화계에 발을 들였을 때 세웠던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했는지 묻자 그는 "그러고 보니 목표에 어느 정도 다가가고 있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내 몫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자', '정체되지 않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 두 가지였어요. 조금씩 근접해 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 과정에 있어요. 한참 남았죠"그는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차기작 '십억'의 촬영도 앞두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남녀가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는 남자주인공 병희로, '십억'에서는 상금 10억원을 놓고 남녀 8명이 뒤얽히는 서바이벌 게임을 지휘하는 PD로 돌아온다.

 

이번에도 그의 목표대로 영화를 책임질 수 있고, 변화가 돋보이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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