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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발생지 전라도 아니다"

동국대 배연형씨 "판소리 기원은 경기·충청"

때아닌 판소리 발생지 논란이다.

 

그동안 전라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판소리가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기원해 200여년에 걸쳐 남도지방으로 퍼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판소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국대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의 한국 유성기음반 아카이브 구축사업 연구 책임자로 있는 배연형씨는 최근 출간한 「판소리 100년의 타임캡슐」(동국대출판부)을 통해 "광대들이 학습용으로 삼았던 소리책과 유성기 음반 등을 연구한 결과, 판소리는 18세기 말부터 서울 경기지역에서 출발해 지방으로 유행처럼 퍼져 나갔다"며 "판소리가 전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은 맞지만 이는 개화기 이후의 모습만 보면 그렇다"고 주장했다.

 

「판소리 100년의 타임캡슐」은 2005년 판소리학회가 주는 '판소리 학술상'을 수상한 논문을 보완한 것. 배씨는 "판소리에는 전라도의 무속음악적 요소도 있지만 경기나 충청 등 다른 지역의 음악적 요소도 들어있다"며 "판소리가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서울소리나 가곡식 창법에 점차 전라도 음악의 계면조 등 여러 장단이 뭉쳐졌고 이것으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을 지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소리학계의 한 중진 연구자는 "판소리가 전라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통설이자 정설"이라며 "일부에서 판소리가 정악에서 나왔다, 경기도에서 만들어졌다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 동조하는 연구자는 거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연구자는 1754년 충청도 목천의 유진한이라는 선비가 남쪽을 여행하고 기록한 「만화본춘향가(晩華本春香歌)」에 판소리 '춘향가'를 직접 듣고 칠언장시로 써놨는데 남녀간의 연애를 썼다는 이유로 그 지역 선비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며, 만약 충청지역에서 판소리가 먼저 퍼지고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본춘향가(晩華本春香歌)」는 현재 전하는 '춘향전' 중 가장 초기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전기 8명창을 비롯해 초기 기록에 나오는 사람들이 경기도를 비롯 북쪽 사람들이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기록이란 것이 단편적 사실인 데다 남쪽에는 송흥록 이전에 이름난 명창이 없어서 그런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판소리가 서울소리나 가곡식 창법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판소리에 서울소리인 경조와 가곡식 창법인 우조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 전라도 음악의 계면조가 중심이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판소리 발생지 논란에 대해 대부분의 판소리 연구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장은 "전라도에서 판소리 공연이 활발하지만, 사실 둘 다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하나의 설로밖에 볼 수 없다"며 "초창기 명창들을 보면 경기·충청지역이 많았으며 조선 후기부터는 전라도가 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헌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음악을 바탕으로 판소리 형식으로 불려진 것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조선 말기 남원 송흥록이란 인물이 역대 판소리 명창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남원으로 와 소리를 배우게 되면서 판소리가 통합되고 자연스레 전라도 지역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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