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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드라마, '막장' 만들기 악순환?

제작비 절감위해 큰돈 안드는 '막장형' 양산…'막장'에 길든 시청자들 입맛 맞추기도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하는 '막장'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드라마를 수식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어지간한 드라마라면 한번씩 '갈 데까지 간 드라마'라는 의미의 '막장 드라마' 논란에 휩싸인다. 잘 나가다가도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설정이 등장하면 이내 '막장'의 낙인이 찍힌다. '전원일기' 분위기가 아니면 다 막장이 될 판이다.

 

어쩌다 '드라마 왕국' 한국의 안방극장이 막장 투성이가 됐는지 드라마 팬들은 답답할 뿐이다.

 

◇"넘쳐나는 막장 드라마"

 

지난해 SBS '조강지처클럽'과 KBS '너는 내 운명' 등이 '막장 드라마' 시대를 열었다.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종영한 이들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 면에서는 '대박'을 냈다.

 

올해 들어 막장 논란은 더 잦아졌다. 불륜과 배신, 복수 등 막장의 코드를 두루 갖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다.

 

20%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도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꽃미남 열풍의 주역인 KBS 2TV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도 도마에 올라 있다.

 

4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도 중년의 불륜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막장 드라마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최근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도 자극적인 소재를 집중적으로 다뤄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대로 '너는 내 운명'의 후속작인 '집으로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독한 설정이 등장하지 않은 탓인지 아직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며 '사랑해 울지마'의 추격을 받고 있다.

 

◇"막장이 막장을 부른다"

 

한 시청자는 "막장 드라마에 중독된 시청자들에게 일일드라마다운 작품은 밋밋하기 그지없을 것"이라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하지만 막장 드라마에 오래 노출돼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동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황기에 시청자들이 '독한 것'을 찾게 되고, 그 맛을 본 이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받아야 반응한다는 것. 결국 막장이 또 다른 막장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송 환경의 위기에 따른 제작비 절감이 이런 흐름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나 외주제작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큰돈 들이지 않고도 인기를 끌 장르로 '막장형' 드라마를 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위험 부담이 크고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작 드라마나 전문직 드라마보다는 제작비가 적게 들고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된 신데렐라 이야기나 연속극 형의 '막장' 드라마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 같은 막장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청자들이 막장을 욕하면서도 정작 진지한 드라마는 외면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막장의 요소를 모조리 빼고 드라마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작진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를 봐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내의 유혹'도 막장 논란 속에서도 주연들의 열연과 빠른 전개로 호응을 얻고 있다. 2007년 김수현 작가의 SBS '내 남자의 여자'도 불륜을 정면으로 다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이야기로 사랑받았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김종창 PD는 "소재 자체는 독한 구석도 있지만 그 틀에 얽매이거나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불륜은 하나의 드라마 속 소비 요소일 뿐 사람에 대한 탐구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행복한 여자' 등을 연속 히트시킨 김 PD는 "그동안 주로 통속 멜로물을 하면서 방영 초반에는 '막장'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고 드라마 속 인물들의 진실이 통한다면 조금은 다른 막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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