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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음악에 시대 담을 책임감 느껴요"

YB(윤도현밴드)의 8집 '공존(共存)'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상이다. 용산참사로 불거진 철거민 문제, 청년실업, 악플러의 행태 등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각기 다른 소재지만 수록곡은 '공존'이라는 주제를 관통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YB는 견해차만 좁히면 모두가 조화로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5일 만난 윤도현은 '공존'이 주제가 된 배경을 묻자 "세상은 편 가르기를 좋아한다"며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억지로 '너희는 이쪽이니까 이쪽 성향으로 가라'고도 했다. 예를 들어 좌익, 우익일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벽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킨다. 생각의 차이 때문에 편을 가르는 건 싫다"라고 설명했다.

 

유행을 좇는 노랫말이 대세인 주류 음악에 역행하듯 사회적인 문제를 가사에 담은 것은 YB가 좋아하는 색깔이면서도, 길이 남을 음반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먼 훗날 YB의 8집을 듣는 이들이 2009년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게 하고 싶어요. '시대에 편승한다, 기회를 잘 탄다'는 오해도 받지만 솔직히 기회를 타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음악이지만, 대중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게 원칙이니까요."

 

그러나 이들에게 모든 것을 떠나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좋은 음반을 만드는 게 첫손에 꼽히는 목표였다. 윤도현은 "우리는 평론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밴드 1위에 꼽히는데,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괜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지 않아 스스로 고민했다"고 웃었다.

 

그는 영화 한 편을 만들듯 한 곡 한 곡을 작업했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철거민 문제를 다룬 '깃발'은 '고맙다 형제들이여 깃발을 들어라 승리를 위하여'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꽤 비장하다.

 

"철거민 문제에 관심이 많아 용산 참사 이전에 이 곡의 80%를 만들었어요.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후 그 현장을 찾았죠. 바리케이드로 막아놓아 건물에는 들어가지 못했어요. 멀리서 서성거리다 담배 한대를 피우며 많은 생각을 했죠.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깃발'의 데모곡을 들으며 곡을 완성했어요."

 

청년실업 문제를 노래한 '88만원의 루징 게임(Losing Game)'은 책 '88만원 세대'를 읽은 게 결정적인 아이디어였다.

 

"저도 오래전 일자리 고민을 해봤고 주위에도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많아요. 결정적인 건 책 '88만원 세대'였어요. 이 책은 결국 기성세대가 줄 희망이 없다는 거였죠. 독립영화가 최악의 상황만 보여주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웃기잖아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처음으로 부정적인 가사를 써봤어요."

 

악플러들의 행태를 고발한 '토크 투 미(Talk To Me)'는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다. 그간 음악으로 인해, 정치적인 성향이 한쪽으로 기운 이미지 때문에 일부 네티즌과 보수 언론의 뭇매를 맞은 탓은 아닌지 물었다.

 

그는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를 대단한 사람처럼 몰아갔다"며 "이 노래는 죄 없는 이를 생매장하고, 별것 아닌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인터넷 세상을 꼬집었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어서 이런 현실이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투박한 가사로 채운 수록곡들은 빈티지 사운드에 입혀져 밴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더불어 히트곡 '사랑 투(Two)', '너를 보내고'에서 보여준 서정적인 감성을 담은 트랙도 있다.

 

밴드 멤버 박태희가 작곡한 타이틀곡 '아직도 널'은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발라드로, 편곡과 가사를 바꿔 '엄마의 노래'라는 제목으로도 수록했다. '편지'와 '꿈꾸는 소녀 투(Two)'는 여성 팬들의 귀를 자극할 듯하다. 포크 감성도 묻어난다.

 

"처음 만든 6~7곡을 들은 소속사 식구들이 '너희끼리 산에 가서 음악하라'더군요. 가사에는 언어 유희가 즐비했고 너무 욕심을 부렸기에 모두 버렸죠. 스스로 가벼워지기로 했어요. 록을 좋아하고 록 안에서 음악하려 하지만 이제 우리를 록밴드라고도 얘기하지 않으려고요. 또 욕먹을 수 있으니까요. 하하."

 

YB는 여름께 미국으로 건너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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