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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전국 휘호대회'등 18번 수상한 1급 장애인 한병재씨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의 결실이죠"

20일 장애인의 날. 1급 장애를 가졌으면서도, 서예가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작업을 하는 아들과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어머니가 있다. 1급 척수장애인 한병재(38·남원시 노암동)씨와 어머니 장순이씨(62·남원시 노암동). 한씨는 20년 전 지리산 육모정 계곡에서 다이빙하다가 장애를 얻었다. 목뼈 5~6번이 완전히 깨져서 하반신으로 이어진 신경이 완전히 끊어졌다.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하고, 온몸을 못 쓰는 전신마비가 되었던 것.

 

할아버지는 집안의 종손이 다친 충격으로 1년 뒤 돌아가셨다. 마을 이장을 해 오시던 아버지는 식물인간인 아들 때문에 술로 세상을 의지하였다. 때문에 6년 동안 간경화와 뇌병변으로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장씨는 장애인 아들의 간병은 물론이고, 2남 3녀를 먹여 살리려고 식당일과 농사일의 고된 일을 해왔다. 식당일을 하다가도 아들의 긴급 호출이 있을 때는 사장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다. 어떤 때는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돌아오시다가 너무 피곤하여 골목 가로등 밑에서 모기에 뜯긴 채로 잠이 들곤 했다. 헌신적인 간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는 저녁에 자다가도 자식 엉덩이가 욕창에 걸릴까봐 몇 번이고 깨어나 옆으로 눕혀 주곤 하였다.

 

장애인으로 살아도 살아가야 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삶에 대한 철학도 있었다. 손가락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아들 손목에 붓을 묶어, 서예를 배우기 위한 피눈물 나는 훈련도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서예를 쓸 수 있게 어머니는 도구까지 손수 마련해줄 정도로 서예의 모든 작업을 도왔다. 결국 하늘은 노력한 자를 저버리지 않고 1996년'전국 휘호대회' 동상에 이어 2007~2008 '전국 휘호대회'에서도 특선을 탔다. 지난 8년간 18개나 되는 각종 상을 탔다.

 

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아들의 손과 발이 되다보니, 장씨는 이제는 무릎관절과 허리 디스크까지 왔다. 삶이 무겁고 힘들지만 "아들이 밝고 명랑하게 살아주는 것으로 어머니는 위로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장 힘이 들 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색안경 쓰고 볼 때"라고 대답했다.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잡았을 때,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워주지 않을 때가 서럽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들이 이렇게 살아 있어 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이들은 남원시 노암동 주민자치센터 노래교실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어요. 오래오래 사랑받고 싶어요. 우리네 가슴에 시들지 않는 그런 사랑 만들고 싶어요. 인생이 무엇인가요? 사랑이 무엇인가요?..........."

 

노래교실을 다니면서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한씨의 꿈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에 보답하기 위해 어머니의 삶을 글로 써서 책을 출간하는 일이다.

 

서예작가가 되기 위해 올해 '창암 이삼만 선생 휘호대회'에 출전할 계획.

 

한씨는 고되고 힘들지만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이겨나가겠다고 굳게 의지를 다졌다.

 

/나숙희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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