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제 토론 멍석 깔고 싶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성을 나누기보다 우리를 둘러싼 교통, 교육, 인권 등 제반 환경이 안 좋기 때문에 장애인 성 문제가 불거졌다고 봐요. 이 영화에는 답이나 주장이 없습니다. 페이크 다큐로 간 것도 어떤 느낌을 전달하기보다 여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장애인 문제를 토론하는 멍석을 깔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에 출품된 <섹스 볼란티어(sex volunteer):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 는 장애인의 성(性)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페이크 다큐(fake docu) 형식을 빌린 이 '문제적 작품'은 조경덕 감독(36)이 제작과 연출, '홍보맨'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섹스>
조경덕 감독은 "사람들이 처음엔 제목만 보고 야한 영화로 오해한다"며 "이 영화는 장애인의 성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성 문제를, 장애인 인권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이분법을 경계했다.
그는 "일본에 있을 때 아사히신문에 장애인 성 문제를 다룬 기사가 연재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며 "그때 '과연 장애인 성 자원봉사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섹스가 문제가 된다면, 성교육이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는 왜 문제가 안 됩니까?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도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섹스 볼란티어> 도 비슷한 지점에 있습니다." 섹스>
조 감독은 "애초 전주영화제 측에서는 이 영화 등급을 '19금'으로 매길 예정이었다"며 "영화 소재가 생소한 것도 있지만, 선입견이 컸던 것 같다"며 "'19금'을 고집했다면, 영화제 출품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19금'을 받아, 흥행으로 연결하자는 유혹도 많았다"며 "그러면 영화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상에 왔다간 흔적을 영화를 통해 남길 수 있어서 좋아요."
실제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으로 영화에서 '연기 아닌 연기'를 펼친 조경호씨(45)와 이윤호씨(48)는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2년 통일에 관한 '시집가는 날'을 만들어 평양국제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던 조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히 그러려니 하는 것들에 대해 과연 당연히 그러려니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나쁜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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