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풍 사진전 '해녀' 14일까지 '갤러리 봄'
1999년 영혼을 살찌우는 바다가 있는 제주에 갔다. '4·3항쟁'으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생활고를 떠 안은 깊은 눈망울의 제주 해녀들과 마주했다.
"당시 아무도 그들의 삶을 찍지 못했습니다. 해녀들이 허락치 않았거든요. 해양수산청에 근무하면서 일로 친분을 맺을 수 있었죠. 그렇게 3년을 지내다, 딱 하루 '물질' 현장을 앵글에 담아도 좋단 허락을 얻었습니다."
14일까지 갤러리 봄에서 열고 있는 신재풍씨의 사진전 '해녀'엔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녀 할망'들의 애환을 담겨 있다. '물질'은 깊이조차 헤아릴 없는 바다 밑에서 '태왁'(수면 위에서 몸을 의지하는 속이 빈 하얀색 박)과 '빗창'(전복 따는 도구)에 의지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고된 삶을 뜻한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 곳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나가야만 하는 '숙명'인 삶.
2003년 5월, 청산도 일출봉 인근 앞 바다 '물질' 현장에서 우주의 치마폭에 쌓인 그들의 속살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500장 중 20점만 추려 선보인 것.
"최고참으로 70대 할머니도 있지만, 평균 나이가 50대 중반이에요. 뭍에선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정도로 절뚝절뚝 거리는 이들도 있지만, 바다밑에선 살아있는 여신입니다. 찍지 않고는 버틸수가 없었어요."
현재 인천항만공사에 근무하는 그는 전업사진가는 아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속에서 찰나를 잡기 위한 정신만큼은 프로에 뒤지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도 스승인 신철균씨의 가르침대로 순수하고 소박한 앵글로 역사정신을 살리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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