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오래전 부터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새이다.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 개막식에서 수천마리의 비둘기를 날려보내는 것도 인류 평화를 염원하는 의식의 하나이다.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게 된 것은 일반적으로 구약성서에 근거한다고 본다. 창세기 대홍수때 노아는 홍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방주에 실었던 동물 가운데 비둘기 한 마리를 시험삼아 날려 보냈다. 그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오자 노아는 비로소 홍수가 그쳤다는 것을 알았다. 또 요한· 마태복음에서는 그리스도가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을 때 성령이 비둘기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하여 비둘기를 성령의 상징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징성 때문에 유엔의 깃발에 올리브가 사용됐으며, 비둘기와 올리브 함께 평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4년 베트남 전쟁복구를 위해 처음으로 파병한 비전투부대 명칭도 '비둘기부대'였다. 흔히 보수 강경파를 '매파', 온건파를 '비둘기파'로 부르는 이유도 두 새간의 적대관계 때문이다.
비둘기는 특유의 귀소(歸巢)본능으로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기원전 중근동(中近東)지방에서 통신에 이용하는 전서구(傳書鳩)를 사육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도 미군 통신부대가 전서구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래전 부터 사람과 친근한 이미지의 비둘기가 최근들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것저것 주워먹어 날지 못할 만큼 살이 쪘다는 의미로 '닭둘기', 배설물과 깃털로 세균을 옮길 수 있다는 뜻에서 '쥐둘기'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비둘기 배설물의 강한 산성(酸性) 성분은 도심 교량등 시설물이나 문화재를 부식시킨다. 게다가 비둘기의 천적인 맹금류 황조롱이가 도심에서 거의 사라지면서 서식밀도까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마침내 환경부가 비둘기 퇴치에 본격 나섰다. 지난달 31일 법규를 개정해 포획이 가능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한 것이다. 수난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김광섭의 시'성북동 비둘기'에 나오는'쫓기는 새'는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황폐해진'현대인'의 은유였다. 그러나 이젠 실제로 비둘기가 사람에게 쫓기는 새가 되고 말았다. 사람 주변에 살며 사랑을 받아온 비둘기가 이제는 퇴출 대상이 된 생태계의 변화가 역설적이다.
/박인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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