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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서 왕관 노리는 신데렐라 스토리

'선덕여왕'-'천추태후'-'자명고', 버려진 공주 성공기

'재투성이 신데렐라, 왕관을 노리다'.

 

한동안 현대극을 주름잡던 신데렐라 스토리가 최근에는 사극으로 건너가 꽃을 피우고 있다. 현대극에서는 유리구두가 목표였다면 사극에서는 왕관이 그들의 최종 목적지다.

 

신데렐라의 누더기 옷을 드레스로 바꿔주는 요정의 마법 '비비디 바비디 부'가 광고를 통해 히트한 가운데, MBC TV '선덕여왕', KBS 2TV '천추태후', SBS TV '자명고' 등 현재 방송 중인 사극의 여주인공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누더기 신세에서 불굴의 의지로 여왕의 자리에 오르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 버려진 공주 이야기

 

방송 3회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인 '선덕여왕'은 선덕여왕이 진평왕의 쌍둥이 딸 중 한 명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왕이 쌍둥이 딸을 낳으면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워진다는 전설에 따라 진평왕이 몰래 버린 딸 덕만은 진평왕의 유모 소화의 품에 안겨 중국 땅으로 도망간다.

 

4회까지 어린 덕만이 중국 사막 일대 여각에서 일하며 소화와 함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선덕여왕'은 이후에도 덕만공주가 강력한 견제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남성의 전유물이던 왕의 자리에 도전하는 극적인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자명고'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설화에 등장하는 자명고가 사실은 북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설정에서 출발, 자명을 낙랑국의 왕 최리가 버린 딸로 그린다. 최리는 자기 딸이 낙랑군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하늘의 예언에 따라 한날한시에 태어난 두 딸 중 한 명인 자명을 버린다.

 

자명은 서커스단의 일원이 되어 천민으로 세상을 떠돌다 무예를 익혀 고구려 왕자 호동의 호위 무사가 되고, 그 와중에 자기 신분을 알게 되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낙랑국을 찾아 공주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천추태후'의 천추태후 역시 버려진 공주였다. 고려 태조의 손녀이자 경종의 왕후, 그리고 성종의 누이동생으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는 최종적으로 목종의 모후로서 섭정을 하기에 이른다.

 

태조의 손녀 '황보수' 시절에는 왕권 다툼 속에서 숨죽여 산 그는 경종과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 후에는 '헌애왕후'가 됐지만, 친오빠인 성종이 즉위하자 다시 변방으로 내쳐져 '숭덕궁주'로서 살아간다. 궁주(宮主) 시절 그는 거란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수차례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드디어 6일 방송에서 아들이 왕위에 오르면서 '천추태후'가 됐다.

 

◆ 천명 + 석세스(success) 스토리

 

현대극에서의 신데렐라에게는 백마 탄 왕자님이 꼭 등장한다. 재벌집 아들이거나 능력 있는 '훈남'이 가진 것 없는 여주인공의 손을 잡아주면서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사극으로 간 신데렐라에게는 백마 탄 왕자님이 필요하지 않다. 결국에는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자기 손을 잡아줄 왕자님보다 더 강력한 천명을 받은 이들은 비록 오늘은 재투성이이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미래에는 찬란한 영광을 약속받는다.

 

하지만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건 드라마에서는 한편으로는 제약이다. 사료에 남은 인물을 그리는 데 작가적 상상력이 발현될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덕여왕이나 천추태후는 사료가 희박한 신라와 고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공간이 많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인기 드라마의 형식인 '석세스(success) 스토리'가 놓이게 된다.

 

'자명고'가 스스로 울리는 북이라는 뜻의 전설 속 자명고를 자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로 설정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기록이 거의 없는 멀고 먼 옛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준형 MBC 드라마국장은 "조선시대를 기록한 사료는 많지만 그 이전 시대는 기록도 적고 남아있는 사료들도 내용이 다 다르다. 그런 점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준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을 그리면서 말도 안 되는 왜곡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 아닌 이상, 드라마적인 재미를 추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상상력을 보태게 된다"면서 "특히 삼국시대는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화랑세기' 등의 내용이 다 달라 '선덕여왕'에서 주인공 덕만의 성장과정을 드라마틱한 석세스 스토리로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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