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세상 오길"…23년째 노동운동 현장 지킴이로 활동
"비정규직 문제요?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순 없어요. 저희 조합원의 99%가 비정규직인 걸요. 다만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해요. 2년 전 처음 비정규직 법안을 만들었던 취지대로 법을 실행하라는 것이죠.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 그것 밖엔 없습니다."
최승희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장(41)은 비정규직 법안 통과를 두고 1년 유예, 2년 유예를 거론하는 것은 고용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지부장은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76.2%가 기혼이고 상당수가 실질적인 가장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이들의 실직은 곧 가정의 생계 위기로 이어져 가정을 해체시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18살 때부터 섬유기업 백양에서 공장 보조일을 한 그는 현장 노동운동가다. 우연히 박영진 노동자열사에 관한 책을 읽다가 노동자의 현실에 눈을 떠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지 벌써 23여년. 결혼과 임신, 육아활동의 휴직기를 보내야만 했던 그는 95년까지 노동자 문화단체 '글방 동틀무렵'에서 임신과 함께 결혼으로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선배들의 권고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처음엔 저임금에 시달리고 노동여건이 열악하다는 생각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생각 뿐이었다"는 그는 "노조를 만들면서 주동자들이 해고 되고, 징계도 먹었지만 절박감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현실이 너무 달라졌다며 지금의 현실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는 한 사업장에 모여 만들자고 하면 만들었어요. 그런데 저희 조합원들은 모두 산재된 사업장에서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더 많이 힘들어졌죠. "
현재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는 450여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공공기관 특히 학교 영양사, 급식조리원, 교육업무 보조원들이 많다.
"각 학교마다 찾아다니면서 실태조사 하고 한 분 한 분을 조합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조합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처음 학교 영양사 분들이 조합에 가입해서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임금도 인상되는 등의 투쟁 성과가 생기면서 조합원들이 늘기 시작 했지요."
그는 근무하면서 비정규직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이 상여금이나 임금보다 출산휴가가 더 절실한 문제가 된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민주노총이나 다른 노동단체에서 시작된 투쟁이 아닌 여성노동조합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라는 그는 조합원들이 여성 노동자들과 생의 주기를 같이 하고 있다.
"제가 2002년부터 이 일을 다시 시작했으니 벌써 7~8년을 매달렸네요. 그런데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더라구요.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서 버텨주고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인 것 같아요."
/허정화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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