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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백의 천사' 전영신 전주예수병원 간호부장

"간호는 나를 내려놓고 상대를 보듬는 일" 34년째 병상 지켜

20일 오전 11시 전주 예수병원. 귀한 손님을 소개시키겠다며, 병실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이준호 님, 오늘은 어떠세요?"

 

"괜찮은데, 설사를 하네요."

 

"항생제 때문에 그런가봐요. 다른 곳은 괜찮죠?"

 

30여 년 전 이곳에서 사지마비로 입원했던 환자. 예수병원 간호부장 전영신씨(54·전북간호사회 회장)는 당시 이씨의 아내가 둘째를 포대기에 엎고 병원에 헐레벌떡 들어섰다고 기억했다. 전씨에겐 또다른 가족같은 존재. 이곳에서 간호의 첫 단추를 끼고, 자그마치 33년 5개월간 환자들을 위해 36.5℃ 온기 가득한 공간을 일궈오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 직업을 선택한 사실에 대해 후회해 본 적 없습니다. 그 분의 이끄심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특히 '전북 제1병원'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로'간호부' 명칭을 도입했고, 최초 간호 메뉴얼인 「기초 간호법」 발행 등 간호 역사(歷事)를 써내려간 곳이니까요."

 

특히 예수병원 응급실은 행려환자를 받아주는 유일한 공간. 때문에 이들을 씻기고, 입원 절차까지 다 밟아주는 응급실 간호사들의 노고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는 다만 기독교 신앙에 근간을 둔 이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힘든 사역을 마다하지 않고 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 신경외과 전문간호사를 양성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5년 국가 전문간호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20여년 전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선에서 멈춰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흔히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가 상하로 오해받는 경향이 있지만, 동등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현재 노인전문간호사 조혜숙를 비롯해 7명, 종양전문간호사 함선희씨, 호스피스전문간호사 박정자씨 등 11명이 수료했으며, 11명이 학업중에 있다고.

 

"사람들은 대개 몸이 아프면, 마음도 한없이 약해집니다. 아무리 성공했고, 돈이 많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죽음 앞에선 다 똑같아요. 때문에 환자들이 간호사들에게 참 많이 의지합니다. 마음이 굳건하지 않으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감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앞으로 그의 계획은 교회 내에 지역 사회 환자들과 병원을 연계시켜줄 수 있는 클리닉을 갖는 것. 이미 그는 2003년 가정전문간호사자격증을 땄다. "충분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을 위한 전인간호를 실현하고 싶다"는 그는 "후배 간호사들이 헌신과 봉사로 '백의의 천사'의 새 역사를 일궈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금주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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